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프리 답게, 모노프리식 아날로그 메시지
경쟁자를 따라하기보단 가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한 노련한 대응
지난 5월 중순, 프랑스 대표 슈퍼마켓 브랜드인 모노프리(Monoprix)가 85주년을 기념하며 광고 영상을 공개했다. TV 채널을 시작으로 유튜브, 극장 광고에까지 등장한 모노프리의 광고는 4분이라는 광고로서는 상당히 긴 길이로 눈길을 끌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모노프리의 지난 85년 동안의 입지와 모노프리의 자체 브랜드 상품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감성적인 영상 내용이었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소년이 전달한 글귀들이 모노프리 자체 브랜드 상품의 포장지를 오린 내용이라는 데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t8zcc8oauQ
모노프리의 메시지
모노프리는 프랑스 도시인의 매일매일의 생활 필수품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도시 중심의 프랑스 대표 슈퍼마켓이다. 1932년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의 후엉(Rouen) 시내에서 처음 문을 연 모노프리는 현재 프랑스 인구 5만 명 이상의 도시 85%에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프랑스 전역의 매장 수는 670여 개다. 식품, 위생, 화장품, 패션, 홈데코 등 분야의 일반 브랜드 상품 및 자체 브랜드 상품 모노프리 등 30만여 개의 상품을 판매한다. 자체 브랜드 상품으로는 일반 자체 브랜드인 모노프리(Monoprix), 고급 자체 브랜드인 모노프리 구르메(Monoprix Gourmet), 친환경 상품 브랜드인 모노프리 비오(Monoprix Bio), 저가 브랜드 상품인 모노프리 쁘띠프리(Monoprix P’tit Prix) 등이 있다.
지난 5월 공개된 모노프리 광고 영상은 한 소녀를 짝사랑하는 한 소년이 등장해 지극히 평범한 내용으로 시작된다. 짝사랑하는 소녀 앞에 나서기가 부끄럽고 소심했던 소년은 인쇄된 글귀를 오려 소녀의 사물함에 몰래 넣어 놓는 방법으로 짝사랑을 키워 나간다. 여기까지도 어디에서나 등장 할 만한 매우 평범하기 그지 없는 내용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주목할 내용은 소년이 전달한 글귀들이 모노프리 자체 브랜드 상품의 포장지를 오린 내용이라는 데 있다. 어느 날, 소녀는 전학을 가고 짝사랑 상대를 잃어버린 소년은 큰 실망에 빠진다. 어느덧 대학생이 된 소년. 대학교 사물함에서 우연히 옆 사물함을 쓰는 여학생이 자신이 어린 시절 짝사랑하던 소녀에게 전달했던 모노프리 포장지 글귀들을 가지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가까운 모노프리 매장으로 뛰어간다. 모노프리는 여전히 소년이 어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글귀를 담고 있는 다양한 자체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고 있고, 소년은 그 중에서 소녀에게 전달할 글귀를 담고 있는 상품을 구매한 후 해당 글귀를 오려, 이번에는 당당하게 여학생이 된 소녀에게 사랑의 마음을 직접 전달하면서 영상은 끝이 난다.
모노프리 85주년 광고 끝부분에 영상 속 소년이 사용한 글귀는 모노프리의 자체 브랜드 우유 제품의 글귀다. 프랑스어로 우유를 ‘Lait’라 쓰고, 영어식으로 발음했을 때, ‘Late’로 발음된다는 점에 착안해, ‘사랑 고백은 안 하는 것보다는 늦게 하는 게 낫다(Better ‘Latte(Late)’ than never)’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처럼 모노프리는 영상의 결말을 다른 모노프리의 자체 메시지를 사용해 소비자 스스로 다시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소년이 우유 대신 다른 상품을 선택했다면, 낭만적인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영상과 달리, 덜 낭만적이고 때로는 공포 영화 같은 결말을 맞이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모노프리가 자체 브랜드 상품에 글귀를 넣기 시작한 것은 2009년. 당시 ‘M’ 으로 브랜딩 됐던 자체 브랜드 상품을 모노프리로 리브랜딩 하면서다. 당시 이 캠페인은 전체 모노프리 매출의 약 12%를 차지하던 자체 브랜드 상품의 매출을 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했다. 모노프리는 특히 자체 브랜드 상품 포장지에 대대적인 변화를 줬다. 상품 이미지를 넣는 포장지 대신, 상품 관련 글귀를, 때로는 유머를 대문자로 포장지에 넣기로 했다. 어떤 유머스러운 글귀가 들어가 있을까? 예를 들면, 채소 포장지에 ‘아이들에게 채소라고 말하지 마세요(Ne dites pas à vos enfants que ce sont des légumes)’라는 글귀를 대문자로 크게 넣는 식이다. 글자의 배경색에 따라 글귀는 소리치기도 하고 속삭이기도 하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한편에서는 지나친 마케팅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팝아트 같다며 호감을 표현하는 이들도 많았다. 비주얼적으로는 매우 간단하면서도 읽기 쉽고 재미있는 모노프리의 상품 포장지는 당시 인터넷 사용자들 사이에서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실제로 모노프리는 파리 시내 곳곳에 리브랜딩된 모노프리 상품 일부를 큰 사이즈로 제작해 설치하는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파리의 현대 미술관인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 앞에 세워졌던 제왕 토마토 소스다. 이 토마토 소스는 앤디 워홀(Andy Warhol)의 토마토 소스 작품 같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모노프리식 캠페인
모노프리는 리브랜딩된 자체 브랜드 상품을 다양한 마케팅 캠페인, 커뮤니케이션에 이용해오고 있다. 모노프리의 자체 브랜드 상품을 이용한 모노프리식 유머가 가득 담긴 마케팅 캠페인의 예는 2014년에 찾을 수 있다. 자체 브랜드 상품이 계산대를 통과할 때마다 다양한 소리가 나도록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우유가 계산대를 통과할 때 “음매~”, 달걀은 “꼬꼬”, 고양이 사료는 “냐옹” 등, 상품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소리가 나도록 한 것이다. 특정 바코드에 특정 소리를 연결해 계산대에 바코드를 스캔할 때마다 소리가 나도록 한 이 재미있는 마케팅은 계산대 앞의 모노프리 고객에게 웃음을 주면서 자체 브랜드 상품 구매를 촉진했다.
2016년 말에는 모노프리의 자체 브랜드 상품의 유머스러운 글귀 포장지에서 영감을 받아 이모티콘을 제작, 배포하기도 했다. 레 모노지(Les Monojis)로 불리는 모노프리의 이모티콘 시리즈는 미국의 아티스트인 제래미빌(Jeremyville)에 의해 완성됐으며, 평범한 메시지를 모노프리 자체 상품을 이용하여 재미있는 대화 메시지로 만들어, 텍스트 메시지 교환을 보다 재미있게 만들었다. 레 모노지 론칭과 함께 모노프리는 파리 일부 거리에서 레 모노지를 이용한 재미있는 텍스트 교환 예시를 전시하는 게릴라식 마케팅 또한 같이 진행됐다. 레 모노지는 앱스토어(App Store)를 통해 다운로드 받을 수 있으며, 아이메시지(iMessage)로도 이용 가능하다.
한편, 아마존이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쇼핑 경험으로 아마존 고(Amazon Go)를 광고 영상을 발표했다. 아마존 고는 아마존 고객이 필요한 상품을 선택한 후 계산대 앞에 줄을 설 필요 없이 바로 상점 문을 나설 수 있는 신개념의 쇼핑 경험을 선보였다. 모노프리가 아마존의 최신 기술에 대항해 선보인 광고는 매우 전통적이고 아날로그적이다. 모노프리 직원이 걸어서 1시간 내 거리에 구매한 상품을 배달해주는 광고였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담은 쇼핑 카트를 계산대 앞에 줄을 설 필요 없이 놔두고 가기만 하면, 모노프리가 모노프리 직원이 1시간 이내의 거리를 직접 ‘걸어서’ 배달해주는 점을 유머스럽게 담아 화제가 됐다. ‘모노프리 리브레종 도미실 플루스(Monoprix Livraison Domocile+)’로 명칭된 이 서비스는 아마존 고를 패러디했다.
모노프리는 훨씬 저렴하고 버그가 적은 기술에 대한 자신도 있다. 실제로 모노프리는 최근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내부 테스트 중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을 스캔한 뒤 계산대에 줄 서는 것 없이 스마트폰을 통해 결제하는 기술이다. 경쟁자를 따라하기 보다 모노프리가 가지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멋지고 여유 있게 대응한 노련한 모노프리. 모노프리의 90년, 100년, 200년 승승 장구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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