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에 빠지는 소비자
거울 뉴런과 공감 능력
비합리적 결정에 빠지는 소비자들
갈수록 선택을 요구받는 상황이 늘고 있다. 그 선택이 매 순간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종종 이에 반하는 선택을 내리곤 한다. 물론 그 선택에 대한 후회도 하고 말이다. 특히나 무언가를 소비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면 착각에, 모방에 그리고 상황에 빠질 때가 있다. 이번 호 Di curation은 ‘월간 아이엠’ 64~66호에 걸쳐 연재된 칼럼을 통해, 비합리적인 소비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들여다본다.
- 착각에 빠지는 소비자
- 모방에 빠지는 소비자
- 상황에 빠지는 소비자
02. 모방에 빠지는 소비자
모르는 옆 사람이 다리를 떨면 나도 모르게 따라서 떨게 되고 옆 친구가 하품을 하면 나도 따라 하는 심리, 월드컵 축구경기에서 우리 팀 선수가 페널티 킥을 실축하자 내 몸이 꼬이거나 전율을 느끼는 경우, 신 오렌지를 한입 베어 무는 TV 장면이 나올 때 나도 모르게 얼굴이 일그러질 때, TV 퀴즈쇼의 도전자가 마지막 문제 도전에 실패했을 때 내가 더 안타까웠던 경우를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왜 내가 한 일도 아닌데 남이 하는 행동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 일처럼 느끼는 걸까? TV 퀴즈 쇼, ‘아빠 어디가?’ ‘진짜 사나이’ 같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인기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숨어있다.
타인의 행동이나 의도를 모방하는 거울 뉴런
1996년 이탈리아 파르마 대학의 신경심리학자인 자코모 리촐라티(Giacomo Rizzolatti) 교수팀은 짧은꼬리원숭이를 대상으로 뇌가 어떻게 운동행위를 조직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원숭이가 땅콩을 손에 쥐었을 때의 전운동 영역(premoter area)이라 알려진 부위를 관찰했다. 어느 날 우연히 손에 땅콩을 쥔 연구자의 모습을 본 원숭이는 자신의 손에 땅콩을 직접 쥐었을 때와 동일한 신경 반응을 보였다. 전운동 영역의 뉴런이 시각적 자극에 반응하지 않는다고 알려졌던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뒤집는 놀랄만한 일이었다. 연구팀의 한 연구원이 아이스크림을 입으로 가져가는 행위를 하자 원숭이의 전운동 영역의 뇌가 활성화됐다. 원숭이의 뇌가 연구원이 하는 행위를 정신적으로 흉내 낸 것이다. 이는 짧은꼬리원숭이가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고 눈으로 관찰한 행동만으로 심리적인 모방을 했음을 뜻한다.
이처럼 타인의 행동이나 의도, 감정 등을 머릿속에서 추측하고 모방하는 인간의 공감 능력을 담당하는 신경세포를 거울 뉴런(Mirror neurons)이라 한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거울 뉴런은 전두엽 전운동피질 아래쪽, 두정엽 아래쪽 그리고 뇌섬엽 앞쪽 등 세 곳에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거울 뉴런은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정보를 처리하는데, 신경학자인 마르코 야코보니(Marco Iacoboni) 연구팀은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장치(fMRI)를 통해 거울 뉴런-대뇌피질의 뇌섬엽(insula)-변연계로 이어지는 해부학적 연결망을 밝혀냈다. 변연계는 주로 감정과 정서를 담당하는 부위로, 이 연결망으로 인해 인간은 타인의 감정을 모방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거울 뉴런은 우리 인간이 지구에서 가장 우수한 생명체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를 제공한다. 수백만 년 전부터 인간의 두뇌 용량은 거의 변함없었지만, 인류가 도구를 만들고 언어를 창조하며 문명을 잉태하게 된 것은 불과 4~5만 년 전이다. 이는 공교롭게도 거울 뉴런의 출현시기와 일치한다. 북금곰이 추위를 이기기 위해 두꺼운 털을 갖기 위해서는 수만 년의 진화과정이 필요하지만, 이누이트 소년은 단 몇 십 분이면 아버지가 하는 동작을 보고 털가죽 옷을 만들어 입을 수 있다. 이를 두고 신경학자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Vilayanur Ramachandran) 박사는 ‘거울 뉴런은 생물학에서 DNA의 발견에 버금갈 정도로 중요한 심리학에서의 발견’이라고 그 중요성을 밝혔다. 이처럼 타인의 행동과 감정을 순간적으로 모방하는 행위가 바로 진화의 산물이다.
상대방 행동을 모방하는 거울 뉴런
우리는 거울 뉴런을 통해 “어린아이가 어떻게 다양한 활동과 언어를 배우게 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바로 상대방을 따라 하는 ‘모방’이다. 모방은 무의식적으로 타인의 행위를 곧잘 따라 하게 만드는 거울 뉴런이 원인이며, 이러한 성향은 타고난다. 예를들어 엄마가 아기를 향해 혀를 내밀면 아기가 따라 혀를 내밀고, 주위 사람이 속삭이면 자신도 목소리를 낮추는 것과 같다. 거울 뉴런의 모방은 교육에도 적용된다. 아기는 어머니의 입 모양을 따라 하면서 언어를 배우고, 엄마가 ‘아’하고 소리를 내면 아기 역시 입을 벌려 음식을 먹는다. 아이는 성장하면서 아빠의 행동을 흉내 내고 사회규칙을 배운다.
단순히 ‘공을 차는’ 타인의 행위를 보는 것만으로 자신이 그런 행위를 하는 것처럼 느끼도록 거울 뉴런은 활성화된다. 이러한 모방은 공을 차는 ‘소리’를 듣거나 심지어는 ‘공을 차다’라는 단어를 말하거나 듣기만 해도 거울 뉴런을 활성화 시키는데, 이는 거울 뉴런이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적 자극이나 문자만으로도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손톱으로 칠판을 긁다’, ‘거미가 내 이마를 기어간다’라는 문장만 읽어도 몸서리를 치는 것과 같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평소에 모방을 많이 한 사람일수록 호감도가 더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사랑하는 연인이거나 오랫동안 함께한 부부일수록 서로 닮아 보이는 이치다.
거울 뉴런은 상대방의 의도까지도 간파
더 흥미로운 점은 거울 뉴런이 단순히 타인의 행동을 모방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행위에 담겨있는 ‘의도’까지 읽어 낸다는 점이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옆 사람이 손을 뻗는 행위가 남아있는 와인을 마저 마시기 위한 행동인지 아니면 저녁을 끝내고 비어있는 접시들을 치우기 위한 행동인지 우리는 거울 뉴런을 통해 알 수 있다. 상대방의 표정이나 몸짓 그리고 그 상황에서 얻은 정보를 부호화함으로써 상대방의 의도를 읽어내는 것이다. 멀리서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를 듣는 순간 우리는 거울 뉴런의 도움으로 한 어린이가 공을 차는 동작과 유리창이 깨지는 장면을 떠올리고, 유리창을 깬 아이의 곤욕스러운 표정까지도 떠올리게 된다. 엄마가 놀이를 위해 자동차 열쇠를 집어 들었을 때와 운전을 하기 위해 집어 들었을 때 아기가 각각 다르게 반응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처럼 거울 뉴런을 통해 타인의 행위를 알아차리는 것은 사회적 상호작용에 도움을 준다. 이를 통해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면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자폐 환자의 경우는 예외적이다. 자폐 환자는 타인의 행동을 관찰할 때 거울 뉴런의 활동이 일반인보다 매우 낮아 타인의 행동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므로 사회적 상호작용에 문제가 있다. 그들은 또한, 타인의 안면근육 변화가 어떤 정서를 의미하는지 파악하지 못하며, 모방 행동 역시 결여되어 모방과 관련된 뇌 부위의 활동이 매우 적다. 자폐증 유형은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나아가 타인과의 사회적 상호작용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일란성 쌍생아 중에서 한 명이 자폐증이면 다른 한 명도 자폐증일 확률이 무려 70%에 달한다.
모방 소비를 이끄는 거울 뉴런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온 영화 <도가니>는 2005년에 ‘MBC PD수첩’을 통해 자세히 방영됐으며, 2009년 국내 한 유명작가의 동명 소설로 40만 부가 판매될 정도로 이슈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 소재가 영화를 통해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게 된 데는 거울 뉴런의 공감 능력이 작용했다. 영화 속 피해자를 보면 내가 마치 피해를 당하는 것처럼 감정이입이 돼 그 주인공과 정서적 공감이 형성되도록 거울 뉴런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영화 개봉 후 소설 구매고객의 절반 이상이 20~30대 여성이며, 영화예매자의 60%가 여성인 점으로 미루어 볼 때, 거울 뉴런이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여성들이 남성보다 드라마나 멜로영화 속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하는 데 더 능숙하다. 여성들은 이웃이나 친척 혹은 친구들과 오랫동안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그 이유 역시 상대방에 대한 감정이입이나 동감이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성들은 매장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가격이나 디자인과 같은 이성적인 자극보다는 판매원과의 감성적 교환에 마음을 더 잘 움직인다.
거울 뉴런은 기분이 좋은 사람을 보면 덩달아 미소 짓게 하고, 몸이 아픈 사람을 보면 마음을 움츠러들게 한다. 육체적 고통을 겪는 사람을 보여주고 이를 본 사람의 뇌를 스캔하면 고통과 관련된 부위가 활성화된다. 평소 지구 온난화 등 환경문제에 대해 남의 일처럼 여기다가도 자연재해로 망연자실한 수해자를 보면, 사람들은 그 피해자를 통해 고통을 느끼고 환경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게 된다. 미국의 경우 2000년대 초 앨 고어(Al Gore) 부통령이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 내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9.11테러와 같은 정치적 문제로 인해 지속적인 관심을 끌진 못했다. 그러나 2005년 미국 남부를 강타한 태풍 카트리나로 인해 지구 온난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70% 수준으로 갑자기 치솟았다. 거울 뉴런의 공감이 인위적인 정책이나 정부의 설득보다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데 훨씬 더 강력하다는 방증이다. 이처럼 상대방의 행동이나 생각, 의도 등을 따라 할 수 있는 거울 뉴런은 기업 마케팅 활동에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잠재고객인 소비자 설득을 위한 광고나 이벤트에 손쉽게 모방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모방보다 공감을 더 좋아하는 소비자
만일 어떤 사람이 바늘에 찔리는 광경을 본다면, 우리는 거울 뉴런 활성화로 마치 내가 바늘에 찔린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처럼 거울 뉴런은 상대방에 대한 단순한 모방 행동뿐만 아니라 그 아픔을 함께 느끼도록 감정이입을 통해 공감을 자극한다.
이제 소비자는 유행이라는 모방행위에서 벗어나 정서를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원한다. 라마찬드란 박사는 거울 뉴런의 역할에 대해 다음 두 가지로 정의를 내렸다. 첫째, 거울 뉴런은 타인의 의도를 간파하게 하며, 우리 인간들은 오랑우탄이나 침팬지 등 고등 유인원과 달리 ‘마음이론’을 가지고 있다. 둘째, 거울 뉴런은 다른 사람을 시각적으로 유리한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뿐만 아니라 ‘개념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서도록 진화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당신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겠다”와 같은 의미를 사용한다. 상대방의 행동을 모방하는 재주라는 관점에서 보면 오랑우탄도 인간 못지않다. 그들 역시 자물쇠를 열 줄 알고 노를 저을 줄 안다. 다른 누군가가 그렇게 하는 것을 본 뒤 따라 함으로써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생존의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돕는 거울 뉴런이 뇌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오랑우탄과 달라 공감이라는 감정을 느끼기 때문에 거울 뉴런을 통해 단순한 모방이 아닌 또 다른 능력을 습득할 수 있는 것이다.
심리학자인 폰 바렌(von Barren) 연구팀은 우리가 의도적으로 상대방과 소통할 때, 무의식적이고 무심결에 소통하도록 만드는 또 다른 형태의 거울 뉴런 공감 능력을 보여줬다. 레스토랑 안에서 웨이트리스가 손님들의 주문사항을 손님들에게 그대로 흉내 내어 말을 하거나, 손님이 한 말을 반복함으로써 그들의 주문을 확인시켜 주며 ‘네’라고 대답했다. 그 후 고객들이 준 팁을 계산하자, 웨이트리스가 고객의 주문을 반복해서 말할 때마다 팁의 액수가 올라갔다. 손님들은 웨이트리스가 자신들의 주문이나 말을 따라 할 때 평균적으로 140%의 팁을 주었다. 사람들은 무의식중에 자신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말을 들음으로써 더 좋은 서비스를 받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손님과 웨이트리스 사이에 의식적인 소통이 아닌 무의식적인 공감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이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자신이 동감하는 말을 들을 때 빠른 호응을 보이고, 반대로 자신이 동의할 수 없는 말을 들을 때는 상대적으로 느린 반응을 보인다.
사회적 상호성을 높여주는 공감 능력
로베르토 카베자(Roberto Cabeza) 미국 듀크대 교수가 발표한 바로는, 우리는 미소 짓는 사람들에게 끌릴 뿐 아니라 그들의 이름을 더욱 잘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우리의 머리는 낯선 사람들과 상호작용할 경우를 대비해 자신에게 더 친절한 사람을 기억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성과가 좋은 리더는 성과가 중간 정도인 집단의 리더보다 부하들을 평균적으로 3배 정도 더 자주 웃게 한다고 한다. 잘 웃고 분위기를 즐겁게 만드는 리더 밑의 직원들은 거울 뉴런을 통해 자신도 모르게 웃으며 즐겁게 일하기 때문이라고 ‘조직 내 감정 지능 연구에 관한 연구 컨소시엄’ 멤버인 파비오 살라(Favio Sala) 박사는 말한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였던 허브 캘러허(Herb Kelleher)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상대방과 깊은 교감을 이끌어내기 위해 악수를 하거나 포옹을 하며 자주 웃고 성과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이처럼 거울 뉴런의 공감 능력을 적절히 자극하면 사회적 상호성을 높일 수 있다.
자폐증 사례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자폐 환자의 경우, 타인의 행동을 관찰할 때 거울 뉴런의 활동이 매우 적기 때문에 감정이입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거울 뉴런은 사람들의 감정과 태도를 주변 사람들에게 전염시켜, 정상적인 일반인에게는 다른 사람과 공감을 나누고 원하지 않더라도 쉽게 이 공감을 지우지 못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공감 현상을 감정의 공명 현상이라고 하는데, 이는 눈치채지 못할 사이에 순식간에 이뤄지기 때문에 이성으로 조종하는 데 무리가 있다. 이러한 공명현상의 가장 극단적인 예가 바로 군중심리인데, 이 군중심리는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공감 형성이라는 특징이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군중은 마치 스스로 알아서 움직이는 자가 동력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참가자의 5%만이 특정한 목표를 좇으며 나머지 95%는 자동으로 이들을 따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현장에 모인 군중들이 자신도 모르게 옆 사람을 따라 해 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대규모 콘서트장이나 축구경기장에서 출구로 몰려 사상자를 발생시키는 소동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거울 뉴런의 이러한 공감 능력은 여성이 남성보다 특히 민감해, 여성들은 드라마나 멜로영화 속 주인공의 눈물에 쉽게 감정을 이입한다. 영화 <건축학개론>이나 <써니>를 보면서 여성들은 자신이 바로 풋풋한 여대생이나 발랄한 여고생인 양 향수에 빠져들곤 한다. 감성마케팅이 주로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여성들의 상대방에 대한 감정이입이나 공감 능력이 구매과정에서 잘 나타나기 때문이다.
공감 능력은 설득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거울 뉴런은 정치연설, 학술강연회나 제품설명회처럼 많은 청중을 대상으로 연설할 때 매우 효과적으로 이용된다. 강연자가 자신의 겉옷 상의 단추를 풀어주는 단순한 행위는 청중들로 하여금 편안함을 활성화시킨다. 안경을 고쳐 쓴다거나 강단을 좌우로 걸어 다니거나 하는 행동들은 육체적으로는 물론 심리적으로 관객에게 편안함을 준다. 이러한 심리적인 편안함을 통해 청중과의 감정이입이 가능해진다. 또한, 강연 도중 청중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는 행위는 청중의 무의식적인 동조를 이끌어낸다. 물론 반응은 뜨거울 수밖에 없다. 이런 행동들은 실제 제품판매 현장에서도 유용하게 적용된다. 소비자들에게 열심히 제품을 설명하는 매장 직원이라면 제품설명 나열보다는 소비자의 눈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는 행위를 할 때, 소비자가 공감을 느끼고 설득당하도록 만들 수 있다.
거울 뉴런의 공감 효과는 의외의 경우에도 발휘된다. 미국의 유명한 미식축구선수 O.J. 심슨은 전처와 정부 살해사건을 다룬 재판에서 매우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 심슨은 증거물로 제시된 장갑이 그의 것인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장갑을 손에 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배심원들은 마치 자신이 그 장갑을 힘겹게 끼려고 애쓰는 것처럼 느낀다. 이때 심슨의 변호사인 조니 코크런은 “장갑이 손에 맞지 않는다면 당신은 무죄입니다”라는 한마디 말로 배심원들에게 극적인 감정변화를 일으켰는데, 이러한 신체적 공감은 배심원단이 심슨의 무죄를 확신하는데 거울 뉴런이 중대한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사진처럼 생명력 없는 사물은 거울 뉴런을 흥분시키지 못한다. 그것은 거울 뉴런이 흉내 낼 수 있는 행동이 없기 때문인데, 거울 뉴런이 행동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따라 할 수 있는 행위가 필요하다. 이는 기업에서 제공하는 정보의 유형이나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한 수단을 선택하는 데 있어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단순 팝업창 보다는 동영상이 효과적이며, 보고서 작성은 파워포인트보다 동영상을 활용한 브리핑이 낫다. 파워포인트는 사실상 거의 모든 감정 및 신경 전달물질을 차단하고 발표 효과를 반감시킨다.
공감을 통한 감성 소비
공감 능력은 단순히 모방 소비에 그치지 않고 소비 활동에도 깊숙이 작용된다. 세계적인 모델 나오미 캠벨 (Naomi Campbell), 클라우디아 쉬퍼(Claudia Schiffer) 등이 뉴욕과 런던에 본점을 둔 레스토랑 ‘패션 카페’를 오픈했을 때 실패한 이유도 사람들이 모방보다 공감에 더 충실하기 때문이다. 레스토랑 주인인 모델들이 모두 말랐기 때문에 손님들은 레스토랑에서 식욕을 느낄 수 없었고, 따라서 배가 고파도 많이 먹지 않는 결과를 불러일으켰다. 이는 유명한 모델들의 메마른 시각적 정보와 레스토랑 음식에 대한 미각적 정보라는 서로 다른 감각요소 간의 연합으로 ‘공감각’이라는 자극이 소비자들의 감성을 부정적으로 자극한 사례다.
사람들은 일방적이고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모방행위보다는 쌍방향적이고 능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체험행위에 더 열광한다. 이러한 체험행위는 모방자의 의도가 적극 반영되기 때문에 쉽게 공감을 형성할 수 있다. 대표 장수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이나 대국민 오디션 ‘슈퍼스타K’는 시청자를 단순한 방관자가 아닌 참여자로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요소야말로 시청자가 직접 무대에 섰다는 가상의 공감대를 주기에 충분하다.
맛집 코너, 최신 유행패션 혹은 명품브랜드를 소개하는 각종 추천프로그램이 인기인 것도 모방보다는 쌍방간 공감을 주기 때문이다. 단순 정보 제공보다는 나와 비슷한 사람이 비슷한 얘기를 전달함으로써 나를 주인공처럼 만드는 것이다. TV 개그프로그램 역시 일방적인 스탠딩 개그보다는 방청객과의 호응이 이뤄지는 개그 소재일 때 더 흥미를 자아낸다. 연예인 혹은 일반 방청객을 무대 위로 걸어 나오게 함으로써 더 이상 개그맨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임을 보여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