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와 함께 성장하고 뛰어노는 밀레니얼 세대
마케팅 다이내믹스(Dynamics)를 만들어내는 중심세대, 밀레니얼 세대 이해하기
마케터는 늙지 않는다. 하루하루 새롭게 발견되는 마케팅 트렌드를 신속하게 이해하고 적용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마케팅 패러다임의 변화는, 그 사회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발생하는데 그로 인해 오늘날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 Generation)의 가치관과 소비성향을 이해하는 것이 변화의 물결을 따라가는 데 핵심이 되고 있다. 더는 ‘나와는 다른 세대’의 이야기로 치부하지 말자.
밀레니얼 세대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중심 소비자층으로 올라온 세대이기 때문이다. 이번 글을 통해 마케팅 다이내믹스(Dynamics)를 만들어내는 중심세대,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해보자.
“마케터란 직업을 어떻게 정의하세요?”
언젠가 마케팅 교육 행사에 참여해 취업 준비생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 적이 있었다. 강연 후 현장 스케치 영상에 필요한 인터뷰 질문이 ‘마케터를 어떻게 정의하냐’는 것이었다. 부끄럽게 한 번도 깊이 고민해본 적이 없던 터라 당황스러웠다. 그 당시 순발력을 발휘해 짧게 대답하고 넘어갔더랬다. 강의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지하철 안 가을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이었는데 빗소리와 함께 마음을 가라앉힌 후 마케터에 대한 정의를 머릿속에 내려나갔다. 마치 시간을 돌려 인터뷰하는 그 장소로 돌아갈 수 있을 것처럼.
Intro: 시대상을 반영하는 마케팅의 세계
다시금 누군가 나에게 마케터에 대한 정의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마케터는 서퍼(Surfer)다’라고 표현하고 싶다. 마케팅에도 큰 흐름, 물결이 있는데 내 앞으로 다가오는 크고 작은 물결을 타며 그 안에서 중심을 잡으며 자신만의 물길을 내는 전문가 말이다. 물결은 그 마케터가 속한 사회의 시대상, 소비자의 특성으로 하여금 쉴 새 없이 만들어진다. 설령 물길을 잘못 타서 떨어지더라도 괜찮다. 보드 위로 올라가 다시금 무게중심을 잡고 끊임없이 다가오는 새로운 물결을 타면 그만이니까. 오히려 많이 떨어져 본 서퍼가 파도를 탈 때 더 여유 있는 법이니까.
중요한 건, 중심을 잃지 않고 파도를 이리저리 타며 자신만의 물길을 만들어 나아가는 것이다.
브런치에서 연재하고 있는 매거진 <일상에서 발견하는 마케팅 이야기>을 통해 마케팅다운 생각들을 하나씩 주제로 단편적으로 그려 나가는 것도 좋지만 좀 더 앞 단에서, 그 변화를 일으키는 배경을 한 번 정리하고 넘어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마치 서퍼가 파도 한 줄기 한 줄기를 보기도 하지만 저 멀리 파도를 만들어 내는 바람을 이해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번 글은 마케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사회와 시대적 동인을 하나씩 짚어보는 이야기로 준비해봤다. 또한 그 변화의 중심이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전제 또한 말씀드린다. 이는 내가 속한 세대를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마케팅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야기할 때 소비자의 특성, 그 소비자가 처한 사회의 현상을 떼어놓고 이야기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마케팅하는 시공간이 바로 그 마케터가 속한 사회이자, 마케팅이 대상이 그 사회를 살아가는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대와 사람이 변했기 때문에 마케팅이 변화하는 것일까? 아니면 마케팅이 새롭게 변화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그에 상응해 변화하는 것일까?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문제처럼 마케팅이 먼저인지, 시대상이 먼저인지를 두고 싸우는 과정이 내 안에 존재한다.
이전 글들을 통해 마케팅 패러다임의 변화를 일으킨 사례들을 다루면서 수레바퀴처럼 맞물려서 이야기되는 것이 바로 ‘소비자의 가치관, 성향의 변화’다. 그렇다면 마케팅에서 소비자의 변화란 무슨 의미일까? 두 가지 종류의 소비자 변화를 말한다.
첫째로, 자신의 브랜드가 타깃으로 하는 연령대는 고정돼 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비자가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프리미엄으로 포지셔닝하는 코스메틱 브랜드의 메인 타깃 소비자가 2535 여성이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이 타깃으로 하는 소비자층이 달라진다. 임산부를 타깃으로 제품이나 서비스의 경우 이러한 변화는 더 다이내믹해진다. 일생에 한두 번 맞이하는 임신이라는 라이프 모먼트(Life Moment)를 가진 소비자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브랜드가 인기 있었던 시대 및 해당 세대 소비자의 연령대가 노후화되는 경우다. 관련하여 훌륭한 사례가 바로 이탈리아 스포츠 브랜드 휠라(FILA)다. 1990년대 사랑을 받았던 휠라는 점차 타깃 소비자 세그먼트가 나이를 먹음에 따라 브랜드 노후화가 발생했다. 그러나 지금 휠라는 대한민국에서 1020대를 중심으로 브랜드 리뉴얼에 완벽하게 성공했다. 모나미의 경우도 두 번째 케이스에 해당한다. ‘국민 볼펜’으로 사랑받았던 모나미 역시 시대가 지남에 따라 브랜드를 선호하는 연령대가 노후화됐다. 모나미 역시 1020대를 대상으로 한 브랜드 리뉴얼 전략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사회의 변혁을 이야기할 때 해당 사회에 살아가는 젊은 세대를 제외하고 이야기하기가 어렵듯, 마케팅의 변화를 이야기할 때 그 사회의 젊은 소비자를 제외하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그들은 유행을 만들어내고 선도하며, 새로운 변화를 일으켜 기존의 가치를 변형시키거나 무너뜨리는 힘을 가진 세대이기 때문이다. 연초마다 비즈니스·마케팅에서 발간하는 컨슈머리포트의 대부분이 밀레니얼 세대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참고로 밀레니얼 세대란 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를 가리킨다.
마케팅의 패러다임을 움직이고 변화시키는 세대는 그 사회의 젊은층이다.
① 브랜드가 일상적(Casual)인 세대
“아침에 일어나 센카 폼클렌징으로 세수를 했다. 기초화장 후 지난주에 인터넷으로 구입한 3CE 섀도우로 아이 메이크업까지 완성! 학교 등교 길, 에어팟을 귀에 꽂은 채 음악을 들으며 교실에 도착했다. 팀 과제가 있어 카카오톡을 열어 그룹 채팅방을 만들었다. 모든 과제는 구글 드라이브를 사용해서 진행한다. 점심을 먹은 후 학교 근처 스타벅스 카페에서 책도 보고 친구와 이야기를 나눈다.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 팔로잉하는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메이크업 영상을 시청한다. 집에 도착하기 20분 전 배달의 민족에서 치킨을 시켰다. 저녁식사 후 취침 준비 중, 얼굴에 바른 러시 팩을 씻어내고 온라인으로 구매한 바디럽 베개를 베고 누웠다.”
밀레니얼 세대 스물네 살 여성의 하루 일과를 그려봤다. 충분히 있을법한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모습이다. 말 그대로 브랜드와 먹고 자고 노는 삶의 모습이다. 마치 모든 행동이 이 브랜드에서 저 브랜드로 옮겨가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이들은 갓난아이였을 때부터 브랜드 – 좀 더 정확하게 부모님이 선호하는 – 를 경험하며 소비하며 자라온 세대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삶에서 브랜드를 제외하고 하루 일과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 아마도 어려울 것 같다.
물론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거나, 명품 브랜드와 같이 선망의 브랜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2030대 소비자가 브랜드에 갖는 인식과 4050대 그 이상의 기성세대가 갖고 있는 그것은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브랜드란, 자신의 삶에 도움을 주거나 즐거움을 주는 ‘도구’이자 ‘일상의 부분’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브랜드는 그들에게 삶을 영위하는 유용한 수단이자 재미있는 친구이며, 일상 속 평범한 조각으로 자리한다. 이는 이전 세대들이 가진 브랜드에 대한 생각 – 자신의 신분과 위상, 아이덴티티를 반영하는 브랜드 – 라는 생각과는 거리가 있다.
어느 인플루언서의 영상 콘텐츠
출처. 인스타그램(ss.dyeon)
따라서 밀레니얼 세대에게 브랜드에 관해 이야기하고 소비하는 것은 지극히 평범하고 정상적인 일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성향이 가장 크게 발현된 디지털 마케팅 채널이 바로 ‘인플루언서(Influencer)’다. 새로 나온 제품을 구매해보고 제품을 직접 써보면서 느끼는 생각과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출, 공유하며 좋은 제품은 서로 추천한다. 그들에게 이러한 활동은 ‘일’이 아니라 삶의 일부이며 즐거운 놀이이자 취미생활이다. 꾸준히 활동하다 보면 점점 자신만의 전문영역과 컨셉이 형성되고, 자신만의 커넥션과 더 나아가 팬덤을 형성한다. 그들의 활동은 축적돼 강력한 콘텐츠로 변환되며 어느 순간 그들의 계정은 하나의 1인 매체(Media)로서 급부상하게 된다. 어쩌면 모두가 인플루언서라고 여겨도 이상하지 않은 세대다.
마케터 관점에서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이란, 1인 매체로서 힘을 가진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자신의 브랜드나 제품을 홍보하는 마케팅을 말한다. 화장품·패션·전자 기계 등 특정 영역에서 지속적인 콘텐츠를 축적해 전문성과 팬층을 확보한 인플루언서는 하나의 1인 매체가 돼, 소비자의 관점에서 마케터로부터 의뢰 받은 제품을 솔직하고 긍정적인 보이스를 만드는 중심점으로 작용한다. 이로써 팔로워들이 해당 제품을 접하게 되고 긍정적인 시선을 갖게 되며, 궁극적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액션(마케팅 효과)까지 발생한다. 이러한 채널력으로 인해 유명한 메가 인플로언서들의 경우, 자신의 브랜드를 직접 런칭해서 제품을 생산, 유통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기존의 마케팅채널과 유통채널이 생산자에 속해 있어 소비자가 접근할 수 없었던 경계와 체계를 철저히 파괴한다.
우리는 어쩌면 마케터의 목소리보다 소수의, 힘을 가진 소비자의 목소리가 더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브랜드에 대해 끊임없이 생성되는 소비자의 의견을 관리하고 대응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복잡성(Complexity)이 브랜드가 가져야 할 정직성과 투명성 등 가장 핵심적인 가치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출처. 인스타그램(bodymorej)
② 허세보단 실용성을 중시하는 세대
자, 여기서 독자 여러분들께 퀴즈. 위 사진은 어떤 행사일까? 오늘날 밀레니얼 세대가 브랜드에 친숙하다는 것은 앞서서 이야기했으니 휠라(FILA)의 행사라는 것까지는 힌트를 줄 수 있겠다. 바로 휠라와 ‘우왁굳’의 콜라보레이션 제품이 런칭하는 매장 앞 전경이다. 전날부터 노숙을 하며 제품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 콜라보레이션은 런칭하자마자 15분 만에 완판되고 2차 ‘콜라보’까지도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하니, 제품을 구하려는 사람들의 바이럴 효과와 발생한 기사의 양 등을 고려해봤을 때 마케터로서 성공한 콜라보레이션이다.
출처. 구글 검색결과
그렇다면 휠라가 콜라보레이션 했던 ‘우왁굳’은 누굴까? 게임방송을 하는 스트리머다. 아마 휠라가 우왁굳에게 선제안한 콜라보레이션이었을 것이다(우왁굳 팬들은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일반 사람들이 보았을 때). 우왁굳 캐릭터가 이쁘기 때문에 휠라가 콜라보레이션 한 것은 아닐 것이다. 우왁굳을 사랑하는 10대에서 20
대 초반의 팬층을 타깃으로 휠라를 알리려는 목적이 크다. 이 스트리머, 캐릭터가 가진 B급 감성과 톡톡 튀는 개성을 휠라라는 다소 딱딱한 브랜드 레거시에 입히려는 노력도 있었을 것이다. 우왁굳의 팬들에게는 자신이 좋아하는 스트리머의 굿즈(Goods) – 무려 휠라 (FILA)와 콜라보레이션 – 를 구매할 수 있는 이벤트 자체가 즐거운 축제다.
*레거시(Legacy): 정보기술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프로그래밍 언어, 플랫폼 그리고 기술 등에 있어, 과거로 부터 물려 내려온 것들을 의미한다. 마케팅에서는 특정 브랜드가 과거로부터 쌓아온 브랜드에 대한 컨셉, 스토리 등을 의미한다.
*굿즈(Goods): 그대로 해석하면 ‘상품’이란 뜻이지만 최근 문화 장르 팬덤계에서 자신이 좋아하거나 기억하고 싶은 콘텐츠가 담긴 상품은 모두 굿즈라는 개념으로 재정립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브랜드를 좋아하는 성향에도 밀레니얼 세대와 기성세대 간 차이가 존재함을 발견할 수 있다. 기성세대에게 브랜드는 나에게 더 높은 우월성을 부여하는 수단으로 작용했다. 명품 브랜드를 좋아하고 입었을 때 내가 남들보다 우월해 보이는 느낌을 갖기 위해 브랜드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브랜드란 자신이 ‘추구하는’ 아이덴티티를 반영하고 있다. 브랜드에 계급성(Hierchy)이 존재하며, 미래지향적이다. 한편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브랜드란 ‘개취(개인의 취향)’의 성격이 더 강하다. 특정 브랜드를 좋아하는 것은 자신의 개성과 취향을 표현하기 적절하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계급(Hierarchy)의 속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수많은 옵션 중 내가 좋아하는 하나를 선택하는 개념이다. 그렇기에 브랜드는 현재 진행형이자 수평적 구조를 갖는다.
이러한 브랜드에 대한 개념은 실용성을 더 중시하는 소비패턴으로 연결된다. 좋은 제품이라면 명품 브랜드뿐만 아니라 ‘저렴이’라고 불리는 중저가 브랜드를 소비하는데 적극적이다. 인지도가 제로인 브랜드를 경험하는데 주저함이 없으며 이를 즐거운 놀이로 여긴다. 이러한 소비자의 성향은 새로운 브랜드와 제품을 출시하는데 좋은 기회로 작용하고 있으며 핵심 성공요인은 인지도 제로라는 장애물을 뛰어넘는 높은 실용성과 가성비, 좋은 제품력이 중심이 된다.
이러한 밀레니얼 세대의 실용적인 소비성향을 잘 활용하고 있는 마케팅 사례가 있다면? 바로 다이소를 하나의 좋은 사례로 꼽고 싶다. 다이소는 경제력이 낮은 밀레니얼 세대에겐 놀이터와 같은 곳이자 그들의 삶의 많은 부분을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 다이소 역시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사랑받는 다이소 관련 프로모션
출처. 인스타그램(naejungsoon)
자, 밀레니얼 세대가 지닌 또 다른 두 가지 특성을 알아보자. 지금부터 설명할 밀레니얼 세대들의 특징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마성의 매력’을 가졌다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밀레니얼 세대란?
1980~2000년 출생의 현재 10대후반 ~ 30대후반 연령대.
전세계적으론 25억명으로 전체 소비 시장의 30%를 차지한다.
③ 편리함 보단 ‘펀(Fun)함’이 더 좋은 세대
모바일 앱으로 주문을 하면 사람과 대화 없이도 몇 초만에 사이렌이 울리고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시대.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비행기로 2시간이면 넉넉히 도착해 국수도 먹는 사회 – 우리는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하는 데 장애물이 존재하지 않는 시대를 살아간다. 또한 물리적인 오프라인 공간에서 ‘온라인(Online)’이라는 비현실적인 차원으로 국가의 인프라와 비즈니스 시스템, 인간적 교류가 옮겨감에 따라 초 단위로 내가 원하는 것을 찾고 구매하고, 경험하며 교류할 수 있는 초고속 사회를 살아가는 중이다. 편리함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시대 – 오히려 과한 편리함과 빠른 속도가 우리를 더 불안하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편리함은 태어났을 때부터 주어진 당연한 것이었다. 사실 아날로그 감성을 그리워하는 세대란 오프라인과 온라인 두 가지 채널을 모두 경험한 세대에서만 가능한 이야기다.
그래서일까?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편리성’이라는 가치는 그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편리함보다는 ‘펀(Fun)함’, 곧 즐거움(Entertainment)이 더 중요한 사람들이 바로 밀레니얼 세대다. 최근 ‘뉴트로(Newtro)’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배경도 편리함보다는 개성, 색다름에서 오는 즐거움을 더 추구하는 가치관이 새로운 문화·비즈니스를 발현시킨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옛날 7080년대 유행한 옷들을 사서 입고 익선동 거리를 활보하는 학생들 – 어디서 그런 옷들을 구했는지 신기하기까지 하다 – 모습 속에서 옛것들은 불편한 존재가 아닌 독특한 경험이자 즐거운 요소로 작용한다. 불편했던 한옥집은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배바지와 같은 복고패션은 나라는 사람의 개성을 드러내는 하나의 선택적 요소일 뿐이다.
*뉴트로(Newtro): ‘새로운(New)’이라는 뜻과 복고를 의미하는 ‘레트로(Retro)’가 합쳐진 신조어로, 과거 복고적인 요소를 현재의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편리함 보단 다른 가치들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편리함. 그것은 밀레니얼 세대들에겐 항상 주어져 왔던 것이기에 어떤 행동을 선택하면서 크게 인지되거나 작용하지 않는다. 좀 더 정확히 말해서, 밀레니얼 세대가 추구하는 가치란 편리함(Easiness)에서 기인하지 않는다. 편리함보다는 ‘얼마나 더 즐겁고 재미를 줄 수 있는가’가 그들의 행동을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로 작용한다. 오히려 사소한 불편함과 불친절은 자신이 얻게 될 즐거움을 더 극적으로 만들어주는 요소가 된다. 어쩌면 기성세대가 추구했던 ‘빨리빨리’ 문화는 밀레니얼 세대를 맞이하면서 ‘더 재밌게, 더 즐겁게’로 전환된 것은 아닐지? 모가 없고 둥글둥글해서 누구에게나 가치를 전달 할 수 있음을 편리함이라 비유한다면, 그들에게 재미있고 흥미로운 것은 ‘뾰족한 것’이다. 개성이 넘쳐서 한번 경험해보고 싶은 대상, 뾰족하기에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없고 그래서 나만의 희소한 경험이 되는 것들 말이다.
앞서 토로했던 맛집에서 내가 느낀 불편감? ‘우리 가게는 항상 30분 대기시간이 있어요’가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잘 먹히는(?) 이유가 아닐지. 그렇다고 불편함을 일부러 만들진 말자! 불편함을 감수할만한 강력한 개성, 그로 인해 발생하는 더 큰 즐거움이 먼저니깐 말이다. 편리함을 최고의 가치로 전달하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덕목이 되진 않았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는 밀레니얼 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제품 기획과 사업모델, 마케팅 전략에서 핵심가치가 변화됐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밀레니얼 세대의 가치관을 온전히 반영한 마케팅 사례로 무엇이 있을까? 최근 흥미롭게 찾아보았던 사례 ‘괄도네넴띤’ 케이스를 공유하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팔도에서 35주년 기념 으로 이번에 출시한 기획상품은 제품부터 마케팅, 유통까지 모두 1020대 밀레니얼 세대의 가치관을 꼼꼼히 반영한 성공적인 사례로 꼽고 싶다. 자신이 밀레니얼 세대를 타깃으로 상품기획이나 마케팅을 하는 소비재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면 이번 팔도의 사례를 팀원들과 함께 공부해볼 것을 추천한다.
위 이미지는 팔도에서 35주년 기획상품으로 출시한 ‘괄도네넴띤’이다. 1020대들에게 인기 있는 삼양의 불닭볶음면을 경쟁 제품군으로 인식하고 출시한 것으로 보인다. 상표명을 바꾼 것 같진 않고 10대들의 표현법을 사용해 패키징을 리뉴얼했다. 멍멍이를 ‘댕댕이’로 표기하고 말하는 것처럼 대상을 비슷하게 보이는 다른 단어로 대체해서 표기하는 방식인데, 자신의 제품을 ‘비표준어’로 표기했다.
회사에서 마케팅 전략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사람은 그 회사의 대표 또는 최고경영자임을 고려했을 때 최소 4050대 연령층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팔도에서 결정한 이번 ‘괄도네넴띤’ 패키징 리뉴얼은 대단히 파격적인 수준의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대기업·중견기업 마케팅 부서들이 제품 기획 단계에서 그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어려운 조직구조와 업무 분배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 기획은 제품기획팀에서, 마케팅은 마케팅팀에서 진행한다. 회사 규모가 클수록 이러한 업무 분할은 각각의 직원마다 더 잘게 쪼개진다. 이로 인해 마케팅 부서는 제품 기획부서에서 만든 완제품을 받아다가 홍보 단계에서만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뿐만 아니다. 설령 마케팅 단에서 타깃 소비자의 감성, 업의 트렌드를 잘 반영해 마케팅 전략을 기획하더라도, 그러한 감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세대 층에서 최종 의사결정이 내려지기 때문에 실제로 전략이 수행되지 못하고 타협점을 찾는 것이 흔한 일이다. 이러한 사내 마케터의 노고와 현실을 개인적으로 너무 잘 알기 때문일까? 제품 기획 단계부터 1020대의 감성을 반영하고, 최종 의사결정자 들의 승인까지 통과해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이행한 팔도가 놀랍기까지 하다.
또한 11번가에서 한정상품으로만 판매하는 유통채널 전략 또한 신의 한 수였다. 물론 신제품을 파일럿 테스트할 목적으로 소량만 출시해 먼저 소비자의 반응을 보는 경우도 있지만 – 마케팅이란 것이 포장하기 나름이니깐 – 한정물량을 특정 채널에서만 판매함으로써 그것을 경험하고자 하는 소비자에게 ‘희소성’을 부여했다. 제품을 구매하는 행위조차 하나의 모험이 되고 즐거움의 대상이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형성한 강력한 제품력을 마케팅 효과로 전환, 확장시킨 것이 바로 밀레니얼 세대가 중심이 되는 ‘인플루언서’들이다. 괄도네넴띤은 많은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먹방’ 인플루언서들에게 새로 나온 재미난 제품을 경험하는 ‘후기 콘텐츠’ 주제로 활용되기 충분했다. 먹방계 대표 스트리머인 ‘밴쯔’가 시식하는 영상이 올라왔는데 무려 영상 조회수가 86만 회를 넘어섰다. 마케터가 홍보의뢰를 한 경우였는지 내부 담당자가 아니라서 모르지만 만약 오가닉하게 밴쯔가 리뷰를 한 경우라면 이 영상으로 하여금 팔도와 팔도비빔면 브랜드에 대한 마케팅 효과는 엄청나다.
마케팅 의뢰를 한 것일지, 아니면 오가닉 콘텐츠인지 궁금합니다
출처. 유튜브
*오가닉(Organic)하다: 마케팅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Paid)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순수하게 홍보효과가 발생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④ 사회변화에 참여하는 세대
내가 밀레니얼 세대를 ‘마성의 매력’을 지닌 세대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이들이 개인주의적이면서도 동시에 사회를 생각하며 의미 있는 일들에 참여하길 원하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관심사와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자신이 관심 있는 사회문제에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다. 성 평등 문제에 대해 어느 세대보다 치열하게 고민하며, 과거 일제강점기 성노예 피해자에 대한 역사의식을 가지고 관련 시위에 참여하기도 한다. 대학교 동아리 활동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와 환경문제를 해결하고자 채식주의(Veganism) 삶을 실천한다. 이들은 세월호 사건을 통해 자신도 얼마든지 사회의 부조리로 인해 비참한 죽임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경험한 세대이자, 촛불시위에 직접 참여하며 나라의 정권을 교체한 세대이기도 하다.
밀레니얼 세대의 사회 참여적 성향은 개인이 사회에 참여하는 활동의 단위, 즉 ‘소비’를 통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 행위는 하나의 소비자로서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자 핵심적인 활동이라는 사실을 태어났을 때부터 체득하고 있는 세대다. 그로 인해 밀레니얼 세대들은 좋은 제품과 의미 있는 소비 활동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며 타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이러한 밀레니얼 세대의 성향에 발맞춰 다양한 브랜드에서 관련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미국 패션 브랜드 라카이(lAKAI)에서는 지난 삼일절을 맞아 태극기 신발을 판매했다. 신발에는 무궁화가 그려져 있고 태극기도 신발 양쪽에 박혀있다. 업체는 “삼일절은 일본의 식민통치에 항거하고, 한국의 독립의사를 세계만방에 알린 날을 기념하는 국경일입니다”며 “일본은 239개 판매 국가 중 하나일 뿐 저희는 그저 진실을 알릴 뿐이다”라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독도를 후원해 ‘독도 스니커즈’로 불리기도 한다
출처. 인사이트
자신이 소비하는 제품을 통해 사회를 돌아보고 변화에 참여시키는 대표적인 브랜드가 바로 영국 핸드메이드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Lush)’다. 개인적으론 러쉬와 같은 브랜드가 대한민국에서도 과연 나올 수 있을까 내심 기대를 하는 중이다. 전 세계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그들은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매장에서 선보이기도 하고, 플라스틱 소비를 줄이고자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재활용된 플라스틱 용기를 그들의 제품 용기로 사용하기도 한다. 인기 제품 중 하나인 ‘체러티 팟(Charity Pot)’은 제품 구매 시 부가세를 제외하고 전액을 각 국가에서 의미 있게 활동하는 사회단체를 엄선해 기부하고 있다. 선별기준은 각 국가별로 동물보호나 인권, 환경보전에 지속해서 공헌하는 소규모, 비영리 시민 단체를 대상으로 한다. 250g 한 통에 45,000원이라는 결코 녹녹지 않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채러티 팟은 며칠만 늦게 가도 살 수가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은 핸드크림이기도 하다. 제품으로서 특별한 것은 전혀 없다. 단지 그 브랜드, 제품이 가진 의미가 특별할 뿐이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사랑받고 싶은 브랜드가 되고 싶다면 제품과 사회적 가치를 연결시켜보자. 제품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는 ‘기회’를 사게 하는 힘 – 이때 제품의 품질, 가격은 오히려 사소한 요소가 돼버리는 무시무시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난다.
잘라서 재활용한 종이에 포장을 해준다
Outro. 서로를 이해하는 그 출발 선상에서
출근 시간. 야근으로 몇 시간 쉬지 못한 몸을 이끌고 버스에 몸을 싣는다. 버스 안에서 만나는 중고등 학생들의 가방에 달린 세월호 리본을 종종 만난다. 고등학생 시절, 입시로 고통스러웠던 시간은 더 뇌리에 남아있지 않은 ‘직딩’인 나에게도 노란색 리본은 불현듯 세월호 사건 때 느낀 씁쓸함을 상기시킨다.
그때마다 스쳐 지나가는 이름 모를 학생은 ‘어른’인 나에게 무언의 외침을 하는 것만 같다. ‘세월호를 잊지 말아 주세요’라고. 1985년 이후 태어난 사람을 ‘밀레니얼 세대’라고 규정하는 틀로 인해 나 또한 밀레니얼 세대가 됐지만 5~6살 차이만 나도 세대차이를 느끼는 형국에 2000년대에 태어난 지금 대학생이 된 친구들은 또 얼마나 다를까 싶다. 하지만 ‘요즘 애들’을 규정하거나 선을 긋는 어른이 되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태어난 사회적 배경을 이해하며 그것으로 인해 발현된 그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아는 포용력 있는 자세. 그 다름에서 공통점 또한 찾아낼 수 있는 ‘어른’이고 싶다. 그렇게 늙어가는 올드한(?) 밀레니얼 세대가
돼야겠다. 적어도 오늘날 마케팅 다이내믹스를 만들어내는 주인공, 밀레니얼 세대를 파악하고 소통할 줄 아는 역량 있는 마케터가 돼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