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이는 순간 완성되는 이야기, 어서오시옷 작가가 말하는 스티커의 힘
팬과의 ‘로맨틱한 연대’를 만드는 작은 스티커 한 장

스티커를 떼는 순간의 설렘, ‘착’ 붙일 때의 만족감. 어린 시절 아바타북을 모으며 느꼈던 그 순수한 기쁨을 여전히 간직한 작가가 있다. 스티커 만화방을 운영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어서오시옷이다. 그는 스티커를 단순한 문구용품이 아닌 ‘사랑스러운 장난감’이라 부른다.
그의 작업실에서는 몇 달에 한 번씩 새로운 스티커 이야기가 태어나고, 팬들은 작은 종이에 담긴 따뜻한 메시지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6년 넘게 이어온 그의 여정은 창작을 넘어 팬들과의 ‘로맨틱한 연대’로 확장됐다.
장난감 같은 스티커에서 시작된 진심
어서오시옷 작가에게 스티커는 무엇보다 ‘장난감’이다. 그는 여전히 떼고 붙이는 그 자체의 재미를 믿는다. 스티커가 독자의 다이어리에 ‘착’ 하고 붙는 순간, 그의 이야기는 비로소 완성된다.


안녕하세요, 독자분들에게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스티커 만화방을 운영하는 어서오시옷입니다. 2019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요. 지금은 1년에 3~4번 새로운 스티커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필명 ‘어서오시옷’에는 어떤 뜻이 담겨있나요?
아트 페어에 자주 참가하는데, 부스에 눈길을 사로잡는 이름을 적고 싶었어요. 그래서 ‘어서오세요’라는 말 뒤에 제 이름의 초성을 붙여 ‘어서오시옷’으로 지었습니다. 팬들에게 ‘어서오시오~’ 인사를 건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스티커라는 작은 공간에 만화를 그립니다. 스티커라는 매체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작품 활동을 위해 스티커를 선택했다기 보다는, ‘나만의 스티커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였어요. 저는 스티커를 사랑해요. 어릴 때부터 아바타북을 모으고, 다꾸(다이어리 꾸미기)를 좋아하던 여자 아이였죠. 자연스럽게 나만의 스티커를 만들고 싶어졌고, 그렇게 작품 활동을 시작했어요.
스티커의 매력에 대해서도 해주실 이야기가 많겠군요.
그럼요. 스티커는 일상을 반짝반짝 빛내주는 장난감이에요. ‘토도독’ 떼는 재미, ‘착’ 붙이는 재미는 여전히 저를 즐겁게 해요. 작가 입장에서 봐도 스티커라는 매체만의 매력이 있어요. 한 걸음 더 나아간 의미에서 소장이 가능하거든요. 누군가 제게 ‘왜 캔버스나 책이 아니라 스티커를 선택했어?’라고 물으면 저는 ‘스티커니까 좋은 것’이라고 답해요. 팬분들이 제 스티커를 다이어리나 스마트폰에 붙일 때 비로소 그 속에 담긴 이야기가 완성된다고 믿거든요. 이게 바로 스티커만이 가진 특별함이죠.


스티커를 사용하지 않고 고이 소장하는 팬도 있을 텐데요?
‘이렇게 예쁜 걸 어떻게 붙여요?’라고 말씀해주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럴 때마다 저는 ‘제발 좀 써주세요, 그거 보는 게 제 낙이에요’라고 부탁해요. 제 이야기가 ‘그들의 이야기’로 변하는 순간이 좋아요.
스티커에 정성스레 그려낸 사랑과 희망
어서오시옷 작가의 작품은 따뜻하고 포근하다. 대표작 ‘구전사랑’은 사랑의 소중함을 담았다. 친구들과 함께 키운 고양이 유자와 눈이 마주친 어느 날, 벅차오르는 사랑을 느꼈고, 이를 작품으로 승화했다. 스티커를 전부 뜯으면 그가 유자한테, 팬들한테 하고 싶었던 말이 배경지 위로 떠오른다. “있잖아, 그래도 사랑해.”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 있다면요?
메시지가 너무 뜨거워지지 않도록 주의해요. 제가 워낙 뜨거운 사람이라 메시지를 식히지 않으면 자칫 상대방이 ‘앗, 뜨거워’ 하며 달아날 수 있거든요. 과도한 신파는 경계하려고 노력합니다.
뜨거움을 따뜻함으로 식히는 작가님만의 노하우가 궁금합니다.
초안은 우선 가감 없이 그리고요. 다음날 맑은 정신으로 수정합니다. 너무 징징댄다 싶은 부분이 있으면 걷어내요.
작품의 영감은 보통 어디서 얻는 편인가요?
클래식한 답변일지도 모르겠지만요. 일상입니다. 더 세밀하게 설명하면 작업을 하지 않는 모든 순간이에요. 어서오시옷으로 존재할 필요가 없는 그 순간들 말이죠. 예를 들어 친구 건강검진을 따라갔다가 우연히 본 매거진의 한 페이지가 작품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어요. 이처럼 창작 활동을 하다 보면 일상 속에서 보고 들은 것들이 어느 순간 딱 한 점으로 수렴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가장 애정하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가장 의미 있는 작품을 꼽자면 ‘숲속 탐험’이에요.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때가 있었어요. 작가 활동 초반에는 학업과 병행하다 보니 지치기도 했고, 작품이 너무 뜸해 나중에는 ‘내가 돌아갈 자리가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했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팬들로부터 ‘작품 언제 나오느냐’ ‘기다리고 있다’는 메시지를 받았어요. 그때 깨달았죠. ‘내 일을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이 일을 지속할 수 있겠구나’라고요. 그런 마음을 담아 제작한 작품이 숲속 탐험입니다. 이 이야기에는 어두운 숲길을 밝혀주는 요정이 등장하는데, 그 요정이 바로 제 독자님들이에요.

팬들과의 ‘로맨틱한 연대’
어서오시옷 작가의 가장 큰 자랑은 팬과의 특별한 관계다. 작업실에서 탄생하는 스티커는 단순한 상품이 아닌, 팬들과 주고받는 따뜻한 편지와 같다.
팬들과의 관계가 특별한 것 같습니다.
저와 팬들 사이에는 로맨틱한 연대가 있다고 믿어요. 이야기를 주고 받는 사람끼리의 연대죠. ‘나는 이런 일이 있었는데, 너도 이런 일이 있었어?’ 같은 식으로요. 일례로 주문 시 남겨주는 배송 메모에 애정표현을 해주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그럴 때마다 꼭 답장을 적어드려요. 이처럼 편지를 주고 받음으로써 인생에 찍히는 그 한 점이 우리의 관계를 특별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7월 서울일러스트페어에도 참가하셨다고요. 팬을 직접 만나는 건 작가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팬을 만나고 나면 작업이 말랑말랑해져요. 이만한 비타민이 없거든요. 사랑 가득한 눈빛으로 저를 쳐다보는데 어떻게 에너지를 얻지 않을 수 있겠어요. 작품을 통해 ‘세상은 아직 살 만하다’고 외치려면 이런 경험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작업적으로도 배우는 게 많아요. 부스 활동을 할 때였어요. 키가 큰 분이 쪼그려 앉아 구경하시더군요. 아차, 진열대를 너무 낮게 만들었구나 싶어 ‘불편하시죠?’ 하고 여쭤봤는데 웃으며 대답하시길 ‘괜찮아요, 여긴 어린이들도 많이 오니까 이 정도가 적당하죠”라고 하시더군요. 그때 어른의 시선으로만 세상을 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팬분들은 이처럼 세상은 나 혼자 사는 게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 존재예요.

작가님의 작품을 보면 따뜻함이 잘 느껴집니다. 작업 과정 전반에서 느끼는 가장 큰 감정은 무엇인가요?
결국 사랑인 것 같아요. 저는 스티커를 장난감으로서도 사랑하고, 매체로서도 사랑해요. 사람들도 그런 제 모습을 사랑해주는 것 같아요. 사랑이 있는 한 이 작업을 계속하고 싶어요.
이야기를 만들고, 만화를 그린 뒤, 스티커를 제작합니다. 작업 방식이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무조건 아날로그 툴이 창작에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변화무쌍하거든요. 수첩은 제게 워드이자 노션이자 어도비예요. 유일한 장벽은 불편하다는 점이죠. 그래서 요즘은 우선 아이디어를 수첩에 끄적이다 충분히 익으면 노션에 옮겨 적고 이후 거기서 계속 발전시켜나가요. 최종 디자인 작업은 포토샵으로 하고요.

올해 예정된 프로젝트나 계획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겨울에 신작을 낼 예정이고요. 12월 초에는 문구 전문 작가 열댓 명이 함께하는 전시회에 참가해 스티커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드릴 생각입니다. 보통 이런 행사는 아트페어이자 플리마켓인 경우가 많은데, 이번 행사에선 우리들이 어떤 생각을 하며 작품을 만드는지를 알려드리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디지털 인사이트> 독자님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 그려보세요. 스티커를 만들고 싶다면 만들어보세요. 분명 시도해볼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자님들도 한번 사랑에 빠지면 못 돌아올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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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장준영 (zzangit@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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