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성부터 브랜딩까지” 당신의 디자인에 타이포그래피가 필요한 이유
실제 사례들로 알아보는 타이포그래피의 중요성
“어디 좋은 폰트 없을까요?”
국내외를 막론하고 디자인 관련 커뮤니티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고민거리 중 하나다. 현대 디자인에선 커뮤니케이션은 필수 요소이며, 많은 디자인 작업물이 글자 중심이기 때문이다.
특히 UI·UX 디자인은 단순히 사용자에게 디자인 의도와 목적을 명확히 전달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 입장과 사용성을 고려해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 UI·UX 디자이너에겐 더더욱 높은 폰트와 타이포그래피 이해도가 요구된다.
다만 이렇게 말해도 UI·UX 디자인에 있어 폰트와 타이포그래피의 중요성을 체감하기란 쉽지 않다. 이미 일상 속 모든 제품 서비스에 타이포그래피가 깊숙이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몇몇 신입 UI·UX 디자이너는 제대로 된 지식을 갖추지 않고 타이포그래피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 콘텐츠에서는 다양한 실제 사례와 함께 타이포그래피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타이포그래피란?

타이포그래피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선 먼저 타이포그래피란 정확히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에디토리얼 디자인’ ‘활판술’ 등의 이름으로도 불리는 타이포그래피는 텍스트 내용을 시각적으로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물론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문자와 텍스트를 배열해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기술이다.
문화체육관광부 및 한국콘텐츠 진흥원은 타이포그래피에 대해 ‘작은 의미로는 글자로 이루어진 인쇄 기술 혹은 인쇄물을 의미하지만, 보다 큰 의미로는 모든 글자가 만들어내는 디자인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개념’이라 정의했다.
여기까지 읽었으면 “그냥 글씨 골라서 조금 만지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가?”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효과적인 타이포그래피는 UX를 향상시키고, 사용자의 관심을 끌고 전환율을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최근 디지털 전환율이 높아질수록 타이포그래피의 중요성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실제 도쿄, 취리히, 베를린에 본사를 둔 디자인 컨설팅 회사인 iA의 창립자이자 이사인 올리버 라이헨슈타인은 “웹 UI 디자인의 95%는 타이포그래피”라고 말하면서 UI·UX 디자이너들에게 타이포그래피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1. 가독성을 높여주는 타이포그래피
앞서 말했듯 적절한 폰트와 크기 선택, 행간과 여백 조정은 가독성에 도움을 주며, 이런 가독성 개선은 UX에도 큰 영향으로 이어진다. 아무리 심미적으로 아름다운 디자인이라 하더라도 정보 전달력이 낮다면 좋은 디자인이라 할 수 없으며, 높은 인지 부하로 과업 달성에 악영향을 받은 사용자는 최종적으로 제품 및 서비스에서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이포그래피를 통한 가독성과 UX 향상의 경우, 글로벌 UI·UX 디자인 선두주자 중 하나인 애플을 대표적인 예시로 들 수 있다. 애플은 자체적인 산세리프 영문 시스템 폰트인 San Francisco를 개발해 적절한 폰트 크기, 행간, 자간을 구현했다.
그리고 이런 애플의 타이포그래피 노력은 디스플레이에 구애 받지 않고 어느 장치에서든 쉽게 글을 읽을 수 있는 UX 향상으로 이어졌다. 실제 애플은 애플워치를 포함한 소형 디스플레이를 위해 별도로 측면의 곡선을 직선형으로 바꾼 ‘San Francisco Compact’까지 제작해 가독성을 높여 호평을 받은 바 있다.
2. 정보 탐색을 보조하는 타이포그래피
타이포그래피는 단순히 가독성 개선을 넘어 시선과 행동에 영향을 주는 중요 디자인 요소로도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잘 만든 타이포그래피는 그 자체만으로도 시각적 계층 구조와 탐색구조를 형성해 사용자의 정보 탐색을 보조한다. 때문에 정보량이 많은 웹페이지 UI·UX 디자인의 경우 레이아웃 수정이나 이미지 변경 같은 공간적 배치뿐만 아니라 타이포그래피로도 시각적 위계 구조 형성에 활용할 수 있다.
지금 읽고 있는 이 글만 하더라도 대제, 부제, 본문, 캡션 등의 여러 레벨의 텍스트에 서로 다른 스타일을 적용했다. 그 결과 같은 텍스트지만 시각적으로 위계가 형성되고, 이렇게 정보 군집화된 텍스트는 동일한 크기와 굵기를 적용할 때보다 훨씬 정보 탐색에 용이해진다.

이런 타이포그래피를 통한 정보 구조 형성을 쉽게 볼 수 있는 예시가 블로거와 트위터의 창시자 어반 윌리엄스가 만든 SNS ‘미디엄(Medium)’이다.
먼저 미디엄의 게시글의 대제는 모두 굵은 산세리프 폰트를 일괄 적용해 현대적이고 전문적인 이미지를 전달함과 동시에 일차적으로 사용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반면 본문의 경우, 세리프 폰트와 적절한 행간과 여백을 사용해 사용자가 쉽게 텍스트를 읽을 수 있도록 하는 등 타이포그래피를 통해 정보의 흐름을 명확히 하고 있다.
3. 접근성을 높여주는 타이포그래피
타이포그래피는 일반 사용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적절한 타이포그래피는 제품 및 서비스의 정보 취약 계층 사용자들의 접근성을 개선하는 도우미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이런 타이포그래피의 접근성 개선 효과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가 ‘콘텐츠 서비스 시니어 모드 UI·UX 가이드라인’ ‘고령층 친화 웹 디지털 접근성 표준 가이드라인’ 등의 정보취약 계층 디자인 가이드라인이다.

정보취약 계층 배려 UI·UX 가이드라인은 타이포그래피가 고령층이나 장애인 등의 정보취약 계층 디자인에 효과적이라 안내하고 있으며, 서울특별시는 ‘고령층 친화 디지털 접근성 표준 10대 지침’ 중 첫 번째 지침부터 “글자는 크고 선명해야 합니다”라고 말하면서 타이포그래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업계에선 타이포그래피를 넘어 폰트 자체에 접근성을 더하는 노력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실제 국내에서도 지난 2021년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사용자들이 성별이나 나이는 물론, 장애를 가지고 있어도 제약을 받지 않도록 하는 보편적인 디자인 방법론 ‘유니버설 디자인’에 입각해 유니버설 디자인 폰트 ‘KoddiUD’를 선보이기도 했다.
4.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타이포그래피
타이포그래피는 단순히 글씨를 읽게 쉽게 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폰트의 크기, 종류, 굵기, 기울기, 폭과 자간, 색상의 변화까지 다양한 조합을 통해 사용자의 시선 흐름을 제어하고, 특정 분위기나 감정을 연출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분위기와 감정은 곧 사용자의 참여도를 높이고, 더 나아가 사용자 경험 향상과 이미지 구축으로 이어지는데, 이를 ‘타이포 브랜딩’ 또는 ‘타입 브랜딩’이라 부른다. 타입 브랜딩은 오늘날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다.


실제 ‘현대카드’ ‘배달의민족’ ‘네이버’ 등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많은 기업이 타입 브랜딩을 활용 중이다. 현대카드는 신용카드의 형태와 비율, 각도를 그래픽 모티브로 해 카드 모양을 본떠 폰트를 만들었다.
배달의민족의 경우 70·80년대 간판의 키치하고 복고적인 느낌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배달의민족만의 폰트를 만들어내 자사 서비스에 사용하는 것은 물론 무료 배포해 전국민이 폰트만으로도 배달의민족을 떠올리게 하는 데 성공했다.

네이버 역시 2008년 ‘한글한글 아름답게’ 캠페인의 일환으로 현재 국민폰트 중 하나인 나눔글꼴 시리즈의 대표 폰트, ‘나눔고딕’을 선보여 안드로이드나 우분투, 크롬 OS 등의 기본 폰트로 채택될 만큼 뛰어난 사용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특히 네이버의 나눔글꼴 시리즈를 활용한 타입브랜딩의 경우, 칸 국제광고제에서는 실버라이온스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실제 상술한 폰트들의 디자인에 참여한 국내 대표 폰트 기업의 산돌 관계자는 “성공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기업들의 커뮤니케이션 활동에서 주목해야 할 것이 브랜드만의 전용 폰트다”며 “타이포그래피는 기업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형성하고 감정적 반응을 유도해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킬 수 있다”라고 말하면서 폰트와 타이포그래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치명적인 실수를 막기 위해서라도 숙지해야
이처럼 타이포그래피는 UI·UX 디자인에 있어서 매우 효과적이면서도 필수적인 요소다. 하지만 이 말은 곧 자칫 타이포그래피에서의 실수는 매우 치명적인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가독성이 떨어지는 폰트, 일관성 없는 스타일, 혼란스러운 시각적 계층 구조 등은 앞서 말한 사용성과 브랜딩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유명 고급 브랜드인 샤넬의 타이포그래피 실수가 대표적인 예다. 샤넬의 2016년 ‘I love Coco’ 광고는 잘못된 폰트 선택으로 인해 ‘전 소를 좋아해요(I love Cow)’라는 착시를 불러일으켰다.

이 같은 타이포그래피 실수는 샤넬 제품 브랜드의 사용자들에게 혼란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되면서 샤넬이 자랑하는 전문성과 우아함 등의 브랜드 이미지 훼손까지 이어졌다.
결국 UI·UX 디자이너는 치명적인 실수를 막기 위해서라도 항상 사용성을 고려하면서 타이포그래피와 폰트에 대해 꾸준히 탐구하며 이해도를 높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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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김동욱 (jkkims@ditoday.com)
- 섬네일손 찬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