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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꺼진 다음 시작되는 당신만의 도슨트

전시를 온전히 즐기려면 관람객에게 선택권이 있어야 한다. 어떤 작품을 얼마 동안 감상할지 정하는 것. 모든 관람객은 저마다 다른 경험과 식견을 가졌기에 인상적으로 느낀 작품도 제각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같은 작품이라도 감상 포인트는 천차만별일 테니.

북적이는 전시장에선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쭉 늘어선 줄을 따라 걸으며 차창 밖 풍경 보듯 스치는 게 최선이기 때문. 29CM의 전시 관람 프로젝트 ‘아주 사적인 밤’은 이러한 니즈를 파고들었다. 오롯이 전시에 집중하는 시간, 스물아홉 명이 즐기는 밤의 미술관은 그 여운을 기다랗게 이어가고 있다.

글. 김수진 에디터 soo@ditoday.com 정병연 에디터 bing@ditoday.com
사진. 29CM 제공


29CM의 ‘확실하게 차별되는 전시 경험’

‘29CM만의 관점이 담긴 큐레이션’은 커머스 플랫폼인 29CM를 완결성을 갖춘 브랜드로 자리잡게 한다. 이러한 핵심 가치는 컬처 영역에서 특히 빛을 낸다. 조금 더 앞서가고, 조금 더 세련되게 다듬은 상품들이 29CM의 큐레이션 목록을 꽉 채웠다. 하반기 최고 이슈였던 이날치를 올해 초 29컬처 뮤지션(PAHT X 29CM)에서 이미 조명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

그래서 29CM가 ‘아주 사적인 밤’이라는 이름의 전시 관람 프로젝트를 론칭했을 때부터 눈여겨봤다. 이들이라면 같은 문화 생활도 다르게 경험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벌써 1년 넘게 이어온 29컬처캘린더를 통해 쌓은 신뢰 덕분이기도 하다.

인터뷰에 응한 29CM 우명균 컬처 MD와 심지영 브랜드 마케터는 “29CM가 추천하는 전시, 그 전시를 여유롭게 관람할 기회, 이 모든 걸 더 깊고 오래 기억하게 해줄 29CM만의 굿즈 등 ‘확실하게 차별되는 전시 경험’을 드리고자 했다”며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밤의 미술관, 그 사적인 세계로

아주 사적인 밤은 전시장 정규 운영 시간이 끝난 밤 8시에 진행되는 프라이빗 도슨트 프로그램이다. 29CM를 통해 미리 예매한 29명만 입장할 수 있다. 도슨트의 해설을 듣는 데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은 인원이다. 게다가 해설이 끝나면 1시간 정도 자유 관람을 할 수 있는데 마치 전시장에 혼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든다. 말 그대로 ‘아주 사적인 밤’이다.

론칭을 알리는 첫 번째 전시는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진행 중인 <앙리 마티스 특별전: 재즈와 연극>이다. 마티스가 창안한 고유 기법 ‘컷 아웃’으로 제작된 작품들은 간략하고 함축적인 형태와 생생한 색감을 통해 특유의 분위기를 전하는데, 그것이 29CM의 정서와 통하는 면이 있다. 과연, ‘29CM만의 관점이 담긴 큐레이션’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 아주 사적인 밤에는 윤석화 도슨트가 함께한다. 그 자신도 화가인 윤석화 도슨트는 단순히 마티스의 생애나 작품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그림 그리는 사람의 관점’을 공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관객으로 하여금 단순히 시각 예술로 작품을 감상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그린 사람의 마음에 깊이 공감하도록 돕는 것이다. 실제로 마티스 외에도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보여주며 설명을 이어가기도 했다.

관객은 그러한 마음을 자신의 일상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적용해볼 수 있다. 일상을 확장하는 경험을 고객에게 제공하려는 29CM의 방향과도 일치한다. ‘아주 사적인 밤’이라는 이름과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없다고 느껴지는 도슨트의 스피치는 덤이다.

가위부터 빛까지

전시는 총 5가지 섹션으로 구성됐으며 윤석화 도슨트는 총 세 가지 메시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성했다.

무엇으로’ 그려냈는지

마티스는 다양한 도구를 사용한 화가로 유명하다. ‘섹션1. 오달리스크 드로잉’은 목탄, 잉크, 먹으로 그린 작품으로 구성했는데, 가벼운 낙서 같아도 자세히 보면 정교하고 섬세한 선 드로잉에 놀란다. 마티스는 노후에 이젤 앞에 앉기 힘들어지자 침대나 안락의자에 누워 종이를 오려 그리는 컷아웃 기법을 창안했다. 컷아웃 작품들을 모은 책 <재즈>가 전시된 곳이 ‘섹션2. <재즈>와 컷아웃’이다. ‘섹션3. 발레 <나이팅게일의 노래>’에서는 마티스가 디자인한 러시아 발레단의 의상과 실로 그린 테피스트리 작품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건축 평면 설계부터 스테인드 글라스와 실내벽화 및 실내 장식, 사제복에 이르는 부분을 빛으로 그린 부분이 ‘섹션5. 로사리오 성당’이다.

무엇을’ 그려냈는지

그림을 처음 봤을 때 무엇을 그렸는지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그림은 구상화, 알지 못하는 그림은 추상화라고 한다. 마티스의 그림은 주로 후자 쪽인데, 섹션2에서 윤석화 도슨트는 관객에게 ‘어떤 걸 표현한 것 같은지’ 묻는다. 관객들이 그림을 보며 자유롭게 상상해보면 좋겠다는 바람에서다. 이런 점에서 <이카루스>는 ‘하늘을 나는 모습’, ‘바다로 떨어지는 모습’, ‘공중그네를 타는 사람’, ‘추락하는 공군 비행사’ 등 다양한 해석이 있기 때문에 이번 전시회 메인 포스터 작품으로 적합하다는 생각도 든다.

무슨 말을’ 전하고 싶었는지

추상화인 컷아웃 그림은 마음껏 상상하는 자유가 있지만 그만큼 확신을 갖기 어렵다. 다행히 작품 모두 제목이 있다. 상당히 구체적인 단어들이라 추상화가 단번에 구상화가 되는 경험을 한다. 마티스가 전하고 싶었던 것은 단순 메시지가 아니라 그가 살았던 도시 보앵에서 영감 받은 형형색색의 섬유와 서커스 등 직접 본 풍경과 시각적 인상이었다. 섹션5에서는 마티스가 진정 구현하고 싶었던 것을 확인한다. 2차원인 그림이 스테인드글라스로 3차원이 되는 과정과 빛이 비친 모습이 그가 살아온 삶의 흐름을 맘껏 밝히는 듯하다.

29CM가 자신있게 내놓은 컬처

고객에게는 일상을 확장하는 경험이 되고, 29CM이 큐레이션하는 상품과 브랜드에게는 새로운 홍보마케팅 채널로 인식되는 선순환 관계를 형성하고자 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29CM의 향후 사업 방향과 관련해서도 큰 힌트를 준다. 이들은 자신들의 차별화 포인트를 ‘컬처’라고 분명하게 얘기한다. 커머스 플랫폼으로서 패션, 홈테크, 뷰티 등에 꾸준히 자기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한편 전시, 도서, 음반, 아트 등 다양한 컬처 상품을 큐레이션하면서 고객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영향력을 주는 브랜드로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뜻이다. 커머스와 미디어를 오가는 29CM의 프로젝트는 이렇게 계속 발전한다.

각자의 감상 각자의 일상
글. 김수진 에디터 soo@ditoday.com

삶에 대한 의문이 들 때 초현실적인 생각을 한다. 여기에는 전시 관람도 포함된다. 거기엔 자신의 삶 전부를 바쳐 그림을 그린 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평생 한 가지만을 위해 활활 타오르는 불꽃같은 삶을 살았던 사람을 보면 늘 작아진다. 그 작아지는 느낌이 언제나 반갑다.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삶을 살아보지 못해서 그런지 삶에 대한 투정이 의미가 없어지는 순간이다. 윤석화 도슨트는 그런 점에서 마티스의 삶에 한층 더 이입할 수 있도록 해설한다. 종이를 잘라 만들었다는 컷아웃 기법을 설명할 때 ‘나도 할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에 대한 반론이 그랬다. 그림을 그리는 입장으로서 그의 그림이 얼마나 대단한지, 전시 마지막에 체험 공간이 있으니 직접 해보라고 권유하면서.

무엇으로 그렸는지, 무엇을 그렸는지,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세 가지 메시지는 곧 ‘그렇다면 나는 내 삶 속에서 어떤 것을 표출하고 표현하고 있었는가’를 생각하게 했다. 예술을 바라보는 수단을 일상에 갖고 온 셈이다. 29CM가 전하고 싶었던 것도 같은 맥락 아닐까. ‘아주 사적인 밤’은 관객 개인에게 예술가의 사적인 면모를 들여다보게 하면서 전시가 끝난 후에는 관람객 스스로의 사적인 부분을 돌아보게 한다. 도슨트가 이끌었던 흐름이 곧 사적인 일상을 성찰하는 흐름으로 변화한 것이다. 

그림은 인간이 가장 먼저 배운 감정의 언어다. 윤석화 도슨트가 반복해서 말했던 표현이다. 직접 마티스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그가 말한 감정의 언어를 조금은 느꼈다. 중요한 건 그 다음이다. 나는 어떤 감정의 언어를 전달할 것인가. 그림이어도 좋고, 글이어도 좋고 다른 것이면 더 좋겠다. 관람객 개개인도 다양한 방식으로 그들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그것이 윤석화 도슨트가 마티스의 그림으로 전달하고자 한 최종적인 메시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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