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도쿄 맛집이라고?

매일 아침 일어나면 물어본다. 내가 어디에 있지? 전 세계를 뛰어다니고 있어서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잠들어버리고 싶지 않다. 스릴 있다.

Conditions for a decent restaurant

매일 아침 일어나면 물어본다. 내가 어디에 있지? 전 세계를 뛰어다니고 있어서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잠들어버리고 싶지 않다. 스릴 있다. -소프트뱅크(SoftBank) 설립자, 손정의

유연하게 생각하자

세계적인 기업을 일군 스타 경영자는 그럴 것이다. 돈이 눈에 보이니 시간이 아까울 것이다. 손만 대면 톡 하고 돈줄이 터지니 잠자기가 아까울 것이다. 죽기도 아쉬울 것이다. 우리도 꿈을 버리지 말자. 그도 1981년에 작은 컴퓨터 가게로 시작했다.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열심히 달리다 보면 돈줄이 보일지.

직업 상 가끔 기업에 자문을 한다. 창조가 어렵지 자문은 어렵지 않다. 대부분의 경우 기업이 문제를 몰라서 자문을 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문제해결을 위해 어떻게 하면 될지 알고 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인 경우가 많다. 기업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와 비슷하다. 마치 부부싸움을 하는 부부와 같다. 싸우고 있는 부부는 무엇이 문제인지 서로 다 알고 있다. 그런데 문제와 해결책은 한 세트다. 그러므로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것은 해결책도 알고 있다는 뜻이다. 자존심 때문에, 체면 때문에 당장 그쪽으로 가지 않으려는 것뿐이다.

도움말을 바라는 기업도 마찬가지다. 정말로 문제를 몰라서 묻는 것일까? 아니다. 그저 제2의 의견을 듣고 싶을 뿐이다. 자문 내용과 의견이 다르면 참고만 하면 되고, 같으면 안심하면 된다. 문제점을 지적하면 듣는 척하면 된다. 그러고 나서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그렇다. 객관적 의견을 듣지 않으려면 그냥 마음먹은 대로 하면 되는 것이다. “자신의 일은 자신이 하자. 알아서 척척척- 스스로 어린이”. 고민을 말하는 기업은 해결책도 이미 알고 있으니 그대로 하면 된다. 그런데 대부분 그렇게 하지 않는다. 조바심이 앞서기 때문이다. 빨리 띄우고 싶은데, 그럴 방법은 없는지 묻는다. 거기서 어긋나기 시작한다. 그걸 내가 알면 내가 기업을 시작했을 것이다. 나의 대답은 하나다.

유연하게 생각하자는 것. 문제에 대한 답은 하나가 아닐 수도 있으니.

도쿄 맛집

 

서울에 개업할 레스토랑에서 홍보방안을 물어왔다. 콘셉트는 분명했다. 일본 도쿄 시내에서 뜨는 레스토랑, ‘도쿄 맛집’이다. 일본인 셰프가 프랑스 요리를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해석해서 재창조했고, 그게 인기 비결이란다. 그 레스토랑이 커다란 금액을 투자 받아 서울에 등장한 것이다. 어떻게 알릴 것인가? 빨리 유명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레스토랑은 하고 있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조언하겠는가? 가장 쉬운 방법은 홍보에도 커다란 금액을 투자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럴 돈은 없다고 한다. 있어도 그런 데 쓸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요즘 누가 막대한비용을 들여 홍보하는가? 페이스북이나 블로그로 알리면 공짜라는데. 그것이 기업의 생각이다. 유연하게 생각할 시점이다. 이미 대규모 투자비용이 들어갔다. 빨리 유명해져 회수해야 하므로 알리는 비용은 쓸 수 없다. 그래서 음식 값도 비싸게 책정했다. 여기서 생각이 멈추면 진도 나가기가 어렵다. 홍보비를 많이 쓰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비용 쓰지 않겠다는 생각이 나쁘다는 것도 아니다. 생각을 유연하게 해서 다른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레스토랑 전문가들이 말하는 성공요건은 ‘1. 맛, 2. 멋, 3. 목’이다. 그 세 가지 요건이 딱 맞아야 성공한다는 것이다. 물론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한다고 성공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선배의 실제 경험은 가장 유익하고 저렴한 자문이다.

맛집의 첫 번째 조건, 맛

첫째. 음식이 맛이 있어야 한다. 비용을 들여서 계획된 사전홍보를 하지 못한다면 비용이 들지 않는 홍보를 해야 한다. 어떻게? 우선 제품력을 높여야 한다. 레스토랑의 제품력은 음식이다. 음식의 생명은 맛이다. 모르고 들어온 손님들에게 맛을 인정받아야 한다. 그래야 소문이 나기 시작한다. 물론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정공법이다. 식당은 맛으로 승부해야 성공한다. 이는 이미 모두가 아는 이야기 아닌가? 며느리에게도 제조비법을 알려주지 않는 떡볶이 먹으러 가는 이유는? 찌그러진 양은냄비에 담긴 김치찌개에 반찬이라고는 신 김치만 주는데도 가는 이유는? 욕쟁이 할머니 식당에 가는 이유는? 당일 판매할 음식이 한정되어 있다는데 굳이 찾아가서 줄 서는 이유는? 모르는 사람과 어깨가 부딪히는 좁은 의자에 앉아서 그저 주는 대로 먹는 이유는? 가보지도 않은 평양에서 먹었다는 냉면 한 그릇을13,000원을 내고 먹는 이유는? 남녀공용 화장실 바로 옆에 앉아서도 음식 기다리는 이유는? 굳이 남의 살림집 안방에 들어가 앉아 가정식 백반을 먹는 이유는? 한국말 서툰 직원이 퉁명스럽게 접시를 던져도 꾹 참고 먹는 이유는? 그런 식당들처럼 맛으로 승부를 거는 것이 최선이다. 물론 그 반열에 들어서려면 40년 이상 걸린다.

반대의 경우도 많다. 지방에 들른 왕을 한 번 감동시켜 궁중밥상에 올랐다가 그때 그 맛이 아니란 이유로 의문의 1패를 당한 도루묵 이야기를 우리는 다 안다. 도루묵은 여전히 맛있어서 칭찬 받으니 다행이다. 하지만 인터넷 블로그와 TV 음식프로그램의 정보만 믿고 레스토랑에 찾아갔다가 화내며 돌아오는 일이 한둘인가? 심지어 도쿄나 홍콩의 맛집 정보를 믿고 갔다가 실망하면 비용 때문에 배신감이 두 배다. 유명 자동차 타이어 회사가 칭찬한 레스토랑에 갔다가 실망한 적은? 특급호텔 식당의 음식은 모두 맛있는가? 특급호텔 안의 식당은 상당한 특급 음식 맛을 자랑한다. 하지만 호텔 대규모 연회장의 뷔페 음식 맛은 칭찬하기 어렵다. 가격이 훨씬 낮은 동네 웨딩 뷔페의 음식 수준이 더 높은 경우도 있다. 호텔에 투입된 인턴 요리사보다 동네 뷔페의 엄마 요리사가 고수라서 그런가? 개인 취향이지만, 특급호텔 대규모 연회장 행사에 나오는 스테이크는 견고한 육질을 자랑하는 경우가 많아 맛있게 먹기 쉽지 않다. 생각해보라. 코스 요리 중 커피가 가장 맛있다면 이는 분명 심각한 문제다.

결국 무조건 맛이다.

맛이 없으면 홍보도 하지 말아야 한다. 조심하자. 홍보하면 널리 알려진다. 맛없다고 홍보된 소문은 거두어들일 수 없다. 그래서 식당의 개업과 폐업이 많은 것이다. 물론 맛에 대한 손님의 평가는 매우 주관적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까다롭고 변덕스러운 손님 입맛을 어떻게 하나하나 다 맞춰?’라는 생각이 든다면 빨리 업종 변경을 생각해봐야 한다.

맛집의 두 번째 조건, 멋

두 번째 조건은 멋이다. 도쿄에서 먹힌 맛이라 해서 서울에서도 그대로 먹힐까? 많은 서울 식객들이 일식을 좋아한다. 프랑스 요리도 좋아한다. 그런데 궁금하다. 새로운 레스토랑에서 소개될 요리가 프랑스 요리일까, 일본 요리일까? 유럽문화를 더욱 정교하게 재창조해내는 일본인의 실력은 인정한다. 그런데 일본화한 프랑스 요리를 서울의 손님들이 얼마나 좋아할까 짚어볼 필요가 있다. 새로 생기는 레스토랑을 적극적으로 찾아 다니는 서울의 젊은 식객들에게 얼마나 엄격하게 맛을 검사 받았는지 궁금하다.

도쿄에 대한 신비감에 대해 유연하게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요즘은 운 좋으면 왕복 7만 원짜리 비행기 표로 다녀올 수 있는 곳이 도쿄다. 요즘 20~30대의 한국인들이 느끼는 도쿄에 대한 신비감은 30년 전 첫 출장 가서 느낀 필자의 신비감과는 완전히 다르다. 혹시 1980년대 유행의 선도자였던 일본문화에 대해 신비감이나 새로움이 아직도 기업주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것은 아닐까? 너무도 비슷하고 너무도 달라 놀랐던 도쿄, 그리고 그곳의 음식이 2018년에도 여전히 새로울까? 인터넷이 없었고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았던 그때의 도쿄는 지금과 아주 다르다.

하라주쿠의 다케시타거리를 가득 메웠던 청년들의 공작새 같은 옷과 머리는 이제 사라졌다. 헤비메탈 가수처럼 못이 잔뜩 박힌 인조가죽장갑을 낀 젊은이들도 보이지 않는다. 30센티미터는 족히 될 높은 통굽 구두를 신고 위태롭게 걸어 다니던 소녀들도 오래된 <논노>와 <앙앙>에만 남아있다. 지금은 음식 정보가 너무 많다. 도쿄에서 유명한 레스토랑은 이미 한국 청년 식객들의 스마트폰에 다 저장되어 있다. 고급 주택가 지유가오카나 다이칸야마의 골목에 있는 다섯 평짜리 레스토랑에도 찾아간다. 와이파이 도시락과 구글맵스 하나면 간다. 일본관광청이나 다양한 관광 앱 덕분에 현지인도 가지 않을 레스토랑에도 쉽게 찾아간다. 그러므로 도쿄에서 유명하다고 서울에서 자동으로 유명해지기란 쉽지 않다. 옛날 어느 유럽 명품 패션 광고 아래 부분에는 제품을 만날 수 있는 세계의 도시 이름이 작게 적혀 있었다. ‘파리, 런던, 뉴욕, 도쿄’. 이제는 ‘파리, 런던, 뉴욕, 도쿄, 서울’이다. 좁아지는 지구에서 지역의 경계는 의미가 줄어들고 있다. 세계 10대 도시인 서울에서는 서울 맛이 잘 먹힐 수 있다. 맛으로 소문 내서 도쿄에서 서울로 오게 할 수 없을까?

맛집의 세 번째 조건, 목

마지막 조건은 목이다. 레스토랑의 위치가 중요하다. 사람 많은 동네에 열어야 성공한다. 물론 그런 데는 비싸다.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권리금도 필수다. 그걸 누가 몰라서 변두리에 여는가? 돈이 모자라니까 일단 변두리에 열었다가 장사가 좀 잘 되면 번화가로 가려는 거지. 그러나 다른 비용을 줄이더라도 목 좋은 곳에서 시작하라는 것이 레스토랑 선배들의 조언이다. 서울 명동 땅은 평당 10억 원을 돌파했다. 청주의 고층아파트 한 채 가격과 재개발을 앞두고 있는 서울 압구정동 아파트 한 채의 가격은 40배 차이가 넘는다. 제주도 땅값은 지난해 30% 가까이 올랐다. 유커가 빠져나가도 그렇다. 이효리 덕분일까? 수도와 지방도시 간의 균형발전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다 아는 수요와 공급의 원칙 이야기를 생각하자는 것이다.

손님 있는 곳에 장사 있다. 물론 외곽의 골목에서 시작했다가 유명해져 번화가로 진출한 레스토랑도 있다. 또 그 식당뿐 아니라 골목 자체가 유명해져 맛집 동네로 변신하는 경우도 많다. 사회학자나 지적학자들의 전유물인 줄 알았던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때문에 말이 많지만, 그렇게 되어 대기업에 사업을 넘기고 좋아하는 이도 있다. 가로수길과 세로수길에 이어 3차원길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좋은 자리에서 시작하는 일은 중요하다. 레스토랑 사업만 그런 건 아니다.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다. 거대언론이 되어 힘을 발휘한다고 비난하면서도 왜 모두들 네이버 초기화면에 광고하고 싶어 하는가?

도쿄 맛집 길 건너 칼국수집

그 레스토랑에서 나왔다. 길 건너에 칼국수집이 보였다. 37년 전통이라고 적어놓았다. 음식 나오는 동안 37세 정도 되어 보이는 주인에게 물어보니 자기가 거기서 태어났단다. 그럼 태어나면서부터 칼국수를? 주방에서 나온 어머니와 아버지가 증언을 했다. 우리가 시작했고 지금은 아들과 함께 하는 것이라고. 처음부터 이 자리에서 계속 하셨느냐고 묻자 세 번 옮기셨다고 한다. 다만 같은 골목에서 벗어나지 않고 조금씩 키운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맛, 멋, 목”의 순위로 그 식당을 점검해보았다. 맛은 ‘좋아요’. 멋은 ‘좀 떨어져요’. 칼국수니까 프랑스 식당처럼 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 대신 낡은 그릇이 모두 반짝거린다. 목은? ‘좋아요’다. 그러니까 40년 가까이 거기서만 장사할 수 있었다. 주인 아들은 아직 자기 건물을 갖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슬쩍 곁들였다. 음식 값이 워낙 저렴해서 돈을 모으지 못했다는 뜻이면서, 땅값이 워낙 비싸서 쉽게 살 수 없는 목이라는 뜻이다. 목이 중요한 거 맞다.

유연하게 생각하자.

기업은 정말로 문제를 몰라서 묻는 것일까? 문제점을 지적하면 듣는 척하면 된다. 그리고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 에디터디지털 인사이트 (ditoday.webs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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