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I/UX

“미니멀하게, 명확한 메시지로” 허승원 이노이즈 이사 인터뷰


미니멀리즘 디자인을 대표하는 디터 람스는 가능한 덜어낸 디자인이야 말로 좋은 디자인이라고 강조한다(자료=vitsoe)

좋은 디자인이란 가능한 적은 디자인이다(Good design is as little design as possible)

현대 디자인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미니멀리즘(Minimalism) 디자인의 아버지 ‘디터 람스(Dieter Rams)’의 어록이다.

디터 람스는 좋은 디자인에 대한 10가지 원칙에서 이를 자세히 설명했는데, 그에 따르면 좋은 디자인이란 이해하기 쉬워야 하며, 정직한 동시에 지속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는 비단 제품 디자인에만 한정된 건 아닌데, 건축, 인테리어, 그리고 디지털에 이르기까지 현재도 다양한 영역에서 디터 람스가 명시한 원칙을 좋은 디자인의 주요 척도로 여기고 있다.

이는 디자인이란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근원을 탐구하는 일이며, 그 뿌리에는 ‘사용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수려하게 장식해도 프로덕트의 타깃 고객인 사용자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좋은 디자인이 될 수 없다는 의미다.

국내에서 이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은 필드를 꼽으라면 단연 ‘디지털 에이전시’가 꼽힌다. 에이전시는 평균적으로 하나의 프로젝트에서 고객사와 프로젝트의 실 사용자라는 두 타깃을 고려한 디자인을 구축해야 한다. 단연 프로젝트에 대한 사용자에 대한 고민과 이해가 다른 영역과 비교해 높을 수밖에 없다.

미니멀한 디자인이 특징인 이노이즈는 작년 iF어워드에서 복수의 상을 수상하는 등 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에이전시다(자료=이노이즈)

그중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대표되는 에이전시를 꼽으라면 ‘이노이즈(INNOIZ)’는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에이전시다. 실제 지난해 이노이즈는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이자 전 세계에서 뛰어난 디자인을 꼽아 수상하는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두 개의 ‘위너(Winner)’를 수상하는 등 자사의 디자인 역량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덜어내는 일은 어렵다. 동시에 디자인으로 고객사를 설득하고 사용자를 납득시키는 일 또한 어렵다. 이노이즈는 어떻게 이 과업들을 해내고 있을까? 허승원 이노이즈 이사를 만나 그 비결을 물었다.

미니멀이라는 교집합

지난해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이노이즈가 수상한 부문은 디지털 디자인 브랜딩과 UI·UX 부문이다. 각각 ‘이노이즈 웹사이트 디자인’과 신한라이프의 건강 피트니스 앱인 ‘무빗Moobit’이 그 주인공인데, 허 이사에 따르면 얼핏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듯한 두 프로젝트는 이노이즈가 추구하는 디자인인 ‘미니멀’이라는 교집합으로 묶인다.

허승원 이노이즈 이사. 그는 미니멀한 디자인이야말로 핵심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디자인이라고 설명한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허 이사는 “종류를 막론하고 브랜드, UI는 미니멀하고 심플해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하게 전달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예술이 아닌 상업적인 경우에 있어 이는 더욱 부각되는데, 핵심 메시지에 대한 직관성을 확보해야 사용자가 이를 분명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을 비껴간 요소가 존재하면 소비자는 불편함을 느낀다. 말 그대로 매끄럽지 못하게 ‘걸리는’ 지점이 발생하는 것이다. 허 이사는 이를 “나무가 잘 자라기 위해 가지를 치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디자인에서 UX를 저해하는 요소가 최소화돼야 비로소 뛰어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디자인인 것이다.


프로젝트 기본 정보

1. 프로젝트명: INNOIZ Website
2. 클라이언트사: 이노이즈
3. 대행사(제작사): 이노이즈
4. 오픈일: 2024년 11월
5. URL: https://innoiz.com

명료한 웹사이트의 비밀, 모션그래픽

이노이즈 웹사이트의 가장 큰 특징은 ‘심플’함으로 정돈된 톤앤매너다(자료=이노이즈)

이노이즈가 직접 구축한 자사 웹사이트의 가장 큰 특징 역시 ‘심플함’이다. 일반적인 디지털 에이전시의 웹사이트는 ‘어바웃(About)’ ‘워크(Work)’ ‘컨택트(Contact)’ 등 각 카테고리에 맞는 탭을 만들어 구분짓는 형태를 차용한다. 반면 이노이즈는 웹사이트 구축에 있어 사용자가 ‘스크롤(Scroll)’이라는 하나의 액션만으로 모든 맥락을 확인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노이즈는 자사의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타깃을 명확하게 구분지었는데, 허 이사는 “웹사이트를 방문하는 사람은 예비 클라이언트 또는 디자이너로, 모두 이노이즈와 함께하길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며 “그들에게 중요한 건 이노이즈가 어떤 디자인을 하는 회사인가를 직관적으로 알려주는 것”이라 말했다. 즉, 스크롤 형태의 심플한 구조를 통해 타깃에게 필요한 정보를 명료하게 전달한다는 의도인 셈이다.

이노이즈 웹사이트는 스크롤이라는 하나의 액션만으로 모든 맥락을 파악할 수 있게 디자인됐다(자료=이노이즈)

그러나 이러한 의도가 단순히 모든 내용을 세로로 나열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건 아니다. 탭 없이 이어지는 모든 정보는 필연적으로 긴 정보의 행렬을 만들고, 이를 받아들이는 사용자는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노이즈 웹사이트의 모션그래픽 예시. 이노이즈는 모션그래픽을 적극 활용해 사용자의 피로감을 줄이고 핵심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했다(자료=이노이즈)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노이즈가 고안한 방법은 ‘모션그래픽(MotionGraphic)’의 적극적인 활용이다. 다양한 움직임을 적절하게 배치해 긴 세로 형태와 스크롤이라는 반복 행동 안에서도 사용자의 흥미를 유지하고 핵심 내용에 대한 주목도를 높인 것이다.

허 이사는 이를 “모션그래픽을 통해 메시지를 ‘비주얼라이징(Visualizing)’한 것”이라 표현하며 “사용자에게 계속해서 콘텐츠에 집중하게 만드는 재미를 주는 동시에 조형성이라는 디자인적 요소를 함께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노이즈 웹사이트는 전체적인 디자인의 톤을 유지한 가운데 모션 그래픽이 적극 활용돼 이노이즈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효과적으로 강조한다(자료=이노이즈)

더해서 전체적인 디자인적 통일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모션 그래픽을 적극 활용한 건 사용자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이노이즈가 어떤 디자인적 강점을 가진 에이전시인가를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실제 이노이즈는 브랜딩, UI·UX 등 다양한 과업에 모션 그래픽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노이즈의 크리에이티브를 총괄하는 허 이사 또한 과거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비디오 커머스의 초창기를 경험하고, 직접 프로덕션을 설립해 감독으로 활동하는 등 모션 그래픽에 대한 높은 전문성을 가진 인물이다.


1. 프로젝트명: moobit
2. 클라이언트사: 신한라이프(신한라이프생명보험 주식회사)
3. 대행사(제작사): 이노이즈
4. 오픈일: 2022년 10월
5. URL: 서비스 종료(https://www.behance.net/gallery/178747357/SHINHANLIFE-moobit)

더 좋은 디자인에 대한 가능성을 외면하지 말 것

무빗의 3가지 핵심 서비스(자료=이노이즈)

무빗 또한 “심플해야 직관성을 가진다”는 이노이즈의 디자인 철학을 적극 반영한 프로젝트다. 무빗은 애플의 건강앱과 연동해 목표 활동량에 대한 리워드를 제공하는 헬스 피트니스 앱이다. 피트니스 앱인 만큼 무빗의 핵심 서비스는 ‘운동 목표 달성하기’ ‘건강 미션 완료하기’ ‘포인트 보상받기’인데, 이노이즈는 사용자가 별다른 부연 설명 없이도 이러한 핵심 서비스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무빗 비주얼라이징의 핵심인 ‘활동량 링’(자료=이노이즈)

그 핵심이 되는 요소는 ‘활동량을 보여주는 링’으로, 애플과 연동되는 서비스인 만큼 무빗은 애플의 건강 링에서 사용자가 느끼는 직관성을 훼손하지 않을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무빗이라는 서비스만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것 또한 필요했는데, 이노이즈는 목표 활동량이 100% 채워지기 전까지 링을 애플의 건강 링과 연관성을 가진 2D 이미지로 이를 표현하고, 링이 채워지는 순간 3D로 변환되는 모션 그래픽을 활용해 이를 해결했다.

허 이사는 좋은 디자인을 위해서는 에이전시 또한 능동적인 태도를 가져야 함을 강조한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허 이사는 “그러나 이 디자인이 한번에 채택된 것은 아니다”라는 소회를 전했는데, 그에 따르면 이미 채택된 디자인이 존재했으나, 보다 효과적으로 앱의 핵심을 드러낼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 아래 현재의 요소를 새롭게 디자인해 다시 한번 제안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 허 이사는 “디자인적 활용도가 높은 동시에 앱의 아이덴티티를 보다 효과적으로 소비자가 느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는 일반적으로 의뢰 받은 프로젝트를 수행한다는 에이전시의 이미지와는 크게 상반되는 일이다. 보다 뛰어난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들이지 않아도 됐을 수고를 들였다고 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허 이사는 “전문성을 갖춘 디자이너라면 모든 디자인에 대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며 “우리와 같은 조직이 존재하는 것은 전문적인 피드백을 제안하기 위함이다. 더 좋은 디자인에 대한 가능성이 있는데 이를 수고롭다는 이유로 외면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프로답지 못한 것”이라 말했다. 

점 하나를 찍기 위한 노력

허 이사는 “뛰어난 크리에이티브와 사용자 경험은 클라이언트와 에이전시가 함께 능동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라 설명한다. 같은 방향을 보고, 함께 고민해야 좋은 결과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허 이사가 강조하는 건 단순히 심미적인 디자인을 만드는 게 아니라, 이를 사용하는 사용자와 운용하는 사람 모두가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구축하는 일이다.

이우환 화백의 ‘대화(Dialogue)’(자료=mactionplanet)

이노이즈가 미니멀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미니멀한 디자인은 얼핏 간단해 보이지만, 그 심플함이 완성되는 이면에는 수많은 고민과 노력이 수반된다. 미니멀리즘과 동양철학을 결합한 이우환 화백은 한 인터뷰에서 “점 하나를 찍기 위해 하루 종일 끙끙거리고, 열흘이 넘게 기다리기도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허 이사 또한 “좋은 디자인이란 깨끗한 캔버스에 점 하나를 어디에 찍느냐, 그 어려운 결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 말한다. 무수한 요소가 아닌 심플한 가운데 핵심이 담긴, 이노이즈의 디자인의 매력 또한 다른 그 무엇도 아닌, 바로 그 점 하나에 있는 듯하다.

  • 에디터이민호 (treewords@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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