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하는 사람을 수집합니다, 수집자들
인스타그램에서 모은 수집자들의 인터뷰집

수집자의 자격은 다음과 같다. 무엇이든 ‘한 가지’를 ‘꾸준히’ 모으는 것. 예컨대 우표를 모으는 사람을 우표 수집자라고 부르지, 화폐 수집자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그리고 무언가를 수집하더라도 일시적으로 이뤄진 행위는 한때의 사건일 뿐이다. 수집을 포함한 어떤 행위든 지속적으로 이뤄질 때 비로소 일상이 되고 정체성을 형성한다.
‘수집자들’은 그와 같은 수집자의 인터뷰를 모은 책이다. ‘왜 그것을 수집하는가’와 ‘왜 그걸 계속하고 있는가’라는, 앞서 말했던 수집자의 자격을 향한 두 가지 질문이 프로젝트의 근간이다. “개인의 기호와 관심사를 매개로 타인과의 접점을 찾습니다” 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옆집옥상’의 공간에서 인터뷰집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옆집옥상’은 시각예술 관련 작업을 하는 1인 스튜디오 겸 출판사다. 서울 문래동에 있는 동명의 공간에서 작업물을 공유하거나 워크숍을 진행하는데, 그 첫 번째 일정이 자신의 수집품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그만큼 수집과 기록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자신과 같이 무언가를 수집하는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고, 이들을 기록하기 위해 동료 디자이너와 리서치&아카이브 팀을 결성했다.
한 손에 들어오는, 세계에서 가장 큰 전시장

수집자들을 수집한 장소는 인스타그램이다. 인스타그램은 이미지와 타임라인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수집과 기록을 하는 이들에게는 매우 용이한 매체다. 또 소셜미디어라는 특성은 수집자가 자신의 수집품을 전시하는 데에 들어가는 여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춘다. 이로 말미암아 지금도 인스타그램에서는 수많은 수집자의 전시회가 진행되는 중이다. 옆집옥상 또한 ‘온갖 수집자들’이라는 계정에서 자신이 수집한 수집자를 소개한다.
연결될수록 지속가능하다
수집은 개인적 차원에서 만족감을 준다. 하지만 그것을 전시라는 행위로 확장하면 수집자는 또 다른 수집자와 연결될 수 있다. 수집이라는 행위가 소통의 매개체로 기능하면서 수집자가 얻는 만족감은 사회적 차원으로 확장된다. “당신도 그걸 모으나요? 저도 그걸 모으고 있어요” 혹은 “당신은 그걸 모으나요? 저는 이걸 모으고 있어요” 같은 식이다. 옆집옥상이 인터뷰한 수집자 중에서도 이러한 부분에서 가치를 찾는 사람이 많았다.
물론 의외의 답변도 있었다. 몇몇 수집자는 “당신에게 수집이란 어떤 의미냐”라는 질문에 “나는 내가 하는 일이 수집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말하기 어렵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멸치 수집자는 인스타그램 피드가 일종의 달력이다. 평일엔 멸치를 올리고, 휴일엔 빨간 도미를 올린다.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그런데 이 계정의 팔로워는 무려 5만 명이 넘는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이미지를 가지고 오프라인 전시도 한다. 일본에서는 이미 유명인사다.
이런 현상에 대한 당사자의 생각도 흥미롭다. 멸치를 수집하는 일에 의미를 두지 않는 건 똑같지만, 그것들을 통해 나름대로 무언가를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만큼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옆집옥상 박선엽 매니저는 그 말을 듣고 ‘아, 이 사람, 예술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같은 수집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방식으로 넓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이걸 예술이라 부르지 않으면 달리 뭐라고 규정할 수 있는 범주가 없다.
그러니까 수집자에게는 다른 사람들과 관계하는 방식이 수집인 셈이다. 설사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혹은 그것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모를지라도, 수집하는 행위를 통해 누군가와 연결되는 즐거움은 수집자와 수집자 그리고 그러한 행위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 사이 어딘가에 분명히 존재한다. 바로 이 ‘연결되는 즐거움’은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만든 두 가지 질문 중 하나인 ‘왜 그걸 계속 하는가’에 대한 답이라고 할 수 있다.
수집하고 소개하고 인터뷰하고

온갖 수집자들 계정은 현재 268명의 수집자를 팔로우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47명을 피드에 소개했고 30명과 인터뷰해 책으로 묶었다. 쉽게 썼지만 그 과정이 원활하진 않았다. 수집자를 찾는 것부터 고난의 행군이었다. 예를 들어 ‘맨홀 사진을 찍고 다니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면 그와 관련된 해시태그를 모두 뒤진다. 그렇게 찾아낸 다음에는 수집자의 팔로우 목록을 살핀다. 반복 노동 끝에 얻은 노하우다. 그래도 소셜미디어와 수집자 네트워크 사이의 상관관계를 생각해보는 계기도 됐으니 얻은 게 없지는 않았다.
수집으로 읽는 삶의 태도
내실 있는 책을 만들 수 있을지 걱정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 자기소개 같은 공통 질문이나 지면 문제 등으로 수정·삭제되는 질문을 고려하면 정작 개별 수집자에 관한 내용이 부족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책 한 권에 서른 명의 인터뷰를 싣는 것이 맞는지도 고민했다. 인터뷰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하다보니 질문을 정교하게 다듬는 일이 어렵기도 했다. 하지만 걱정이 무색하게도 여러 수집자들이 좋은 답변을 들려줬다. 수집에 대한 열정, 즐거움 등 자신만의 진지한 태도를 자세하게 풀어놓은 것이다. 단순히 인스타그램의 이미지만 봤을 때는 절대 알 수 없는 내용이었다.
이는 박선엽 매니저가 책 제작 프로젝트를 위한 텀블벅 펀딩을 소개하는 글에서 “이 책을 통해 세상의 매력적인 수집자들의 온갖 수집물과 수집에 대한 열정, 원동력, 즐거움 등이 전달되기를 바라고, 나아가 수집과 기록의 즐거움 그리고 강렬한 영감 또한 나눌 수 있기를 기원한다”라고 쓴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그러한 목표가 오직 책으로만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책 제작 프로젝트와는 별개로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수집자들을 수집하고 소개하는 작업 역시 계속될 예정이다.
‘수집자들’을 재밌게 읽는 법

‘수집자들’을 재밌게 읽는 법을 묻자 돌멩이 수집자의 답변 중 하나를 대신 들려줬다. 그는 길을 걷다가 돌을 보면 그것이 자기 눈에 발견된 바로 그 순간을 마냥 흘려보내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때마다 돌을 주웠다고. “사실 이건 돌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더라고요. 뭐랄까, 순간을 대하는 태도 같은 것. 다른 사람들은 매 순간을 어떤 마음가짐과 태도로 살고 있는지 생각하면서 읽으면 재밌지 않을까요” 남은 하나의 질문, ‘왜 그것을 수집하는가’에 대한 답이 그 말 속에 있었다.
30인의 수집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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