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없었던 마케팅, 이를 위한 도전적인 생각들(2)

마케팅의 중요 개념으로 자리잡은 ‘경쟁’의 실체를 밝히고 자신의 가치를 솔직하게 말하는 브랜드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변화무쌍한 소비자와 발전하는 마케팅 기술의 시대. 우리의 마케팅은 과연 어떤가.
늘상 해오던 방식을 반복해오진 않았나. 혁신을 위한 용기를 내본 적이 있나.
아니면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것 뿐인가.
이번 글에서는 마케팅의 중요 개념으로 자리잡은 ‘경쟁’의 실체를 밝혀보자.
자신의 가치를 솔직하게 말하는 브랜드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2020년 마케팅의 변화가 대한민국을 변화시키고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길 바라면서. 최고의 브랜드, 최고의 마케팅. 우리는 정상에서 만난다.

Intro. 자아실현 하지 못한 어느 마케터의 이야기

“또 캠페인을 제안하나요……?”

‘커서 남을 돕고 살거야!’라고 말하던 어릴 적 꿈 때문인가.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품은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불어불문학과를 전공으로 선택했다. 어린 시절 꿈과 대학 시절 전공과는 다소 먼 거리에 있는 마케터로서 살아가는 내 모습을 바라본다. 그래서일까. 내가 작성한 마케팅 기획안에는 타인이나 사회를 향한 에너지가 빠진 적이 없다. 그 에너지는 주로 ‘캠페인’이라는 실행방안으로 구체화되곤 했다. 여기서 말하는 캠페인(Campaign)은 브랜드가 사회참여 성격을 갖는 마케팅 활동을 의미한다.

플라스틱 줄이기 캠페인에 동참하는 취지로 거북이를 키우고 있어요! 저는 이것을 ‘라이프스타일 캠페인’이라고 부른답니다

마케팅 에이전시에 다니던 때에는 마케팅 제안서와 기획안을 ‘PPT 공장’처럼 뽑아내곤 했다. 광고주의 사정과 목표에 맞춰 플로우는 다양하게 분화됐지만 결론에 해당하는 실천방안이 타인과 사회로 향한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력을 끼치면서도 소비자에게는 혜택을 줄 수 있는,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 모든 것이 브랜드에 긍정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선순환 구조을 가진 전략말이다.

매번 다른 아이디어와 방법으로 설계되지만 결국 사회를 향한 캠페인을 실행방안으로 가져오는 내게 직장 상사들이 비슷한 코멘트를 했던 것을 지금에야 깨닫고 혼자 미소짓는다. 명확한 가이드, 충분한 직무교육이 없었기에 촉박한 일정 속에서도 내 능력 밖이라고 생각되는 일을 허덕이며 기획했다. 그렇게 하느라 느끼지 못했던 플랜들이 어느덧 ‘마케터 이세라의 마케팅 스타일’로 실타래에 꿰듯 연결되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지난 글의 핵심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이번 글을 통해서도 마케팅 혁신을 위해 필요한 생각들을 하나씩 이해해보자. 이 글이 엄청나게 큰 느티나무가 되길 바란다. 마케팅 산업 틀을 변화시키는 자양분이 되고, 더 나아가 자본주의 시대 대한민국을 변화시키는 뿌리가 됐으면 한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마케팅 현업자 저마다의 가지가지에서, 바로 여러분의 삶의 자리에서 주렁주렁 열매가 달릴 것을 응원하면서 말이다.

저의 글을 맛있게 드시고 현업에서 뛰고 있는 각자의 자리에서 크고 작은 변화를 만들어주세요.
변화의 시작은 바로 지금, 당신으로부터

경쟁구도는 사라졌다.

“탈모가 고민인 J군은 모근을 강화할 수 있는 A브랜드 샴푸를 사용한다. 바디워시는 시원한 페퍼민트 향의 L브랜드 제품을 쓴다. 클렌징 폼은 순하고 자신에게 잘 맞는 M브랜드 제품을 좋아한다.”

“S양은 아이섀도우가 20개가 넘는다. 제품별 용도가 다르다. 학교에 갈 때는 캐주얼하게 쓸 수 있으면서도 매트해서 잘 지워지지 않는 E제품을 사용한다. 친구를 만날 때는 색감이 화려한 C브랜드 제품을 주로 쓴다. 가장 좋아하는 백화점 브랜드인 M이다. 가격이 비싸서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모아 기분전환을 하거나 내게 맞는 색상이 신제품으로 나왔을 때만 산다.”

J군과 S양이 사용하는 브랜드들이 서로 경쟁하는 관계라고 할 수 있을까? J군이 사용하는 세 가지 제품 모두 크게 H&B(Health & Beauty) 카테고리에 속하지만 J군은 제품의 작은 카테고리마다 선호하는 브랜드가 있다. 선호의 기준은 ‘나에게 필요하거나’ 혹은 ‘나에게 잘 맞고 좋아해서’라는 개인적인 필요(Need)와 기호(Taste)를 바탕으로 한다. 제품을 구매하는 기준이 개인 소비자 한 명의 주관적인 기준이 되고있음을 알 수 있다.

S양 사례에서 언급된 3개의 브랜드는 동일한 제품 카테고리에 속한다. 때문에 J군보다 경쟁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경쟁논리는 적용되지 않는다. 소비자의 제품 구매·사용 과정에는 각 브랜드별 특징이 주관적인 기준으로 구별돼 존재한다. 소비자 개인이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용도(Usage)’라는 기준에 따라 브랜드를 구별해서 구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의 특징을 인지하기 전까지는 타 브랜드와의 비교과정이 존재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브랜드 A와 B 각각의 특징을 이해하고 ‘선택’한 것이지 ‘비교평가’를 통해 제품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둘을 비교한 뒤 우위에 있는 상품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A라는 브랜드의 특징 자체를 인지하고 선택한다는 측면에서 타 제품과의 경쟁을 통한 구매로 보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여기서 우리는 마케터의 관점이 소비자의 관점과 다르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위 사례를 조망해보면 소비자의 구매 행위에서 브랜드 간 경쟁이 발생한다는 논리는 사실상 크게 작용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과연 이것이 마케터에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마케터의 시선을 경쟁사가 아닌 소비자로 돌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쟁사와 비교함으로써 자사 브랜드의 차별점을 강화하는 접근이 아닌, 소비자가 브랜드의 가치를 충분히 이해하고 선택할 만큼 강력한 무언가를 전달하는 접근으로 시선을 전환해야 한다.

마케터의 시선을 어디에 두느냐. 그것은 사소해보이지만 엄청난 차이를 가져온다. ‘시선(Gaze)’은 우리의 인지(Awareness)를 결정하고, 인지는 우리가 생각(Thinking)하는 방향성을 결정하며, 그 생각들은 결국 행동(Behavior)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우리가 모든 업무를 진행하고 결정하는 푯대가 된다.

여전히 매대에 놓여있는 섀도우가 서로 경쟁을 하고 있는것처럼 보이는가?
소비자는 하나의 제품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알고 싶어할 뿐이다

대학교 마케팅 수업 중 경영전략 학회에서 경쟁자 위상 맵핑(Mapping)을 그리곤 했다. 한두 가지 기준을 갖고 브랜드 간의 차이를 거리로 환산해 2차원의 도면 위에다 그리는 것도 참 어려운 문제지만, 맵핑한 뒤 자신의 브랜드와 유사 브랜드 찾는 것 또한 애매한 경우가 많았다. 거리가 가까운데도 불구하고 경쟁사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경쟁사를 먼저 정의하고 그에 맞춰서 기준을 짜는 억지스러운 경우도 종종 있었다.

서로 다른 가치를 말할 때 경쟁은 의미가 없다. 사과와 바나나를 비교하며 둘 중 더 나은 것을 선택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사과는 사과만의 특징이 있으며, 바나나는 바나나만의 맛과 영양성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과를 좋아하는 소비자도 있지만 바나나를 더 좋아하는 소비자도 존재한다. 우리는 어서 빨리 하나의 카테고리나 제품군에서 서로 더 많은 땅을 차지하려고 겨루는 마케팅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엇보다도 소비자가 더이상 제품을 비교평가하는 과정을 거쳐 구매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마케터의 경쟁구도적 시각은 여전히 ‘가격할인’이라는 마케팅 방식으로 실행된다. 브랜드나 제품이 가진 특징을 명확히 전달하려는 행위보다는 가격에 경쟁력을 크게 부여한다. 다른 특징들이 소비자의 마음 속에 자리잡기도 전에 ‘저렴한 제품’이라는 특징만 남는다. 마케팅 활동이 의미가 없어지는 순간이다. 많은 기업의 영업기획과 마케팅이 싸울 수밖에 없는 이유가 근본적으로는 바로 이 ‘가격할인’ 문제에서 발생한다.

더 나아가 경쟁을 다시 정의해봐야 한다. 우연히 본 다큐멘터리 속 세탁소 사장님의 인터뷰가 경쟁을 바라보는 나의 틀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 분은 자신이 단순히 옷을 세탁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옷을 정기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오랫동안 옷을 입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세탁소 사장님은 근처의 동네 세탁소와 경쟁을 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 분의 경쟁사는 ‘스타일러’가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물론 스타일러가 세탁소만큼이나 확실하게 옷의 얼룩을 제거하지는 못한다. 때문에 그 분은 경쟁이 없는 영역에 위치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옷을 오래 입으면 다른 옷을 살 필요가 없어지니, 의류 브랜드와 경쟁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이렇게 경쟁의 영역이 확장됐을 때 자신의 강점이 확실하게 드러날 뿐만 아니라 시장의 경쟁적인 분위기를 새로운 구도로 전환시킨다.

궁극적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일한다는 세탁소 장인.
이 분의 마인드는 이미 경쟁을 뛰어넘은 지 오래일지도 모르겠다 출처. 채널25 유튜브 채널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브랜드 간 차이가 불명확하거나, 제품 간 차이가 거의 없으면 경쟁이 발생한다. 이럴 땐 제품 간 비교평가가 발생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제다. 대부분 인지도가 있는 브랜드이며, 제품의 기능이 비슷하고 매일 사용하는 제품은 경쟁 상황을 완전히 붕괴시키지 못할 수도 있다. 소비자가 구매하는 시점에 가장 저렴하게 판매되는 제품이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경우에는 할인을 하는 만큼 매출이나 판매량이 나오는 경쟁구도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갓뚜기’ 사례는 위와 같은 성격을 가진 브랜드·제품군의 마케터에게 실마리를 제공한다. 맛있고 좋은 재료를 추구하는 제품력에서부터, 계약직이 전혀 없고 모두가 정규직으로 일하는 고용근무형태. 게다가 재벌 3세가 일상에서 실천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주까지. 오뚜기를 ‘갓뚜기’로 만들기 충분한 요소다. 매대에 수많은 라면이 있는 상황에서 제품과 맛이 아닌 ‘오뚜기’라는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의 행동을 만들기 충분한 그들의 행보는 경쟁의 차원을 넘어 소비자와 함께 비상한다.

자사 제품이 소비자에게 무엇을 제공하고 있는가? 표면적인 답변에서 나아가 좀 더 근본적인 속성을 파고 들어야 한다. 경쟁이 불가피하게 존재하는 영역에 있다면 기존 경쟁 요소와는 아예 다른 차원의 요소를 제시해 시장의 경쟁 분위기를 전환시킬 수 있다. 두 가지 접근 모두 경쟁이라는 차원을 뛰어넘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소비자는 브랜드를 비교평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다만 자신의 가치를 명확하게 알려주는 제품을 선택할 뿐이다.

편의점 매대 속 수많은 라면 제품 중에서 ‘오뚜기’ 브랜드를 구분해서 찾는 나의 일상이 신선하다

마케팅은 ‘자연스럽고 솔직한’ 것이 되어야 한다

80만 원이 안되는 저렴한 예산으로 브랜딩 영상을 만들어야 할 일이 있었다. 영상 기획부터 제작까지 진행돼야 하는데 회사 내부에는 그와 관련된 역량이 없었다. 외주를 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예산의 한계를 뛰어 넘을 만큼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없었고, 그 영상은 정말 ‘예산만큼의 퀄리티’로 진행됐다. 영상 콘텐츠 분야에서 마케터인 내 능력은 형편없었다. 영상을 기획, 제작, 릴리즈하는 과정에서 나의 ‘어색함과 자신없는 태도’는 도통 사라지지 않았는데, 나중에 깨닫게 됐다. 마케터가 어색하면 결국 소비자들도 그 어색한 감정을 그대로 느낀다는 사실을.

화려하거나 충격적인 ‘과대포장’ 스토리가 먹히는 시대는 지났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어딘가 어색하고 자신없는 스토리 역시 위험하다. 기획 단계에서 당장 조정을 해야 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를 단 몇 초만에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시대에, 진실을 왜곡하거나 포장하는 방식은 기업에게 오히려 위험하다. 심지어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경험하고 만들어내는 것을 고려하면 꿈도 꿀 수 없는 접근이 돼버린 것이다. 오히려 살짝 부족해서 투박하더라도 ‘포장하지 않고’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제품을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는 그런 스토리에 반응한다.

제품을 사지말라’는 문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단에 한 벌의 자켓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자원이 자세하게 나와있다 출처. 구글 검색결과

그렇게 망한 영상(?)이 나오고 속상한 마음으로 탔던 택시 안. 스마트폰을 보다가 위 포스터를 마주하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머나, 자켓을 사지 말라니.” 내용을 자세히 확인해보니 하나의 의류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자원을 아주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시선을 사로잡는 화끈한 카피도 신선했지만 그 표면적 의미 속에 숨겨진 그들의 가치 -얼마나 환경을 생각하며 제품을 만드는지- 를 진솔하고 가감없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들의 목소리는 나에게 울림이 되었다. 이는 앞서 이야기한 내용과도 연결되는데,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진실되게 이야기하는 것 그리고 행동하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행보는 해당 가치를 실질적인 행동으로 담아내는, 무엇보다 소비자가 열광하는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보여져야 할 것이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일관되고 신뢰성 있는 목소리로 꾸준하게 소개하는 통일성이 중요하다. 좀 더 디테일하게 보자면 마케팅 문구의 ‘톤 앤 매너(Tone and Manner)’가 중요해진다. 매번 다른 마케팅 메시지를 꾸며내느라 고통받는 카피라이터 혹은 크리에이터에게 조금은 부담이 줄어들진 않을까. 하지만 한결같이 핵심 가치를 이야기하되, 다양한 이야기와 실천방식을 위한 아이디어는 여전히 중요할 것이다.

영국 러쉬매장에서 진행한 동물실험 반대 캠페인의 모습.
때로는 침묵으로 더 큰 울림을 주는 방법도 잊지말자 출처. 구글 검색결과

디지털 마케팅은 마케팅의 진보된 모습이 아니다

전세계 마케팅 채널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이동한 시점은 이제 10여 년이 돼가고 있다. 하지만 채널의 변화가 마케팅 그 자체의 변혁(Innovation)을 도모하진 못했다. 단지 전달하는 수단이 바뀐 것뿐이었다.

첫 번째 글에서 말했듯이,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사라지지 않았다. 소비자가 정말 원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마케터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관심사를 반영한 배너이지만 그 배너는 여전히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곳에 불쑥불쑥 나타난다.

페이스북은 접속자 수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인터넷의 빠른 속도만큼 매체의 흥망성쇠 또한 빠르다. 엄청난 마케팅 예산을 쏟아부어가며 페이스북 팔로워를 늘린 마케터들에게 페이스북은 이제 버리기도 중심 채널로 가져가기에도 애매한 계륵 같은 채널이 됐다. 구글도 마찬가지다. 돈으로 마케팅 기회(광고)와 데이터(타겟팅, 로그 등)를 사지만 결국 그 데이터 역시 브랜드 플랫폼에 남는 것이 아닌 구글 플랫폼 안에 들어있다. 자사 데이터임에도 자신이 소유하지 못하는 구조다. 제3자 플랫폼에 쌓인 데이터를 유지하거나 광고 등을 위해 사용하려면 돈을 지불해야만 한다.

이제는 소비자가 가치를 따라 브랜드로 찾아와야 한다. 마케팅 예산을 투입한 만큼 소비자가 방문하고 참여하는 구조를 바꿔야만 한다. 소비자가 직접 브랜드 채널(Owned Channel)에 찾아올 수 있게 하며, 그 데이터는 기업이 보유-관리-분석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해야 한다. 한 번 방문한 고객이 지속적으로 방문할 요인을 제공하며, 이는 다른 유사 소비자로 오가닉하게 유입시키는 구조로 설계돼야 한다. 향후 홈페이지, 앱과 같은 자사 채널과 이메일과 문자, PR매체와 같은 다이렉트 마케팅 채널이 좀 더 정교화되고 활성화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이는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써드파티 플랫폼에 자신의 마케팅 유산을 모두 의존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마케팅 활동으로 발생한 소비자 데이터의 주권이 자신에게 있느냐, 혹은 써드파티 영역에 존재하느냐의 문제다.

파타고니아 홈페이지는 자신들의 환경보호와 관련된 캠페인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출처. 파타고니아 홈페이지

크고 거창할 필요는 없다. 작지만 확실한 소비자 세그먼트와 핵심 가치를 찾고 그 스토리를 자사 채널을 중심으로 쌓아나가야 한다. 고객이 동참하는 방식도 좋다. 오프라인 매장이 있다면 매장 내 경험을 활용해보자. 일회성 캠페인이 아닌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시리즈 형태를 통해 마케팅 효과를 이어나가는 게 중요할 것이다.

오프라인 매장 또한 브랜드 정보를 공유하는 데 중요한 채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놓치지 말자

Outro. 칸느(Cannes)에서 만나요

매년 프랑스 칸느에서 열리는 전세계 No.1 광고축제 – 칸느 라이언즈(Cannes Lions). 아이러니하게도 ‘불문학 전공이 이렇게 마케팅에서 연결이 되는건가’하며 내심 프랑스 출장을 기대하기도 했다. 아쉽게도 가보진 못했지만 칸느 광고제는 전세계에서 훌륭한 광고를 선별해 상을 주기 때문에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모바일 앱으로 사용자의 탄소 발생량을 추적해주는 스웨덴 핀테크 기업의 사례, 에이즈환자 간병인과 간호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존슨앤존슨. 광고주에게 미디어 지출의 일정 부분을 동물 복지 프로젝트에 기부할 것을 제안한 브랜드 등. 그들은 단순히 제품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세상을 바꿀만한 힘을 가진 이야기를 외쳤다. 그 스케일이 그들의 마케팅 사례를 전세계 No.1으로 만들어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2020년 대한민국에는 사회를 변화시키고 세계를 놀라게할 마케팅적 시도가 우후죽순 등장했으면 좋겠다. 기존에 해왔던 방식과는 다른, 아주 작은 변화라도 시도해보는 차세대 마케터들의 패기가 느껴지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 어쩌면 나를 포함한 기성 마케터들은 그 에너지와 열정이 사라졌는지도 모른다. 도전적으로 시도하고, 제안하고 협상해나가는 용기. 그 에너지를 차세대 마케터들이 이어갔으면 좋겠다. 이러한 시도가 가능하려면 마케팅 선배들의 역할도 필요하다. 그들의 이야기를 열린 마음으로 들어주고 적극적으로 실행해나갈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와 시스템을 제공해야 한다.

지금까지 이어온 핵심을 정리해보자.

글을 맺는다. 브랜드 마케터로서 사회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캠페인’이 기본이 돼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소비자는 브랜드 메시지에 열광하며 자발적으로 모여든다. 그들은 가격 할인이나 이벤트가 아닌 일상에서 브랜드가 진정성 있게 실천하는 캠페인 행보를 지켜보며 기꺼이 제품을 소비한다. 자발적으로 브랜드를 소개하며 참여하는 코어 소비자들이 핵심이 되는 브랜드. 이 과정 속에 브랜드는 타브랜드와의 경쟁이라는 논리를 철저히 무너뜨리며 소비자와 함께 비상한다.

2020년 대한민국의 마케팅 물결이 크게 바뀌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 그 물결이 사회의 변화로 이어지는 미래를 기대해본다. 대부분의 캠페인을 나는 성공하지 못했다. 때가 아니었다. 그러나 여러분은 해냈으면 좋겠다.

‘개념소비’라는 용어를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의식있는
소비문화의 개념으로 자리잡았더라구요. 인스타그램에서 관련 콘텐츠가 올라올 때마다 뿌듯합니다
Author
이슬아

이슬아

마케팅 전략 컨설턴트/프리랜서. '전공불문'이라는 불문과 학도가 빅데이터 전문 마케터가 되기까지. 힘겹게 배우고 경험한 이야기들을 브런치 매거진으로 하나씩 풀어나가고 있다. '배워서 남주자'는 신념으로, 일상에서 누구나 접할 수 있는 마케팅 상황을 가지고 마케터가 되기위해 필요한 예리한 시선과 생각을 키워내는 것을 목표로 글을 쓰고 있다. sarah8710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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