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로 피운 ‘예술’이라는 꽃, 팀랩월드 展
과거를, 현재를, 미래를 그리고 감상자의 내면을 작품으로 담아 표현하는 살아있는 대규모 아트 전시
우리는 꽃이 피고 지며 낮과 밤이 지나는 자연의 흐름 속에 살고 있다. 사람도 이 평화로운 흐름의 한가운데 있다. 과거를, 현재를, 미래를 그리고 감상자의 내면을 작품으로 담아 표현하는 살아있는 전시, 팀랩월드(teamLab World). ‘Dance!, Art Museum, Learn&Play! Future Park’를 내건 대규모 아트 전시다. Dance Art! Museum은 관람객과 호흡하는 작품들의 테마를, Learn&Play! Future Park는 아트 어트랙션 작품의 콘셉트를 표현한다. 섬세한 감성으로 그려낸 이 전시는 그야말로 예술과 미디어, 관객의 만남이다.

공존을 그리는 이들
팀랩(teamLab)은 일본 디지털 아트 그룹이다. 3년 전, 세계적인 현대미술 갤러리 페이스갤러리 베이징에서 본격적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으며 재작년 도쿄에서 열린 전시는 46만이 넘는 관람객 수를 기록했다.
이들은 일본 전통미술과 현대 애니메이션 기법, 그리고 미디어 기술을 모두 활용하는 ‘아티스트 그룹’이다. 단순히 예술가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프로그래머, 엔지니어뿐만 아니라 웹디자인, 그래픽 디자인, CG애니메이션, 수학, 건축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모였다. 이들은 ‘울트라 테크놀로지스트(Ultra-technologists)’를 자칭하며 예술과 창조성, 과학기술의 조화를 중요시 여긴다. 그래서 그런지 이들의 전시 작품들은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활용하고 있지만, 아날로그적 감성이 흐른다.
작품을 넘나드는 나비
어두운 복도를 따라 들어가면 관람객은 어느새 작품의 일부가 된다. 관람객의 발걸음이 닫는 바닥과 마주 보는 사면의 벽은 모두 스크린이다. 움직임을 따라 꽃이 피고 흐드러지며, 나비가 날아든다. 벽에 손을 대면 그 자리에 어느새 꽃이 피어나고, 꽃 주변으로 나비 무리가 날아든다. 벽면과 바닥을 모두 활용한 이 작품은 세 개의 작품이 서로 간의 경계를 허물고 공존한다. <증식하는 생명 Ⅱ-1년에 1년을, 다크>, <꽃과 사람, 통제할 수 없지만 함께 살아갈 수 있는-1년에 1년을>, <경계 없는 군접(群蝶)>이 서로 어우러진 작품이다. 꽃이 피고 지고 나비가 날아드는 하나의 생태계를 연출한다. 여기에 관람객의 발걸음과 손짓 또한 작품이 돼 반복 없는 아름다움이 연출된다.

그려서 만드는 풍경
종이에 직접 그린 물고기가 벽면 스크린에 살아 움직인다. 해양 생태계로 수족관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스케치 아쿠아리움>, <스케치 타운>은 관람객들이 그린 요소가 그대로 배경에 흡수돼 살아 숨쉰다. 수족관 속은 관람객들이 각자 생명을 불어넣어 헤엄치는 물고기들로 활기를 띤다. 벽면 스크린에 손으로 터치하면 헤엄치던 물고기는 이에 반응해 도망간다. 먹이가 든 주머니 그림을 만지면 먹이를 줄 수 있다.
이 두 작품은 다녀간 관람객들의 성향이 스크린에 그대로 묻어난다. 아이들이 다녀간 자리엔 동심 가득한 바닷속 풍경이, 연인이 다녀간 자리에는 서로의 이름을 적은 물고기들이, 고령층의 관람객이 다녀간 자리엔 화려하면서 현실감 넘치는 풍경이 그려진다.

<스케치 타운>은 하나의 도시가 계속 순환하며 변화하는 작품이다.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남산타워 등 서울의 주요 명소가 등장해 순환하는 도시의 모습이 그려진다. 도로에는 관람객이 그린 차가 다니고 공중에는 우주선이 날아다닌다. 팀랩이 표현한 한강의 물줄기 자락은 그들만의 섬세한 터치를 보여준다. 도심을 날아다니던 공룡이 건물에 불을 뿜어 불이 나면 소방차가 등장해 불을 끄기도 하는 재미요소도 있다. 날아다니는 헬기는 도시를 찍는 카메라 역할을 해 한쪽 벽면에는 헬리콥터의 시선에서 본 도시 광경이 입체적으로 펼쳐진다. 각 요소들 간의 관계가 모두 작품이 된다.
함께 하는 작품
색색의 조명을 내는 공이 천장과 바닥에 펼쳐져 있다. 각각의 커다란 공들은 건반이다. 천장에 매달린 공들도 관람객들이 바닥에 놓여있는 공들을 어떻게 움직이고 ‘연주하기’에 따라 조명을 달리한다. 커다란 공들은 색도 모양도 크기도 다르며, 또한 터치하거나 부딪칠 때 내는 소리가 다르다. 공을 움직이는 관람객이 많으면 많을수록 연주되는 소리가 풍성해진다. 관람객이 참여해 사운드를 직접 연주하며, 그야말로 ‘오케스트라’ 선율을 연출한다. 일반적인 전시에서 관람객이 적어야 작품을 감상하기 쾌적한 것이 보통의 인식이라면, <라이트 볼 오케스트라>를 비롯한 팀랩의 작품들은 관람객들 자체가 작품의 일부이기에 관람객이 많을수록 화려해지기 마련이다.

상형문자가 가진 세계
<아직 신들이 곳곳에 머물러 있을 무렵의 이야기>는 세 개의 벽면에 상형문자가 띄어져 흐른다. 어떻게 보면 다른 작품들에 비해 정적이라 여길 수 있다. 산과 나무, 새 등 자연요소를 뜻하는 고대 상형문자를 손으로 터치하면 상징하는 세계가 스크린에 펼쳐진다. 물을 뜻하는 상형문자에 손을 대면 손 끝을 중심으로 거대한 물줄기가 스크린을 채운다. 달을 터치하면 스크린에는 밤이 온다. 양이나 소 등의 동물들은 인기척에 반응한다. 신화 속 세계를 작품으로 펼쳐낸 거다. 각 상형문자는 관람객의 손끝에서 탄생해 주변 요소들과 상호작용하며 변한다. 정적이면서도 동적인 세계가 세 개의 면에 펼쳐진다. 동양미가 넘치는 콘텐츠를 미디어 기술을 바탕으로 꾸며낸 하나의 생태계다.

100년의 상영 시간
순간에 머무르지 않는다. <백년해도권(百年海圖卷)[상영 시간: 100년]>은 바다의 모습을 그려낸 작품이다. 2009년부터 시작된 이 작품은 세계자연기금(WWF)이 당해 발표한 예측 보고서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다. 한편, 벽면의 <백년해도권(百年海圖卷)애니메이션 디오라마>는 <백년해도권(百年海圖卷)[상영 시간: 100년]>을 체감할 수 있는 시간까지 단축해 보다 직관적으로 체험이 가능하다. 3차원 공간에 관람객이 좌식으로 작품 한가운데 머무를 수 있다. 몽환적인 배경음악이 흐르고 그 가운데 관람객은 영상에 압도된다. 두 코너를 통해 파도의 너울과 물방울까지 동양적인 붓 터치로 화려한 색감을 만끽할 수 있다. 작품 속 해수면 높이는 점차 상승하고 잔잔하게 흐르던 음악도 무게를 더해가며 자연에 대한 경외심 마저 불러일으킨다.

빛 속을 걷다
수만 개의 조명 사이로 관람객의 짧은 동선이 만들어진다. 점묘법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수만 개의 LED조명. 통로를 지나면 마치 별빛 속에 둘러싸인 듯한 느낌을 준다. 여기에 관람객의 실루엣이 조명들을 배경으로 해 또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 작품 외부에 키오스크를 통해 조명의 색을 자율자재로 조정할 수 있다. 또는 한쪽 벽면에 QR코드를 통해 휴대폰으로 LED조명의 패턴을 직접 제어할 수 있다. 통로를 걸으면서도, 통로를 지나서도 작품의 흐름은 계속된다. 빛과 하나가 되고 빛을 조율해 수놓는 의미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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