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한국 떠난 ‘트위치’… 계승해야 할 사용성 유산은?
허니콤 모델로 본 트위치의 UX 디자인
“오늘 2월 27일부로 트위치는 한국에서의 사업 운영을 중단합니다. 그동안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난 27일 트위치가 사용자에게 발송한 메일이다. 결국 트위치가 한국에서 정식으로 철수했다. 철수에 따라 이제 스트리머는 트위치에서 구독이나 비트 도네이션 등의 유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이에 많은 스트리머가 아프리카TV와 치지직으로 방송 플랫폼 이적을 진행했다.
하지만 트위치가 한국에서 철수하고, 아프리카TV, 네이버 치지직 등이 트위치의 빈자리를 채우겠다고 나선 이후에도 여전히 많은 사용자가 트위치를 그리워하고 있다. 실제로 여러 게임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아프리카TV나 치지직에 대한 사용성 불만과 함께 트위치에 대한 그리움을 내보이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일부 스트리머의 경우 VPN이나 자신의 해외 거주지를 이용해 트위치 방송을 이어나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더 이상 트위치에서는 수익창출을 할 수 없음에도 트위치 송출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 표명이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트위치의 사용성이 얼마나 뛰어나길래 이렇게 많은 사용자가 그리워하고 있는 걸까? 이번 글에서는 UI·UX 디자인 평가에 자주 사용되는 ‘피터 모빌의 UX 허니콤 모델(Peter Morville’s User Experience Honeycomb Model)’로 트위치의 UIUX 디자인에 대해 살펴본다.
?피터 모빌의 UX 허니콤 모델이란?
UX 디자인의 선구자 중 하나로 꼽히는 피터 모빌이 말하는 7가지 UX 원칙으로 이루어진 UX 평가 모델이다. ‘유용성’, ‘사용성’ ‘검색성’ ‘신뢰성’ ‘매력성’ ‘접근성’ ‘가치성’ 7가지 측면으로 제품 또는 서비스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벌집형 구조물에 표시해 평가표를 만들 수 있다.
전 세계 1위에 걸맞는 ‘유용성’ 갖췄던 트위치

피터 모빌 허니콤 모델의 첫 UX 원칙 ‘유용성’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목적성에 부합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항목이다. 지난 2011년 게임 방송에 최적화된 스트리밍 플랫폼을 자처하고 나선 트위치의 경우, 사용자가 트위치를 통해 원활한 방송 시청이 가능한지 검토해 유용성을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관점에서 볼 때 트위치는 상당한 유용성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트위치는 전 세계 스트리밍 시장 1위라는 위치를 적극 활용해 폭넓은 분야의 방송, 다년간의 개선을 거친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 고화질의 안정적인 시청 환경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트위치는 단순 스트리머와 시청자를 넘어 게임사를 위한 기능까지 갖춰 차별화를 이뤄냈다. 바로 ‘트위치 드롭스’ 다. 트위치 드롭스는 게임사와 트위치가 협업을 통해 지정한 스트리머의 방송을 일정 시간 시청하면 게임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을 제공하는 기능이다.

시청자는 드롭스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 아이템을 받을 수 있으며, 게임 제작사는 방송을 통한 신규 사용자 유입 등 광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스트리머는 드롭스 지정 게임을 플레이해 더 많은 시청자 유입을 기대할 수 있으며, 트위치는 게임만 하던 사용자를 트위치 방송 시청자로 유입시킬 수 있다.
이렇게 트위치의 유용성은 전 세계 스트리머와 시청자들은 물론, 게임사들도 인정하고 있으며, 그 덕에 트위치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트위치 서드파티 통계 사이트인 TwitchTracker에 따르면 2024년 현재 트위치는 매달 2억 4000만명 이상의 방문자 수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는 2015년과 비교했을 때 5500만명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일반 사용자는 물론 장애인 ‘접근성’까지 고려했던 트위치

두 번째 UX 원칙인 ‘접근성‘은 제품·서비스에 사용자가 쉽게 접근해 사용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항목이다. 트위치 같은 방송 스트리밍 사이트의 경우 방송 시청 편의성, 로그인 편의성 등을 통해 접근성을 판단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관점에서 트위치는 준수한 접근성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트위치는 마우스 사용 없이 키보드만을 최소한으로 사용해도 트위치 사이트를 탐색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주요 UI·UX 디자인 목표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신체적 장애로 인해 정확히 마우스 커서를 이동시키고 클릭하는 것이 어려운 사용자를 배려한 것이다.

또한 트위치는 미성년자 사용자를 위한 사전 경고 문구, 청각 장애인이 음성 콘텐츠를 이해할 수 있게 돕는 자동 자막, 저시력자를 배려한 명암비 설정 등 여러 접근성 옵션을 갖추고 있다.
이외에도 트위치는 글로벌 기업이라는 명성답게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WCAG)에 기반한 웹사이트 및 서비스 개발 및 유지보수를 진행하고 있다.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을 대상으로는 접근성 교육도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다. 트위치의 빈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나선 여러 플랫폼들이 경쟁에 바쁜 나머지 장애인 사용자 접근성에 미처 신경 쓰지 못하는 모습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매력성’ 챙겨 스트리밍 시장 표준된 트위치의 UI 디자인

세 번째 UX 원칙은 ‘매력성’이다. 여러 디자인 요소가 제품과 서비스는 물론 사용자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평가하는 항목으로, 다년간 업데이트를 진행해왔던 트위치는 매력성 면에서도 뛰어난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현재 트위치 웹사이트는 보라색과 흰색을 기반으로 한 강렬하고 심플한 색상 조합으로 브랜드 컬러를 명확하게 강조하고 있다. 로고 아이콘 등의 그래픽 요소는 게임 중심 플랫폼이라는 특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적절한 글꼴과 콘텐츠 배치, 여백 사용으로 시각적 계층 구조를 분명히 한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심지어 이런 트위치의 디자인은 여러 플랫폼이 트위치를 벤치마킹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점차 스트리밍 플랫폼 시장의 표준 디자인으로 변모하고 있는 중이다. 국내에서는 최근 네이버 치지직과 아프리카TV 모두 트위치 디자인을 벤치마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해외에서는 킥(Kick)이 트위치의 UI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가져와 론칭해 화제가 됐다.
반응형 디자인으로 ‘사용성’ 챙겼던 트위치

네 번째 UX 원칙은 ‘사용성’이다. 앞서 말한 심미적인 아름다움을 넘어, 친숙하고 편리한 디자인으로 사용자를 돕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항목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트위치는 단순히 보기 좋은 것은 물론, 사용하기도 편한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트위치는 수년간의 UI·UX 디자인 업데이트를 통해 명확하고 정보 전달에 효율적인 화면 구성, 적절한 브랜드 컬러 강조와 시선 유도, 개인화 시스템 등을 통해 시각적으로 인지하기 쉬운 디자인을 갖춘 것은 물론, 스트리머와 소통하며,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데 특화돼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위치의 대표적인 사용성 예시는 반응형 디자인이다. 현재 트위치는 로고, 방송 섬네일, 제목 텍스트, 테그, 스트리머 닉네임 채팅창, 아이콘 등 웹사이트의 거의 모든 요소에 반응형 디자인을 적용했다. 그 결과 현재 트위치에서 사용자는 거의 모든 행동에 상호작용하는 웹사이트를 볼 수 있다.
반응형 디자인의 장점은 단순히 활발한 이미지뿐만이 아니다. 이렇게 자신의 위치와 상태를 명확히 이해한 사용자는 자신이 찾는 방송이나 옵션에 더욱 빠르게 접근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의 행동에 반응하는 웹사이트와 방송, 스트리머를 통해 사용자는 더욱 적극적으로 웹페이지를 탐구하고, 방송에 참여해 스트리머와 소통하게 된다.
게임 방송에 최적화된 ‘검색성’ 보유했던 트위치

트위치는 제품이나 서비스 솔루션을 쉽게 찾을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항목인 검색성에서도 뛰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트위치는 게임 방송 특화 플랫폼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게이머들이 쉽게 원하는 게임에 대한 정보와 방송을 찾기 위해 최적화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위치의 메인 화면에서는 ‘최근에 출시된 게임’ 등 각종 자체 카테고리를 통해 스트리머가 방송 중인 게임, 방송이나 스트리머의 성향에 따라 방송을 추천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사용자는 태그와 필터 등의 검색 옵션을 사용해 손쉽게 자신이 선호하는 콘텐츠 검색 가능하다.

또한 트위치는 메인 화면뿐만 아니라 별도 탐색 페이지도 함께 운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각종 게임·리얼라이프·음악·E스포츠·창작 방송 등 여러 자신의 취향에 맞는 방송을 찾고 최신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트위치의 뛰어난 검색성은 시청자뿐만 아니라 스트리머 사용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실제로 한 트위치 스트리머는 “아프리카TV에서는 합방 없이는 유입 시청자가 거의 없었지만 트위치로 이적한 이후에는 합방 없이도 지속적으로 유입 시청자가 많아 놀랐다”면서 트위치의 뛰어난 검색성을 호평했다.
‘신뢰성’과 거리가 멀었던 트위치

그렇지만 이렇게 뛰어난 디자인과 사용성을 갖추고 있는 트위치도 완벽하지는 않다. ‘신뢰성’에서 발목을 잡혔기 때문이다. 여섯 번째 UX 원칙인 신뢰성은 제품 및 서비스가 사용자에게 신뢰할 수 있을만한 경험을 제공했는지를 평가하는 항목이다. 하지만 트위치의 경우 전 세계 1위 스트리밍 플랫폼이라는 위치와는 달리 신뢰성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트위치의 경우 오랫동안 운영진과 스트리머와의 친목을 기반으로 한 편파 운영 등 일관성이 부족한 운영 방식, 무분별하고 기준이 없는 듯한 규제, 각종 저작권 침해 방송 방치 등의 모습을 보여왔으며, 심지어 지난 2021년 데이터 유출 사고까지 발생했다.
특히 현재는 공식 철수를 진행한 트위치 코리아는 모니터링 소홀, 기준 없는 무분별한 제재, 권력 남용 및 갑질, 본사의 가이드라인 무시 등의 방만 운영을 보인 결과, 많은 시청자와 스트리머 사이에 트위치 코리아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이었다.
트위치 코리아의 철수 수순도 깔끔하지 못했다. 지난달 23일 트위치는 방통위로부터 VOD 서비스 중단에 따른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으로 4억 3500만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요구받았다. 여기에 추가로 불법촬영물 등의 유통 방지를 위한 기술적 조치 미이행으로 과태료 1500만원도 추가됐다. 글로벌 1위 스트리밍 플랫폼이라는 트위치의 명성을 생각하면 다소 아쉬운 행보다.
충분한 ‘가치성’을 가졌던 트위치

마지막 항목인 가치성은 위 모든 평가를 종합한 결과다. 이번 평가를 모두 종합하면 트위치는 앞선 기사들을 통해 언급한 아프리카TV나 네이버 치지직보다 뛰어난 사용성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현재 한국 사용자의 경우 위 사용성을 온전히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국의 경우 스트리밍 화질도 720p로 제한되며 VOD 기능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상술한 유용성에서도 문제가 생긴다. 트위치가 밝힌 망사용료가 주요 철수의 원인이라면 새로운 해외 스트리밍 플랫폼 등장도 요원한 상태다. 결국 안타까운 일이지만 현재 국내 사용자들에게 남은 카드는 트위치의 빈자리를 대체하겠다고 부상한 국내 플랫폼들 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 트위치의 빈자리를 차지할 것이라 점쳐지는 가장 유력한 두 플랫폼 모두 사용성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네이버 치지직은 오는 4월에 정식 오픈을 앞두고 있다. 아프리카TV는 올해 2분기 새 플랫폼 ‘숲’으로 리브랜딩을 진행할 예정이다. 과연 두 플랫폼이 트위치의 좋은 사용성까지 가져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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