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건, “나와 내 삶을 사랑하는 마음”
대상의 생명을 애정으로 그린다… 우나리 일러스트레이터 인터뷰

모두의 꿈에는 기한이 있다. 현실의 벽은 때로는 높고 단단해서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고는 한다. 그러나 영원히 물을 가두는 댐은 존재하지 않듯, 가끔 세상은 기적처럼 우리가 꿈에 맞닿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한 제품 디자이너가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는 이야기가 그랬다. 올해로 10년차, 이제는 어엿한 베테랑 일러스트레이터가 된 우나리 작가는 과거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며 자신에게 3개월의 시간을 약속했다.
3개월 동안 일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으면 일러스트레이터의 꿈은 포기하기로 했어요
야속하게 시간은 빠르게 지났다. 그리고 단 이틀을 남긴 어느 날, 기적처럼 한 추리소설의 표지를 그려달라는 의뢰를 받게 됐고, 그렇게 꿈의 벽을 허문 우나리 작가는 10년간 그림을 가장 가까운 ‘동료’로 여기며 달려왔다.

누구나 마주하는 꿈을 향한 과정의 불안함을 견디고, 아직도 매일 작업하는 순간이 가장 즐거운 그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보편이면서, 때로는 누군가가 꿈꾸는 삶이기도 하다. 우나리 작가는 현재 무엇을, 어떻게 그려내고 있을까? 그의 세계를 작가의 창을 통해 들여다봤다.
단순함과 다채로움, 그 안에 담긴 애정
안녕하세요, 작가님. 원래는 제품 디자이너였다고 들었어요,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자연스럽게 제품 디자이너로 일하며 살았죠.
제품 디자이너의 삶에 안착했다 새로운 도전을 한 건데, 일러스트레이터를 꿈 꾼 계기가 있나요?
잠시 쉬는 기간을 가졌어요. 그때 포트폴리오를 정리할 겸 작업실에 다녔죠. 그곳에서 일러스트레이터 친구들을 만나게 됐어요. 그들을 통해 이 직업이 가진 매력에 대해 알게 됐고, 작업해보면 할수록 이 길에 확신이 들더라고요.
자신에게 딱 3개월의 시간을 약속했다고요.
3개월 동안 일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으면 다시 취업을 준비하려고 했어요. 불확실함에 오랜 시간을 줄수는 없겠더라고요. 다행히 기적처럼 3개월이 다 되어갈 쯤에 추리소설 표지를 그려달라는 의뢰가 왔죠. 덕분에 계속 꿈꾸던 일러스트레이터의 삶을 살아가고 있어요. 제게는 너무 기쁘고 감사했던 기억이네요.
기적 같은 순간 이후 어느덧 10년차 일러스트레이터가 됐어요. 그 시간 변한 것도 있고, 변하지 않은 것도 있을 것 같은데요.
많은 게 변했죠. 그림체도 여러 번 바뀌었고, 세상의 흐름과 제 취향의 변화도 작품에 영향을 줬어요. 하지만 늘 ‘단순함’ ‘유연함’ ‘즐거움’ 이 3가지는 제 작품 안에서 변하지 않고 함께해왔어요. 그래서일까요? 스타일이 변해도 여전히 제 작품을 보며 “우나리 작가의 그림 같다”는 말을 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럴 때 너무 감사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죠.

단순함과 유연함, 그리고 즐거움이라… 그렇다면 우나리 작가는 무엇을 그리는 사람이죠?
제 작업의 대상은 늘 ‘생명력을 가진 존재’에요. 저는 그들에게 사랑과 애정을 느껴요. 그 시선을 단순한 형태와 다채로운 컬러를 통해 재해석하죠. 그게 제가 그리는 그림이에요.
디지털을 넘어 오프라인까지…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물들이다

존재의 생명력을 주제로 하는 만큼, 활기찬 작업이 많겠는데요?
제가 특히 애정하는 작품이 그러한데요. <Blooming Party>는 꽃을 메타포로 파티의 순간을 담아낸 작품이에요. 저에게 꽃은 단순한 아름다운 이상의 존재거든요. 꽃은 생명력에 대한 상징이에요. 파티란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즐거운 시간이잖아요? 그런 즐거운 시간 속에서 생명력이 피어나는 장면을 그리고 싶었어요.

혹시 생명력 외에 다른 주제를 담은 작품도 있을까요?
재밌는 상상을 작품에 담기도 하는데요. <퓨처 패밀리(Future Family)>는 제가 상상한 미래의 가족을 담은 작품이에요. 제 머릿속에 떠오른 미래의 가족은 서로 다른 종족이 함께 어우러진 모습이었거든요. 그들의 유쾌한 일상을 상상하며 이 그림을 그렸고, 시리즈 안에 등장하는 다람쥐 캐릭터인 ‘우나(UNA)’로 실제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기도 했어요.

작품에 담긴 대상에 대한 애정 때문일까요? 따뜻하고 밝은 작품이 많네요. 보는 사람의 마음도 따뜻하게 해주는 것 같은데, 작품이 디지털을 넘어 실제 공간에 전시된 적은 없나요?
가장 보람을 느끼는 작업이기도 한데요. 2024년 ‘쉐이크쉑(Shake Shack)’ 인천공항점 벽면에 대형 아트웍 작업을 했던 적이 있어요. 쉐이크쉑이 가진 브랜드 이미지가 제 작품이 가진 색깔과 잘 어울렸어요. 프로젝트 규모도 커서 여러모로 보람을 많이 느꼈죠.

디지털에서 주로 활동하는 만큼, 오프라인에서 작품을 공유하는 경험이 특별했을 것 같아요.
그렇죠. 특히 김포공항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제 작품이 오랫동안 전시되며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는 건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정말 뿌듯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죠.
작가의 시선은 나에 대한 사랑에서 시작한다

이번 <디지털 인사이트> 280호의 표지도 장식했어요. 꽃다발이 보이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표지를 장식한 작품인 <꽃다발>은 그림 속 인물이 프레임 밖 존재에게 꽃다발을 전하고 있어요. 진심을 담은 꽃다발, 그리고 그 너머의 동그란 눈을 보며 사람들이 꽃다발을 받는 자신만의 이유를 떠올릴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8월은 디지털 인사이트에서 주최하는 ICT AWARD KOREA가 열린다고 들었어요. 이번 280호가 시상식 현장에서 배포되는 것으로 아는데, 시상식 현장에서 전해지는 만큼 축하의 의미를 전하고 싶었어요.
소개해 주신 작품부터 이번 280호의 표지까지, 모든 작품에 애정과 따뜻함이 느껴지네요. 하지만 늘 좋을 수는 없잖아요. 때로 힘든 순간이 있기도 할 텐데, 그럴 때는 어떻게 극복하세요?
가끔 그림이 잘 안 그려지거나, 한계에 부딪히는 것 같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땐 극복보다는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는 편이에요. 그림은 제게 평생 함께할 ‘동료’예요. 그런 그림과 나의 관계를 믿고 기다리는 거죠. 그림과 내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림을 동료로 바라보는 관점이 독특하네요. 평생을 그림과 함께하기 위해, 작가의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요?
극복에 대한 조급함 보다 나에게 기다림을 주는 것과 같은 이유인데요. 제 삶을 긍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작가에게 꼭 필요한 건 ‘그리고 싶은 대상’이에요. 제게 그건 사람과 삶의 순간들을 향한 애정 어린 시선에서 시작돼요. 그런 시선을 가지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과 자신의 삶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어요.
따뜻한 이야기네요. 앞으로가 기대되기도 하는데요. 꼭 도전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나요?
개인전을 열어보고 싶어요. 프로젝트와 병행하며 개인 작업은 꾸준히 해왔지만, 아직 전시를 해본 적은 없거든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온전히 담아낸 전시를 꼭 해보고 싶어요.
꼭 목표가 이뤄졌으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어떤 작가로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어요?
저는 영국 밴드인 ‘콜드플레이(ColdPlay)’를 정말 좋아해요. 그들의 음악은 고유의 색을 유지하면서도 시대와 함께 유연하게 변화해왔죠. 그들처럼 저도 시대의 흐름 속에서 계속 진화하는 작가이고 싶어요. 그리고 늘 제 그림에 담아온 단순함과 유연함 그리고 즐거움이라는 단어로 기억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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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이민호 (treewords@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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