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에 빠지는 소비자
비합리적 의사결정 속의 비이성적 요인들
비합리적 결정에 빠지는 소비자들
갈수록 선택을 요구받는 상황이 늘고 있다. 그 선택이 매 순간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종종 이에 반하는 선택을 내리곤 한다. 물론 그 선택에 대한 후회도 하고 말이다. 특히나 무언가를 소비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면 착각에, 모방에 그리고 상황에 빠질 때가 있다. 이번 호 Di curation은 ‘월간 아이엠’ 64~66호에 걸쳐 연재된 칼럼을 통해, 비합리적인 소비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들여다본다.
- 착각에 빠지는 소비자
- 모방에 빠지는 소비자
- 상황에 빠지는 소비자
01. 착각에 빠지는 소비자
정보화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소비자들은 스마트폰 혹은 인터넷을 이용해 필요한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수집할 수 있다. 이에 기업들은 자사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흘려보낸다. 인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경제적 판단을 한다는 의미로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nicus)’라 불리지만 정보의 홍수 속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이성에 반하는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린다.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세탁세제를 ‘1+1 판매’라는 달콤한 속삭임에 넘어가 구매한 경험을 떠올려 보라. 세탁세제를 들고 마트를 나설 때쯤이면 그리 싼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되돌리기엔 이미 늦었다. 이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내리는 의사결정 속에는 비이성적 요인들이 숨어있다. 착각에 빠지거나 모방에 빠지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전혀 예기치 못한 결정을 내리는 소비심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중, 착각에 빠져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살펴보자.
전문가일수록 지식착각에 빠지기 쉽다
‘지식착각(Illusion of Knowledge)’은 스스로를 가장 잘 안다고 여길 때, 그리고 자기중심적으로 주어진 상황을 판단할수록 쉽게 빠진다. 착각에 빠진 소비자는 자신도 모르게 비합리적인 구매 결정을 내리게 되고 이는 금전적인 손해로 이어진다. 왜 우리는 쉽게 착각에 빠지는 걸까?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Antoni Gaudi)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짓기 시작한 3년 후인 1886년에 10년 후면 성당이 완공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이 성당의 완공 시점은 2026년으로 예상되고 있다.
1988년 『강대국의 흥망』 저자인 폴 케네디(Paul Kennedy) 예일대 교수는 “머지않아 일본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의 경제 대국이 될 것이다.”라고 자신 있게 예언했다. 하지만 이 예언은 지금까지 실현되지 않았을뿐더러 실현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미국이 초강대국 지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지만, 일본은 ‘1990년대의 잃어버린 10년’ 등의 영향으로 강대국으로서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으며, 중국이 1990년대 이후 급속한 성장을 통해 미국을 위협하는 G2 반열에 올랐다. 두 사례 모두 해당 분야 전문가로 알려진 인사들의 예측이 빗나간 경우다.
이처럼 전문가일수록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착각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 『문명의 충돌』 저자인 새뮤얼 헌팅턴(Samuel Huntington) 등의 주도로 1970년부터 격월간으로 발행되는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는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외교전문잡지다. 이 잡지가 2007년 발표한 ‘세계를 웃긴 빗나간 예측들’을 보면, 1940~70년대까지 지구 기온이 꾸준히 떨어져 농업 생산량이 줄고 세계적인 기근이 찾아올 것이라는 지구 냉각화 예측이 있다. 하지만 현실은 온난화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어 결과적으로 가장 황당한 예측 사례로 손꼽힌다. 빌 게이츠(Bill Gates)는 1981년 “640KB 정도의 메모리면 모든 사람에게 충분한 용량이다.”라고 예측했지만 20년이 흐른 지금 대부분의 컴퓨터 사용자들은 빌 게이츠가 예상했던 메모리의 수백 배에 달하는 용량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도 지식착각이 주요 원인이다
2008년 미국에서 발생한 세계금융위기는 일자리나 자산, 수입이 전혀 없는 사람에게도 돈을 빌려주는 ‘닌자론’까지 내놓는 등 무리한 서브프라임 대출전략의 위기에 기인한 것이라는 주장이 대세다. 그 파급효과로 미국의 거대 금융회사인 베어스턴스와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고, 세계 최대보험회사 중 하나인 AIG가 정부관리하에 들어갔다. 세계 금융경제를 쥐락펴락하는 금융전문가들이 한결같이 주택시장의 거품과 뒤이은 붕괴를 예측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에드 글레이저(Ed. Glaeser)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자는 “주택 가치에 대해 장밋빛 전망을 하는 인간의 능력을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사람은 자신의 지식이나 정보를 지나치게 신뢰함으로써 자신의 수준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할 때 지식착각의 늪에 빠진다.
익숙함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으로 시각적 맹목성의 존재를 통해 착각하는 인간을 보여준 심리학자 크리스토퍼 차브리스와 대니얼 사이먼스(C. Chabris and D. Simons)는 “익숙함이 지식착각을 유발한다.”고 말한다. 인간은 익숙함에서 비롯한 단순하고 낙관적인 추측으로 모든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확신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평소 반복해 듣는 메시지에 익숙해지는 것은 메시지에 담긴 정보를 해독하고 처리하는 데 시간이나 노력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익숙한 메시지일수록 이해하기 쉽고 기존의 스키마(schema)에 잘 맞게 되는데, 이러한 뇌의 성향을 인지력 유창성(Cognitive fluency)이라 한다. 반대로 낯선 메시지는 해석을 위해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인간의 뇌는 힘든 일이나 예측 불가능한 일을 피함으로써 에너지를 비축하도록 진화돼 익숙함을 더 좋아하고 빨리 받아들인다. 문제는 지식착각이 과도한 자신감이나 긍정적 인식을 유발해 올바른 판단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반대로 우울증을 앓는 사람은 자신을 부정적이고 비관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주어진 정보를 좀 더 정확한 관점에서 파악하는 경향을 보인다.
한편 익숙한 정보일수록 쉽고 빠르게 받아들이는 이유를 단순노출효과(Mere-exposure effect)로 설명할 수 있다. 미국 사회심리학자인 로버트 자이언스(Robert Zajonc)가 제시한 단순노출효과는 사람들이 설득 대상물에 단순히 노출하는 것만으로도 호의적인 감정을 형성할 수 있다는 심리학 이론이다. 대학생들에게 무작위로 12장의 얼굴 사진들을 0회, 1회, 2회, 5회, 10회, 25회 등 6가지 조건으로 나눠 여러 번 보여주고 그 호감도를 측정했다. 분석결과, 사진을 보여주는 횟수가 증가함에 따라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친근감을 형성하고 호감을 느꼈다. 이러한 단순노출효과는 일상생활 속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데, TV 광고나 라디오 광고에서 익숙한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사람들에게 자주 들었던 친숙한 음악은 호감을 불러일으키고 광고에 더 집중하도록 만들어 브랜드를 친근하게 느끼게 한다. 결국, 익숙한 정보는 호감도를 높여 마치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기 때문에 지식 정도를 왜곡해 착각을 일으킨다.
지식착각은 전문가의 충고를 선호할 때 일어난다
우리는 의사나 판사가 특정 신분을 나타내는 복장을 하고 있을 때, 그들의 말에 더 믿음을 실어준다. 특히 해당 분야 전문가가 많이 아는 것처럼 자신 있게 행동하면 믿음뿐만 아니라 선호도도 높아진다. 사람은 정확하지만 자신 없는 정보보다 정확하지 않아도 자신감 넘치는 정보를 선호한다. 기디언 케렌(G. Keren) 네덜란드 심리학자는 사람들이 현실보다 더 많이 안다고 착각하는 전문가를 선호함으로써 일어나는 지식착각 현상을 증명했다. 앞으로 4일간의 강수 확률에 대해 기상전문가 A는 90%를, B는 75%를 예측했다. 이때 실제로 4일 중 3일 동안 비가 왔다면, A와 B 중 누가 더 정확한 일기예보를 했다고 생각할까? 실험결과, 약 절반이 90%의 강수확률을 예측한 A를 선호했다. 강수 확률을 75%로 예상한 B는 실제로 4일 중 3일이 비가 왔기 때문에 지식착각을 일으키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90%라 예측한 A가 더 잘 안다고 예상했다. 90%의 강수 확률이 일치하려면 4일 내내 비가 와야 함에도 단지 높은 예상확률을 제시했던 자신감 넘치는 A를 더 신뢰한 것이다. 자신이 가진 지식의 한계를 모른다면 (90% 확률처럼) 지나치게 확신하고 단언하겠지만, 지식의 한계를 안다면 “비 올 확률은 75%입니다.”라고 말할 것이다.
그렇다면 전문가 의견을 구하고 싶어 하는 성향을 보이는 것은 왜일까? 얀 엥겔만(Jan Engelmann) 미국 에모리대 연구팀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 뇌는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때 의사결정과정에서 게으름을 피운다고 한다. 피실험자들이 금융투자문제를 결정하면서 투자전문가의 조언을 받을 때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으로 뇌의 반응을 스캔했다. 외부전문가의 도움 없이 문제를 해결할 때 투자가치 평가와 관련된 신경 활동이 활발해졌지만, 외부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때는 활동이 두드러지지 않았다. 한마디로 외부전문가에게 어려운 의사결정을 맡길 때, 자신의 뇌는 쉰다는 얘기다. 우리 뇌는 활동을 통해 소모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하도록 진화돼 외부 도움을 적극 받아들임으로써 의사결정과정에서 자신의 에너지를 비축한다. 그리고 자신이 마치 전문가처럼 다 안다는 착각에 빠지는 것이다.
과다한 정보는 자기 과신을 부른다
행동 경제학의 선구자인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 연구팀이 실시한 주식투자 모의실험은 정보가 많을수록 잘못된 의사결정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탈러는 25년 동안 피실험자들에게 가상의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게 하고 한 달, 일 년 혹은 5년마다 피드백을 받고 주식 배분 변경을 선택하도록 했다. 피실험자들은 정보를 받을 때마다 주기적으로 주식 배분을 바꿔 주식을 팔거나 사곤 했다. 실험 종료 시점에서 매달 피드백을 받은 집단은 40%의 수익을, 5년마다 받은 집단은 원금대비 66%의 수익을 달성했다. 매달 받는 정보는 단기적인 정보만을 제공해 안전한 주식형 펀드가 위험하다는 지식착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러한 실험결과는 현실에서도 똑같이 일어난다. 미국의 경제학자 브레드 바버와 테런스 오딘(B. Barber and T. Odean)이 6년간 6만 개에 달하는 증권계좌를 추적한 결과 활발하게 거래한 사람의 수익이 가끔 거래한 사람보다 매년 수익이 30%가 적었다고 한다. 투자자 사례를 보면 더 많은 투자 정보를 접하는 투자자일수록 자신의 투자 지식과 노하우를 과신하는 경향이 높다. 하지만 의사결정에 크게 도움이 안 되는 투자 정보는 지식착각만을 키운다. 정보가 많을수록 의사결정 자체가 어려워져 최선의 투자 결정에 실패할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투자정보가 많을수록 넓어지는 선택의 폭 안에서 선택하지 않았던 대안에 대한 후회의 감정이 커져 선택 자체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정보 과잉은 자기 과신을 부추기거나 후회를 조장해 바람직한 의사결정을 방해한다. 결국, 주식 등 금융투자 관련 정보가 많을수록 투자자는 지식착각의 함정에 빠져 투자손실을 입을 가능성은 높아진다.
지식착각은 소비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는 특정 광고 메시지를 접할 때에도 구매과정에서 선택을 주저하거나 지식착각에 빠질 수 있다. 광고 메시지가 지나치게 기술적인 세부사항을 열거했거나 어려운 전문용어로 구성됐다면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광고 메시지는 소비자로 하여금 제품에 대해 실제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하기 때문이다. 오디오나 디지털카메라, 개인용 컴퓨터에서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복잡할 뿐만 아니라 어려운 전문용어로 된 사용설명서가 대표적인 예다. 본인 스스로 지식이 부족하다고 여길 때는 판매원이나 전문가 의견을 경청함으로써 ‘바깥에서 살펴보기(Outside View)’가 가능하지만, 자신을 마니아라고 여기는 경우 문제가 된다. 마니아는 지식착각에 빠짐으로써 제품 선택 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럴 때 소비자가 쉽고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약식 혹은 간편 매뉴얼을 준비해 지식착각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복잡한 기술의 제품뿐만 아니라 주식 등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하려는 투자자 역시 정보의 함정에 파묻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탈러의 연구결과처럼 주가의 단기변동은 장기수익률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며, 반대로 장기투자일 경우 정보가 많을수록 장기수익률에 대한 지식이 오히려 더 얕아진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 경우, 지식착각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우므로 소액 투자로 지식착각의 영향 정도를 파악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솔직하게 본인의 실수를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실수가 실수를 부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자기중심적 사고는 착각을 유도한다
프렌티스(R. Prentice)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수는 상황을 자기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평가하는 사고방식에 따른 인지 오류를 ‘자기중심적 사고(self-serving bias)’ 혹은 ‘자기 위주 편향’이라고 정의했다. 자기중심적 사고는 매사에 자신을 긍정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편향적 사고를 말한다. 자연재해로 모두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을지라도 나만은 생명에 지장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그 예다. 우리가 평소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는 경향은 생존본능에 가까운 인간의 기본 심리에 그 원인이 있다.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주변의 모든 상황을 나에게 유리하게 돌리고 상대방에게는 불리하게 맞춤으로써 생명의 위험을 감소시키고자 하는 본능인 것이다. 반면 타인 중심의 사고 경향은 타인의 안위를 더 먼저 생각하는 경우로 자기 죽음을 뛰어넘는 인간애의 발로가 그 예다. 철길에 떨어진 낯선 행인을 구하려 뛰어드는 사람이나 길거리에서 소매치기를 잡아달라는 다급한 목소리에 반응하는 경우다. 이는 이해득실의 관점에 따라 이기적인 경우와 이타적인 경우로 구분되며 이러한 성향은 자기중심 혹은 타인 중심의 양극단적 사고로 나뉜다.
자기중심적 사고의 단면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로 유아의 인지적 특징이 있다. 자신이 갖고 싶은 장난감을 아빠도 갖고 싶어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자신이 슬프면 친구 역시 슬프고, 내가 배가 고프면 엄마 역시 배가 고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스위스 심리학자 피아제(J. Piaget)는 만 5세 이하의 어린이 네 명에게 서로 다른 세 가지 산의 모형을 보여준 후, 맞은편에 앉아 있는 어린이가 바라보는 산의 모양을 고르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어린이가 그림을 정확하게 선택하지 못했으며, 단지 자신의 위치에서 본 그림과 같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즉 어린이들은 자신의 위치에서만 사물을 이해하고 타자의 관점에서 보는 사물을 추론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린이들은 자신이 경험한 일을 남들도 똑같이 경험했다고 간주하는 성향을 보인다.
자기중심적 사고는 쾌감을 자극한다
자기중심적 사고와 같은 인지적 오류는 어른 역시 어린이와 다르지 않다. 어른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물을 생각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사실은 간단한 실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같은 머그잔을 보여주고 “만약 당신이 이 머그잔을 산다면 얼마에 사겠는가?”라고 질문하고, 반대로 “만약 이 머그잔을 팔 수 있다면 최소한 얼마를 받고 싶은가?”라고 질문하면 머그잔을 살 때와 팔 때의 가격이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머그잔이 자기 자신의 것이라고 인지하는 보유 효과(endowment effect)로 살 때보다 팔 때 적어도 두 배 이상의 가격을 원하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사물을 판단하는데 이는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기인한다.
최근 자기중심적 사고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인간행동의 단서를 미국 하버드대학 뇌 과학자 카우프만(Jason Kaufman) 연구팀이 제시한 사례가 있다. 이들 연구팀은 SNS를 통해 상대방에게 자신을 말할 때 뇌세포를 포함한 뇌세포의 시냅스가 쾌감을 느껴, 이야기를 쉽게 멈출 수 없도록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은 중간 대뇌 변연계의 도파민 영역이며, 이 영역은 음식이나 돈, 섹스로 쾌감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영역과 일치한다. 한마디로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게 되면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도파민 방출이 활성화돼 쾌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자기중심적 사고는 구매 후 부조화에도 영향을 끼친다
소비자들의 소비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자기중심적 사고의 예로 제품 구매 후 느끼는 ‘구매 후 부조화’가 있다. 구매 후 부조화는 기존 경험과 지식을 통해 형성된 신념이 모순된 다른 인지를 접할 때 소비자가 겪는 심리적 불안상태를 의미한다. 제품 구매 이전의 기대치와 구매 이후의 성과품질에 대한 차이를 느끼는 소비자가 이 과정에서 구매 후 갖게 되는 심리적 불편함이다. 이때 사람들은 심리적 안정을 찾으려고 노력하게 되는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자신의 결정을 극단적으로 합리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결국, 자신이 알고 싶지 않은 정보는 스스로 차단한 채 알고 싶은 것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어느 날 새롭게 론칭한 A 브랜드 승용차의 TV 광고를 본 순간 평소 자신이 꿈꾸던 스타일의 승용차라 생각되어 바로 구매했다. 승용차를 샀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동차광인 친구가 달려와 뱉은 한마디, “시내 주행이 많은 우리나라 교통상황에서는 연비가 탁월한 B 브랜드가 더 좋던데……” 이런 상황이라면 “A 브랜드에 대한 구매 결정이 과연 최선인가?” 하는 고민에 빠지고, 돌이킬 수 없는 결정에 대해 후회한다. 이때의 심리적인 불편감은 이루 말할 수 없게 된다. 승용차처럼 값비싼 제품을 구매하거나, 상대적으로 고관여 제품 혹은 전적으로 자신의 판단에 따라 제품을 구매한 경우라면 구매 후 부조화는 더 심각하게 나타나며, 평소 자기중심적 경향이 강한 소비자라면 구매 후 부조화 가능성은 더욱 크다. 이런 유형의 소비자는 자신이 가진 신념과 판단 자체를 전적으로 믿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자기중심적 착각에 빠진 소비자를 이해해야 한다
소비자들의 자기중심적 사고 경향을 적절히 이해하고 이를 반영한 기업은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낸다. 미국에서 클래식 아웃도어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L.L.빈(Bean)은 헤밍웨이가 즐겨 찾던 브랜드로 1912년 가죽과 고무를 콤비로 사용해 견고한 내구성과 무게감을 갖춘 헌팅 슈즈를 탄생시켰다. L.L.빈(Bean)은 100켤레의 수제화를 제작한 후 제품하자로 이를 모두 회수한 일화로 유명한데, 이 사건은 회사의 전통으로 굳어져 주문·배송 및 애프터서비스까지 완벽한 품질공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는 서비스나 제품을 제공하는 기업에 불만을 토로하기보다는 주변 사람들에게 털어놓는 경향이 강하다. 말 그대로 부정적인 구전을 퍼뜨리는 것이다. 이때 기업은 불만 고객에게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에 앞서 사과의 표시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L.L.빈은 제품에 대한 불만을 호소하는 고객에게 ‘무엇이 당신을 만족하게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질문하도록 고객관리를 한다. 기업 중심적 사고의 제품이나 서비스 품질평가는 소비자 불평이나 요구를 무시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다. 소비자를 지향하는 마케팅을 위해서는 기업 중심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중심이어야 한다.
인기 있는 유통채널로 자리 잡은 인터넷쇼핑몰은 채널 특성상 눈으로 보고 구매할 수밖에 없어 사후 피해가 크다. 2011년 한 해 동안 한국소비자원에 인터넷쇼핑몰의 횡포와 관련해 신고된 건수는 4,291건에 달했다. 구매 후 교환이나 환급을 거부당한 사례가 전체의 40%로 가장 많았고, 주문한 물건과 다른 물건이 배달돼 반품했지만, 구매대금을 6개월 넘게 환급받지 못하거나 상품 하자로 반품 요청 시 환급이 아닌 적립금으로 지급받은 경우도 있다. 상조 서비스는 해지환급 시 위약금을 제외하고 낸 돈보다 적은 금액을 돌려주거나 가입자 수가 적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중도해지를 거부하는 사례도 있다. 이와 같은 사고는 대표적인 기업의 자기중심적 관행이다. 고객감동경영은 소비자입장에서 판단하고 평가하는 타인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고에서 시작한다.
사람은 많은 정보를 보유하고 있을 때 자기 자신을 스스로 전문가로 여기거나 과도한 자신감에 휩싸일 때, 상황을 자기중심적으로 판단할 때 지식착각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착각을 통해 초래되는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은 경제적 손해로 이어진다. 따라서 타인이 중심이 되는 객관적인 기준을 통해 판단하는 습관이 필요하며,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에 의존하는 자신감을 버리는 연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