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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I/UX

챗GPT로 UX 라이팅을 해봤습니다

인공지능이 쓴 UX 라이팅, 실제로 활용할 수 있을까?

못 하는 게 없어 보인다. 주력 분야인 글쓰기는 특히 더 그렇다. ‘텍스트 생성’에 특화된 인공지능 챗GPT 이야기다. 전문적인 보고서부터 정부 보도자료, 기업 홍보 및 마케팅 문구까지 ‘챗GPT 덕 좀 봤다’는 일화가 수두룩하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챗GPT는 과연 UX 라이팅도 잘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챗GPT 아직 갈 길이 멀다.

글. 장준영 기자 zzangit@ditoday.com
디자인. 박민지 디자이너 mji@ditoday.com


UX 라이팅이 뭐길래?

UX 라이팅은 웹·앱 서비스에 포함되는 모든 텍스트를 명료하게 고쳐 쓰는 작업이다. 디지털 서비스가 보편화된 최근 몇 년 새 중요성이 커졌다. 간단하게는 단어를 순화하는 것부터 복잡하게는 브랜드 개성을 문장에 담아내는 것까지, 사용자 경험을 글로써 개선하는 역할을 맡는다.

UX 라이팅은 크게 두 가지 작업으로 나뉜다. 하나는 글을 쉽고 명확하게 바꾸는 ‘리라이팅(Rewriting)’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 고유의 어조와 뉘앙스를 텍스트에 입히는 ‘톤 오브 보이스(Tone of Voice)’ 작업이다. 두 가지가 모두 갖춰져야 사용자는 서비스와 ‘대화’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요컨대 “챗GPT가 UX 라이팅도 잘 한다”고 주장하려면 이 두 작업을 우수하게 수행하는지 판단해야 한다. 그래서 UX 라이팅 전문 회사 와이어링크의 도움을 받아 실제 기업이 의뢰한 문구를 챗GPT로 수정한 뒤 와이어링크 결과물과 비교했다.

이후 UX 라이팅을 필요로 하는 기업 실무자 입장이 돼, 챗GPT가 고쳐준 용어의 활용도를 <활용 가능 – 보완 필요 – 활용 불가> 3단계로 나눠 평가했다. 와이어링크가 제시한 리라이팅 및 톤 오브 보이스 가이드라인을 참고했다. (평가 자체는 어디까지나 주관적이므로 최종적인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본격적인 테스트에 앞서 챗GPT에 UX 라이팅의 기준을 물었다. 이론은 충분히 알고 있는 것 같다.

리라이팅 원칙① 명확하게 쓰기

모든 글은 뜻이 명확해야 한다. UX 라이팅에서도 마찬가지. 특히 일반 고객이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용어나 한자어는 의미가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쉬운 표현으로 바꾸는 편이 낫다.

<전문용어 순화>

1) 테스트 결과

기존와이어링크챗GPT활용도 평가
조향각도운전자의 운행 방향핸들 조작 각도보완 필요
풀체인지세대교체완전히 변경보완 필요
매입, 매각구매, 판매구매, 판매활용 가능
4WD4륜구동4륜구동활용 가능
전문용어를 명확한 단어로 수정한 결과

2) 평가

차량 및 금융 업계서 통용되는 몇 가지 전문용어에 대한 수정 결과다. 대체적으로 잘 고쳤지만 ‘핸들 조작 각도’나 ‘완전히 변경’ 같은 단어의 경우 어색한 느낌이 남아있다. 보완이 필요하다.

<한자어를 한글로>

1) 테스트 결과

기존와이어링크챗GPT활용도 평가
만료 후끝난 후기간이 지난 후보완 필요 
상기앞서 말한보완 필요 
한자어를 한글로 수정한 결과

2) 평가

한자어도 곧잘 바꾼다. 다만 한자를 한글로 번역하는 방식이라 그런지 더 간단하게 고칠 여지가 남아있다. 역시 보완이 필요하다.

리라이팅 원칙② 간결하게 쓰기

길고 복잡한 문장은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중복되는 단어나 불필요한 높임 표현은 삭제하는 편이 좋다.

<긴 문장은 짧게>

1) 테스트 결과

기존와이어링크챗GPT활용도 평가
해당 제품의 구매 취소가
정상적으로 처리되었습니다.
제품 구매가 취소되었습니다.제품 구매가 정상적으로 취소되었습니다.활용 가능 
홈서비스를 신청해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리며, 신청해 주신 제품은 판매 중인 제품으로 장기보류가 어려워 부재로 인해 부득이 취소 진행되었습니다.고객님과 연락되지 않아 홈서비스 신청이 취소되었습니다.홈서비스 신청에 감사드리며, 신청하신 제품은 판매 중인 제품으로 인해 부재로 인해 부득이하게 취소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활용 불가 
긴 문장을 간결하게 수정한 결과

2) 평가

문장이 길어질수록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첫 번째 문장의 경우 ‘해당’ ‘처리’ 등의 불필요한 단어를 잘 삭제했다. 그런데 두 번째 문장은 엉망이다. 가뜩이나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이 더욱 의미 불명이 됐다. 제시된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고 새롭게 고쳐 쓰는 것이 아니라, 일부 단어를 임의로 삭제한 모습이다. 활용하기 어렵다.

<잘못된 높임 표현>

1) 테스트 결과

기존와이어링크챗GPT활용도 평가
정해진 구매 예산이 있으신가요?예산은 얼마로 정하셨나요?구매 예산이 정해져 있나요?보완 필요
사업자 정보는 이후 수정이 불가능하오니 다시 한 번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사업장 정보는 나중에 수정할 수 없으니 다시 한번 확인해주세요.사업자 정보는 이후에 수정이 불가능합니다. 다시 한 번 확인해주세요.보완 필요 
잘못된 높임 표현을 수정한 결과

2) 평가

첫 번째 문장은 사물(예산)을 높여 쓴 표현인데 잘 수정했다. 다만 여전히 피동형 문장이라 어색함이 남아있다. 두 번째 문장에서도 ‘~하오니’라는 극존칭 표현을 삭제한 뒤 문장을 두 개로 쪼갰다. 쓸만하다.

리라이팅 원칙③ 일관되게 쓰기

같은 의미를 지닌 용어는 하나로 통일해야 혼란을 피할 수 있다.

<비슷한 뜻 통일하기>

1) 테스트 결과

기존와이어링크챗GPT활용도 평가
성명, 성함이름성명활용 가능
유선전화번호, 집전화번호, 연락처전화번호전화번호활용 가능
이메일 주소, E-mail 주소, e-mail이메일이메일 주소활용 가능
비슷한 단어를 하나로 통일한 결과

2) 평가

잘 수정한다. 용어를 통일하는 작업은 챗GPT에게 맡겨도 문제가 없을 듯하다.

리라이팅 원칙④ 고객 관점에서 쓰기

<고객 입장으로 표현하기>

1) 테스트 결과

기존와이어링크챗GPT활용도 평가
여기서만 제공되는 제휴금융상품을 이용해보세요여기서만 이용할 수 있는 금융제휴 상품을 만나보세요.당사에서만 제공하는 제휴금융상품을 이용해보세요.활용 불가
우대금리 0.1%가 지급되었습니다.우대금리 0.1%를 받았습니다.우대금리 0.1%가 지급되었습니다.활용 불가 
아이디에 공백이 들어갔습니다.아이디는 공백 없이 입력해 주세요.아이디에 공백이 들어갔습니다. 다시 입력해주세요.활용 불가  
비밀번호 암호화 오류입니다. 재 입력 후 거래하세요.비밀번호가 일치하지 않습니다. 확인 후 다시 입력해주세요.비밀번호가 암호화되지 않았습니다. 다시 입력해주세요.활용 불가  
문구를 고객 관점으로 수정한 결과

2) 평가

챗GPT는 ‘고객 관점 표현’이라는 요청을 수행하지 못했다. 아무런 수정도 하지 않거나, 때로는 불필요한 문구를 추가해 문장을 더 번잡하게 만들었다.

첫 번째 문장은 ‘이용하다’라는 기업 관점 표현을 ‘만나다’는 고객 관점 표현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인데 엉뚱한 부분을 수정했다. 두 번째 문장에서는 ‘지급’을 ‘받다’로 고쳐 써야 하지만 역시 아무것도 바꾸지 않았고, 세 번째 문장에서도 공백이 ‘들어갔다’는 시스템적인 표현을 ‘입력하다’는 고객 입장의 표현으로 바꿔야 하는데 이를 그대로 뒀다.

네 번째 문장의 경우 와이어링크와 챗GPT는 다른 결과물을 내 놓았다. 원문이 처음부터 불분명하게 작성된 탓이다. 전문 UX 라이터는 해당 오류 메시지가 나타나는 상황을 유추해 문장을 명확하게 고쳐 썼지만 전후 맥락을 모르는 챗GPT는 원문을 다듬는 식으로 수정할 수밖에 없었고, 여기서 차이가 생겼다.

톤 오브 보이스

톤 오브 보이스는 서비스에 브랜드 특유의 목소리를 입히는 작업이다. 고객은 텍스트에서 친근함과 배려를 느낄 때 서비스를 계속 이용한다. 브랜드의 톤 오브 보이스는 저마다 다르다. 대표적인 유형 세 가지에 대해 테스트를 진행했다.

<가치 지향의 목소리>

1) 테스트 결과

기존와이어링크챗GPT활용도 평가
단순한 게 좋은 심플 라이프 저격지난달에 안 써도 최대 1% 할인심플한 삶을 위한 최대 1% 할인활용 불가
문구에 ‘가치 지향의 목소리’를 담아 수정한 결과

2) 평가

전월 실적이 없어도 1%를 할인해준다는 카드 홍보 문구다. 카피라이팅과 달리 UX 라이팅은 구체적인 정보를 고객에게 제시해야 한다. 챗GPT는 ‘1% 할인’이라는 가치 표현을 추가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의미가 불분명해 그대로 활용하기 어렵다.

<배려하는 목소리>

1) 테스트 결과

기존와이어링크챗GPT활용도 평가
<FREE 상품 해지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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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를 ‘배려하는 목소리’로 수정한 결과

2) 평가

기존 문구의 경우 어투는 정중하지만 내용만 살펴보면 사실상 으름장에 가깝다. 상품을 해지하면 불이익을 가하겠다는 얘기다. 반면 와이어링크가 고쳐 쓴 문구는 가독성이 높은 데다 상품 혜택을 강조해 고객이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챗GPT는 기존 문구 말미에 ‘고객센터로 연락해달라’ ‘친절하게 안내하겠다’는 표현을 덧붙였지만 뉘앙스는 기존과 동일하다. 여전히 경고성 어조다. 고객을 배려한다는 건 단순히 단어를 변경하는 문제가 아니므로, 이 역시 활용하기 어렵다.

<친절한 목소리>

1) 테스트 결과

기존와이어링크챗GPT활용도 평가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알려드릴게요.필요한 혜택 더 챙겨드릴게요.고객님께서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자세히 안내해드릴게요.활용 불가 
받은 혜택이 없습니다.아직 받은 혜택이 없어요. 나를 위한 혜택을 확인해보세요.아쉽게도, 현재까지 고객님께서는 혜택을 받지 못하셨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혜택 정보를 안내해드릴 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활용 불가
문구를 ‘친절한 목소리’로 수정한 결과

2) 평가

기존 문구에 ‘친절해 보이는’ 표현을 덧붙였다. 하지만 이 문구가 고객의 행동을 유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기본적으로 챗GPT는 원문을 뼈대 삼아 고치는 데 익숙한 것으로 보인다. 뉘앙스를 바꾸거나 문장을 새롭게 고쳐 쓰는 능력은 아직 미흡하다.

UX 라이팅 아직 무리… 첨삭엔 활용 가능

종합하면 챗GPT는 단어나 문장 구조 전환 같은 기초적인 첨삭은 무리 없이 해내지만 그 이상의 작업에선 미숙함을 드러냈다. 미묘한 뉘앙스를 고려해 문구를 수정하지도 못했고, 제시문에 없는 표현을 새롭게 추가하지도 못했다. 특히 고객 입장에서 서술하라는 명령에는 기존보다 나쁜 결과물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챗GPT는 한글에 서툴다. 제작사인 오픈AI에 따르면 챗GPT가 학습한 데이터의 90퍼센트 이상이 영어다. 또 챗GPT와 같은 거대언어모델의 작동 원리가 기본적으로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질문에 어울리는 문장을 ‘확률적으로’ 계산해 제시한다는 점도 문제다. 쉽게 말해, 질문을 이해하고 답하는 게 아니라 그럴 듯한 대답을 하도록 설계됐다는 뜻이다. 챗GPT가 ‘고객 관점’ ‘친절한 목소리’ 등 뜻이 명확하지 않은 요구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한 이유다.

사실 현재 챗GPT 구동 방식은 UX 라이팅에 적합하지 않다. 본래 전문 UX 라이터는 본격적인 작업에 앞서 브랜드와 서비스에 대한 방대한 분석을 거친다. 이렇게 습득한 배경 지식을 길잡이 삼아 UX 라이팅을 진행한다. 예컨대 ‘가치 지향의 목소리’라는 톤 오브 보이스 작업을 할 때 UX 라이터는 상품 혜택에 대한 정보를 참고해 문구를 수정하는 식이다. 반면 챗GPT는 제시된 문장 하나만 가지고서 작업을 한다. 당연히 결과물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UX 라이팅은 단순히 문장을 개선하는 일이 아니다. 서비스와 브랜드라는 ‘맥락’을 이해해야 비로소 완성되는 작업이다. 브랜드에 대한 사전 정보를 학습하지 않은 챗GPT로는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기 힘든 배경이다.

결론적으로 챗GPT는 아직 UX 라이팅을 제대로 못한다. 결과물이 와이어링크 수준에 가까워지도록 명령과 수정을 반복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UX 라이팅 결과물을 미리 알고 있을 때의 이야기다. UX 라이팅 지식이 없는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라면 ‘프롬프트를 어떻게 짤 것인가’부터 난관이다.

따라서 챗GPT에게 UX 라이팅을 맡기려는 기업의 실무자는 당분간 계획을 접어두고 리라이팅이나 초고 작성 용도로만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런데 만약 한국어 기반의 초거대 AI가 등장한다면 어떻게 될까. 네이버와 카카오브레인이 각각 개발 중인 하이퍼클로바와 KoGPT는 챗GPT보다 한글 UX 라이팅을 더 잘 하지 않을까? 각 서비스의 방대한 정보를 모두 학습한 맞춤 AI가 출시된다면? 다음에는 향후 초거대 AI가 UX라이터를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해 알아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