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맞았을까?” 2024년 UI·UX 디자인 트렌드 예측 되돌아보기
AI부터 메타버스, 친환경을 넘어 글래스모피즘까지
지난 연말연시 UI·UX 디자인 업계는 다가오는 2024년에 인공지능(AI), AR·VR, 메타버스, 친환경 디자인 등 다양한 트렌드가 부상하고 업계를 선도할 것이란 기대와 전망으로 잔뜩 들떴다.
하지만 인생이 그렇듯 모든 일이 생각대로만 굴러가지 않는 법이다. 확실할 것이라 생각했던 예측이 보기 좋게 틀리기도 하고, 갑작스럽게 예상외의 변수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렇다면 지난 연말연시에 이뤄졌던 UI·UX 트렌드 예측 키워드들은 정말로 올해 업계를 선도했을까?
2024년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지금, UX 디자인에 특화된 에이전시의 목소리를 듣고 직접 지난 한 해 동안 각 트렌드가 실무에 끼친 영향과 활용 현황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예상대로 화제였던 AI
챗GPT를 기점으로 시작된 전 세계적인 AI 열풍에 많은 디자인 관련 기업과 UI·UX 디자이너는 올해 역시 AI가 생성형 AI 작업물, AI 접목을 통한 UX 향상, 디자인 업무 프로세스 단축 등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어도비는 올해 자사 제품에 어도비 파이어플라이를 기반으로 AI 기능 고도화를 선보였다. UI·UX 디자인 업무에 빠질 수 없는 피그마는 생성형 AI가 UI 디자인을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기능까지 발표해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그 결과 업계 실무자들 역시 올해 AI가 UI·UX 디자인 업계에 큰 영향을 줬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디지털 에이전시 이모션글로벌의 오성수 본부장은 “생성형 AI를 대부분의 프로젝트에 활용하고 있다”며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생성형 AI 기능을 직접 서비스하는 프로젝트도 있고, 기획, 디자인 요소들을 생성형 AI를 활용해 제작하는 프로젝트도 있다”고 답했다.
토탈 커뮤니케이션 그룹 와일리의 장윤석 실장 역시 “우리는 일반 콘텐츠 제작과 공고 콘텐츠 제작 모두에 AI를 활용하고 있다”며 “AI가 제작한 이미지 콘텐츠 데이터를 적용하는 프로젝트부터, AI를 사용해 광고 영상을 제작하는 프로젝트도 있었다”며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밝혔다.
하지만 사용성과 품질 측면에선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디자인 에이전시 A사 관계자는 “기대했던 효과인 작업 효율성 향상과 개인화된 사용자 경험 제공은 달성했지만, AI 생성 결과의 일관성과 창의적 디테일 부족으로 별도 보완 작업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장운석 와일리 실장 또한 “사람의 얼굴이 다른 형태로 변화한다거나, 디테일이 떨어지는 등 퀄리티 부분에 있어서는 정교함이 부족하고 일관성 있는 콘텐츠를 생성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기술 발전이 급선무인 AR·VR 메타버스
조금 대중의 관심이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있지만 AR과 VR 기술, 이 기술들을 활용한 메타버스는 작년 연말연시에 AI와 함께 새로운 형태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혁신적인 기술로 지목됐다.
실제 애플은 지난 2월 ‘공간 컴퓨팅’이란 용어를 내세우며 현실 확장의 도구로 헤드셋 고글 형태의 AR 기기 ‘애플 비전 프로’를 출시했다. 메타 역시 지난 9월 AR 안경 ‘오라이언’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런 신제품의 등장에도 아직 업계에선 AR VR 메타버스 기술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이들이 주류 기술로 자리 잡기 위해선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오성수 본부장은 “장기적으로는 중요한 트렌드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준비가 필요하나, 기술 발전이 선행돼야 하는 분야로 바라보고 있다”며 “현시점에선 기술적으로 많이 부족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메타버스와 AR 기술이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접근성 개선과 기술적 인프라 발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메타버스 콘텐츠의 퀄리티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디자인 에이전시 B사 관계자는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주는 신기술 분위기에 의존한 채 민망한 수준의 콘텐츠 서비스를 론칭하는 경우도 많다”며 품질 관리 향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진화한 마이크로 인터랙션
트렌드 예측이 거창한 신기술로만 이뤄졌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클릭, 텍스트 입력, 공감 표시 등 사용자의 행동에 따라 적절한 시각적 효과를 보이며 상호작용하는 ‘마이크로 인터랙션’이 올해 더욱 다양한 시도를 보일 것이라 예측하는 이들도 있었다.
간단명료한 평면 디자인이 늘어나고, 앱·웹 서비스 기술 고도화가 이뤄짐에 따라 사용자의 이목을 집중 시키기 위해 마이크로 인터랙션을 사용한 여러 시도가 있을 것이란 주장이었다. 그리고 이런 예측은 들어맞아 올해 마이크로 인터랙션은 디테일과 몰입감을 더욱 강화하는 요소로 활약했다.
대표적으로 LG CNS는 지난 10월 자사의 슈퍼앱 UI·UX 개발 도구 ‘프론티어 Live’ 출시에 있어서 모션 그래픽, 화면 전환, 애니메이션 버튼 등 앱에 적용할 수 있는 150여 개의 마이크로 인터랙션 기능을 최대 특징으로 내세웠다.
당시 LG CNS는 “앱 사용자에게 흥미롭고 개인화된 상호작용을 제공해 체류시간, 앱과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를 높이고, 자연스럽게 프로모션 참여율이나 구매 전환율 상승의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마이크로 인터랙션의 효과를 강조했다.
디자인 업계에 따르면 내년에도 마이크로 인터랙션의 활약은 지속될 전망이다. UX 전문 에이전시 라이트브레인은 “이제 마이크로 인터랙션은 사용자들의 행동에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을 높이는 요소로 진화했다”고 전했다.
아직은 갈 길이 먼 친환경 UI·UX 디자인
여러 트렌드 키워드 예측이 적중했지만, 올해 업계가 엇갈린 반응을 보인 트렌드 키워드도 존재한다. 바로 ‘친환경 UI·UX 디자인’다.
지난 몇 년 동안 각종 기상 이변 등 환경 오염에 따른 문제들이 표면 위로 부상하면서 여러 업계에서 지속 가능성, 친환경, ESG 요소들이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UI·UX 디자인 업계 역시 마찬가지였다. 수년 동안 국내외 여러 UI·UX 디자이너가 다크모드, 폰트 최적화, 이미지 영상 최소화, 내부 구조 개편 등을 통해 친환경 디자인을 실현시키고자 노력했다.
대표적으로 포털 사이트 네이버는 정부와 연계한 공인 전자문서 중계 서비스 ‘네이버 전자문서’를 포함해 디지털 친환경 정책 ‘네이버 그린 계획’을 통해 4만1000그루의 나무, 1억 5000만 리터의 물, 3648톤의 탄소 배출을 절감했다는 디지털 친환경 효과를 내세우고 있다.
‘카카오톡’을 서비스 중인 카카오 역시 불필요한 데이터 전송 최소화 기능, 영상 화질 조절 설정, 카카오톡 다크 모드 테마, 카카오톡 모바일 청구서 등을 앞세운 그린 디지털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업계에선 단순히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머무르는 것을 넘어 깊이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성수 본부장은 “다크모드를 반영하는 등의 우회적 반영은 대부분 하고 있으나, 일부 신사업 프로젝트를 제외하면 프로젝트의 레거시가 있기에 적극적인 반영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고 답하면서 친환경 디자인 실천의 한계를 토로했다.
평면 디자인 속에서 떠오른 3D 디자인 요소
간단명료한 평면 디자인을 벗어나 ‘엑소노메트릭 디자인’과 같은 3D 디자인 요소가 더욱 주목을 받을 것이란 예측도 있었다. 넓이와 깊이 그리고 높이가 더해진 디자인은 쉽게 이목이 쏠리는 것은 물론, 사용자에게 더욱 생생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예측대로 올해 3D 디자인 요소는 여러 UI·UX 디자인 작업에서 사용자 경험을 강화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대표적으로 세계적인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는 전 세계의 숙소 호스트 사용자들이 혼동 없이 자신의 숙소 요소를 선택할 수 있게끔 3D 디자인을 적극 활용했다. 이를 통해 사용자들은 방의 각종 요소나 시설 공간을 추가할 때 텍스트를 읽지 않아도 3D 이미지만 보면서 숙소의 세부 사항 리스트를 완성할 수 있다.
기존에도 뛰어난 UI·UX 디자인과 사용성으로 유명했던 토스의 경우, 3D 그래픽의 시각적 임팩트에 주목했다. 입력한 이미지를 기반으로 다채로운 고품질 3D 그래픽 이모지를 생성하는 사내 AI 이미지 생성기 ‘토스트(TOSST)’를 선보여 큰 주목을 받았다
3D 디자인 요소를 덕분에 UX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었다. 오성수 본부장은 “주체적인 서비스 사용 경험을 위해 프로필 영역을 제작했을 때 사용자가 프로필 이미지에 적극적이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며 “이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로 프로필 이미지를 30여개의 3D로 제작해 간편하게 프로필을 교체할 수 있도록 해 사용자의 만족을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과도한 3D 요소 사용은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영주 청운대학교 멀티미디어학과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트렌드라는 이유로 꼭 3D 요소를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너무 많은 3D 디자인의 사용은 오히려 사용자의 시각을 분산시키고 혼란을 가중할 수가 있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엑소노메트릭 디자인이란?
2차원의 평면에 3차원의 물체를 표현하는 데 사용하는 투영법이다. 일러스트 디자인 이외에도 아이콘 디자인, 로고 디자인, 버튼 디자인 등 다양한 디자인에 사용된다.
유행을 넘어 우려까지 나온 글래스모피즘
작년 많은 UI·UX 디자이너가 ‘글래스모피즘(Glassmorphism)’을 2024년을 선도할 디자인 스타일로 꼽았다. 글래스모피즘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유리의 특성에서 따온 디자인 스타일로, 모든 요소가 반투명 또는 투명한 모양을 갖는다. 디자이너들은 미니멀리즘에 어울리는 미래지향적 외관, 화려한 배경이나 색상에서도 활용 가능한 높은 호환성 등을 언급하며 글래스모피즘을 차세대 디자인 스타일로 선택했다.
업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글래스모피즘 사용 선두 주자는 애플이다. 애플은 2020년 WWDC에서 새로운 맥 OS 버전과 함께 본격적인 글래스모피즘 디자인을 선보인 이후, 2024년 비전 프로의 UI 디자인에도 글래스모피즘을 적용할 정도로 오랫동안 글래스모피즘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2024년 UI·UX 업계에선 단순 글래스모피즘 유행을 넘어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제대로 된 이해 없이 무분별한 글래스모피즘 스타일 사용이 화를 불러오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대표적으로 UI·UX 디자인의 대가인 닐슨 노먼 그룹은 지난 6월 공식 블로그를 통해 “글래스모피즘은 신중하게 사용하면 디자이너가 시각적 계층 구조와 깊이를 효과적으로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시각적 디자인 원칙에 대한 이해 없이 과도하게 사용하면 상당한 접근성 및 사용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래스모피즘이 변형되고 초창기와 다른 성격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오성수 본부장은 “글래스모피즘은 2020년 전후에 짧은 수명을 다하고 끝난 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며 “작금의 글래스모피즘은 아이콘이나 비주얼 요소에 적용되는 트렌드보단 공간적 분기의 기법으로 사용되는 상황이다. 지난 트렌드와 같다고 동일시하면 위험하고 보다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치며
종합해 보면 지난 연말연시에 제시됐던 트렌드 키워드 중 일부는 실제로 업계 전반에 걸쳐 널리 활용되며,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예상만큼 업계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 트렌드도 있었다. VR·AR 메타버스 경험의 대중화나 지속 가능한 친환경 UI·UX 디자인이 그러했다.
결국 이번 되돌아보기는 완벽한 트렌드 키워드 예측은 존재하지 않으며, 트렌드를 맹신하기보다는 트렌드를 탐구하는 과정 속에서 가능성과 자신만의 디자인 가치관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