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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의 유튜브 활용법, 민음사TV

민음사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민음사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팬픽… 팬픽? 민음사가 왜? 당연히 가질 수 있는 의문이다. 하지만 ‘민음사TV’는 그런 의문은 잠시 제쳐 놓고 즐겨도 된다. “민음사가 이런 얘기를 하네?”에서 ‘이런 얘기’를 맡고 있는 채널이니까. 민음사 마케팅부 콘텐츠 기획팀 조아란 팀장을 만나봤다.


팀명이 무려 ‘마케팅부 콘텐츠 기획팀’입니다. 마케팅, 콘텐츠, 기획 같은 단어로 표현되는 업무는 그 영역이 포괄적인 경우가 많잖아요. 민음사의 마케팅이 괜히 주목 받은 게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요.

팀명이 마케팅 흐름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제가 입사할 때는 ‘영업 마케팅팀’이었거든요.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한 감각이 점차 바뀌었죠. 최근엔 콘텐츠가 중요해요. 출판사 콘텐츠라고 하면 편집부에서 만드는 책부터 떠올리잖아요. 이젠 정해진 형태가 없어요. 광고도 단순 홍보보다는 스토리를 담아야 효과가 나타나죠. 브랜드의 모든 메시지는 좋은 콘텐츠가 돼야 한다는 점을 늘 의식해요. 이런 태도가 팀명으로 나타나는 듯해요.

여전히 마케팅부로 크게 묶이긴 해요. 저희 팀은 브랜딩 차원의 콘텐츠 기획에 더 신경 쓰라는 의미에서 만들어졌죠. 전에 영업이라는 이름으로 하던 업무에서 조금 떨어진 새로운 일을 많이 해요. 유튜브에 민음사TV를 연 게 대표적이죠. 얼마 전엔 일주일 내내 ‘민음사 한여름 LIVE 문학대축제’라는 타이틀로 인스타그램 라이브방송도 했어요. 역시 전에 하지 않았던 새로운 기획이었어요.

민음사 트위터

콘텐츠가 중요한 만큼 채널도 잘 관리해야겠네요. 민음사도 웬만한 SNS 계정은 모두 갖고 있죠. 근데 저는 민음사 트위터 피드가 좀 의외였어요.

신기할 정도로 정적이고 차분하죠? 민음사가 트위터를 꽤 초반에 시작했어요. 그땐 편집부에서 운영했는데, 담당자를 따로 두지 않았어요. 이번엔 해외문학팀, 다음엔 한국문학팀 같은 방식으로. 그러다 보니 정확한 가이드가 필요했어요. 톤 앤 매너를 맞춰서 위험도를 낮춘 거죠. 몇 년 전에 저희 부서로 이관되면서 가이드를 봤는데 ‘리트윗은 하지 않는다’ 같은 내용도 있더라고요. 지금 보면 어색할 수 있지만 그때는 그 방법이 맞았겠죠. 아직도 트위터 고유의 문화에 맞추기보다는 기존 톤이 유지되고 있긴 해요. 그래도 저희가 리트윗은 조금씩 하고 그래요(ㅎㅎ).

한편으로 유튜브는 분위기가 자유롭고. ‘이거 같은 팀에서 운영하는 거 맞나?’ 싶었어요.

놀랍게도 같은 팀, 같은 사람이 운영합니다.

정말 놀랍네요. 개인적으로 다른 채널이 독자와의 쌍방향 소통에 약점이 있으니 그걸 보완하는 역할로 민음사TV가 기획되지 않았을까 추측했어요. 실제로 그런 역할을 하기도 했죠.

기획부터 그렇진 않았어요. 그렇지만 민음사TV를 운영하다 보니 정확히 그 부분에서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민음사가 젊은 마케팅을 내세우면서 여러 시도를 했잖아요. 꾸준히 운영해온 민음북클럽은 나름대로 인정도 받았고요. 그런데 성과 추적이 어려웠어요. 단편적인 반응이나 수치는 확인할 수 있지만 독자들의 실제 평가를 피부로 느낄 수 없었죠. 독자에게 제공하려는 경험의 이상적인 모습이 우리 머릿속에만 있으면 어쩌나 싶었어요. 유튜브에서는 ‘사람들이 우리를 친근하게 느끼고 얘기해주는구나’라고 느꼈어요. 실체가 느껴지는 피드백이라고 할까요?

독자들도 똑같이 느꼈던 것 같아요. 실체 없는 로고가 아니라 사람이 나오니까 팬심 좀 부려도 되겠다고 느끼지 않았을까요? 예전엔 ‘이 책 내용 좋은데?’, ‘책 디자인 좋은데?’라고 생각만 했다면, 이젠 그걸 만든 사람이 영상에서 말하고 움직이니까요. 게다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동료 또는 닮고 싶은 언니 같은 느낌을 주니까 자연스럽게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나 싶어요. 사실 브랜드가 소통하자 그런다고 바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예를 들어 저희가 갑자기 ‘트위터를 소통 채널로 바꾸겠습니다!’ 선언한다고 사람들이 ‘저도 소통 원해요!’ 하진 않죠.

최근 브랜드 SNS들을 보면 팬심의 대상을 만드는 게 중요하긴 해요. 캐릭터든 실제 인물이든. 그런 점에서 말줄임표 콘텐츠 진행자인 김화진, 정기현 편집자가 크게 활약했죠. 섭외 요청에 선뜻 응하셨나요?

채널 기획 초기에 콘텐츠 출연 의향을 가진 편집자가 얼마나 되는지 알고 싶어 사내 메일을 돌렸어요. ‘의무 아니고 소정의 출연료도 있다.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겸사겸사 자기 책 홍보도 하고 싶으면 답장해달라’라는 내용이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출연해보겠다는 분들이 많았어요.

‘요즘 세대’가 매체를 대하는 태도가 과거와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물론 개인의 특성일 수도 있는데 기본적으로 퍼스널 브랜딩에 관심이 있어요. 일하는 데 도움되거나 자기계발로 볼 수 있다면 낯선 것도 잘 받아들여요. 이때 판단 기준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건지 아닌지’인 것 같아요. 얼굴이 노출되는지 안 되는지는 그보다는 덜 중요한 문제죠.

두 편집자가 단순히 문답을 주고 받거나 설명하는 게 아니라 평소처럼 대화를 나눠요. 사실 영상세대가 방송에 익숙하다고는 하지만 막상 카메라 앞에 서면 생각처럼 안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어떻게 보면 재능이긴 해요. 일단 ‘한번 해보면 좋을 것 같아’ 정도의 의지는 충분히 있었고요. 개인적으로도 워낙 합이 잘 맞아요. 친하고. 영상에 나오는 것처럼 서로를 정말 너무 좋아하거든요. 편집도 그런 모습을 살리는 쪽으로 하죠.

사실 제작진의 고충도 있어요. 저희가 큰 주제나 틀은 있거든요. 그런데 말씀하신 것처럼 화진, 기현 편집자는 티키타카로 흘러갈 때 재밌는 얘기가 나와요. 그 단계까지 가려면 긴 워밍업이 필요한데, 제작진이 잘 기다려주죠. 10분짜리 영상도 두세 시간 찍어서 만들어요. 정해놓은 뼈대를 유지하면서도 재밌는 장면을 골라내 영상을 만드는 게 참 감각이 필요한 일인 것 같아요.

저는 박혜진 편집자가 진행하는 ‘알려드림’ 콘텐츠를 꼭 챙겨봐요. 업로드 주기가 더 길어서 그렇기도 한데, 뭔가 똑똑해지는 기분이랄까. 그래도 출판사 유튜브니까…! 하는 생각.

사실 저도 그래요(ㅎㅎ). 평소에 유튜브를 많이 소비하는데 예능도 좋지만 마냥 놀지만은 않았다, 이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겠다 같은 마음이 들 때. 양심의 가책을 느껴서 뭔가 아주 작은 의지가 생겨날 때 정보성 콘텐츠를 찾거든요. 책을 읽는 것보단 확실히 에너지가 덜 들기도 하고요. 또 말씀하신 것처럼 민음사는 출판사니까,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 면에서 놓칠 수 없는 콘텐츠죠.

알려드림이 출판사 정체성에 딱 맞는 콘텐츠로 중심을 잡아주니까 말줄임표도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맞아요. 출판사의 고유영역이라고 할까요. 저희가 선보이는 다양한 콘텐츠들에 개연성을 부여하는, 일종의 연결고리죠. 지금은 한 달에 한 편 올리는데, 아쉽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애정도 많이 가서 ‘한 달에 두 편은 안 될까…?’라고 가끔 얘기해요. 보기보다 품이 많이 들어서 조심스럽죠. 혜진 편집자가 직접 스크립트를 작성하는데다 저희끼리 피드백하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들어요. 내용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하니까.

콘텐츠 성격상 진행자가 특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긴 하죠. 영상을 보면 박혜진 편집자는 카메라를 받아본 느낌이 확 들어요. ‘아나운서 같다’는 댓글도 많이 달리죠?

좀 다른 의미로 프로죠, 프로. 화진, 기현 편집자와 완전 결이 달라요. 예전 꿈이 프리젠터였다고 하더라고요. 남들 앞에서 말하는 일에 거부감도 없고 정말 성실하게 준비하세요. 원래 말을 잘하기도 해요. 사적으로도 되게 재밌거든요. 그래서 특집으로 혜진 편집자의 프리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Q&A 콘텐츠 같은 것도 준비하고 있어요. 정말 어디서 또 이런 친구가 나와 가지고…

말줄임표가 시즌2를 예고한 뒤 휴식기에 들어갔어요. 민음사TV 성장에 크게 기여한 콘텐츠인데,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될까요?

말줄임표는 계속 가져갈 거예요. 다만 전반적인 콘텐츠 밸런스를 조절할 필요를 느꼈어요. 민음사TV를 키우는 데 말줄임표가 크게 공헌했지만, 그런 공헌이 오히려 모두에게 부담될 수도 있겠다고 판단했어요. 독자들이 민음사를 친숙한 얼굴로 기억하는 건 긍정적이지만 사실 두 편집자도 민음사 직원일 뿐이잖아요. 그들 입장에서도 자신이 퍼포먼스를 내는 건 좋지만 민음사의 이미지를 너무 많이 짊어지는 느낌이 들 수도 있고요.

장기적으로는 민음사만의 메시지를 보여줄 수 있는 아이템을 늘려갈 생각이에요. 알려드림의 볼륨을 당장 키울 수는 없지만 그러한 톤의 콘텐츠를 여럿 기획하고 있어요. 책이라는 완성도 높은 원소스가 있으니 그 내용을 잘 담아낸 멀티유스를 발굴하는 게 저희가 할 일이겠죠.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할 시기네요. 채널 타깃을 어떻게 잡는지 궁금해요. 출판사 채널이니 결국 ‘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대상일 수밖에 없잖아요. 든든한 최소 독자지만 한편으로는 한계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희가 상상할 수 있는 구독자는 ‘책을 읽는 사람들’이에요. 다만 당장 출판에 관심없는 사람들도 재밌게 볼 콘텐츠를 만들려고 해요. 많은 분이 독서에 일종의 부채의식을 갖고 있잖아요. 언제든지 책을 읽고 싶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이거든요. 그런 분들까지 구독자로 상정해요.

책을 잘 안 읽었는데 혹은 한국 문학 좀 멀리 했었는데 영상 보고 영업 당했다고 많이 써주시더라고요. 사실 이건 단순히 ‘민음사 좋아요’를 넘어서는 메시지예요. 저희가 꼭 민음사 책만 얘기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게 아쉽진 않아요. 물론 브랜드 성장에 기여하는 게 의미 없다는 건 아니에요. 그것도 너무 좋지만 제가 운영하는 채널을 통해 사람들이 책과 한국 문학을 가깝게 여기게 되고 정보도 얻어가는 걸 보면서 느끼는 바가 컸어요. ‘편집자, 평론가, 작가 등 출판업 관계자들이 유튜브를 통해 이런 걸 할 수 있구나. 우리가 이런 것도 보여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민음사라는 기업에 대한 이야기가 출판이라는 산업, 독서라는 문화로 점차 확대되는 모양이네요.

앞으로 방향도 그렇게 잡아가려고요. 채널이 성장할수록 욕심이 생기고 여기저기서 요청도 많이 들어오겠죠? 브랜드 채널인 만큼 어느 정도 수용하긴 하겠죠. 그래도 좀 더 재밌는 것, ‘민음사가 이런 얘기를 하네? 근데 재밌네?’ 같은 반응을 끌어내고 싶어요. 의외성이 쌓이다 보면 민음사라는 브랜드가 좀 더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 있어 최소한의 개연성을 확보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예를 들어 저희도 언젠가는 웹소설을 할 수도 있잖아요? 그건 모르는 일이죠. 편집자나 마케터나 작지만 새로운 기획을 해나가면서 브랜드 전체의 레퍼런스를 바꿔 나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거 했었으니까, 이제 이런 거는 할 수 있어’ 같은 감각이죠.

의외성이 쌓이면 개연성이 된다는 말이 인상적이네요. 그럼 의외성이 드러나는 콘텐츠가 있을까요?

초기 콘텐츠 중 김세희 작가의 ‘항구의 사랑’을 다룬 게 있어요. 반응이 좋았어요. 그때 편집자랑 문학 평론가 두 명이 나와서 책 얘기 좀 하다가 어느 순간 팬픽 얘기로 넘어갔거든요. 오랫동안 유지된 어떤 권위나 전통적인 이미지가 살짝 허물어지는 데서 사람들이 카타르시스 같은 걸 느꼈던 것 같아요. 여기서 힌트를 얻어서 다양한 기획을 해보고 있어요. 물론 혜진 편집자가 진행하는 알려드림처럼 저희가 원래 잘하는 건 계속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할 거고요.

전 책을 좋아하는 편인데 굳이 출판사를 따지면서 볼 정도는 또 아니거든요. 근데 민음사TV를 보다 보니 이 브랜드 자체를 인식하게 된 거 같아요. 책을 파고드는 깊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민음사라는 브랜드를 보면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얼굴이 있으니까.

그쵸. 책을 볼 때 출판사도 보게 되죠. 브랜딩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어요. 민음사가 개별적인 마케팅, 브랜딩 활동을 많이 해요. 세계문학전집이나 오늘의 젊은 작가 같은 시리즈, 민음북클럽 같은 것들요. 매년 베스트셀러가 나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민음사만의 메시지를 구축하하는 데 힘쓰려고 하는 거죠.

브랜드를 소비하는 기준이 가치와 철학이 담긴 메시지인 건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잖아요. 출판사라고 자유로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 책도 재밌어 보이고 저 책도 재밌어 보여’ 라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고 그가 어떤 책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는 상황이라면, 그 다음 선택 기준이 ‘브랜드’가 될 수 있겠죠. 혹은 그냥 책 한 권 사 읽고 싶은데 뭐 읽지?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고요. 그때 그 수많은 이야기 중에 어떤 이야기를 선택할지의 기준이 ‘민음사’가 되면 좋겠어요. 민음사 자체가 큐레이션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지난 일 년 간 채널을 운영한 소감을 정리해주실까요?

MZ세대 소비자의 특징이라고도 하는데,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감각이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항상 조심하고, 무해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신경 쓰죠. 마찬가지로 독자들도 노력하는 게 보여요. 저희 출연자들을 정말 좋아해서 사적인 것도 물어보고 싶지만, ‘그러지 않을 거야’라는 뉘앙스가 느껴지거든요. 감사한 일이죠.

또 저희도 처음으로 독자의 실체를 느꼈어요. 제 팬은 아니지만 제가 소속된 브랜드의 팬으로서 반응해주잖아요. 셀럽에게나 달리는 줄 알았던 애정 어린 주접 댓글을 보면 아직도 신기하고 소중해요. 채널을 관리하는 친구는 개인적으로 힘들 때 댓글 보고 치유 받고 그럴 정도예요.

기대에 계속 부응하고 싶어요. 새로운 걸 하면서도 초심을 잊지 않는 태도. 민음사가 할 수 있는 재밌는 것들을 보여주기 위해 꾸준히 가다듬어 나가려고요.

글. 정병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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