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작지만 빛나는 존재감, 유기견 봉사모임 ‘와카롱’
김민호가 만난 크리에이터③ 유기견 봉사모임 ‘와카롱’
이제 디지털 공간을 빼 놓고 콘텐츠 생태계를 논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창작자 내러티브 인터뷰 시리즈 <김민호가 만난 크리에이터>를 새롭게 연재합니다. PR 및 브랜딩 전문가이자 오랜 시간 콘텐츠 플랫폼에서 일해 온 김민호 인사이터가 다양한 디지털 크리에이터의 이야기를 차분한 목소리로 풀어냅니다.
글. 김민호 인사이터
편집. 장준영
전북 익산시, 어느 구석진 오솔길에 눈에 띄게 빨간 벽돌집이 있다.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전원주택이지만, 주변에 평야가 넓게 깔린 데다 건물도 워낙 없어 멀리서 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집터가 굉장히 넓다. 흰색 돌담을 사이에 두고 길을 마주보고 있는데, 담이 어림잡아 30미터는 쭉 뻗어 있다. 키도 꽤 크다. 돌담 자체는 1.5미터 정도로 평범하지만, 위에 나무 판자를 군데군데 덧대 어지간한 성인 남성도 쉽게 건너편을 볼 수 없게 만들었다. 담 아래에 나무도 많이 자라 있어, 담 끝자락에서는 집을 볼 수 없을 정도다.
희한하게도 집터 대부분은 마당이 차지한다. 30평 남짓 되어 보이는 집과 대조적이다. 테니스 코트도 들어갈 만하다. 집 마당에 들어오지 않고 입구에서 건너보면 마당 안쪽 깊숙한 곳까지 시야가 미치지 않는다. 바깥에서 마당 안쪽을 확인하려면 돌담 너머에서 직접 봐야 한다. 쉽지는 않지만 나무와 나무 판자 사이사이에 간신히 건너편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뚫린 틈이 있어 자리를 잘 잡으면 가능하다.
틈새를 살펴보면, 잘 관리된 잔디밭이 보인다. 그리고 개 몇 마리가 거닐고 있다. 오래 볼 수는 없다. 인기척이라도 느껴지는 순간, 개 대여섯 마리가 몰려들어 짖어 대기 때문이다. 그래도 자리를 피하지 않으면 개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밖으로 나오는 공영선씨를 볼 수 있다.
빨간 벽돌집은 그가 사는 집이다. 개 수십 마리와 함께. 잔디밭에 보이는 녀석들은 일부다. 집 안에 여섯 마리가 있고 뒷마당에도 열 마리 가까이 있다. 총 스무 마리 남짓 살고 있다. 모두 유기견 보호소에서 데려왔다. 이들은 새로운 가정을 찾기 전까지 보통 수개월 정도 잠깐 머문다. 그동안 공영선은 이들 건강을 관리해주고 기본적인 사회화 훈련까지 시켜준다.
공영선이 아니었으면 빨간 벽돌집의 개들은 이미 생을 마감했을 가능성도 다분하다. 그전에 거쳐갔던 이들도 마찬가지다. 지방정부에서 관리하는 유기견 보호소(통칭 ‘시보호소’)에서는 한 개체를 15일 이상 보호할 수 없다. 15일 이내에 아이를 데려가겠다는 입양자나 임시보호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 대상이 된다.
유기견 입양 플랫폼 ‘포인핸드’에 따르면, 작년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플랫폼에 접수된 유기견은 총 13만 5,000마리, 그 중 2만 3,000마리가 안락사를 당했다. 플랫폼이 전체 유기견 통계를 반영하지는 않으니,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개들이 버려지고 안락사로 삶을 끝낸다고 예상할 수 있다.
개인이 운영하는 사설보호소와 임시보호자가 맡는 역할은 수많은 유기견들이 입양자를 찾기까지 15일 이상 버틸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다. 몇몇 선택받지 못한 개체는 몇달에 한 번씩 각각 다른 임시보호자 손에 맡겨져 생존을 연장하기도 한다. 운이 나쁜 경우에는 사설보호소에서 몇 년을 보낼 수도 있다. 보통 사설보호소 환경이 나머지 두 집단보다 열악하다. 지자체 지원금을 받는 시보호소와 규모가 작은 임시보호자보다 재정면에서 부족할 수밖에 없다. 없는 살림은 그대로 유기견이 지내는 환경에 반영된다. 특히, 반려견 시장이 성장하면서 필연적으로 유기견 개체수가 증가하기 때문에 사설보호소 환경은 더욱 열악할 수밖에 없다.
주요 동물권 단체 사이에서도 유기견 문제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반려동물 전문 언론사 펫헬스에 따르면, 2019년 한 메이저 동물권 단체의 연 수입은 수십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그 해 이들이 유기견을 포함해 구조한 유기동물 수는 300마리가 채 되지 않았고, 그 중 입양에 성공한 수는 100마리 미만이었다.
상황이 이러니 사설보호소는 적자를 사비로 메우며 운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의료비, 사료비와 일손이 부족한 ‘3중고’를 겪는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자원봉사자들 도움이 가장 많이 필요한 시설이다. 입양자를 찾는 데 성공하거나, 시보호소에서 15일째 머물게 되는 유기견을 제외한 나머지는 사설보호소를 전전긍긍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영선은 7년 동안 시보호소와 사설보호소를 오가며 봉사활동을 해왔다. 집에 머무는 아이들은 보호소에서 데려왔다. 앞서 소개한 분류를 따르자면, 임시보호자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은 환경을 조성한 축에 속한다. 넓은 잔디밭과 견사는 항상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다.
물론, 혼자서 그 넓은 부지를 관리하기에는 힘에 부친다. 다행히 몇몇 봉사활동 단체나 활동가들이 일손을 도와 좋은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7월 30일, 일요일. 한 자원 봉사 모임이 빨간 벽돌집을 찾았다. 이름은 와카롱이다. ‘나란히 걷다, 산책하다’라는 뜻의 ‘Walk Along’을 유희적으로 표현했다. 사설 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직장인들이 모여 만든 모임이다. 함께 보호소, 개인 구조자나 임시보호자들을 방문해 일손을 돕는다. 견사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잡역부터, 입양 갈 준비를 마친 강아지들이 좋은 주인에게 갈 수 있도록 홍보까지 맡는다.

이날 와카롱 팀원 4명이 도착했다. 섭씨 35도를 웃도는 폭염이지만, 견사 관리를 거를 수는 없다. 와카롱이 베푸는 도움이 더욱 귀중한 날이다. 공영선이 이들을 집 뒤편 견사로 안내했다.

덩치가 조금 있는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폭염에도 나무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지낼 만해 보인다. 이렇게 환경이 좋은 견사는 전국 보호소와 임시보호처를 통틀어 손에 꼽힌다.
와카롱 멤버들은 청소를 시작했다. 이후 세 시간 정도 계속 자리를 옮겨 다니며 마룻바닥을 쓸고, 물청소를 하고, 잔디밭을 손질하는 작업을 했다.






야외활동에 매우 부적합한 날씨였지만, 중간중간 시원한 음료를 마시고 강아지들의 애교 섞인 관심을 응원 삼아 할당 받은 작업량을 모두 끝냈다.


잠깐 휴식 후 사진 촬영에 들어갔다. 임보처에서 건강을 되찾고 다시 사회에 나갈 준비를 마친 강아지 네 마리로, 이름은 신디, 순심, 포도, 코비다.
이들은 구조자 공영선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SNS 계정을 통해 새 주인을 찾는다. 와카롱은 강아지들이 좋은 주인을 만나기 바라며 사진을 찍었다.
와카롱이 가장 빛나는 순간은 유기견 각각이 갖고 있는 이야기를 발굴할 때다. 이번에 사진을 찍은 강아지들은 구조자가 직접 홍보에 나서지만, 필요할 때에는 와카롱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와카롱이 직접 운영하는 동명의 유튜브 채널은 각 유기견이 발견 당시 처해있던 상황부터 보호소를 전전긍긍하기까지, 모든 사건을 관련인들의 증언과 시각 자료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사진 촬영을 마지막으로 와카롱이 한나절 가량 진행한 봉사활동이 끝났다. 나는 잠깐 양해를 구해 인근 카페로 자리를 옮겨 와카롱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더 들어 봤다.
견주와 강아지, 모두가 행복한 반려견 입양 문화를 꿈꾸는 와카롱

오늘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매번 이렇게 많은 일을 하시나요?
오늘은 오히려 일이 없는 편이에요. 날씨가 너무 더워서 많이 자제했어요. 일도 많지 않았고, 끝나기도 일찍 끝났어요. 원래는 더 늦게까지 일해요.
와카롱은 언제부터 활동을 하고 있나요?
한 7~8년 됐는데, 와카롱이라는 이름을 쓴 지는 2년 정도 됐어요. 원래 각자 사설보호소에서 봉사를 하고 있다가 마음이 맞아 모임을 만들게 됐어요.
유튜브는 언제부터 하셨어요?
유튜브도 이제 2년 됐죠.
어쩌다가 유튜브 채널까지 운영하게 됐나요?
유기견 입양 홍보 채널이 되게 좁아요. 아는 사람들만 아는 사이트에서 주로 이루어지고, 그마저도 정보가 협소하죠. 사진 한두 장에 나이랑 성별 정도만 알려줘요. 평생 함께 살 반려견을 선택하기 위한 정보잖아요. 언제부턴가 이런 상황이 너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도 유기견을 입양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아요. 관심 갖는 일부만 계속 데려가요. 한 사람이 몇 마리씩 기르는 거죠.
그래서 일반 사람들에게도 다가갈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강아지 한 마리 한 마리가 갖고 있는 이야기를 자세히 다루면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방식이 견주도 강아지도 행복한 방향으로 간다고 생각해요.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 강아지도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는 가정으로 갈 수 있고, 보호소에서도 도움이 필요한 강아지를 그만큼 더 데려올 수 있죠.
실제 반응은 어땠나요? 행복한 입양 문화를 만드는 데 와카롱 유튜브 채널이 도움이 됐나요?
처음에 힘들었던 시기만 넘기고 나서는 꽤 많은 관심을 받았어요. 입양 신청도 많았죠. 더 많은 강아지를 입양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는 게 아니라, 강아지 한 마리를 보낼 때에도 어울리는 가정을 고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우리는 많은 강아지를 입양 보내는 게 목표가 아니에요. 한 마리를 보내더라도 정말로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아주는 거죠.
그리고 반대로 우리가 시청자들에게 도움을 받는 측면도 있어요. 치료나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 대한 제보가 되게 많이 들어오거든요. 말해주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쳤을 아이들인데, 덕분에 구조할 수 있었죠.
채널 소개에 후원을 받지 않는다고 적혀 있는데, 후원을 받으면 더 좋지 않나요?
지금 하는 활동은 모두 우리가 좋아서 하는 일이에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돈을 벌 목적도 아니고요. 그런데 후원을 받기 시작하면 점점 와카롱을 처음 만들 때 의도와 다르게 흘러갈 수 있죠. 아무래도 눈치를 보게 되겠죠. 지금도 구조한 강아지들을 치료하고 먹이는 데 쓰는 비용은 우리 스스로 충당할 수 있어요. 또, 그 과정이 즐겁고요.
그래도 유기견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자본이 마련되고 규모가 커져야 할 텐데,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규모를 키우는 건 양날의 검인 것 같아요. 활동하는 규모를 키운다는 건 유기견에도 결국 경제논리가 적용될 위험성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모임의 규모를 키우고 후원을 받게 된다는 것이 마치 권력을 갖게 되었다는 착각을 할 수 있고, 사람 일이라는 게 모르는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 처음 와카롱을 만들던 2년 전부터 ‘팀원 수를 늘리지 않겠다’라는 다짐을 했던 거죠.
앞으로 와카롱은 어떤 길을 갈 생각인가요?
봉사활동과 유튜브는 지금처럼 쭉 갈 생각이에요. 2년이 지나고 보니, 우리가 만든 콘텐츠가 다른 단체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요. 다들 우리처럼 강아지 하나 하나가 갖고 있는 스토리를 소개하는 스타일로 많이 바뀌었더라고요. 우리는 우리대로 지금 콘텐츠에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 계속 트렌드를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그리고 홈페이지를 통해 사설 보호소와 후원자들을 직접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구상도 하고 있어요. 유튜브가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유도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플랫폼이지만, 실제로 그 관심을 행동으로 유도하려면 또다른 시스템이 필요하거든요. 채널이 더 커지면 후원자와 보호소를 직접 연결시킬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 역할을 하고 싶어요.
우리도 7~8년 동안 다양한 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꽤 넓은 네트워크를 갖게 되었거든요. 후원금이 정말로 필요한 보호소를 사람들이 직접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생기면 훨씬 형편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와카롱은 후원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역할에만 충실하고요.
강아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반려견 입양을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신가요?
와카롱 영상을 보면 강아지를 구조하고 보호하는 사람들은 평범한 이웃들이에요. 우리도 직장인일 뿐이고요. 보통 유기견을 구조하고 입양하는 사람들은 특별하다고 생각하잖아요. 오히려 이런 생각이 유기견 입양의 장벽을 높인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강아지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게 된 계기도 더 많은 사람들이 유기견 입양을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거예요.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유기견 문제에 관심을 갖고, 반려견 입양을 고려할 때에도 유기견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문화가 정착하면 좋겠어요.
* 창작자 내러티브 인터뷰 시리즈는 디지털 공간에서 텍스트, 동영상, 이미지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 디지털 크리에이터들이 가진 매력적인 이야기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이메일을 통한 인터뷰 신청도 환영하니,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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