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이 아닌 필수” 게임 개발에 UX 디자이너가 필요한 이유
사용성을 통한 수익성 향상부터 출시 후 문제 예방까지
앞선 기사를 통해 게임 UX 디자인의 특징과 일반 UX 디자인과의 차이점에 대해 알아봤다면, 이제 게임 UX 디자이너에 대해 알아볼 차례다. 게임 UX 디자인은 일반 UX 디자인과 마찬가지로 사용자의 경험에 관한 디자인이지만 서로 비슷하면서도 크게 다른 부분들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특별한 게임 UX 디자인을 업으로 삼은 ‘게임 UX 디자이너’는 게임 개발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왜 요즘 많은 게임 개발사들이 UX 디자이너를 필요로 하는 걸까?
이번 글에서는 게임 UX 디자인의 특징에 이어서, 게임 UX 디자이너가 게임 개발에 필요한 이유에 대해 조명한다.
게임 UX 디자이너란?
게임 UX 디자이너란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용자, 즉 플레이어의 경험 조성을 위해 디자인을 하는 전문 디자이너를 말한다. EA 코리아는 ‘사용자가 게임 시스템,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느끼고 생각하는 지각과 반응, 행동 등 총체적인 경험을 구체화하는 직무’라고 정의했다.
얼핏 보면 일반 디자이너와 비슷해 보이지만 게임 UX 디자이너는 일반적인 디자이너와 다른 디자인 목표와 우선순위, 업무 범위를 가진다. 게임 UX 디자이너의 업무는 단순히 프로그래머와 기획자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시각적 요소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게임 UX 디자이너는 게임 시스템의 사용성을 평가하고, 사용자의 니즈와 데이터를 분석하며, UI, 그래픽 비주얼·사운드·스토리 등의 요소를 사용자 친화적으로 설계해 게임에 다양한 이점을 제공한다.
1. 수익성 향상
보통 많은 게임 업계인이 뭔가 시도할 때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그게 돈이 됩니까?”이다. 대다수의 게임이 소비자에게 판매돼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결국 세상만사 모든 것이 돈 문제다. 하지만 게임 UX 디자이너들은 이런 질문에 주눅들 필요가 없다. 잘 만든 게임 UX 디자인은 실제로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의 개발사로 유명한 라이엇 게임즈가 게임 UX 디자이너의 활약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예다. 라이엇 게임즈는 지난 2019년 6월 TFT의 PC버전을 출시해 큰 인기몰이를 한 후에도 인기에 안주하지 않고, 사용자 리서치 및 니즈 파악을 진행해 1년도 안돼 2020년 3월 동일한 게임 경험 연동을 특징으로 하는 TFT 모바일을 선보였다.
당시 알리샤 로링 라이엇 시니어 UX 디자이너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PC와 모바일 플랫폼 모두에서 같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었다”면서 “TFT 모바일은 사용자의 접근성을 확대해 줄 것”이라고 UX 디자인 방법론에 기반해 모바일 버전 출시를 설명했다.
이런 UX 디자인 방법론에 기반한 게임 출시 및 운영 전략의 결과는 엄청났다. 2024년 4월 기준 TFT 모바일은 월간 활성 이용자 수 105만명을 기록했으며, 누적 다운로드 수는 1000만회를 돌파했다.
라이엇 게임즈의 UX 디자인적 행보는 기존 UX 디자인 업계도 주목했다. 닐슨 노먼 그룹의 제이콥 닐슨은 “플레이어의 요구를 찾아 충족시키는 실현 가능 의견을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회사의 이윤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하며 라이엇 게임즈의 인사이트 팀을 게임 UX 디자인의 효과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긍정적인 예시로 들었다.
2. 사용자 및 데이터 분석을 통한 게임 개선
많은 게임 UX 디자이너가 주요 역량으로 ‘데이터 기반 사고방식’을 꼽는다. 실제 게임 UX 디자이너는 데이터에 기반해 디자인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으며, 가장 보편적인 게임 UX 디자이너의 업무는 ‘사용자 조사 및 데이터 분석을 통한 게임 개선’이다.
게임 UX 디자이너가 특히 데이터와 데이터 분석 역량을 강조하는 이유는 게임 UX 디자이너들이 근무하는 많은 게임 개발·유통사들이 사용자 데이터 수집이 손쉬운 디지털 플랫폼 오너 위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많은 게임 제작사들은 일반 제품 서비스들과 달리, 별도의 설문 조사를 진행하거나 특별한 솔루션을 도입하는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정확한 데이터 등을 손쉽게 수집할 수 있으며, 게임 UX 디자이너는 데이터에 기반한 게임 업데이트를 진행할 수 있다.
실제 한재석 넥슨 UX 분석실 실장은 “유저의 목소리도 매우 중요하지만 이를 받쳐주는 데이터가 부족하다면 사내에서 설득력을 갖기 힘들다”며 “데이터적 사고는 개발 및 개선 전반에 걸쳐 매우 중요한 역량이다”라고 데이터 분석 능력의 중요성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대표적으로 안재준 네오플 디자이너는 2017년 던전앤파이터 게임 업데이트에 있어 UX 디자인 개선을 위해 데이터 기반 리스트업과 사용 빈도 측정·분류를 진행하고, 최소한의 동선으로도 정보를 파악할 수 있도록 UI 디자인을 최적화했다.
그 결과 던전앤파이터는 직관적이지 못한 길드 콘텐츠 UI를 개편하는 데에 성공해 사용자들에게 호평을 받은 것은 물론, 넥슨이 주최하는 개발자 컨퍼런스 NDC에서 게임 UX 디자인 개선 사례로 발표돼 업계인들의 이목을 끌었다.
3. 매력적이고 몰입감 있는 게임 기획 및 설계
게임 UX 디자이너가 하루 종일 데이터 숫자와 씨름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프로젝트 규모 및 개발팀의 성향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최근 점점 더 많은 게임 개발사들이 본격적으로 UX 디자이너를 섭외해 초기 단계부터 게임을 함께 기획·설계하고 있다.
이런 UX 디자이너의 참여 확대 움직임은 게임 시장의 성장과 경쟁 심화, 플랫폼 다각화 등에 맞닿아 있다. 경쟁 과정 속에서 플레이어가 게임을 즐겁게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사용성 고려가 중요하다는 성공 사례들이 발견된 것이다.
특히 이런 게임 디자이너의 개발 참여율은 2020년대에 들어서 더욱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실제 이은정 EA 코리아 UX 디자이너는 “최근 사용자 경험이 다각화되면서 게임 기획 초기부터 게임의 사용성과 경험에 대해 고민하고, 개발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중요하게 논의된다”고 말하며 UX 디자이너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업계 동향을 전했다.
또한 잘 만든 게임 UX 디자인은 그 자체로도 가치를 가지고, 게임의 브랜딩과 흥행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인 예시가 감각적인 UX 디자인과 적극적인 디자이너의 개발 참여가 특징이며, 최근 국내 서울 지하철에서도 한창 광고를 진행하고 있는 ‘페르소나 시리즈’다.
특히 페르소나5의 경우, 스토 마사요시 수석 디자이너가 UI를 위해 1000장이 넘는 사양서를 직접 그리거나, 전투와 시나리오 등 각 파트에 전속 디자이너를 배치했다. 디자이너와 프로그래머가 1대1로 UX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 게임 개발팀과 UX 디자인팀의 연계성을 높인 것이다.
이렇게 출시된 페르소나5는 시그니처 컬러인 빨간색을 강조하기 위해 서브 컬러를 최소화하고, 각종 상황과 캐릭터 이동에 맞춰 UI가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연출을 선보였다. 결과는 굉장했다. 페르소나5는 2023년 12월 시리즈 누적 판매량 1000만 장 돌파를 보고할 정도로 불티나게 팔렸으며, 수많은 전 세계 게임 개발자들은 페르소나5의 UX에 경악했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전현직 개발자들이 페르소나 시리즈의 디자인에 견해를 내놓으며 SNS에서토론을 이어갔다.
4. 테스트 지원을 통한 출시 후 문제 사전 방지
게임의 흥망성쇠를 결정짓는 테스트 과정의 경우, 테스트 과정을 집중적으로 담당하는 ‘게임 테스터’와 ‘게임 QA’라는 직무가 따로 존재한다. 하지만 게임 UX 디자이너 역시 게임 테스트 과정에 참여해 게임 개발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할 수 있다.
이는 출시 후 문제가 발생하면 게임 평가와 흥행에 큰 영향을 주는 버그, 퍼포먼스 최적화, 콘텐츠 완성도, 밸런스 오류 등 게임 내적 문제들이 출시 전에 UX 테스트를 통해 충분히 검증 가능한 영역에 위치해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재석 실장은 대표적인 게임 UX 업무 사례를 묻는 질문에 지난해 6월 정식 출시를 진행한 ‘데이브 더 다이버’를 꼽았다. 요컨대 넥슨의 게임 UX 디자이너들은 UX 분석 외에도 게임 사전 테스트도 적극 참여해 UX 디자인 방법론에 기반한 조사를 진행하고, 개발팀에 다양한 조언을 제공해 게임을 개선한다는 이야기였다.
실제로 데이브 더 다이버는 2022년 10월 얼리 액세스를 시작해 여러 차례 사전 테스트를 진행해 게임을 개선했고, 그 결과 지난해 6월 정식 출시 이후 국제 게임 시상식에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가장 최근엔 BAFTA 게임 어워드 2024서 디자인 공로를 인정받아 게임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반면 테스트에 소홀해 게임 흥행 실패는 물론 큰 손해를 본 예시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사이버펑크 2077’은 2020년 최대 인기작이었지만 출시 직후 각종 버그와 최적화 이슈, 다운그레이드 등의 엉망인 퀄리티로 출시가 진행돼 전 세계적으로 큰 논란이 일었다.
이에 여러 UX 디자이너는 제대로 된 플레이 테스트가 진행되지 않았을 것이란 추측을 내보였고, 실제로 2021년 사이버펑크 2077은 출시 전에 제대로 테스트를 거치지 않고 출시했다는 내부 폭로가 전해져 화제가 됐다. UX 디자이너들의 추측이 들어맞은 것이다.
이젠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게임 UX 디자이너
이처럼 게임 UX 디자이너는 게임 기획과 개발 출시 전반에 걸쳐 줄 수 있으며, 이런 점에 주목해 점차 해외 게임사들은 물론 국내 게임사들도 게임 UX 디자이너에 대한 채용을 넓혀가고 있는 추세다.
한 국내 게임 개발자 교육 업체는 “계속해서 크기가 커지고 있는 만큼 UI와 UX는 매우 중요한 화두다”며 “특히 UX 디자인은 게임 개발은 물론, 사업 전략까지 포함하기에 필수다”고 말하면서 게임 UX 디자이너의 중요성과 함께 최근 국내 게임 업계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업계 실무자들 역시 이런 의견에 동의하는 바이다. 실제 한재석 실장은 “세계 최대 개발자 컨퍼런스인 GDC에서도 UX 서밋이 단독으로 생겨나고 매년 다양한 주제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며 “이제는 게임 개발에 있어 UX는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닌 필수적인 요소가 돼가고 있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