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기획에 겸손함이 필요한 이유 [UXer의 오답노트③]
조충근 프리윌린 디자인기획총괄 인터뷰
UX 일잘러가 되고 싶다고요? 다른 회사 직원들은 어떻게 일하는지 궁금하다고요? <디지털 인사이트>가 UX 실무자 인터뷰 시리즈 [UXer의 오답노트]를 진행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문제 해결 과정이죠. 먹기 좋게, 핵심만 깔끔히 정리했습니다. 다양한 실전 노하우를 확인해 보세요.
SYNOPSIS
이걸 없애? 말아?
지난해 중순이다. 조충근 프리윌린 팀장의 고민이 한창이다. 기능 하나를 두고서다. 사용자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개발했는데, 사용률이 영 저조했다.
프리윌린은 국내 1위 수학 문제은행 플랫폼 ‘매쓰플랫’을 운영하는 에듀테크 기업이다. 조 팀장은 매쓰플랫의 디자인기획을 총괄하고 있다. 교사와 학생이 어떻게 하면 서비스를 더 편하게 사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게 그의 역할이다.
문제가 된 기능은 ‘유형분석표’다. 학생이 ‘전혀 이해하지 못한 유형’에는 빨간색 울상 아이콘을, ‘완전히 이해한 유형’에는 초록색 스마일 아이콘을 붙이는 식으로 학생의 유형별 성취도를 색상으로 나타낸 페이지다. 취약 유형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사의 큰 호응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팀 차원에서 기능의 존폐 유무를 두고 고민이 이어졌다.
조 팀장은 생각했다.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사용 방식이 존재하는 건 아닐까?’
이를 파악하기 위해 매쓰플랫을 이용 중인 학원 교사를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실제 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이 과정에서 유형분석표가 어떤 식으로 활용될 수 있을지를 면밀히 살폈다.
그 결과 한 가지 가설이 도출됐다. 유형분석표 페이지에 ‘교재별 필터’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다. 논리는 이렇다. 학원에는 다양한 학교의 학생들이 모인다. 그리고 학교마다 사용하는 교재가 다르다. 교재마다 핵심 유형이 상이하기 때문에 맞춤 지도를 위해선 교재별 유형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니 유형분석표에 교재별 필터 기능을 추가한다면 교사의 활용도가 훨씬 높아질 것이다.
가설은 적중했다. 유용하다는 교사의 반응이 잇따랐다. 문제 출제 기능과 연동하는 등 추가적인 보완을 거쳐 지난해 11월 유형분석표 기능을 새롭게 출시했다. 현재 유형분석표는 교사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기능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INSIDE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에듀테크 기업 프리윌린의 조충근 디자이너입니다. 수학 문제은행 플랫폼 매쓰플랫의 디자인기획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유형분석표 기능을 개선하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나요?
유형별로 성취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 건 선생님 입장에서 굉장히 매력적인 부분이에요. 처음에는 기대보다 사용량이 적어서 기능을 잠정 중단하기도 했지만, 이 강점을 기반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른 사용성이 분명 존재할 것이라 판단하고 개선 프로젝트에 착수했어요.
고객 인터뷰는 어떤 식으로 진행했나요?
저희 서비스를 오랫동안 이용 중인 선생님들께 조언을 구했습니다. 특히 해당 기능을 어떤 맥락에서 사용할 수 있을지 염두에 두고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마침 중간고사 시즌이었는데요. 한 선생님이 그러시더라고요. 교과서마다 중요한 문제 유형이 달라서 애들 시험 문제 짜는 게 쉽지 않다. 거기서 실마리를 얻었어요.
이번 프로젝트에서 배운 점이 있다면?
역시나 가장 중요한 건 유저 스토리 발굴입니다. 만약 어떤 기능을 개발했는데 고객이 외면한다면 고객이 유저 스토리에 공감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커요. 때문에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기능의 활용 방안을 찾아볼 필요가 있죠. 이때 고객 인터뷰가 큰 도움이 되고요.
평소에도 고객 인터뷰를 자주 하시나요?
그럼요. 교사 입장에서 매쓰플랫은 사실 생업의 수단이거든요. 제품이 불편하면 업무 자체에 큰 타격을 받게 되니 애정 어린 쓴 소리를 많이 해주세요.
고객 인터뷰를 통해 기능을 보완한 또 다른 사례가 있다면?
대형학원 원장님을 인터뷰할 때인데요. 대뜸 그러시더라고요. 일괄 보고서 생성 기능을 만들어 달라고요. 매쓰플랫에서는 학생의 시험 결과를 토대로 보고서를 만들 수 있어요. 클릭 한번이면 되긴 하지만 원생 수가 수백 명을 넘어갈 경우 버튼을 클릭하는 데만도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이야기였죠. 그래서 직접 해봤어요. 확실히 번거롭더군요. 그래서 지난해 그룹형 보고서 기능을 개발했습니다. “내가 이걸 몇 번을 클릭해야 하는지 아느냐?” 라던 원장님의 따끔한 목소리가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웃음).
학생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게임 요소(게이미피케이션) 도 활용하시나요?
계획은 있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거라고 생각해요. 공부는 원래 그냥 괴로운 일이거든요. 플랫폼이 학생의 열의를 독려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게 지론입니다. 대신 선생님이 학생에게 동기부여를 심을 수 있도록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는 편입니다.
매쓰플랫의 UIUX 톤앤매너는 뭔가요?
‘복잡도를 덜어내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희 서비스에는 다양한 고객 페르소나가 존재해요. 수업 준비, 진행, 관리를 모두 아우르는 서비스인 데다가 학교인지 학원인지, 평소인지 시험 기간인지에 따라 사용 양태가 다 다르거든요. 이 모든 요구를 다 만족하면서도 간결하고 쾌적한 사용성을 보장하는 게 UIUX 설계 목표입니다.
타임교육, 네이버커넥트재단 등 에듀테크 업계에서 15년 넘게 일하셨습니다. 그간의 깨달음이 있다면?
‘나는 조연이다’라는 자각입니다. 에듀테크 시장은 어디까지나 선생님과 학생이 주인공인 무대예요. 저 같은 서비스 기획자는 이들을 돕는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죠. 연차가 얼마 안 됐을 때는 자만하는 마음도 있었어요. 플랫폼으로 교육 시장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죠. 하지만 기술이 교육의 본질을 바꾸지는 못해요. ‘수업이라는 무대에서 선생님과 학생이 상호작용한다’ 이게 본질이죠. 때문에 지금은 ‘섬긴다’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귀를 열고 이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기획자가 자신의 플랫폼에 자신감을 가지는 건 좋은 일 아닌가요?
그렇다고 겸손함을 잃어선 안 돼요. 가끔 이런 분들이 계세요. ‘내가 아주 좋은 서비스를 만들었으니 선생님과 학생은 내가 설계한 대로만 사용하면 된다’ 이건 강요하는 제품이에요. 이게 왜 문제가 되느냐면 서비스를 수정하고 보완하는 데 둔해지기 때문이죠. 현장을 바꾸려 하기 보다는 녹아 드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항상 겸손한 태도로 질문할 수 있어야 해요.
UIUX 디자이너 지망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심미적인 부분이나 UI 디자인 완성도에만 집중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UIUX 디자이너에게 정말 중요한 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입니다. 어떤 관점으로 문제에 다가섰는가, 스스로 비판은 했는가, 허들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피버팅 했는가와 같은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면 분명 좋은 디자이너로 성장할 수 있을 거예요. 항상 ‘누구에게’ ‘어떻게’ ‘왜’라는 화두에 집중했으면 좋겠어요.
SUMMARY
🗨 문제 발견
✔ 특정 기능(유형분석표)의 사용률이 예상보다 저조함. 타깃 사용자는 수학 교사.
✔ 유형분석표: 교사가 학생의 취약 유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
🗨 가설 수립 및 검증
✔ 새로운 유저 스토리 발굴 위해 고객 심층 인터뷰 착수.
✔ “수학 교재마다 핵심 유형 달라 교재별 유형 파악하는 것이 필수”라는 의견 접수.
✔ 유형분석표에 ‘교재별 필터’ 기능 추가 ->고객 사용률 증가.
🗨 배운 점
✔ 유저 스토리 발굴의 중요성(사소한 변화로 기능이 유용해질 수 있음).
✔ 다양한 맥락 속에서 서비스 활용 방안 고민할 것.
✔ 항상 겸손한 태도로 고객에게 질문할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