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인터뷰]구름에 감정을 담는 디자이너, 노네임의 하늘을 바라보다
구름처럼 천천히 우리의 감정 속에 투영되길 원해
감정은 보이지 않지만 그 무게는 때로는 온 세상을 덮는 하늘처럼 깊고 진하다. 또한 끊임없이 형태를 바꾸는 구름처럼 사람의 감정은 시시각각으로 변해 작품에 깊이를 더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노네임 작가는 이런 보이지 않는 감정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통해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에게 있어서 작품은 단순한 시각적 결과물이 아닌, 그 안에 담긴 의미와 감정을 표현하는 매개체다.
물론 그 역시 아무런 어려움 없이 예술 감각을 발휘하게 된 것은 아니다. 감정의 형태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었고, 자신만의 색을 찾아온 그의 이야기는 작업물 이상의 깊이를 담고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노네임 작가의 독특한 작품 세계와 디자인 철학, 그리고 그가 걸어온 여정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보았다.
감정에서 여정이 시작되다
디자이너의 길은 단순히 기술적인 능력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색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은 필수적이다. 실제 노네임 작가 역시 입시 시절, 우울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작한 그림이 그만의 세계를 형성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안녕하세요, 독자분들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감정을 구름에 투영해 작업 활동을 하고 있는 노네임입니다.
디자이너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재수를 하던 시절부터 시작된 것 같습니다. 그땐 정말 많이 힘들었습니다. 매일 똑같은 입시 그림만 그리다 보니까, 지치고 절망적인 감정을 어디에도 표출할 곳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택한 것이 그림이었죠. 새벽에 방에서 혼자 ‘나는 우울하고 실패자야’ 같은 감정을 표출하는 그림을 그리니까 묘한 해방감을 느꼈습니다.
디자인이 삶의 활력소이자 탈출구가 된 것이군요.
네 그렇죠. ‘나 힘들어, 나 좀 위로해 줘’라는 생각으로 제 그림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다보니, 작품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조금씩 생겼고, 많은 공감과 위로를 얻었습니다. 또한 작업물을 만드는 흥미가 더 해지면서 ‘다음에는 어떤 식으로 내 감정을 녹여볼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표현의 폭이 점차 넓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디지털 쪽에 관심을 가지게 됐죠. 디지털 작업을 하다 보니 또 다른 세상이 펼쳐졌고, 새로운 느낌이 나오는 게 재미있어서 더 공부하고 작업을 하다 보니 예술과 디자인 그 사이 어디가의 작품들이 저만의 색이 됐습니다.

그런 어려웠던 순간에 큰 영향을 준 사건이나, 사람이 있으실까요?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특히 오혁진 작가와 정승훈 작가는 저에게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두 분 모두 ‘작품은 많이 해보는 수밖에 없다’ ‘많이 해볼수록 자연스레 색이 찾아올 것이다’라는 조언을 해주셨고, 그 덕분에 저는 1년에 200개 이상의 작품을 만들며 저만의 색을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럼 반대로 긍정적으로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첫 개인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19살 때부터 개인전을 꿈꿔왔는데요. 마침내 24살이 되던 해 합정의 ‘빈칸’이라는 공간에서 첫 개인전을 열 수 있었습니다. 작품을 전시하면서 뿌듯함과 동시에 떨림, 그리고 ‘다음 전시는 더 나은 작품을 선보여야겠다’는 부담감까지 만감이 교차했죠. 작품을 구매해 주신 분들 덕분에 더 나은 작업을 해야겠다는 다짐도 했고요. 후련하고도 섭섭한,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들이 오갔지만, 간절히 바라던 목표를 이뤄 기억에 남는 경험이었습니다.
구름에 감정을 담아내다
노네임 작가의 작품 세계는 단순한 시각적 결과물에서 벗어나 깊은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다. 그의 작업에서 자주 등장하는 구름은 단순히 아름다운 자연 현상이 아니라, 작가 개인의 내면과 감정을 담아내는 상징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런 구름은 그의 작업을 더욱 독창적이고 깊이 있는 예술로 만들어주는 핵심 요소다.

작품 기획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작품 스타일 때문일지 몰라도 저는 의미 있는 요소들로 화면을 구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의미 없는 것들로 화면을 채워 눈길을 사로잡고, 단순히 심미적으로 아름답게 보이는 건 누구나 공부만 하면 가능한 영역이죠.
하지만 의미 있는 요소들로 화면을 잘 구상하는 것은 단순 기술 이상이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어렵지만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저는 무조건 작업물들을 기획하거나 구상할 때 의미를 우선시해 중점에 두고 있습니다.
많은 작품에 구름과 하늘이 들어가 있습니다.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 요소인가요?
작품에 구름과 하늘이 많은 것은 19살 때 우울한 감정을 담아 그림을 그린 것에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작품의 구름과 하늘은 저의 감정인데요. 계속 바뀌는 모습은 끊임없이 바꾸는 무수한 구름과도 같아, 구름과 하늘이 제 감정을 가장 잘 투영하고 표현할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했습니다.
때문에 작품 속 구름에는 감정이 스며들어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미디어아트라고 그냥 소비만 하는 이미지가 아니라 구름처럼 천천히 우리의 감정 속에 투영되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각 작품마다 더하시는 문구들도 그런 장치일까요?
아무래도 감정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작품의 요소들에 의미를 넣어 제작하면 초현실적인 느낌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단순한 설명 보단 감정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감정이 담긴 이야기나 시 문구를 작성하곤 합니다. 그리고 글까지 읽었을 때 비로소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져 작품과 느낌이 통일감이 들도록 문구도 신경을 써서 올리는 편입니다.
작업 과정이 궁금합니다. 애용하시는 작업 도구가 있으실까요?
포토샵, 일러스트, 블랜더, 직접 그린 손그림을 스캔하는 등 특정 디자인 툴에 얽매이지 않고 제가 표한하고 싶은 표현방식에 맞는 도구를 선택해서 활용해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신 메모장을 항상 가지고 다니는데요.
여행을 가다가, 길을 걷다가,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때 등 문득 떠오르는 문장이나 글들이 있으면 바로 메모장에 적죠. 먼저 내가 느낀 감정에 대한 글을 완성한 후에 글에서 느껴지는, 또는 글에 맞는 화면을 구상하는 형식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이번 호 표지로도 사용된 작품이 궁금합니다!
이 작품은 제가 꾸준히 메인으로 연재하고 있는 구름 시리즈 중 일부인 “행복배달” 이라는 작품인데요, 이때 제가 한창 ‘콜라주’라는 미술 기법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기법을 디지털에서도 활용해 보자!’는 취지에 만든 작업물이었죠.
이때 당시에 제 작품들은 밝고 행복한 느낌이었고, 자신의 상황도 그런 감정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도 사람이기 때문에 계속 밝고, 행복한 감정들만 작품에 소비하다 보니 문제가 생겼습니다. 점차 텅 빈 껍데기만 남은 사람이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거죠.
그래서 “잭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배달하고 싶었다. 하지만 잭도 넘치는 행복을 전달하다 보니 행복이 점점 떨어져갔다.” 라는 글을 먼저 작성했습니다. 작품의 분위기는 밝고, 행복해 보이지만 “너는 행복해 텅 비고 힘든 건 내가 할게”라는 의미도 있어서 제목이 ‘Cloud,행복배달’ 이긴 하나 깊게 들여다보면 “텅 비어버린 나였다”를 역설적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더 많은 감정을 공유하는 미래를 그리다
노네임 작가는 앞으로도 끊임없는 도전과 실험을 통해 자신의 작품 세계를 확장하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특히 개인전 준비뿐만 아니라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감정을 공유하고자 한다.

라는 문구를 메인으로 하트 모양의 보석이 깨지는 모습을 중앙에 배치해 직설적으로 주제가 눈에 들어오게 표현했다(자료=작가)
자신만의 특색과 색상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예비 디자이너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다른 작가님들이나 디자이너님들을 보면 자신만의 색이 뚜렷하신걸 볼 수 있습니다. 저도 그런걸 보면서 “나는 재능이 없나? 나는 나만의 색이 없나?” 이런 고민들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그건 나만의 작업물을 만들어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먼저 내가 좋아하는걸 찾고, 내가 잘하는 것을 찾는 겁니다. 그리곤 그걸 메인으로 삼아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잘 할 수 있는걸 혼합해 작업물을 많이 만들어 보면 점차 색이 갖춰지는게 눈에 보일 겁니다. 그걸 끄집어내 성장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작업물에 색깔이 생기는것 같습니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분야나 목표가 있나요?
현재 두 번째 개인전을 준비 중이지만, 구체적인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더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는 욕심이 커지고 있어서 천천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앨범 아트워크나 브랜드 협업도 계속해서 도전하고 싶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제 작업을 통해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해볼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긴 인터뷰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말주변이 부족해 답변이 어색하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지만, 제 진솔한 감정들이 독자 여러분께 잘 전해졌기를 바랍니다. ‘내 구름이 세상을 덮을 때까지’라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계속 나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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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김동욱 (jkkims@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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