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방문판매의 진화, IT시대 ‘라이프 컨설턴트’

‘쥬단학 아줌마’, ‘아모레 아가씨’를 집으로 초대해 마사지를 받고 화장품을 구입하며 스트레스 푸는 엄마들의 모습.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나온 이 장면은 그 시절의 추억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스마트폰, TV리모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1988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방문판매는 여전히 고유의 영역으로 자리잡고 있다. 아니 방문판매 시장은 갈수록 성장하고 있다.

내 거실 속의 상점(Une boutique dans mon salon)은 프랑스의 대표 엔터테인먼트 채널 중의 하나인 M6를 통해 현재 방영되고 있는 일종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하나다.  매 주 4명의 방문 판매원이 참여하는 이 프로그램은, 매일 4명의 참가자 중 1명이 자신의 거실에서 1시간 30분동안 특정 분야의 상품을 판매하는 경쟁 프로그램으로, 가장 많은 판매를 한 참가자가 주간 최고 방문 판매자 신분과 2,000유로의 상금을 받게 된다. 내 거실속의 상점은1년 전인 2016년 그 첫번째 시즌이 방영되었으며, 약 1년 뒤인 올 여름 2번째 시즌을 진행하게 됐다.

내 거실 속의 상점 프로그램

아이러니컬한 프랑스 방문판매의 성장세

방문 판매는 영업 사원이 잠재 소비자의 자택 또는 회사/사무실 등을 방문하여 상품을 소개하는 판매 방식으로, 상당히 전통적이고 구식이라고 여겨질 수 있는 영업 방식 중의 하나이다. 필자가 어린 시절, 화장품이나 서적 등을 판매하기 위한 영업 사원이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상품을 소개했던 기억이 난다. 컴퓨터 화면을 넘어, 태블릿 또는 스마트폰으로 몇 번 클릭만으로 대부분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2017년에 방문 판매가 아직도 존재하느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지도 모르겠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렇다” 이다. 뿐만 아니라 놀랍게도 방문 판매는 프랑스에서 지난 몇 년 사이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분야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방문 판매가 프랑스에 처음 소개된 것은 1961년. 현재 프랑스에서도 구식 판매 방식으로 인식되는 이 방문 판매 방식은, 디지털 시대의 현대적인 이미지와는 매우 어긋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기존의 프랑스 시골 지역의 중년층 소비자 중심에서 도시 지역의 젊은 층으로부터 새로운 쇼핑 방식으로 각광을 받으며 최근 프랑스에서 붐을 일으키고 있다. 서두에서 언급한 내 거실 속의 상점 프로그램 또한 그 인기를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프랑스의 방문 판매 연맹인 FDV(Fédération de la vente direct)에 의하면, 프랑스의 방문 판매 매출은 2015년 기준으로 4.1조원 이상이며 방문 판매자 및 관련업 종사자수는 64만명에 이른다. 또한 2015년 한 해에만 1.5만명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제품에 대해 설명중인 프로그램 참가자

방문판매 인기 상품

방문 판매를 통해 판매되지 않는 상품이 거의 없다지만, 그 중에서도 인기를 끄는 방문판매 상품이 있다.

  • 섹스 토이 : 도시 중심의 30대 커플 중심으로 인기 있는 제품으로, 오프라인 섹스 토이 상점을 가기를 꺼려하는 소비자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 속옷 : 속옷은 전통적으로 프랑스인이 구매하는 인기 제품으로, 프랑스 여성은 속옷 구매에 연간 평균 약 100유로를 지출하며, 이는 연간 의류 전체 구매 금액의 18~20%에 달한다.

 

따라서 속옷 분야에는 여러 방문 판매 업체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선두 업체는 샬럿 란제리(Charlott’ Lingerie : https://www.charlott.fr) 이다. 3700여명의 방문 판매자에 의해 연간 3천만 유로의 매출을 올리는 샬럿 란제리는 프랑스 뿐만 아니라, 스위스, 벨기에,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국가에도 진출해 있다.

  • 친환경 상품 : 친환경 상품에 대한 인기는 방문 판매 영역에도 예외는 아니다. 그 대표적인 방문 판매 회사로는 2005년에 설립된 에코라비(Ecolavie: http://www.produit-entretien-bio.fr)가 있다. 에코라비는 차, 에센셜 오일, 영양 보조제 등의 웰빙 제품 및 화장품, 세제 등의 제품을 취급하며 모든 제품은 친환경 제품이다. 프랑스 전역에서 활동하는 200여명의 에코라비 방문 판매원들은 본인이 정한 시간에 본인이 선택한 에코라비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80~90%의 에코라비 방문 판매원들은 파트 타임으로 부수입을 목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 와인 : 대부분의 와인 판매점에서 추천만으로 와인을 선택, 구매하는 것에 비해 집에서 여유있게 와인을 시음해보고 구매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제품이다.
  • 유아 의류 : 의류는 전통적인 방문 판매 제품인 한편 방문 판매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제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유아 의류만은 예외이다.
  • 커피, 차류 : 커피 및 차류는 방문 판매 산업에서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제품으로 커피, 차류와 곁들일 수 있는 초콜렛, 캔디류 등을 포함한다.
  • 주방 용품 : 전통적인 방문 판매 산업 제품으로, 판매하는 주방 용품을 이용한 요리 강의를 진행하여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 쥬얼리 : 의류와 함께 전통적인 방문 판매 제품의 하나이다.

양초 : 양초는 프랑스에서 매년 15% 성장하고 있는 분야 중의 하나이다. 양초 방문 판매의 대표적인 회사인 파티라이트(Partylite : http://www.partylite.fr)의 프랑스 소비자당 판매 금액은 40~80유로이다. 양초는 프랑스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방문 판매 제품으로, 파티라이트는 전세계 방문 판매 기업 중 31번째로 가장 수익성이 좋은 회사로 랭크되기도 하였다.

에코라비 홈페이지

디지털 시대의 방문판매

그렇다면 방문 판매업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프랑스에서 방문 판매자는 방문 판매 상품 회사의 직원으로서 매 달 일정한 급여를 받거나(방문 판매자의 42%가 직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그 중 99%가 계약직이 아닌 정직원이다), 독립 판매자의 신분(일종의 프리랜서 신분)으로 일할 수 있다. 방문 판매 종사자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스케줄에 맞춰 업무량이나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러한 이유로 80%의 방문 판매자가 여성이다. 출산, 양육 등을 이유로 부업으로도 얼마든지 방문 판매업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적은 비용으로 시작이 가능하다.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것에 비해 매장 임대세나 각종 운영비가 필요하지 않으며, 대부분의 방문 판매 상품 회사를 통해 상품 소개를 위한 키트를 구매하는 것이 필요한 비용의 거의 전부이므로, 비용에 대한 부담 없이 시작이 가능하다. 또 판매 전 필요한 상품 정보, 판매 기술 등에 대한 교육 또한 제공받을 수 있으므로, 혼자서 머리를 싸매가며 상품을 파악하고 판매 비법을 연구할 필요가 없다. 더 나아가 판매 실적에 따라 수입이 결정되므로 동기 부여가 되고, 필요한 수입 수준에 따라 업무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방문 판매자의 수수료는 판매 실적의 20~35% 정도 이다.

프랑스에서 일반적인 방문 판매의 경우, 방문 판매자 또는 잠재 소비자의 자택 등에서 5~10명 정도의 소규모 그룹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판매자는 판매하고자 하는 상품을 소개하며, 소개 과정에는 일반적으로 판매자에 의한 상품 사용 데모 및 소비자의 테스팅 과정을 포함하게 된다. 대부분의 그룹은 친구, 지인 등 전혀 모르는 타인이 아닌, 이미 알고 지내는 사이로 형성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파티 형식의 미팅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쇼핑뿐만 아니라, 친구, 지인들 간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혼잡한 매장이 아닌, 자택 등에서 조용한 분위기에서 차분히 상품을 테스트 해볼 수 있고, 질문을 위해 매장 직원을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되니 상품 정보를 보다 쉽고 정확히 알 수 있다. 소규모 그룹의 관심사에 맞춰 맞춤 서비스 또한 가능하다는 점도 큰 장점 중의 하나이다.

디지털 시대에서 아이러니하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방문 판매. 모든 정보를 본인이 알아서 파악해야 하는 전자 상거래와 달리, 소수의 그룹만을 위한 맞춤화된 상품 정보와 소개는 물론, 직접 사용해볼 수 있고 인간적인 접촉을 바탕으로 한 직접적인 상품 문의가 가능해서일까? 디지털 시대에서 과연 프랑스에서 방문 판매의 인기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궁금해진다.

  • 에디터디지털 인사이트 (ditoday.webs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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