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明達路] 마이너스 감도
“이번 시험, 잘 봤니?”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레온 훼스팅거(Leon Festinger) 박사는 어느 날, 모의고사를 치른 학생에게 다가가 이렇게 물었다. 그랬더니 A라는 학생은 이렇게 답했다. “그런대로 봤습니다.” 학생 B에게도 같은 질문을 하자 “웬만큼 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훼스팅거 박사는 이번에 멀리서 걸어오던 학생 C에게 물었다. 학생 C는 “3번 문제와 5번 문제가 틀린 것 같습니다”며 자신의 실수를 책망하는 얼굴로 불안해하더란다.
훼스팅거 박사는 이 사실을 바탕으로 실험을 했고 그 내용을 종합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냈다. “웬만큼 봤다” “그런대로 봤다”고 답한 학생은 자신이 잘못 본 문제에 대해 기억이나 집념이 없어 불합격 확률이 높았고, 정확하게 자신이 어디어디에서 틀렸는지 인지하고 반성한 학생은 합격 확률이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실패를 염두에 둔 학생이 성공률이 높다는 얘기인데, 훼스팅거 박사는 이를 ‘마이너스 감도’라 정의했다. 즉, 장점이나 성공요인보다 단점이나 실패요인을 분석하고 비중을 두는 의식구조다.
행동학자 버러스 프레더릭 스키너(Burrhus Frederic Skinner)도 이와 유사한 실험을 한 바 있다. 그는 50명씩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서는 하고 싶은 대로 먹고 입고 놀게 놔두고, 다른 한 곳에서는 박봉으로 가족을 위해 땀흘리는 보통 인간군상의 부자유를 주고 6개월 후 비교했다.
그 결과, 놀고 먹는 인간군의 과반이 이제 놀고 먹는 것도 귀찮아 평균 18시간씩 누워 살더란다. 활력이나 의욕에 있어 0에서 ‘–5’로 떨어졌다. 반면 후자는 0에서 ‘8’로 의욕이 상승했다.
이 실험결과를 놓고 보면, 사람은 마이너스가 되면 탄력회복성이 작용해 플러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플러스 환경이 되고 나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안주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사람이 깜짝 놀라거나 긴장하는 순간을 우리는 “손에 땀을 쥐게 한다”고 표현한다. 지금도 도구를 쓰거나 다짐을 나타낼 땐 손에 침을 뱉는 시늉을 한다. 이건, 위기가 닥쳤을 때 나무 위로 올라가 몸을 피하려는 인류의 조건반사 현상이다. 마이너스 상황에 처하면 그에 대처하기 위한 보상능력이 자생하는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기업이 마이너스 환경에서 빠져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기업이 잘 됐을 때 그 안에 도사린 마이너스 감도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대처했는지에 따라 앞으로의 경영 상태가 달라질 수 있다.
고 이규태 조선일보 주필은 자신의 칼럼에서 이렇게 썼다. “둔감의 보상으로 경영인의 손에 땀이 나게 하는 작금이다. 함에 예물 대신 마이너스만 가독 담고 시집가는 신부처럼 마이너스 감도로 재무장할 적기라고 보는 것이다”라고. 그때나 지금이나 어디 기업하기 쉬운 때가 있었을까 싶지만, 앞서 학생 C처럼 구체적인 문제점을 인지하고 대처할 수 있는 첫 걸음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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