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에 흐르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던 ‘스티브 잡스’의 무한한 창의력의 배경에 그가 홀연히 떠났던 ‘인도여행’이 한 몫을 했을 것이라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의 인도 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명상수행의 과정이었다. 인문학적, 철학적 성찰에 자신을 깊이 내맡김으로써 인간과 미래에 대한 통찰을 얻으려는 ‘노오력’이었다. 그러한 통찰이 탁월한 상상을 부르고, 그 상상이 ‘아이폰’이라는 창의력으로 귀결됐던 것이다.
백발이 트레이드 마크인 동양철학자 최진석 서강대 교수는 널리 알려진 대중 스타다. ‘고리타분한’ 철학 강의로 대중을 설득하기 쉽지 않은 터에 그의 뛰어난 설득력은 ‘철학을 어떻게 말하면 사람들이 흥미롭게 철학을 대할 것인가’를 통찰한 결과다. 그의 그런 통찰은 현재까지의 생각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경계’에 내던짐으로써 나왔다.<경계에 흐르다>는 그러한 철학적 내면을 담백하게 풀어놓은 최진석 교수의 첫 산문집이다.
최진석 교수에게 ‘경계’는 ‘나의 삶을 지배하고 지탱해 온 현재의 가치관, 이념, 신념 등과 그 너머에 있는 신세계 사이를 가르는 ‘스틱스(Styx)강’이다. 반신반인 아킬레스의 강철 육신을 탄생시켰던 그리스 신화의 스틱스강은 삶과 죽음, 이승과 저승의 경계였지만 ‘현재의 나를 죽여야 미래의 새로운 내가 태어난다’는 명제를 위한 철학적 경계의 강이기도 하다.
최진석 교수는 ‘철학은 신으로부터 인간의 독립이다. 독립정신이다. 진리, 신념, 이념 같은 믿음으로부터 독립이다. 몸은 기존의 틀 속에 있어도 눈은 새로운 빛을 보는 것. 그 빛을 본 눈은 자신의 몸을 앞으로 기울게 만드는 것. 인간으로서의 탁월함이 등장하는 텃밭이 철학이다’라고 단언한다. 그러므로 철학적이지 않은 사람은 고인 물처럼 썩기 마련이란다. 스스로를 안주 대신 경계에 내 던져야 할 이유다.
이 ‘경계’의 극한은 절대자유의 한계를 깨는 장자의 ‘대붕(大鵬)’이다. ‘연작(燕 雀 참새)이 어찌 대붕의 뜻을 알겠는가’의 그 대붕이다. 대붕은 원래 북해의 곤(鯤)이라는 작은 물고기였다. 부단한 학습의 공력이 극한에 이른 찰나 과감하게 9만 리를 튀어 올라 날개 길이 삼천 리의 대붕이 됐다. 한쪽에만 머물지 않고, 가진 것을 붙잡지 않고 경계를 흘러야 가능한 일인데 ‘대붕은 9만 리를 튀어 오르는 내내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고 철학자는 전한다.
‘경계’를 지향하는 철학자는 또 ‘친구를 기다리지 마라’고 일갈한다. 친구를 버리라니? 그런데 이 친구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 친구가 아니다. 나를 동조하는 타인(친구)보다 먼저 ‘나를 진심으로 동조하는 내가 나의 가장 충실한 친구’이므로 남보다 먼저 자신이 자신의 친구가 되라는 뜻이다. 가장 밑바닥에서 가장 철저하게 자신에게 진실한 사람만이 경계를 넘어 절대의 하늘로 솟구칠 수 있어서다. 그 모든 ‘스티브 잡스’들이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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