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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크림 대표 “우리는 크리에이티브 몬스터(crea-m), 깜짝 놀랄거야”

-사람의 감성과 디지털 기술의 융합 끝판왕… 최적의 크리에이티브 솔루션 장착
-돈으로 가치 매길 수 없는 캠페인 많아… 가슴 뛰면 한다

언제나 검색하면 금세 찾을 수 있는 이야기나 정보는 처음부터 배제할 생각이었다. 동일한 정보를 중복해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 새로운 프레임으로 디지털 인사이트만의 솔직한 이야기를 해보겠다는 게 인터뷰의 취지다. 마침 이정훈 대표와 나눈 이야기를 복기해보니, 그는 유독 사람과 목소리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는 걸 알았다. 그 만큼 그는 크리에이티브 몬스터들과 함께 사람을 향한, 사람을 위한, 사람에 의한 일을 진행했고, 때로는 수치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의 캠페인으로 가슴이 허락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이 업(業)에 몸 담는 동안, 어떠한 일이든 “가슴이 뛰면 한다”고 말하는 그의 자신감이 부러울 정도다. 인터뷰 후에 알았다. 그 안에 ‘더 깊고 진한 휴머니즘 몬스터’가 깨어나고 있다는 것을. <편집자 주>

writer. 김관식 기자 seoulpol@wirelink.co.kr
thumbnail. 박민지 디자이너
photographer. 전예영 작가

‘하나의 작은 기적이 모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선물했네요’

가을 초입에 만난 이정훈 대표는 인터뷰 도중 유튜브 영상을 하나 띄었다. 이 대표는 “눈물 나실 거에요”라며 읊조렸다. 선천적으로 언어·청각장애가 있던 엄마.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도 하고 책도 읽어주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어 미안해 했다. 단 한 번만이라도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했다. 바로, 아이들 생일 축하 노래를.

한 번의 기적을 위해 많은 사람이 힘을 모았다. 1만명 이상의 일반인이 참여해 자신의 목소리를 기부했으며 머신러닝 알고리즘 기반 동작인식 센서를 활용해 엄마의 수화를 자동으로 인식해 음성으로 실시간 변환하는 방식을 구현했다. 결국, 엄마는 아이 생일에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줄 수 있었고, 눈물은 기쁨과 행복이 농축된 아름다운 보석이 되어 상기된 볼을 타고 흘렀다.

‘기적의 목소리 복원 프로젝트: 엄마의 첫 번째 노래’ 캠페인(더크림유니언 제공)

이 캠페인은 AIA생명의 ‘기적의 목소리 복원 프로젝트: 엄마의 첫 번째 노래’ 캠페인으로 더크림유니언이 구성부터 진행, 촬영, 편집 등 모든 과정을 총망라 했다. 그는 “이 업에 종사하다보면, 이윤을 넘어 꼭 한 번은 해보고 싶은, 가슴 뛰는 캠페인이나 프로젝트가 있다”며 “2015년에 진행했던 AIA생명도, 시각장애인 마라토너 한동호 씨가 2019년 11월 22일, 42.195km 마라톤(어울림 마라톤 대회)을 뛰는 데 필요한 신호감지기 모듈 캠페인(웰컴 드림 글래스)도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되 상상이 현실이 된다는 메시지를 세상에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 글래스는 5년여의 시간을 쏟을 정도로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현실로 만들었다.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웃었다.

사무실로 돌아와 더크림유니언 유튜브 채널을 검색해 들여다보니 ▲안중근 다시보기 프로젝트 ▲현대증권 ‘마음으로 전하는 이야기’ ▲한글 창의 아이디어 공모전 수상 등 따뜻한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기 위한 마중물로서 역할하고 있었다. (故)신해철 씨의 추모 3주기를 맞아 KB증권 신해철 홀로그램 콘서트도 진행하며 디지털 솔루션으로 고객의 일상에 감동을 전하고자 하는 KB증권의 메시지를 담았는데, 페이스북 및 유튜브 광고 영상 게재 후 조회수 5백만을 돌파했다.

이날 그레이색 계열의 바지와 흰색 남방을 멋스럽게 차려 입은 이정훈 대표는 인터뷰에 앞서 “질의서를 봤다”면서도 “우리 회사는 특별히 자랑할 만한 것도, 특별한 것도 없지만 이 업계에서 20여년 동안 지탱하면서 겪어왔던 일, 그리고 더크림유니언만의 색을 조금도 과장 없이 말씀드리고 싶다”고 머리를 쓸어 올렸다.

이정훈 대표는 “더크림유니언이 몸집을 가볍게 나눈 이유는 디지털 시대를 맞아 빠른 결정과 전문성 강화라는 명제와 함께 더크림유니언 멤버라면 누구나 성장의 기회가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함이었다”고 밝혔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Monster 1. 해외에서 더욱 인정 받는 더크림유니언의 연금술

그는 크게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고 말했지만, KB증권 마블미니, 롯데손해보험, 신한 플레이 등 국내 유수 금융사의 UI·UX 프로젝트, 대웅제약·KB자산운용·신한자산운용·현대산업개발 등 플랫폼 유지 운영 프로젝트로 고객사에 인정 받는 에이전시로 거듭났다. 특히 금융권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수행한 프로젝트 중 하나로 손꼽힌다.

고객의 구매 행동을 유도하는 커머스 최적화 디자인을 바탕으로 CJ 온스타일과 4년 연속 협업 중이라는 사실도 더크림유니언이 고객이 원하는 크리에이티브 창출과 업무 수행도가 충실하다는 방증이다. 특히, CJ 온스타일은 매년 상반기, 하반기 내부 고객사 담당자가 대행사를 평가하는데, 최근 4년 연속 대행사 평가에서 더크림유니언은 높은 점수를 받았고, 2020년에는 우수 협력사로 선정됐다고. 순간, ‘생각하는 방식의 차이가 다르면, 출발점도 다르다’는 홈페이지에 수놓은 문구가 떠올랐다.

낭중지추(囊中之錐)라 했던가. 더크림유니언의 연금술은 자연스레 해외에서 더욱 주목 받았다. 뉴욕페스티벌 광고제 2020 DIGITAL/MOBILE 부문 FINALIST 수상을 비롯, 2018년 iF Design Awards 공공캠페인 부문 수상, 2017년 리스본 국제 광고제 동상 수상, 같은 해 런던국제광고제 브랜드디자인 Finalist 수상, 2016년 프라하국제광고제(PIAF) 창의적 기술 적용 부문 동상을 수상하며 더크림의 크리에이티브를 세계에서 인정 받았다.

최근에는 ICT AWARD KOREA 2023에서 안정적이고 건전한 투자 문화 조성을 위한 KB증권 ‘내돈내룰’ 캠페인으로 디지털 기술혁신부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상(통합대상)이라는 낭보를 울렸다.

더크림유니언은 지난 해 3월, 전문 역량을 강화하고 빠르고 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위해 의미 있는 한 걸음을 내딛었다. 기존의 규모가 큰 캠페인과 광고 제작 등을 진행했던 캠페인 아이디어본부가 ‘블렌드엑스(BLEND.X)’, UI·UX 기획과 디자인 파트 일부는 ‘스프링(SPRING)’으로 분사(법인 분리)했다. 더크림유니언은 UI·UX 기획과 운영, 커머스 디자인, 디지털 마케팅과 콘텐츠 제작, 소셜미디어 운영 프로젝트 등 디지털 영역의 프로젝트만 집중하기로 했다. 가볍고 창의적이며 결제 절차를 간소화하고 내부 임직원에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장기적인 기업 성장과 빠른 시장 판단, 비즈니스 확장성을 위한 포석이었다.

이 부분은 디지털 에이전시 산업계에서 다음 버전을 준비하고 새로운 디지털 물결에 발 빠르게 대비하기 위한 몸짓으로 해석된다. 더크림유니언 뿐만 아니라 꽤 많은 에이전시에서 새로운 부서를 확장하고 경력직 인재를 충원하며 부서명을 새롭게 세팅하며 미래 먹거리에 대비하는 모습이 감지된다.

이정훈 대표는 “더크림유니언이 몸집을 가볍게 나눈 이유는 디지털 시대를 맞아 빠른 결단과 전문성 강화라는 명제와 함께 더크림유니언 멤버라면 누구나 성장의 기회가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함이었다”고 밝혔다. 실제, 앞서 언급한 두 법인은 본부 단위의 조직을 별도로 분리한 것. 블렌드엑스의 이민규 김창범 대표와 스프링의 신민호 대표는 각각 더크림유니언 캠페인아이디어본부장과 디자인본부장 겸 CD를 역임했다. 이렇게 그는 회사 몸집이 커질수록 그는 후배들과 기회를 나눈다.

여기서 이 대표는 의미 있는 한 마디를 던졌다. “진짜 오너(Owner)가 돼야 오너다”라며 “오너가 아닌 직원에게 ‘오너십’을 가지라고 강조하는 건 허상(虛像)”이라고 선을 그었다. 내 물건이 아닌데 내 것처럼 쓸 수 없는 노릇인 것처럼, 대표가 아님에도 대표처럼 행동할 수 없다는 얘기다. 직접 대표가 돼야 대표처럼 움직인다고. 또 자회사나 계열 분리했을 때 대표를 선임했으면 그의 판단을 최대한 존중해야 하고, 임직원 누구나 ‘나도 대표가 될 수 있다’는 동기부여도 된다고 말했다.

“한 후배가 회사를 차렸어요. 얼마 안 돼 제게 이런 말을 해요. ‘형, 회사를 만들고 나니까, 예전에 관심 갖지 않았던 스위치가 어디 붙어 있는지, 뭐는 어디에 있는지 자꾸 보게 되고 관심 가게 되더라고. 그게 사장인가봐’하고 말하더라고요. 자기 것을 해보니 환경이 달리 보이고, 생각이 바뀌고 넓게 사고하는 거죠. 주식도 관심 있으면 단돈 1만원짜리라도 직접 사봐야 해요. 내 것이 돼야 만날 들여다보죠.”

그렇게 우리 두 사람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자연스레 화제(話題)에 불을 붙였다.

더크림유니언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몬스터(crea-m) 로고(제공=더크림유니언)

사내 본부 체제로 가져갈 수도 있는 부분인데 사업을 잘게 쪼개 분리했다면 그에 따른 목적이 있을 텐데요.

“쪼갰다고 해서 제 것이 아닙니다. 저는 거기에 부사장으로 돼 있고, 실제로 대표는 각각 신민호 대표(스프링)와 이민규-김창범 대표(블렉드엑스) 체제로 돼 있습니다. 저보다 지분을 더 갖고 있어서 사실상 그분들이 책임 경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큐베이팅 중이며 몸을 가볍게, 그분들의 새로운 감각과 사고, 판단력과 지혜로 회사를 경영할 겁니다. 능력 있고 훌륭한 후배를 양성한다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더 많은 분들에게 기회를 드릴 생각입니다. 진짜 대표 한번 해보라는 (좋은)의도죠.(웃음)”

그렇게 더크림유니언이 사업에 따라 법인 분리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창업 초기부터 다양한 시도와 경험, 결과물이 밑거름이 됐고, 그에 따른 사업 다각화를 시도할 수 있었기 때문 아니었나 생각도 합니다.

“첫 창업 초기, 웹 에이전시로 출발했잖아요. 그때부터 우리 산업도 마찬가지지만 더크림유니언 역시 말도 안 되는 많은 시도와 시행착오를 경험했어요.”

예를 들면?

“늘 새로운 디지털 트렌드가 유행하면 앞서서 경험하고 시도하는 게 우리 산업이에요. 디지털 영상 캠페인도 처음 접했을 당시 매력에 빠져서 과감 없이 내부적으로 시도해 결과물을 많이 냈어요. 모두 자체 소화했죠. 예전에 남산빌딩이라는 곳에 오래 머문 적이 있는데요, 광고 파트 본부를 제대로 한번 구성하고파서 인재 영입을 자주 시도했어요.

종합대행사 경력자도 많이 채용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맞아요. 훌륭하고 인사이트 있는 분이 많이 참여해주셨죠. 돈을 떠나서 저와 더크림유니언에 가치 이상의 인사이트를 내재화할 수 있는 기회였고, 국내보다 해외에서 주목하며 수상기회가 많았습니다. 그 캠페인은 두고두고 저희 역량으로 남았고, 더크림유니언의 영상 광고 캠페인으로 기억되며 우수한 DNA가 후배들에게 빠짐 없이 전해지고 있어요.”

돈을 많이 벌지 못 했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아쉽지는 않나요?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하는.

“저는 어느 순간이든 후회보다 아쉬움을 남기기 싫어합니다.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은 모두 ‘때(時)’가 있습니다. 저는 그 때, 하고 싶고 해야만 했던 시도를 한 것뿐이에요. 단순하게 광고만 하는 것이 아닌, 디지털 디바이스를 활용한 캠페인을 많이 내놓았죠. 2015년에 진행했던 AIA생명 ‘기적의 목소리 복원 프로젝트: 엄마의 첫 번째 노래’ 캠페인, 시각장애인 마라토너 한동호 씨가 2019년 11월 22일, 42.195km 마라톤(어울림 마라톤 대회)을 뛰는 데 필요한 신호감지기 모듈 캠페인(웰컴 드림 글래스)도 광고 기획부터 편집 등 모든 제작을 총망라했지만 저는 감동과 공감으로 세상을 바꾸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자고 생각했어요. 목소리 복원사업 캠페인은 저희가 처음일 겁니다. 지금도 저는 만족합니다. 지금 그것 돈 주면 살 수 있나요? 못 사죠.”

심지어 해외 일각에서는 목소리 복원 캠페인을 보고 ‘저거 페이크(Fake. 속임수, 가짜를 뜻함)다, 말이 안 된다’라는 의견도 있었다고요.

“맞아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모두 인정하고 박수를 쳤습니다. 그 캠페인 이후 유사한 캠페인이 많이 뜨더라고요.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지만 뭔가 씁쓸한 감정도 있었죠. 다만, 이후에도 장애라는 콘셉트와 디바이스의 결합 캠페인은 유의미하게 대중에게 다가설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 충분히 뜻깊은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웃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앞서 말했듯 그는 2017년 11월 19일, KB증권과 함께 故 신해철 추모 3주기를 맞아 디지털 기술로 그의 모습을 복원해 그를 기다렸던 마왕팬과 함께 따뜻한 감동을 나누는 자리(마왕의 귀환, By Hologram)를 마련했다.

오늘 굉장히 많은 몇 천명의 우리 팬이 이 자리를 꽉 채워주셨지만, 장소가 장소이니 만큼 이 자리에서 만나니 굉장히 새롭군요. 여러분 반갑습니다.

-영상에서, 신해철

홀로그램으로 부활한 신해철의 모습에 팬은 한두명씩 눈시울을 붉힌다. 그러면서 이어지는 그의 대표곡. 디지털 기술은 이런 곳에 쓰여야 더 의미 있지 않을까. 이후 음악전문채널 엠넷(Mnet)에서 2부작 One More Time(가수 터틀맨, 김현식 AI 복원 프로젝트)으로 방송돼 홀로그램 복원 기술은 우리에게 친숙한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이것이 이정훈 대표와 더크림유니언이 그려가는 디지털 시대, 소통 방식이었던 셈이다. 문제는 이 역시 일부 대기업에서 카피한다는 데 있다. 그는 “대기업의 이런 부분은 오래 전부터 유사한 문제가 많았다”며 아이디어 도용을 지적했다.

그는 이밖에도 상상을 뛰어 넘는 캠페인을 다양하게 시도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네이버가 함께 한 제4회 한글 창의 아이디어 공모전에 ‘자모(자음과 모음)’ 프로젝트(자음과 모음을 조합해 단어를 만들면 소리와 함께 어울리는 불빛이 나오도록 제작된 모듈형 블록)로 수상한 이력도 있으니, 더크림유니언의 아이디어 한계는 온오프 가리지 않고 과연 어디까지인가 싶을 정도로 과감한 시도와 혁신이 돋보인다. 한 마디로 ‘새로운 기술 추구를 좋아하고 즐기는 회사’다. 2019년 갤러리아 백화점에 설치한 미디어 파사드에 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외관 색이 계속 바뀌는 콘셉트로 그해 연말 치러진 앤어워드(&Award)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에 해당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재미와 프라이드를 심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며 “남들 못 하는 걸 우리는 해냈다”는 자부심을 가져주길 바랐다.

어려움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과도한 경쟁 속에 실속 없는 입찰, 우선협상자가 돼도 문제다. 그 기업에서 인비테이션(Invitation)이 와도 들어가지 않는다”고 선을 그으며 “대행사 4~5개 뽑아 놓고 정작 우리는 1년에 한두 개밖에 진행하지 못했다. 구조적으로 대행사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라며 선을 그었다.

또 한번은 협력업체로서 최소한의 매너와 인권을 보호받지 못 하는 경우도 직원 보호를 위해 프로젝트를 중간에 철수하는 선택을 하기도 했다. 더크림유니언의 철학이자 모토는 ‘사람’이라는 것은 업계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디지털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간다 하더라도 리드는 결국 사람이 하기 때문이다. 그는 돈보다 더 큰 가치를 지켜낸 셈이다.

그는 말투가 느리다. 성량도 바리톤이다. 그렇다고 늘어지지 않는다. 과속을 하지 않아 급브레이크를 잡을 일이 없다. 그의 대화 방식이다. 기자가 체하지 않도록 하나 둘씩 이슈를 밥상에 올려 놓는다. 그래, 급할 게 뭐가 있을까 싶다. 그에게 “성격도 차분한 것 같다”고 가볍게 올리자 “나는 다혈질”이라며 모처럼 미소짓는다. 자신에게만 다혈질이려니 싶다. 내강외유(內剛外柔)인 듯. 그의 고향이 충청도가 아닐까 싶지만 아니다. ‘서울’이란다. 이 동네 토박이.

“어쩌면 저는 사람이 아닐지 모릅니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그게 크리에이티브라면 말이죠.” 인터뷰 후 연출 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한 이정훈 대표(사진=디지털 인사이트)

Monster 2. 더크림유니언, 더 탄탄해질 수 있는 기회를 장착하다

법인 설립은 추후에 이뤄졌죠?

“창업은 2002년, 법인은 2년 후인 2004년입니다. 벌써 강산이 두 번 바뀌었네요.”

새로운 비전을 준비 중이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이제 새로운 20년을 위해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시즌3이 시작되는 거죠. 시즌1은 웹 에이전시로 출발과 확장을, 시즌2는 광고 영역의 도전과 성과를 토대로 시즌3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시즌3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이전 시간에 대해 분석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했을 것 같네요.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시즌2 동안 우리만의 정체성과 확장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디지털 변화가 빠르게 전개됐던 것만큼 대응력에 무게를 뒀지만 다르게 해석하면 어느 하나 제대로 획을 긋지 못했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정체성을 명확하게 그리고 싶어요. UI/UX에 더욱 집중하는 루트를 설정할 계획입니다.”

매출은 어땠나요?

“매출은 높았어요. 2016, 2017 시즌만 해도 연 200억원을 올렸을 때니까요. 매출은 높았지만 그건 매출로만 계산한 수치일 뿐, 내부적으로 프로젝트의 가치관, 지속가능한 성장동력, 내제화 등에 대해 조금 혼란스럽기도 한 시절이었어요. 갈수록 뭔가 더 채워야 할 것 같은 그런 느낌?”

그렇다면, 그 때 가장 힘들었고, 고민도 많았던 시절이었겠네요.

“네. 제 개인적으로요. 5, 6년 전 즈음에 제가 UI/UX 파트를 완전히 크게 정리를 한 적이 있어요. 내부적으로 큰 바람이 한번 불었죠. 어떻게든 회복이 필요했고, 이대로 가다간 나중에 모두 무너질 것 같아서 새로 리셋(Reset, 초기화 등 새롭게 다시 설정한다는 의미)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시기적으로 아이러니했던 것이, 그때 축을 이루던 신민호 대표는 당시 실린더(제일기획 자회사) 디자이너로, 강승진 현 이모션 대표도 총괄 이사에서 자리를 비우게 됐어요. 조직적으로 약간 와해되는 분위기까지 갔어요. 저도 많이 지쳤던 것 같고요. 그래도 쉽게 가라앉지는 않더라고요. 조금씩 살아나고 인재가 유입되면서 힘을 내고 있어요. 그래도 그때 비하면 80%도 채 올라오지 않은 것 같지만 계속 끌어올리고 있어요.”

그때가 조직적으로 터닝포인트가 된 것 같습니다만.

“네.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생각을 바꿨어요. 나보다 더 잘 일할 수 있는 젊은 피를 수혈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러고나서 후배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고 밀어주고 있어요. 그 출발점이 블렌드엑스, 스프링입니다.”

요즘 전체적으로 허리(10년 내외 경력자)가 많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듣는데, 더크림유니언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그건 맞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정말 허리가 부족해요. 저희 1세대, 1.5세대 이후 후배들이 많이 지탱해주면 고마울 것 같아요. 제 연차의 대표나 이사 직함의 분들이 현장을 살피며 몸소 나서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마다 저는 이렇게 말하죠. ‘이제 후배들을 믿고 기회를 주자’고요.”

요즘 업계를 보면 회사를 쪼개 체질을 가볍게 바꾸고 속도감 있게 나아가는 모습도 많이 포착됩니다.

“저희 뿐 아니라 와일리도 올해, 미래전략실 등 다섯 개의 전략실로 역량을 집중하고 있잖아요. 디파이도 자회사로 글로벌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 DFX를 세웠고, 펜타브리드도 유상증자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고, PCN은 곧 상장 준비 중이고요. 기회가 왔을 때 한 번 더 진화하려는 디지털 에이전시가 많습니다.”

회사를 쪼개서 법인을 내세우는 부분에 대한 주위의 우려나 조언은 없었나요?

“왜 없었겠어요. 저희 모델을 눈여겨 봐주시는 몇 분이 계세요. ‘그게 가능하겠어?’하고 생각하는 분도 있고, ‘왜 자꾸 다 주려고 하느냐?’고 만류하는 분도 계시죠. 그런데, 우리 업종은 솔직히 대를 이어서 맡을 수 있는 과업으로써 맞지 않아요. 이 업을 사랑하고 존중해야 하고, 업계 생리도 이해해야 하고, 후배들도 믿고 따라야 하는 등 여러 톱니가 맞아 떨어져야 해요. 한편으론, 더크림유니언의 사명(社名)이 오래 기억됐으면 하는 마음도 있지만, 그보다도 이 업이 더 탄탄해질 수 있는 기회를 준비하는 게 우선이라고 봐요. 그 때를 맞기 위해 쪼개고, 기회를 주고, 경쟁력을 높이고, 강화하는 데도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이정훈 대표는 20여년 가까이 지탱할 수 있었던 이야기를 가감 없이 말하면서도 “이 업이 좋아서 왔고, 앞으로도 계속 남을 것”이라고 웃었다. 지금 함께 일하는 임직원 모두 그런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자신의 사명(使命)이라 강조했다. 그런데 의외의 재미있는 사실 하나를 알게 됐다. 더크림유니언 회사명은 이정훈 대표 본인이 아닌, 법인 전환 당시 직원이 지었단다. 이유를 물으니 “어느 정도 애사심과 책임감도 주기 위해 맡겼는데 강한 확신을 갖고 있더라”며 “우리는 크리에이티브 몬스터다(We are Creative Monster). 그래서 더크림유니언(crea-m)”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정훈 대표는 스스로 ‘인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어떤 인복(人福)을 말하는 것일까. 범위를 넓히면 사업에 도움을 주고 받는 이부터 사적으로 친하게 지내는 사람, 고민을 서스름 없이 터놓을 수 있는 사람 등 여럿이 있다. 이 대표는 “퇴사한 임직원과도 어려움 없이 통화하고 만나 차 한잔한다”며 웃었다. 너무 자연스럽다. 둥글둥글한 성격과 포용력으로 사람을 안으로 끌어 당기는 매력이 있다.

한 예로, 한 달 전 즈음에도 예전 직원으로부터 연락이 닿아 차 한잔하며 자연스레 내부에 합류시키기도 했다. 웹 디자인 전문회사인 에이씨지(ACG˚) 출신과도 인연이 길다. 한정훈 더크림유니언 이사, 황병삼 디파이 대표, 손성일 브렉스 대표, 김형중 브이더블유 대표, 권순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등과 20년 넘도록 업계에서 얼굴을 마주하는 동료다.

예술 작품 전시회 느낌을 자아내는 사옥

Monster 3. 크리에이티브 몬스터와 함께 꾸는 ‘또 하나의 꿈’

그는 10여년 전 즈음으로 기억했다. 디자이너 채용 건으로 면접 참여 후 브랜딩 리포지셔닝의 필요성을 여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이 역시도 기업 경쟁력이라는 생각에서다. 이때 머리속을 스쳐지나간 것이 바로 크리에이티브 몬스터. 영원불멸의 이미지와 자유자재의 이미지 변신이 더크림유니언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맞아떨어졌다. 그는 이때 “유레카”를 외쳤다. 길게는 20년까지도 기업 이미지를 관통할 수 있는, 에너지가 넘치면서 주변에 놀라움을 선사하는 몬스터로 마음을 굳혔다.

그러곤 시간이 흘렀다. 마음 한 구석에는 몬스터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굳히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았을 때, 우연히 그토록 오래도록 찾아헤메던, 생각으로만 존재하던 몬스터의 구체적인 형상 오브제를 우연히 홈페이지 리딩 중에 발견했다.

그 몬스터의 형상이 바로 슬라임을 닮은 ‘액체괴물’이었다. 지금도 초등학교 아이들이 갖고 노는 액체괴물, 바로 액괴 형상이 이 대표가 그리 찾던 크리에이티브 몬스터였다. 자유자재로 모습이 변화하며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그 몬스터. 색도 규정하지 않았다. 언제든 혁신에 따라 세상에 맞춰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올해로 창업 20주년을 맞는 더크림유니언. “당신은 크림의 자랑”이라는 생각은 회사 설립 초기부터 가져온 생각이란다. 25일 급여도 한 번도 바뀌지 않고, 한 차례도 밀리지 않았다. 한 번 직원에게 던진 이야기는 실천하고, 맺은 약속과 인연은 소중히 지켰다. 후배를 윗자리 끌어 올리고 기회와 권한, 책임을 주고 믿음을 전했다.

더크림유니언은 하나의 캠페인, 프로젝트를 실행할 때 첫 단계에서 진행하는 컨설팅의 비중을 높게 바라보고 있다. 컨설팅을 제대로 설정하는 것이 결과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또 하나 꼽았다. 바로, 과정의 충실함과 지속성이다. 이 부분이 컨설팅한 대로 프로세싱되지 않으면 그 과정에서 오는 누수비용은 프로젝트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더크림유니언은 어떤 캠페인, 프로젝트든 컨설팅과 결과물 사이의 일치된 기대와 성과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마지막으로, 몬스터대학교라는 애니메이션의 대사가 머리를 스쳤다. 더크림유니언의 꿈의 시작은, 세상이 꾸는 꿈의 시작이 아닐까.

이건 오직 제 꿈의 시작만이 아니라, 여러분의 꿈의 시작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몬스터 대학교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