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플리’는 어떻게 조회 수 3억 뷰가 넘는 웹드라마가 됐을까?
공감, 스토리, 캐릭터가 잘 맞아떨어지면.
‘연플리’라는 말, 혹시 들어보셨나요? 연플리는 한 웹드라마 제목의 줄임말로 요즘 20대 사이에서는 모르는 사람을 찾는 게 더 힘들 정도로 핫합니다. 2017년 3월 ‘연애’라는 소재로 시즌1을 처음으로 선보였고 시즌1이 SNS상에서 큰 공감을 얻으며 빠르게 화제를 모으자 2017년 6월에 시즌2를 선보였던 ‘연애플레이리스트’라는 웹드라마(이하, 연플리)입니다.
연플리는 네이버TV, 유튜브, 페이스북 채널을 통해서 퍼블리싱 됐는데요. 에피소드당 평균 520만 뷰를 기록하고 두 시즌을 통틀어 560만 개의 공감, 댓글, 공유 등이 일어나는 등 그야말로 ‘대박’이 터졌습니다. 바이럴 되는 콘텐츠 덕분에 ‘채널 파워’도 덩달아 가지게 되었는데요. 연플리 페이스북 페이지 계정은 1년 만에 150만 명(해외 포함시 295만 명)이 팔로워 하는 국내 대표 콘텐츠 채널이 되었고 유튜브는 64만 명(해외 포함시 82만 명)의 구독자를 이끌어내며 글로벌 팬층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인기 덕분에 네이버TV, 유튜브, 페이스북 채널을 통한 시즌1, 시즌2 글로벌 누적 조회 수는 2017년 8월 말 기준으로 3억 뷰를 돌파했습니다. 국내에서 제작된 웹드라마 중에서 누적 조회 수 3억 뷰가 넘은 웹드라마는 ‘연플리’가 처음이었습니다. 연플리는 시즌2로 끝났지만 그 이후로도 인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7년 8월 말에 진행된 연플리 팬미팅에서는 1만 2,000여 명의 글로벌 팬들이 배우들의 팬미팅을 신청하면서 높은 인기를 다시 한번 증명했고 연플리가 새롭게 선보이는 시즌3 ‘옐로우’의 1화 페이스북 영상은 조회 수 270만, 좋아요 10만, 공유 2만(2017년 9월 23일 기준)의 기록을 세우며 시즌1, 시즌2의 팬들을 그대로 흡수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니클로는 연플리의 인기를 활용해 대학생들을 겨냥한 컬래버레이션 광고를 선보이기도 했고 브라더수와 우주소녀 연정의 ‘서툰 고백’, 폴킴의 ‘있잖아’, 김나영의 ‘그럴걸’ 등 연플리 OST까지 음원 차트 20위권 내에 안정적으로 자리하는 등 사랑을 받으며 웹드라마 OST로는 보기 드물게 음악 차트 Top 100에 입성하는 기록도 세웠습니다. 어떻게 ‘연애플레이리스트’는 대박 인기로 글로벌 누적 조회 수 3억이 넘는 웹드라마가 될 수 있었을까요?
BRAND & TREND
① 10대, 20대를 가장 잘 아는 서비스들이 뭉쳤다
많은 분들이 연플리를 보면서 ‘과연 어떤 곳에서 이런 대박 작품을 만든 걸까?’라는 생각을 했는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연플리는 ‘네이버’가 만든 오리지널 작품입니다. 정확한 표현으로는 네이버의 자회사인 ‘스노우’와 ‘네이버웹툰’이 힘을 합쳐 만든 작품이죠. 네이버는 스노우와 네이버웹툰을 자회사로 두고 있습니다. 스노우는 동물 가면이나 애니메이션 캐릭터 같은 다양한 필터를 활용해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동영상 SNS입니다. 요즘 10대, 20대 사이에서는 다른 어떤 앱보다 스노우앱이 ‘필수 앱’으로 불리면서 그들의 삶에 밀착되어 있는 서비스가 되었습니다. 네이버웹툰은 국내 1위 온라인 웹툰 플랫폼으로 네이버 안에 있다가 2017년 5월 ‘네이버웹툰(NAVER WEBTOON)’이라는 이름으로 분사했죠. 네이버웹툰 역시 10대, 20대 사이에서 필수 앱이자 가장 열심히 즐기는 온라인 콘텐츠로 손꼽히고 있죠.
스노우는 동영상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에게 맞는 새로운 서비스를 계속 준비하고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스노우의 다운로드 수는 글로벌 2억을 돌파할 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사진이나 동영상 필터 앱의 수익모델이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고 유행에 따라 서비스의 흥망성쇠가 급격히 바뀌는 카테고리이기에 고민이 깊었던 것 같습니다.
네이버웹툰 역시 국내 온라인 웹툰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독립적인 회사가 된 이상 추가적인 ‘히트 상품’을 통한 매출 증대가 필요해지게 되었습니다. 이에 스노우와 네이버웹툰은 스노우앱과 웹툰 서비스를 통해 얻은 젊은 세대에 대한 깊은 인사이트를 ‘콘텐츠 시장’에서 풀어보는 시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스노우는 채널을 통한 바이럴에, 네이버웹툰은 콘텐츠 시장에 대한 이해에 큰 강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스노우앱은 특별한 광고 없이 오직 SNS만으로 초기 바이럴을 만들어내며 글로벌 2억 다운로드라는 신화를 만들어냈고 네이버웹툰은 흥행 웹툰 작품을 ‘셀렉’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죠. 채널 바이럴 역량과 흥행 콘텐츠를 메이킹하는 능력이 합쳐지게 되었고 그리하여 만들어진 동영상 스튜디오가 바로 ‘플레이리스트’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그 첫 시도가 바로 ‘열일곱’이라는 웹드라마였습니다.
열일곱은 순수하고 무모했던 고등학생 시절의 연애이야기를 다룬 웹드라마입니다. 플레이리스트 스튜디오의 첫 웹드라마였지만 네티즌들의 반응은 매우 좋았습니다. 사랑에 대해 서서히 알 법한 ‘열일곱’이라는 특정한 나이에 맞춰 10대에게는 지금의 내 이야기를, 20대에게는 고등학교 학창시절의 추억을 보여주며 그들이 ‘진짜로’ 공감할만한 고등학생 연애 스토리를 담았기 때문입니다. 10대와 20대의 감성을 제일 잘 알고 있는 서비스들에서 만든 콘텐츠다웠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젊은 세대가 제일 공감할지, 어떤 스토리를, 어떤 캐릭터가 끌고 나가야 할지를 잘 풀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SNS를 통해 공개한 에피소드들이 평균적으로 400만 이상의 뷰를 끌어모으며 성공의 단초를 마련했고 에피소드1 영상은 페이스북에서 930만 뷰를 기록하며 페이스북에 유통된 영상 콘텐츠 중 가장 높은 뷰를 기록했습니다.
‘열일곱’을 통해 콘텐츠에 대한 확신을 갖게된 플레이스튜디오는 곧바로 20대의 연애를 본격적으로 다룬 ‘연애플레이리스트’ 시즌1을 선보이게 됩니다. 그 결과 시즌1은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렸고 시즌2까지 제작된 뒤 이제는 ‘옐로우’라는 새로운 시즌의 온에어가 시작되었습니다.
또 연플리가 대박을 터트릴 수 있었던 이유로는 웹드라마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네이버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2015년부터 네이버는 커지고 있는 동영상 콘텐츠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 일환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웹드라마’입니다. 만화 출판물을 온라인화해서 ‘웹툰’이라는 새로운 온라인 콘텐츠를 만들었던 것처럼, TV에서만 볼 수 있었던 드라마를 온라인으로 옮겨와 ‘웹드라마’라는 새 장르를 개척하고자 했죠.
이를 위해 네이버는 웹드라마 제작사 지원을 통해 웹드라마 콘텐츠가 제작되고 유통될 수 있는 데 큰 노력을 기울이고 지원하게 됩니다. 그 결과,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 ‘퐁당퐁당 LOVE’, ‘첫 키스만 일곱 번째’ 등 수 많은 웹드라마를 네이버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네이버는 수년에 걸친 이와 같은 지원 프로그램 운영으로 웹드라마 생태계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고 어떤 콘텐츠가 사용자들에게 반응이 좋은지 등을 파악하여 ‘반응력 있는 웹드라마’가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했습니다. 웹드라마 콘텐츠 분야에 대해 ‘노하우’가 생기게 된 거죠. 그리고 ‘연플리’에 그 노하우들이 응축되면서 ‘터지는 콘텐츠’가 되었습니다.
‘연플리’는 어떻게 조회 수 3억 뷰가
넘는 웹드라마가 됐을까?
② 신인배우들로 구성, 오직 ‘스토리’로 승부!
연플리에서 또 하나 찾을 수 있는 사실은 ‘스타’가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상 지금까지 좋은 성적을 거뒀던 웹드라마들은 ‘스타 파워’에 의존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EXO가 출연했던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 부터 최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악정 탐정스’ 역시 프로듀스 101 시즌2 출신의 연습생이 출연하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연플리의 배우들 대부분은 이번 작품으로 연기 생활을 시작한 신인 배우들입니다. 연플리 시즌1, 시즌2 모두 신인 배우들로 연기자들이 꾸려져 있고 그 기조는 이번 시즌3 ‘옐로우’까지 그대로 이어집니다. ‘옐로우’에서 김지훈 역을 맡은 김도완 씨는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14학번으로 이제 2학년을 마친 대학생이고 이여름 역을 맡은 김예지 씨는 21살로 동덕여대 방송연예과 16학번이죠. 두 배우 모두 연플리가 사실상 ‘데뷔작’입니다.
제작진은 흥행을 어느 정도 보장받을 수 있는 ‘스타 파워’ 대신 ‘공감’ 키워드를 선택했습니다. 필자는 스타 파워에 의존하지 않고도 이렇게 누적 수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신인 배우들의 훌륭한 비주얼(!)도 있겠지만 공감을 이끌어낸 스토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타들이 출연하는 경우는 ‘로망’은 될 수 있지만 ‘내 이야기’가 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현실성을 갖추기 어렵죠. 하지만 실제 대학생인 배우들이 나와 펼치는 진짜 대학생들의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 실제로 일어날 것 같고, 실제로 일어났던 일입니다. 어쩌면 내 이야기일 수도 있고 내 친구의 이야기일 수도 있는 거죠. 그 결과 20대 대학생들의 대공감을 이끌어냈고 대학생들을 웹드라마로 입문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③ 네이버 채널에서 벗어나 SNS를 공략
플레이리스트는 전적으로 네이버의 오리지널 콘텐츠이지만 네이버 채널에서만의 퍼블리싱을 고집하지는 않았습니다. 사실상 네이버는 콘텐츠를 친구들과 공감하면서 즐기기에 적절한 포맷은 아닙니다. 친구 관계가 네이버 안에서 형성되어 있지 않은 이상, 영상을 보고 난 뒤 그 느낌을 바로 친구에게 표현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툴’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플레이리스트는 과감하게 네이버 채널을 포기했습니다. 업로드는 했지만 주력 채널은 아니었던 셈입니다. 대신 젊은 층이 여러 관심분야를 공유하는 페이스북을 공략했고 SNS 공간에서 친구들에게 공유하고 친구를 소환하면서 콘텐츠 바이럴이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댓글을 통해 이 에피소드에 대한 ‘내 이야기’를 하는 10대, 20대 사용자들이 많다는 것도 다른 영상들과의 큰 차이입니다. 이 영상과 비슷한 경험을 했던 자신의 경험을 표출하기도 했고 캐릭터의 행동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또 친구들을 댓글창으로 소환하고, 대댓글로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간혹 남주(남자주인공)가 잘못했느니, 여주(여자주인공)가 잘못했느니 갑론을박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이런 노이즈 역시 바이럴의 주요인이 되었습니다.
마치며
모바일로도 편하게 볼 수 있는 ‘웹드라마’ 시대가 확실히 다가온 것 같습니다. 광고주들은 이제 스토리로 몰입력을 만들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웹드라마 포맷의 광고를 선호하고 있으며 연플리의 대박으로 젊은 층 사이에서 웹드라마의 소비 습관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웹드라마는 대부분 10분에서 15분 내외의 러닝 타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SNS에서 짧은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젊은 층의 습관이 그대로 반영되었죠. 또한 다운로드 없이 스트리밍으로 바로 보는 습관도 새로운 콘텐츠 소비 습관입니다. 음악도 그렇고, 영상도 그렇고 그야말로 ‘스트리밍’의 시대입니다.
연플리 케이스가 의미 있었던 이유는 ‘웹드라마’ 흥행 포인트에 대한 기준을 새로 세웠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의 웹드라마는 ‘인지도 있는 스타가 출연하면 조회 수가 올라갈 거야’라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제작사와 유통사들은 ‘스타 캐스팅’을 매우 선호했습니다. 이에 반해 웹드라마 콘텐츠가 퍼블리싱되는 채널에 대한 이해도나 그 채널에 있는 젊은 세대들이 화끈하게 반응하고 함께 소통하면서 놀 만한 소재가 무엇인지에 집중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신인 배우들만으로도 폭발적인 이슈를 만들어낸 웹드라마 ‘연플리’ 케이스에 대해서 배울 만한 점이 많지 않았나 싶습니다.
또한 연플리가 신인 배우들에게 등용문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상파 또는 케이블 드라마를 살펴보면 신인 배우가 자신의 얼굴과 연기를 알리기 상당히 어려운 구조입니다. 기성 스타 배우들이 계속 주조연을 차지하기 때문이죠. 이에 반해 가볍게 온라인에서 즐길 수 있는 짧은 웹드라마는 신인 배우들이 자신의 얼굴과 연기를 알릴 수 있는 최적화된 포맷입니다. 그런 포맷에 지금까지 웹드라마는 흥행력을 보증하는 아이돌 스타를 주로 주조연으로 세웠습니다. 하지만 연플리는 과감하게 신인 배우들로 연기진을 꾸렸고 신인 배우들이 세상에 알려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더 많은 웹드라마들이 시청자에게 많은 공감을 받으며 새로운 신인 배우들이 알려질 수 있는 최적의 포맷이 되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