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적 형태 표현을 통한 감성 타이포그래피 (2/3)
지난 호에서는 디지털 환경에서의 타이포그래피 사용 형태와 타이포에 그래픽이 가미될 때 전달되는 감성에 대해 알아봤다. 그렇다면 전체 내용을 함축한 타이포그래피의 의미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번 글에서는 타이포그래피 의미적 형태와 이에 따른 감성 전달에 대해 살펴보자.
- 디지털 환경에서의 감성 타이포그래피에 대하여
- 의미적 형태 표현을 통한 감성 타이포그래피
- 행동적 형태 표현을 통한 감성 타이포그래피
타이포그래피에 있어 디자인적 모티브가 되는 것들은 많이 있을 수 있으나, 그중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고 싶은 것은 바로 단어나 문장이 지닌 의미가 아닐까 싶다. 즉 단어나 문장이 지닌 의미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인가가 타이포그래피의 핵심이자 가치라 여겨진다. 예를 들어 사랑이라는 단어를 보면 이것이 단순한 문자 정보로만 보이게 됐을 때 연인 간의 애틋한 사랑을 뜻하는지, 아니면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을 뜻하는지 그 외에 다른 사랑을 뜻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이러한 이유로 타이포에 그래픽이 결합됨으로써 단어가 지닌 의미를 보는 이로 하여금 제대로 전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타이포그래피는 단순히 조형적으로 아름답게 보여주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 아닌, 단어나 문장이 지닌 의미를 디자인의 힘을 빌려 제대로 된 감정이입이 가능케 하는 데 첫 번째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한 의미에서 볼 때 디자이너가 타이포그래피 작업을 진행함에 있어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해석해 이를 어떠한 방식으로 시각화할 것인지 생각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선행돼야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마케팅을 중점으로 하는 디지털 매체의 타이포그래피에서는 더욱 집중해야 할 부분이라 여겨진다.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여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관심과 주목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하나의 정보를 제공한다는 단순한 사고에서 벗어나 소비자와의 대화를 어떠한 방식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타이포그래피를 통해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대화를 통해서도 사람을 실망시키기도 하며 감동시킬 수도 있는데 그것은 듣는 사람이 대화를 통해 어떠한 감정과 기분을 느끼느냐에 달려있다. 아무리 좋은 의미의 말이라도 전달하는 사람이 기계적인 감정을 가지고 전달한다면 이를 듣는 사람이 감정이입 되거나 동화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소비자의 감정을 제대로 이끌어 내기 위해서 단어나 문장이 지닌 올바른 감성의 의미를 시각화하기 위한 방법들을 하나씩 알아보고 타이포그래피에 있어 의미의 시각화가 갖는 힘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두 작품은 추상적인 의미의 단어지만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두 단어의 의미를 타이포그래피의 힘을 빌려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인 것 같아 예시로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워크룸에서 제작한 ‘혜화동 1번지 5기 동인 봄 페스티벌: 나는 나르시시스트다’는 어찌 보면 철학적으로 접근한 타이포그래피로서 자기 자신에게 애착한다는 뜻을 지닌 나르시즘에 대한 의미를 글자의 배열을 통해 구체화 시켜주고 있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자신에 대한 애착의 표현을 ‘나’자와 나르시스의 ‘나’자 그리고 나르시스의 ‘시’와 ‘스’를 서로 마주 보게 배치시켜 거울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을 형상화시켜 놓았다.
또한 ‘나르시스’라는 단어를 ‘나는’과 ‘스트다’로 감싸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의미를 함께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글자의 컬러 역시 붉은색으로 지정해 자신에 대한 애착의 감정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추상적인 의미의 타이틀이라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쉽지 않은 것이었겠지만, 디자이너가 타이틀 속에 담긴 의미에 대한 진중한 고찰이 선행됐었기에 이러한 표현이 가능했을 것이라 여겨진다.
2011년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 정기회원전 ‘독설’ 포스터 역시 ‘남을 해치거나 비방하는 모질고 악독스러운 말’을 뜻하는 독설(毒舌)이라는 단어를 그 의미에 맞게 잘 표현해낸 작품이다. 글자에 입체감을 부여시켜 위태스럽고 위험해 보이는 낭떠러지의 모습을 보여 줬다. 독설에 대한 위험성을 강렬하고 힘있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 작품을 통해 알 수 있듯 추상적이며 주관적 의미가 반영된 단어를 설명하는 데 있어 글이나 말로 표현하는 것보다 단어가 지닌 의미를 심도 있게 전달해 줄 수 있는 힘을 지니게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의미에 대한 해석을 어떻게 타이포그래피 속에 접목시켜 효과적으로 풀어낼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체계적인 방법론이나 아이디어 도출 방법이 있다면 그것을 모델로 해 적용하면 쉽게 해결될 문제겠지만, 이것을 쉽게 해결해 줄 방법들은 논리적이거나 기술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다만, 어떠한 시각과 사고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작업 결과물의 차이가 달라지는 것 같다. 즉, 디자이너가 소비자나 상대방에게 단순한 정보를 전달한다는 마음가짐에서 벗어나 그 의미를 충실하게 전달하기 위해 깊이 있는 고민이 선행됐을 때 그러한 것이 가능할 것이라 여겨진다. 물론 어떻게 보면 원론적인 이야기일 수 있겠으나 이 원론적인 이유가 바로 크리에이티브의 원천이 되는 것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나의 예로 필름 카메라를 이용해 사진을 찍던 시절에는 사진들을 사진관에서 인화해 앨범에 보관했다. 꺼내보고 싶을 때 꺼내보며 지난 추억들을 회상하곤 했었다. 하지만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쉽게 사진을 찍는 대신 사진 데이터를 담은 외장 하드나 컴퓨터가 망가져서 잃어버리는 경우, 어디에 사진 데이터를 뒀는지 기억을 못 해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어떻게 하면 소중한 사진들을 잘 간직할 수 있을까 하는 개인적인 고민 끝에 고안해 낸 개인적인 프로젝트 하나가 있다.
바로 ‘TIME & MEMORY’라는 나름의 이름을 붙인 프로젝트로서 사진들을 가지고 작품과 연결시켰다.


내게 소중한 지인들의 사진을 찍을 때 아무 의미 없이 찍는 것이 아닌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숫자를 손으로 들게 한 후 촬영했다. 이것을 여섯 장의 장면으로 연결시켜 만든 타임 인터랙션 작품이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사람들이 들고 있는 숫자가 현재 시간을 가리켜 주고 있으며 사진 속의 사람들은 계속해 랜덤하게 바뀌는 방식으로 제작했다.
즉, 내게 소중하고 가까운 지인들을 바쁘다는 핑계로 그 소중함을 잊어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늘 그들에 대한 소중함을 잃지 말자라는 개인적인 생각에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렇게 찍은 사진들은 그저 한 장의 사진이 아닌 작품을 이루는 데 중요한 데이터가 되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후 사진을 잃어버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처럼 어떠한 고민을 통해 접근하느냐가 좋은 크리에이티브를 만드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를 결정하는 것 같다.

어느 특정한 날만 빈민 아동들에 대한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나눔이 아닌 물질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늘 그들을 생각하는 것이 진정한 나눔이라는 의미로 제작했던 작품이다.
다시 타이포그래피로 돌아와서 이야기해 보도록 하자.



여기 ‘오래된 기억’이라는 타이포그래피에는 고민의 횟수가 결과물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우선 첫 번째 것은 단순히 문자 정보로서의 글자이고 두 번째 것은 개인적인 기억이라는 의미와 서정적 의미 부여를 위해 명조체로 변화시켰다. 그리고 세 번째는 기억의 시간차를 대입시키기 위해 글자 투명도를 조절해 시간적 공간감을 이끌어 냈으며 마지막은 블러 처리해 희미한 기억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이처럼 간단한 문구이지만 고민의 깊이에 따라 결과물이 변화되고 또 그 변화만큼이나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더 많은 감정을 이끌어 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독성과는 상관없이 의미적 표현의 측면에서 작업했던 작품들을 몇 가지 소개해 보고자 한다.
나누다
한글 ‘나누다’를 모티브로 제작했던 작품으로 ‘나누다’의 그 본 의미대로 글자를 획으로 나누어 보았더니 네 명이 웃고 있는 얼굴의 모습이 나왔다. 즉 한 명이 나누면 네 명이 웃을 수 있고 두 명이 나누면 여덟 명이 웃을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나와 너에 대한 생각
너의 실수는 따듯한 심장으로 나의 실수는 차가운 머리로 생각하자는 의미로 제작한 작품으로 스스로의 잘못에 대해서는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상대방의 실수에 대해서는 마음으로 관대하게 생각하자는 의미의 작품이다.
이웃
돌담장에 있는 돌의 모양을 글자의 모양에 대입시켜 표현한 것으로써 이웃과 경계져 있는 돌담을 걷어내고 마음을 열어 다가가면 이웃이 꽃과 같은 의미가 될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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