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한기웅 강원대 교수
강원대학교 디자인학과 교수 한기웅을 만나다.
진행. 한기훈 <한기훈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연구소> 대표 khhan60@gmail.com
사진. 포토그래퍼 주디 joonie7858@naver.com
나는 브랜드 전문가가 아니라 환경, 그린디자인 전문가에 가까워요.
서울에서 차를 타고 2시간 30분 남짓 흘렀을까. ‘한기웅 교수는 어떤 사람일까?’ ‘그는 디자인을 추구할까?’ ‘왜 서산으로 오라고 했을까?’ ‘여미오미 로컬푸드센터는 어떤 곳일까?’하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어느새 서산IC에 다다랐다. 물론 한기웅 교수를 만나기 전에 인터넷으로 자료를 이것저것 찾아봤지만 그럴수록 그의 육성으로 많은 이야기를 내뱉을 그에게 호기심이 당겼다.
한 교수가 미리 알려준 대로 서산 여미오미 로컬푸드센터를 찾았다. 먼 발치에서 기자 일행을 큰 웃음으로 반겼다. 그는 모두에게 악수를 건네며 “먼 곳까지 오느라 고생 많으셨다”며 함박웃음을 짓다가도 인터뷰가 진행되자 진지모드로 급변, 자신이 이곳까지 오게 된 인생여정을 조심스레 풀어놓는다. 물론 그 공통분모는 실용디자인이다.
스스로를 “농촌을 디자인하는 사람”이라 일컫는 한 교수는 때로는 따끔한 말도 서슴지 않았다. 몸에 좋은 음식, 입엔 쓰다고 할까. 하지만 그가 말한 대로 그런 조언을 ‘고깝게’ 들으면 발전이 없다. 더더군다나 농촌을 위한 정책은 생존과 미래가 걸려 있는 일이다. 삶을 허투루 살면 안 되듯이 그는 몸에 좋은 유기농 같은 말을 쏟아냈다. “브랜드 전문가라기보다 환경과 농촌을 살리기 위해 사람을 감동시키는 디자이너”라는 한기웅 교수와 일문일답이다.
현재 직함이 여러 개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많이 바쁘실 것 같은데요.
저는 강원대학교 문화예술공과대학 교수입니다. 2009년부터 사단법인 내포디자인포럼 이사장을 맡고 있고, 도시재생지원센터장도 겸하고 있어요. 특히 내포디자인포럼은 2010년부터 올해까지 이곳 지역에서 디자인포럼을 지역소시민과 디자이너가 함께 만들어 왔지요. 처음엔 누구나 디자인을 ‘예쁘다’ 정도로만 봤지만 이제는 지자체장 등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 주십니다. 쉽게 말해 지역개발을 하는 데 있어 디자인 접목을 연구하는 단체라고 보시면 됩니다. 함께 활동하는 디자이너는 약 30명 정도예요. 매년 여름에는 농촌재생포럼도 열고 있습니다. 모두 제가 원해서 하는 일이고, 농촌에 실용적인 디자인을 입혀 숨을 불어넣을 수 있으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곳 여미오미 로컬푸드센터에서도 활동하고 있지요. 이곳은 농민과 소비자가 가장 합리적인 가격과 최상의 농산물을 직거래하는 곳이에요.
말씀을 들으니 왜 서산에서 인터뷰를 하게 됐는지 알게 됐습니다. 참, 교수님께서 추구하는 디자인 철학이 남다르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남다르기보다 디자인은 실용학문이기 때문에 이를 실천하는 사람이라 보면 됩니다. 제가 몸을 많이 움직이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면 주위사람들을 본의 아니게 괴롭히며(?) 좌충우돌할 때가 많아요. 그러면 주위사람들은 그럽디다. ‘좋아서 하는 일인데 왜 주위사람까지 괴롭히냐고(웃음)’. 그렇게 아옹다옹 다투며 하루하루 발전하고 있어요. 저는 디자인도 사람에게 감동을 안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농촌재생을 테마로 서산에서 오랫동안 활동을 이어 오셨습니다. 어떤 계기로 ‘서산’에 관심 갖게되셨습니까?
저는 이곳 서산 시골에서 고등학교 1학년까지 다녔어요. 그림을 그렸죠. 처음엔 반대도 많았어요. 하지만 막내다보니 형님들이 허락했죠. 그러다 삼성전자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TV 디자인 후 학교로 근무지를 옮겼습니다. 43살에 서산에 연구소를 세웠어요.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했죠. ‘그래, 후배를 키우자’고 말이죠. 주말마다 학생들을 가르쳐서 대학까지 보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교환교수로 해외에 나갔다 왔더니 가르치는 일이 어려웠어요. 그러다 떠올린 것이 바로 ‘마을디자인’이었어요. 이후 내포디자인포럼을 창립하고 소셜디자인을 시작했지요. 옛날 창고 같은 걸 이용해 새 옷을 입히고 리뉴얼해 새롭게 주민들과 함께 하는 문화공간을 조성했어요. 그때 받은 지원금으로 갤러리 카페도 열었답니다. 무엇보다 서산은 문화자원도 많고 지역 꽃 축제 등 지역인프라가 우수합니다.
‘디자인은 실용학문’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메시지인지 말씀해주세요.
저는 디자인회사를 16년 이끌었고, 지금도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디자인을 가르칩니다. 디자인은 실용학문이에요. 실제로 해봐야 알 수 있는 거지요. 지난해 농촌과 디자인을 결합한 로컬푸드와 농가레스토랑은 흑자를 내고 있는데 다른 데서 적자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농산물 가공상품 등 수익창출을 위해 영업도 마다하지 않아요. 로컬푸드는 다양한 루트에서 판매돼야 해요. 김포에서도 서산 농산물을 살 수 있도록 말이죠. 보따리 장사도 할 각오가 돼 있어요. 서산시 도시재생지원센터장을 맡아서 일주일에 3번은 그곳으로 출근합니다. 우리농산물을 생산하는 서산을 디자인해 곳곳으로 판매망을 열 겁니다.
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어떤 일을 하는 곳입니까?
말 그대로 도시재생사업을 하는 곳입니다. 먼저 정부가 4대강 사업에 주력했다면 현 정부는 도시재생사업에 주력하고 있어요. 그런데 한편으론 걱정도 돼요. 보통 공무원이라고 하면 모험, 혁신과 거리가 있잖아요. 즉, 안전빵으로 가길 원하죠.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차별화는커녕 무엇이든 제대로 안착시키기 힘들어요. 마인드를 모두 바꿔야 해요. 저는 그런 데 있어서 논쟁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아니,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죠.
뭐든지 쉬운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조금씩 진전되는 것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모두 조금씩 인식이 바뀌도록 발로 뛰고 그럽니다. 예를 들어, ‘안심마을 조성하기’라고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많잖아요. 그런데 공무원들은 CCTV부터 생각해요.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죠. 밝은 센서등은 기본이고 솔라트리나 태양열이 잎파리처럼 있는 나무도 있죠. 다양해요. 그 자체가 랜드마크가 될 수 있어요. 안심마을 하나로 다른 동네에서 듣도보도 못한 걸 만들면 하나의 이슈가 될 수 있잖아요. 주민도 좋아하고. 이곳으로 이사를 오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요. 서울의 고척돔(야구장)을 보면 안전 디자인이 있어요. 서울시에서 대상을 받았어요. 사고가 났을 때 많은 사람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직관적인 컬러와 디자인으로 생존에 대한 생각을 한 단계 더 높여놨지요. 이런 것을 접목하자는 얘기예요. 많은 아이디어가 필요해요. 이런 얘기를 한다고 해서 고깝게 들으면 아무 발전이 없어요. 그런데 이런 게 오히려 더 재미있어요(웃음).
‘여미오미’라는 이름이 정겨운데요. 어떻게 탄생하게 된 건가요?
여미리의 다섯 가지 맛이 될 수도 있고… 음… 멋이 될 수도 있고요. 여러가지 뜻이 있어요. 원래 이 조합의 이름은 ‘운산하우스달래협동조합’이었어요. 이 지역이 달래가 유명하거든요. 그러나 브랜드는 맛 미(味)를 써서 여미오미로 정했습니다. 로컬푸드라는 이름은 대개 큰 도시에서 많이 사용하죠. 저는 시내로 갈 자본금이 부족하기도 했고, 서산과 당진 중간에 땅을 넓혀 체험이나 가공 등 농업의 융복합사업을 함께 추구해야 장기플랜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봤어요. 그 때 서너 명이 찬성했으니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으면 못 했겠죠. 지금도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줍니다. 나는 여기서 단돈 십 원도 받지 않아요. 제가 제일 깨끗해야 해요. 그리고 모든 걸 다 보여줍니다. 그래야 저를 믿고 따라주죠. 올해 안으로 미니 팜을 만들고 땅 디자인도 꾸려갈 겁니다. 도시 사람 누구나 이곳에서 쉽게 쉴 수 있는 그런 팜을 만들 생각이에요. 가능하면 인건비도 들이지 않고 그들의 손으로 직접 거둬 가져가도록 만들 겁니다. 친환경 농업을 소비자가 직접 보고 신뢰할 수 있는 농촌디자인은 앞으로도 계속될 겁니다.
로컬푸드와 농가 레스토랑을 하면서 어려운 점 몇 가지를 꼽으신다면 무엇입니까?
뭐니뭐니해도 집객이죠. 고객이 찾아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이곳 레스토랑은 모두 여기 제품을 써요. 모든 재료가 이곳에서 키우고 사랑 받은 농산물이죠. 많은 분이 앞으로도 찾아주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회원들, 특히 생산자 교육이죠. GAP 교육을 제대로 해서 최고의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농촌재생, 도시재생 등을 지금까지 해보셨습니다. 결국 관, 민 중 누가 주도하는 것이 좋을까요?
모두 장단점이 있겠죠. 당연히 민간 주도로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긴 해요. 그렇다고 공무원 입장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예요. 나중에 문제가 되면 결국 공무원이 제일 곤란해지니까요. 현실적인 문제죠. 뭔가 조금씩 개선은 되어가고 있는데 아직 시간이 좀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결국 로컬 브랜딩이나 농촌재생 디자인이나 누구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직원은 물론, 입점하는 농민에게 항상 하는 얘기가 있어요. 우리가 하는 일이 정말 사용자에게 감동을 주는지 생각해보자고 말이죠. 결국은 고객을 감동시키는 일이 나의 이익을 창출하는 길입니다. 그런 감동마케팅을 항상 주장해요. 고객감동을 위해 브랜드를 함께 키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년에 농업디자인대학원 과정을 개설해 유능하고 행동하는 젊은이들을 가르치고 싶어요. 함께 텃밭농장 디자인도 구축하고 말이죠. 작물 따라 디자인의 차별화를 두고 다양한 마케팅을 병행해 성공률을 높여가는 거죠. 고부가가치 농업을 확장하는 일이 결국 농촌을 살리는 길 아닐까요?
곧 서산시에 대형 푸드플랜센터가 오픈된다고 들었습니다. 지역민의 기대가 크겠어요.
맞습니다. 서산시에는 로컬푸드가 세 개 있어요. 서산시가 이런 푸드플랜을 기반으로 내년에 대형 푸드플랜센터를 오픈하게 됐습니다. 우리 회원들로부터 대량으로 농산품 등을 공급 받아 단체급식에 납품하면 더욱 농촌에 활로가 트일 것 같아요. 일부러 농산물을 사러 멀리 가지는 않기 때문에 다양한 공급체인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그렇군요. 교수님의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다양한 디자인 플랜 잘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후배들을 위해 한 말씀 해주시지요.
제 후손이 들어오면 1순위로 채용하겠다고 했어요. 제 아들도 매니지먼트를 배워 직장생활 중인데, 여기서 그걸 써먹으면 좋겠다고 했죠. 저는 젊은이들이 창업한다면 옆에서 챙겨주고 도와주고 싶어요. 농업은 아직도 블루오션이라 생각해요. 더군다나 코로나19로 국가 간 식량공급이 멈칫한 상태에서 농업은 생존과 직결합니다. 농촌으로 젊은이들을 유도하는 데 필요한 걸 뭐든 다 하고 싶어요. 농업디자인대학원에서 크리에이티브 씽킹을 농업인에게 심어주는 과정도 가르칠 생각입니다. 고부가가치 농산물을 브랜드와 융합해 수출하는 구조도 고민해 볼 수 있겠네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