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공간

이야기를 한다는 것

UE9

서점에 빼곡히 들어찬 수많은 이야기 중에 독자에 무사히 닿는 이야기는 몇이나 될까. 어떤 이야기는 무리 없이 수다한 손을 거치고, 어떤 이야기는 서점에 들어서는, 혹은 책으로 엮이는 일조차 어렵다. 어떤 이야기들은 그래서 그 바깥에 저를 풀어낼 장소를 꾸렸다. 글을 전하는 말, 이야기를 전하는 이야기를 제 이야기로 가진 공간, 제9회 서울아트북페어 혹은 Unlimited Edition 9, 독립출판북페어 UE9에 다녀왔다.

다양한 이야기

일 년에 한 번 열어 2017년 9회째를 맞은 UE9은, 2017년 12월 2, 3일 이틀 간 독립출판사 ‘유어마인드’와 서울시립미술관의 공동 주최로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렸다. 진열된 책은 디자인 평론부터 인터뷰, 일러스트, 사진, 판화, 소설, 그림책, 에세이, 지침서 등 분야가 다양했고, 카드 크기의 아코디언 북이나 손바닥 크기의 핸디 북 등 크기나 형식이 다채로웠다. 주제 역시 다양했다. 인터뷰는 성소수자를 인터뷰이 삼았고, 평론은 디자인을 대상 삼았다.

작가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이야기,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

독립출판을 선택한 이들인 까닭이었다.

자기 이야기

독립출판으로 책을 낼 때 편집권은 완연히 작가에 있다. 독립출판서적은 때문에 보다 온전한 ‘내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전하는 ‘내 책’을 쓰고 싶은 이들이 모인 독립출판시장의 특징은, 그곳에 ‘베스트셀러’가 없다는 데서도 드러난다.

독립출판시장 안에는 따로 꼽히는 베스트셀러가 없다. 국제표준도서번호(ISBN)를 발급받지 않고 오프라인 독립출판 서점에서만 유통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판매량의 파악이 어려운 까닭도 있지만, 그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잘 풀어내는 데 베스트셀러를 꼽는 일이 도움 되지 않는다는 이유가 크다. 더 많이 팔리는 책의 면면을 확인한다고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바뀌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행사장에서 역시 그런 고집과 애정이 드러났다. 우선 책을 집어 들면 진열대 너머에서 건너오는 말이 그랬다. 연단이 아닌 매대에서 마주한 작가는 활발했고 말이 열 띄었다.

앉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열심을 다해 책을 설명하는 작가에게서 ‘진심’이 비쳤다. 작가는 ‘이런 책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말로 설명을 갈무리했다.

누군가에 필요한 이야기, 다만 아직 그 이야기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를 만날 기회를 얻지 못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작가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몇몇이 매대 앞에 멈추어 섰다. 그들은 작가의 말을 듣고 책을 펼치고, 펼친 페이지에 적힌 글을 읽었다. 독자였다.

누군가에 필요한 이야기, 다만 아직 그 이야기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를

만날 기회를 얻지 못한 이야기

듣겠다는 사람들

독립출판이 시장을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이 같은 이야기를 ‘듣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고, 더해,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 방식대로 해도 어딘가에는 이것을 ‘듣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작가가 이미 알고 있었던 까닭이다.

작가와 독자는 SNS를 소통 창구 삼았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 독립 출판사나 작가 개개인이 채널을 개설해 독자들에 출간이나 행사 소식을 공유했고, 적지않은 독자가 단순히 출간된 책의 정보를 공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책을 내는 일 자체에 참여하고 있다. 국내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텀블벅’에서는 전년도 11월 UE9에 참여하는 독립출판물들을 대상으로 펀딩을 진행했다. 편차는 있었지만, 기준 금액에 도달한 펀딩이 다수였다. 후원에 참여한 예비 독자들은 택배로 책과 후원 금액에 따른 리워드 상품을 받았다. 현장 수령을 선택한 독자도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를 하기에, 지금, 괜찮은 시기다.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서 비쳐 나오는 ‘진심’만으로는 어려운 부분이 있겠지만, 적어도 그 진심을 들려줄 창구라면 적지 않다. 그리고 그 진심에 응답하는 사람이 어딘가에는 분명히 있다.

  • 에디터권 현정 (khj@webs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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