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제품 전략부터 홍보까지, 4P를 아우르는 마케터가 필요하다

서기석 오픈유어아이즈 대표, 마케터의 역할 재정립 강조


2025년 4월 글로벌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Deloitte)는 CMO의 역할 확장에 대한 리포트를 공개했다. 리포트는 고객 중심 전략의 중요성이 커지는 시장 상황에 따라 브랜딩, 광고, 시장 조사 등에 국한됐던 CMO의 역할이 전략적 의사 결정에 대한 직접적인 기여로 확대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딜로이트는 디지털 시대에 CMO가 데이터와 인사이트, 크리에이티브를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해야 함을 강조했다.

제롬 메카시 교수가 정립한 마케팅 믹스의 4P 이론(자료=corporatefinanceinstitute)

리포트는 그동안 마케터의 역할이 얼마나 제한됐는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닐 보든(Neil Borden) 교수가 고안해 제롬 메카시(Jerome McCarthy) 교수가 정립한 마케팅 믹스(Marketing Mix) 이론으로 봤을 때 ‘제품 또는 서비스(Product)’ ‘가격(Price)’ ‘판매촉진(Promotion)’ ‘Place(유통경로)’이라는 이론의 4P 요소에 대해 실질적으로 마케터가 무게를 싣고 관여하는 부분은 ‘판매촉진’ 정도에 국한됐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서기석 오픈유어아이즈 대표. 그는 GM코리아, 이케아코리아, 카카오모빌리티 등 글로벌 및 국내 기업에서 CMO 및 마케팅 리드 직책을 역임했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마케팅 컨설팅 기업 오픈유어아이즈(Open Your Eyes)의 서기석 대표는 이러한 상황이 특히 한국에서 두드러진다고 주장한다.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특히 디지털 시대가 시작되면서 마케터의 역할이 프로모션이나 고객 획득(Customer Acquisition)에 치우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케터, 지나치게 실무에 치우쳐 있다?

커머스 미디어 플랫폼 크리테오(Criteo) 한국 지사에서 마케팅 전략에 대해 강연하는 서 대표. 서 대표는 현재 크리테오, CJ, KT 등 여러 대기업에서 마케팅 본질과 전략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사진=서기석 대표 본인 제공)

2018년 서 대표는 GM(General Motors)에서 전략기획실장으로 일했다. 마케팅, 사업기획, 전략기획 등 GTM(Go to Market) 전반을 총괄하는 역할이었다. 이후 이케아코리아를 비롯한 여러 글로벌 기업과 카카오모빌리티 등 국내 기업을 오가며 전략기획과 마케팅을 모두 이끌었던 경험은 마케터의 역할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는 견해의 바탕이 됐다.

서 대표는 마케터가 ‘고객을 대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덕트가 왜 고객에게 필요한가에 대해 가장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마케터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 관점에서 그는 현재 마케터는 지나치게 실무적인 부분에 업무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한다.

광고 캠페인 예시. 서 대표는 이처럼 실무적인 영역에 마케터의 역할이 국한된다는 것은 오해라고 말한다(자료=롯데칠성)

예컨대 광고 기획 및 캠페인 제작 등 실무에 대한 기술과 역할은 충분하지만, 전략적인 부분에 대한 역할을 부여 받는 경우가 적고, 전략적 사고에 대한 훈련도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서 대표는 이러한 역할적인 한계가 결국 마케팅과 브랜드의 성과에 넘어설 수 없는 천장을 만든다고 말한다.   

아무리 마케팅(프로모션)을 열심히 한다고 해도, 시장에 적합한 고객 중심의 프로덕트와 가격 측정이 없다면 제약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나 브랜드가 무언가를 숨길 수 없는 현 시대에는 더욱 그렇죠. 적합하지 않은 상품으로 똑똑한 소비자를 설득할 수는 없어요.

서기석 오픈유어아이즈 대표

글로벌 기업은 다를까?

실제 고객 관점에서 프로덕트와 전략 방향성의 큰 틀에 기여할 수 있는 권한이 과거의 마케터에게는 주어졌다는 게 서 대표의 설명이다. 덧붙여 그는 국내와 비교해 글로벌 시장의 마케터에게는 더욱 폭넓은 역할이 부여된다고 말했다.

국내와 비교했을 때 글로벌 기업에서 마케터의 위상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글로벌에서 시장과 고객에 대한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회사와 비즈니스의 성장에 기여한다는 전략적인 역할은 마케터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로 강조되고 있습니다.

서기석 오픈유어아이즈 대표
2011년 페이스북의 광고 부문 부사장으로 영입된 캐롤린 에버슨. 그는 여러 대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베테랑 마케터였다(자료=iab 유튜브)

예로 페이스북(Facebook)은 회사가 빠르게 성장 동력을 얻고 있던 2011년 곧바로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 MTV에서 중책을 역임한 베테랑 캐롤린 에버슨(Carolyn Everson)을 광고 부문 부사장으로 영입하며 고경력 마케터를 통해 성장 동력에 힘을 불어넣고자 했다. 이후 캐롤린 에버슨은 인스타그램(Instagram) 광고 기능 글로벌 론칭 페이스북 메신저 비즈니스 채팅 확대 등 프로덕트 영역부터 데스크톱에서 모바일로 광고 유통 경로 재설계 등 다방면의 개선을 이끌어냈다.

애플의 신제품이 대거 공개되는 개발자 컨퍼런스인 WWDC(자료=apple developer)

애플 또한 매년 신제품이 대거 공개되는 개발자 컨퍼런스인 WWDC에 마케터가 적극적으로 투입되는 것은 물론, 제품 개발부터 홍보, 유통 등 4P 전반에 마케터가 적극적으로 연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 대표는 또 다른 예로 ‘프로덕트 마케터(Product Marketer)’의 유무를 꼽는다. 프로덕트 마케터는 글로벌 기업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직종이다. 프로덕트 마케터는 프로덕트의 가치가 고객에게 명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프로덕트 개발부터 홍보의 일련의 과정을 함께하는 직무다. 앞서 살펴본 마케팅 믹스의 4P를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직종인 셈이다.

프로덕트 런칭이 다가오면 프로덕트에 대한 고객 세분화를 다듬기도 하고, 프로덕트의 포지셔닝이나 프로덕트 메시지가 브랜드의 톤앤매너와 얼마나 부합하는지 점검하기도 합니다. 엔지니어나 PM(Product Manager)가 프로덕트를 잘 만들기 위한 직군이라면, 프로덕트 마케터는 전 과정에서 여러 조직을 함께 조율하는 역할인 겁니다.

서기석 오픈유어아이즈 대표

4P를 아우르는 마케터, 브랜드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

서 대표는 국내 기업들이 프로덕트 마케터처럼 프로덕트 개발을 포함해 4P 전반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구조를 필요로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 바탕에는 ‘데이터 드리븐(Data-Driven)’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상황에 의한 영향이 있다.

데이터 드리븐 마케팅 전략. 프로덕트의 전반적인 방향성 확립을 위해 조직 전반과 커뮤니케이션하는 프로덕트 마케터에 대한 수요가 떠오르는 것에 대해 서 대표는 데이터 중심 전략적 사고 체계가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자료=marradata.ai)

데이터 드리븐 구조는 이미 글로벌 기업에서는 자리가 잡힌 상태입니다. 다만 국내 스타트업이나 테크 중심 기업에서는 뚜렷하지 않은 경향이 있었죠. 이는 국가별 시장이 가진 차이 때문이기도 한데요. 북미나 유럽 등 데이터 중심의 신중한 의사 결정에 무게를 두는 글로벌 시장과 달리 국내 시장은 빠른 의사 결정 속도로 실험하는 경향이 좀 더 강했던 것입니다. 현재는 데이터 드리븐 구조가 더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태고요.

서기석 오픈유어아이즈 대표

국내 여러 기업, 특히 스타트업 규모에서 프로덕트 마케터의 포지션을 수행하는 직군이 부재한 상황, 나아가 데이터 드리븐 사고와 마케터의 역할 확대가 논의되고 있는 현재를 서 대표는 ‘과도기적 상황’으로 묘사한다.

특히 성장곡선의 정체를 겪기 시작한 기업의 경우 이러한 구조 변환의 필요성을 크게 체감한다. 마케팅 조직이 4P 프로세스 전반에 연계되는 구조가 부재한 기업일수록 프로덕트에 고객의 목소리가 반영되거나, 프로덕트와 마케팅 활동 전반이 브랜드의 톤앤매너와 통일성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 대표는 브랜드에게 중요한 고객 관점을 유지하는 일이라는 것을 거듭 강조한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영세한 스타트업일수록 고객 관점을 유지하는 데 신경 써야 합니다. ‘You’re not the Customer’라는 말이 있습니다. 회사에 발을 들인 순간 고객이기 어렵습니다. 고객의 관점을 유지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한 까닭입니다.

서기석 오픈 유어 아이즈 대표

4P 전반을 아우르는 마케터가 필요한 이유는 결국 시장에 필요한 프로덕트, 즉 팔리는 프로덕트를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의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경쟁사는 어떤 상태인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서 대표는 아이폰처럼 기존에 없던 카테고리를 만드는 수준이 아니라면 프로덕트는 혁신적인 수준일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그는 카테고리에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소양을 프로덕트가 만족하고 있는가를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만의 강점’이라는 경쟁사와의 한 끗 차이는 그 이후에 확립하는 일이다.

고객의 목소리를 비즈니스에 담아낼 수 있어야 살아남는다

프로덕트 마케터처럼 4P를 아우르는 마케터가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건 이들이 비즈니스 전략과 마케팅 전략을 연결하는 교두보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프로덕트를 어떤 가격에 만들지가 비즈니스 전략의 영역이라면, 이를 고객 관점에서 어떻게 구체화하고, 확산시켜 고객을 유치할 것인가는 마케팅 전략이다. 그 사이에 간극이 존재하지 않도록 이어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있어야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다고 서 대표는 강조한다.

마케팅의 본질과 전략적 사고를 이해할 수 있는 마케터가 성과를 만들고 살아남는 시대입니다. 마케터는 고객을 끌어오는 사람이 아닙니다. 고객을 대변하고, 고객이 반응할 수 있는 목소리를 만들 수 있는 사람입니다. 이를 비즈니스에 녹여낼 수 있는 마케터가 필요하고, 또 그런 마케터가 살아남을 겁니다.

서기석 오픈 유어 아이즈 대표
  • 에디터이민호 (treewords@ditoday.com)
  • 섬네일안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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