[커버 인터뷰] “꾸준한 도전의 비결은 재미” HANEEO 작가를 만나다
273호 | 빛과 질감의 마술사 HANEEO 작가를 만나다
빛을 받아 반짝이는 물방울의 미묘한 굴절부터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불빛까지. 오늘날 빛은 예술 작품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빛은 단순히 공간을 밝히는 장치를 넘어,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이야기를 전달하며, 특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HANEEO(오하늬) 작가의 작품도 마찬가지다. 그의 작품들은 독특한 광원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섬세한 질감 표현과 능숙한 광원 활용은 새로운 시각을 선사하고, 작품 속 이야기에 순식간에 몰입할 수 있게 돕는다.
이번 인터뷰에선 모션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스윔의 공동 설립자이자, 아티스트로 끝없이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는 HANEEO 작가를 만났다.

무대 미술에서 3D 디자인으로
놀랍게도 그의 첫 커리어는 3D 디자이너가 아니었다. 그의 전공은 무대미술이었다. 하지만 무대의 현실은 대학 캠퍼스에서의 상상과 달랐다. 이에 그는 과감한 도전을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모션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그래픽 아티스트 오하늬 HANEEO 입니다. 스윔의 공동 설립자이자 소속 디렉터로 일하면서, 개인 작품들도 꾸준히 쌓아가고 있어요.
무대미술을 전공하셨지만 지금은 3D 디자이너로 활약하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처음엔 막연하게 ‘내가 연출하고 내가 그린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대학교를 졸업하고 무대와 영화미술을 하다보니 ‘누군가의 상상을 그대로 구현해주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구나’ 하는 회의감이 들었죠.
결국 누군가 요청한 것이 아닌, 저만의 것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애니메이션은 어떤 툴로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해 무지했어요. 우선 그림은 그릴 수 있으니 그림을 움직이는 방법에 대해 찾아보게 됐어요. 그러다가 모션그래픽을 배우고, 3D까지 접하게 됐습니다.
무대미술과 3D 디자인은 같은 디자인이라 해도 상당히 다를 것 같은데요.
일단 제 전공에서 컴퓨터와 친해질 기회가 많지는 않았어요. 학교에선 주로 실제 무대 제작을 배우고, 손도면을 그리거나 무대 모형을 만들고, 대본을 분석하는 수업 위주였던 것으로 기억해요. 요즘은 무대에서도 스케치업을 많이 사용한다고 알고 있는데, 제가 수업을 들을 당시엔 컴퓨터로 하는 것은 CAD로 도면 그리기, 포토샵으로 이미지 수정하기가 전부였어요.
전공과 다른 길로 가게 되면서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처음엔 일러스트레이터나 애프터 이펙트 같은 기본 어도비 툴도 어렵다고 느꼈어요. 3D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더 큰 혼란을 겪었죠. 하지만 학원에서 함께 밤을 지새우며 공부하는 동기들이 있어서 의지가 많이 되었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다 같이 함께 해결하고, 서로 응원하면서 수 개월을 동고동락했어요. 이렇게 1년간 몇 개의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니 꽤 많은 경험들이 쌓였고, 그래서 앞으로도 이 일을 해나갈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게 된 것 같습니다.
첫째도 재미 둘째도 재미
꿈을 위해 과감한 선택을 할 정도로 꿈에 진심인 그가 디자인 작업에 임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재미’다.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처럼, 그는 자신이 공감하고, 재미있다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을 작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여러 작품의 기회·구상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요?
저는 작업을 시작하기 전, ‘이 작업, 내가 재밌게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가장 먼저 해요. 이 질문엔 여러 가지가 포함돼 있는데, 잘 하고 좋아하는 스타일을 적용할 수 있을지, 프로젝트의 의미는 무엇이고, 이에 공감할 수 있는지, 혹은 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었던 분야인지 등이 들어갑니다.
그건 의뢰받는 외주 작품도 마찬가지인가요?
의뢰받은 일이든 개인 작업이든 지치지 않고 지속하려면 재미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작업이 의무가 되지 않고 늘 즐겁게 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에, 이 일이 우리가 재밌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판단되는 것이 중요해요.


덕분인지 디자인 풀도 굉장히 넓은 것 같아요 주로 영감은 어디서 받나요?
시간이 나면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봐요. 특히 영화를 좋아해서 한동안은 영화관에서 하루에 세 편씩 영화 보기가 취미였어요. 여태껏 봤던 영화의 내용은 기억을 잘 못해도, 인상 깊었던 장면이 이미지로 기억에 남아있어요. 강한 컬러나 조명이 사용되거나, 아주 광활한 장면에 압도되는 느낌을 좋아해요. 최근엔 <가여운 것들>과 <듄 파트 2>를 인상 깊게 봤어요.

역시 3D 디자이너여서 그런지 영상물에 관심이 많으시군요. 그림도 마찬가지인가요?
그림도 다양하게 좋아해요. 동양화나 풍경화를 특히 좋아하고, 불교미술에도 관심이 많아요. 풍경화 중엔 A.J casson 그림을 꾸준히 컴퓨터 바탕화면으로 해둘 만큼 좋아합니다. 그의 풍경화는 사실적인 동시에 형태를 뭉뚱그려 표현하는 방식이라 부드러움과 편안함이 느껴져요. 또 일러스트레이터 뫼비우스가 그려낸 세계를 좋아하고, 최근엔 어린이 그림책에 빠져서 그림책을 조금씩 모으고 있어요.
그렇다면 작업 과정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먼저 아이디어를 짜고 간단한 스케치를 하는 것이 시작이에요. 스케치를 건너뛰게 되면 오히려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후 3D툴인 Cinema4d를 사용해서 모델링을 합니다. 이후 재질을 입히고 라이팅을 세팅한 뒤, 필요하다면 모션 작업을 합니다. 그리고 이미지를 렌더링 한 후 어도비 애프터 이펙트나 포토샵으로 후보정을 거친 뒤 영상이나 이미지를 완성합니다.


사용하는 툴이 다양한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3D툴인 블렌더를 많이 사용하는 추세라 저도 공부하듯 이것저것 만들어보고 있어요. 현재 사용하는 툴인 C4D를 아예 블렌더로 대체하기보다는, 각 프로그램의 장점을 이용해서 작업을 편리하게 하는 것이 목표예요.
주요 작품 소개
꿈과 재미에 진심이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신념처럼, 그의 작품들 역시 하나같이 다들 독특하고 개성을 갖추고 있다.



개인적으로 매년 새해에 나오는 십이지신들의 광원과 질감이 인상 깊었습니다.
3D 작업과정 중 한 가지도 소홀히 할 수는 없지만, 그중 라이팅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어요. 3D는 똑같은 형태도 빛을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서 이미지의 분위기가 좌우된다고 생각해요.
어떤 이미지를 볼 때 빛을 중요하게 보는 습관이 있는데, 이것이 작업에서도 드러나는 것 같아요. 특히 모션그래픽에서는 오브젝트나 캐릭터가 움직이거나 변화하는 경우가 많아서, 앞뒤 프레임을 체크해서 설치했던 조명도 함께 움직여주거나 추가하기도 합니다.



빛을 적극 사용했던 작품이 더 있을까요?
가장 빛을 즐겁게 활용했던 프로젝트 중 하나로 스튜디오 차차의 브랜드 필름을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형태와 컬러가 유려한 가구 작업을 아름답게 보여주기 위해, 모든 장면의 조명을 세세히 조정해가며 만든 영상이에요. 이 프로젝트는 제가 스튜디오 차차를 좋아해서 제안했던 프로젝트라서, 이후 역으로 제안해 주신 콜라보 기회로 인테리어 소품을 만드는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운영 중이신 스윔에서도 매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스윔에서 최근 시작한 ‘프로젝트 스위미’는 올해 1월부터 매주 토요일, 하나의 캐릭터를 만들어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지금이 벌써 16주 차가 되어서, 캐릭터도 16개가 만들어졌어요.
스윔의 멤버들이 매주 돌아가면서 제작하고 있는데, 평소에 시도해 보고 싶었거나 최근에 얻은 영감을 자유 주제로 풀어내고 있어요. 2D, 3D, 실제 촬영 등 표현 방식에 제한 없이 최대한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해보자는 취지에요. 1년에 만들어지는 스위미는 50개 정도고, 2년이면 100개가 될 텐데, 결과물이 쌓이면 추후 전시를 하거나 아트북을 만들어볼 계획입니다.

운영 중인 스윔의 작업물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업물은?
많은 분들께 스윔의 색깔을 처음으로 보여줬던 프로젝트는 <Journey>라는 뮤직비디오 작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밴드 다브다’의 뮤직비디오예요. 저희도 많이 좋아하는 영상이고, 첫 성공을 거둔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vimeo라는 영상 플랫폼에서 스태프 픽을 받았을 때는 저희의 색깔을 인정받은 기분이라 아주 기뻤습니다.

디자이너로서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HANEEO로서는 제가 만든 아트웍을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고, 심지어 구매하고자 하시는 분들이 계셨을 때 많이 뿌듯했어요. 이미지를 레퍼런스로 보는 마음과 소장하고자 하는 마음이 다르다는 건 저도 잘 아니까요. 그 마음들 하나하나 정말 뜻깊었고 감사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
늘 도전하고 싶은 것이 많고, 재미와 꿈을 쫓아 나아가고 있는 그는 올해에도 개인 프로젝트로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이렇게 지치지 않고 꾸준히 나아갈 수 있는 비결은 도대체 무엇일까?

현재 준비 중인 프로젝트가 있나요?
지금 준비하는 것 중 하나로 작년 10월쯤 시작한 개인 프로젝트가 있어요. 스위미의 첫 문을 연 아트웍의 주인공이 바로 이 프로젝트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완성하게 되면 짧은 애니메이션이 될 거에요. 지금은 하고 있는 일이 많아 조금씩 진행 중이지만, 올해 안에는 끝내서 공개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리고 아무래도 디지털 작업을 지속하다 보니 실물 제작에 대한 욕심이 늘 있어요. 내가 만든 아트웍을 만질 수 있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인데요. 그림책이나 가구, 조명 등 디지털을 넘어 다양한 형태로 작업을 이어나가고 싶다는 목표가 있습니다.
이렇게 계속 끝없이 도전할 수 있는 비결이 뭔가요?
저는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두는 수첩이 따로 있을 정도로, 도전하고 싶은 것들이 늘 많은 편이에요. 항상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다 보면 결국 그렇게 된다는 말을 믿어요. 그래서 다양한 목표를 세우고, 자주 들여다보고, 우선순위를 정해요. 이 세세한 목표들 위에 가장 크게 적어두는 것은 꾸준함이에요. 이 작업을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해나갈 수 있기를 바라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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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김동욱 (jkkims@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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