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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광고였다고? 모두 부라보콘 혼내주러 갑시다!

펜타클,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CM송 캠페인

김혜수ㆍ손예진ㆍ이병헌… 당대 톱스타들이 한 번쯤 거쳐간 이 광고. X세대라면 한 번쯤 따라 불러본 이 광고. 바로 ‘부라보콘’이다. 부라보콘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 아이스크림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준 것은 다름 아닌 CM송이다. 하지만 세월에 장사 없다고. ‘12시에 만나요 부라보콘’ CM송은 오랜 시간 사랑받았지만 화려했던 전성기를 뒤로한 채 사라지는 듯했다. 그렇게 뇌리에 잊힐 때쯤 다시 우리 곁을 찾아왔다. 레트로? 아니 제대로! 세상에서 가장 조용하지만 모두가 아는 CM송으로 말이다.

글. 신주희 기자 hikari@ditoday.com
사진. 펜타클 제공

50년 넘게 사랑받은 부라보콘, 하지만…

사람 나이로 따지면 벌써 지천명을 넘긴 부라보콘. 1970년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 48억 개를 돌파하며 2001년, 국내 최장수 아이스크림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바 있다. 이렇게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데는 중독성 있는 CM송의 역할이 가장 컸다. ‘12시에 만나요~’로 시작하는 CM송은 국내 광고 역사에 길이 남을 성공작이었다. 1976년 인기 배우 정윤희와 신일룡이 출연한 광고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30년 넘게 쓰인 만큼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따라 불렀다. 또, 재밌고 공감가는 가사에 누구나 흥얼거릴 수 있는 멜로디도 한몫했다.

(여담으로, 이 CM송을 작사ㆍ작곡한 강근식은 “왜 하필 12시냐”는 질문에 “사람들이 부라보콘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시간이 오후 1시라고 한다. 그런데 1시보다는 12시가 훨씬 재미있게 다가가는 것 같아 12시라고 했다”고 답했다고.)

https://youtu.be/ZOKfgtqBQSc

하지만 이 CM송도 세월에 풍파를 비껴가지 못한 듯, 젊은 세대의 절반 이상이 부라보콘 CM송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종합광고대행사 펜타클은 부라보콘을 젊은 세대에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CM송이 생소할 수 있는 MZ세대에게 캠페인 노출을 목표로, 유튜브 채널을 활용한 영상 광고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렇게 등장한 이 CM송, 달라도 뭐가 좀 다르다!

펜타클, 기존 CM송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아니요 이렇게는 처음 불러봐요
노래하기 전에 이렇게 떨리기는 오랜만인 것 같아요
이렇게도 노래할 수 있구나… 이번에 느꼈죠

에이핑크 정은지ㆍ이영헌ㆍ이적이 차례차례 나오며 시작하는 광고. 이들이 조심스럽게 꺼낸 한마디에는 마치 첫 무대를 서기 전의 설렘과 떨림이 응축돼있는 듯하다. 이내 들려오는 멜로디에 가수들은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른다. 목소리가 아닌 수어로. (12시에 만나요 부라보콘♬ 둘이서 만나요 부라보콘♬ 살짝쿵 데이트 해태 부라보콘♬) 예상을 깬 전개에 의아함을 자아내지만, 이는 곧 뜻밖의 감동을 선사하며 광고 몰입을 고조시킨다.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CM송’이 탄생하기까지

이들은 왜 수어로 노래했을까? 부라보콘 CM송은 국민 CM송이지만, 청각 장애인은 한 번도 들어볼 수 없었다. 그래서 펜타클은 MZ세대를 주요 타깃층으로 설정하면서도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광고를 제작하고자 했다. 먼저 소비자가 어떤 광고를 좋아하는지 데이터를 분석해 공통 키워드를 도출했다. ‘의외성’ ‘공감’ ‘반전’ ‘패러디’ ‘공익성’ 이 5가지 키워드를 염두에 두고, 미디어 물량 대신 크리에이티브로 소비자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광고를 제작하기로 했다.

방향은 정해졌지만 좀처럼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팀원 한 명이 들고 온 영상 덕에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창 언론과 여론을 들썩였던 ‘배우 윤여정의 아카데미 시상식 수어 장면’이었다. 영상을 같이 시청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나누다 문득 질문을 던졌다. “부라보콘 CM송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 CM송이라면 모든 국민이 한 번은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이다. 궁금증으로 시작된 질문이 구체화되면서 자연스레 메인 카피가 탄생했다.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CM송’ 여기에 뛰어난 가창력의 가수가 등장하지만 노래하지 않는 ‘의외성’과 CM송을 목소리 대신 수어로 전하는 ‘공익성’을 더해 아이디어를 완성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걸어간다는 건…

그렇지만 어느 정도의 리스크를 감수해야 했다. 통상 제과나 빙과류는 구매에 있어 고객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는 저관여 상품이다. 때문에 이런 상품은 공익성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대부분 심플하고 재미있게 광고를 제작한다. 하지만 펜타클은 달랐다. 남들이 다 하는 것이 아닌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걸어가기로 했다. 물론 기획 단계에서 회의적인 의견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이들이 용기 낼 수 있었던 것은 약자를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은 어느 시대에나 통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특히 MZ세대에게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은 중요한 가치라는 걸 모두 알고 있었다.

당대 최고 가수들이 부르는 국내 최고 CM송

이적ㆍ이영현ㆍ에이핑크 정은지, 이 조합을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이들은 가창력은 물론, 세대 구분 없이 모두가 좋아하는 가수다. 광고 촬영일까지 시간이 여유롭지 않아 섭외가 걱정됐지만 기우였다. 오히려 이들은 기존 일정을 변경해서라도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고, 펜타클의 기획 의도에 공감하면서 함께 하기를 원했다. 실제로 촬영 당일에도 수어를 완벽히 소화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캠페인도 역시 성공적!

많은 사람의 노력이 결과로 이어졌다. 부라보콘 캠페인 영상은 누적 조회 수 약 410만 회를 기록, 평균 광고 클릭률(CTR)과 조회 수(VTR)는 각각 0.13%, 15.2%로 나타났다. 이는 목표(KPI) 대비 CTR은 0.04% 초과 달성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최근 부라보콘의 브랜드 선호도는 광고 시청 전 67.7%에서 80.3%로 상승, 특히 20대의 선호도가 전체 평균을 상회했다. 그뿐만 아니라 유튜브 댓글 반응도 긍정적이다. “수어로 노래하는 CM송이라니, 너무 신선하고 좋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는 CM송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가수 조합이라서 본 건데 수어가 나올 줄 몰랐다. 순간 울컥했다” “이런 좋은 취지의 광고를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등의 댓글이 무려 500건 이상 달리며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유튜브 광고에 댓글을 남기는 일이 소비자에겐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걸 감수하면서도 긍정적 반응을 남긴 것이다. 이는 유명 가수들이 영상에 등장하지만 노래를 부르지 않는 반전 스토리와 문화 다양성의 가치를 전하려고 했던 펜타클의 취지에 공감한 것으로 분석된다.

캠페인 그 후… 담당자의 반응은?

예상치 못한 광고로 소비자를 깜짝 놀라게 했던 펜타클이지만, 이들도 이렇게 뜨거운 반응이 나올줄 예상치 못했다고. 그래서 캠페인 담당자에게 직접 소감을 물었다.

1) 안녕하세요. 대한민국 최초 콘 아이스크림 ‘부라보콘’ 캠페인을 담당하게 된 소감이 어떠신가요?

광고 대행사에서 AE로 일하면서 다들 하나쯤 맡고 싶은 브랜드가 있을 거예요. 하지만 좋아하는 브랜드를 맡거나 누구나 아는 브랜드를 담당할 확률은 높지 않죠. 가끔 부모님이 “요즘 무슨 광고해?”라고 물어보세요. 요즘 브랜드는 전혀 모르시니까 그냥 “증권 광고요” “가전 광고해요”라고 하는데, 이번에는 “부라보콘 광고해요”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설명할 필요가 없었어요. 그게 부라보콘의 힘이니까요. 세대를 뛰어넘는 브랜드, 역사를 함께한 제품의 광고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광고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2) 이번 캠페인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제작한 포인트는 무엇이었나요?

아무래도 판매량을 높이는 것이 가장 큰 목표죠. 물론 장기적으로 브랜딩을 염두에 둔 광고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즉각적으로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 돈을 쓰는 경우가 많거든요. 저희가 기대했던 것도 소비자가 아이스크림 판매대 앞에서 부라보콘 광고를 떠올리고 구매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었어요. 왜 돈쭐내준다는 말이 있잖아요? 예전과 다르게 소비자는 기업의 작은 선행에도 관심을 갖습니다. 취지에 공감을 하면 돈쭐(돈+혼쭐·구매를 통해 기업을 응원하는 것)로 화답하고요. 이번 캠페인은 부라보콘의 판매 수익 중 일부는 ‘사랑의 달팽이’에 전달해 청각 장애인의 소리 찾기 지원 사업에 쓰이는데요. 패키지에도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사랑의 달팽이 로고를 새기기도 했습니다.

3)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일상에서 ‘수어’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데, 이번 촬영을 계기로 ‘만나요’ ‘사랑해요’ ‘데이트’ 등의 수어를 완벽하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실제 촬영장에서도 가수들을 비롯해 현장 스태프 모두가 부라보콘 CM송 가사에 맞춰 수어를 따라 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현장에 사랑의 달팽이 관계자분들이 아침 일찍부터 저희와 함께해 주셨는데요. 촬영 마치고 ‘많은 사람이 수어에 관심 갖도록 기획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하셨던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MINI INTERVIEW

이승태 국장 / 플래닝 1국
어느덧 광고 AE를 직업으로 한 지 15년 됐습니다. 수없이 많은 브랜드를 만나고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했지만, 이번 부라보콘 캠페인은 제게 광고 그 이상의 의미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광고 같지 않은 광고. 그래서 상업 광고로 지친 소비자 마음에 더 큰 울림을 줬던 것 같습니다. 특히 젊은 소비자에게 부라보콘 CM송이 꽤나 신선한 충격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번 캠페인은 광고인으로서 가장 오래 기억될 것 같습니다. 함께 부라보콘의 캠페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주신 해태 아이스크림 담당자분들과 팀원 모두에게 감사 인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임재욱 AE /플래닝 1국 2팀
광고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공익 목적을 가진 캠페인을 기획, 제작하면서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먹어 본 친숙한 부라보콘과 함께라 의미가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CM송’으로 인해 많은 사람에게 조용하지만 의미 있는 울림으로 남길 바라며, 부라보콘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아이스크림’으로 다시 한번 많은 사람에게 기억됐으면 합니다. 12시에 만나요, 부라보콘♬

이주현 AE / 플래닝 1국 2팀
광고를 준비하면서 처음 알게 된 부라보콘 CM송을 조금 특별한 버전으로 알릴 수 있게 돼 즐거웠습니다. 상업 광고임에도 불구하고, 공익적 요소를 녹여 기획은 물론 실제 제작까지 진행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제게 좋은 기억과 추억을 준 광고인만큼, 더 많은 분에게 좋은 광고로 기억됐으면 합니다.

김도영 AD / 크리에이티브실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CM송’ 캠페인이 나온 이후 좋은 반응과 응원의 댓글에 너무 감사했지만, 실제 농인이 달아주신 댓글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반가우면서도 신기하고 울컥하고, 이런 광고를 만들어주신 분께 감사드려요”라고요. 좋은 광고 만들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광고 만들겠습니다. 12시에 만나요!

전혜성 프로 / 해태 아이스크림 마케팅팀
부라보콘 CM송은 워낙 유명하니까 누구나 흥얼거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누구에게나는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더 많은 분이 저희 제품을 인식할 수 있도록 이번 캠페인을 기획했습니다. 그리고 청각 콘텐츠 접근이 어려운 장애인과 그렇지 않은 비장애인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수어로 노래 가사를 전달했습니다. 저희의 진심을 더욱 진정성 있게 전달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