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마케팅 예산 60% 쏟아라” 글로벌 기업들이 ‘브랜딩’으로 돌아선 이유

드래프타입, 기술공유회 열고 최신 광고 인사이트 소개

지난달 27일 드래프타입이 ‘BEYOND: 최신 Advertising Tech 방법론’ 기술 공유회를 개최했다(사진=디지털인사이트)

국내 광고 업계의 브랜드 마케팅이 여전히 ‘감’에 의존한다는 문제의식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빅테크 플랫폼의 발전과 함께 정교한 측정 및 최적화가 가능해졌지만, 광고의 본질인 ‘소비자의 기억 속에 자리잡는 일’은 10여 년 전 방식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시장은 마케팅 사이언스와 오프라인 빅데이터 등에 기반해 브랜딩 인프라를 빠르게 구축하고 있는 상황. 한국은 충분한 기술·인적 역량을 갖췄음에도 그 흐름에 뒤처져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극복하고자 최신 기술과 방법론을 공유하는 자리가 최근 마련됐다. 빅데이터·AI 기반 종합광고 테크 컴퍼니 드래프타입이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마루180에서 개최한 ‘BEYOND: 최신 Advertising Tech 방법론’ 기술 공유회이다.

드래프타입은 엔지니어링·연구개발 인력이 구성원의 60%를 차지할 만큼 광고 기술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드래프타입이 지난 3년간 연구한 관련 최신 기술과 인사이트를 업계에 공유하기 위해 기획됐다.

콘텐츠 시대 해법은 ‘브랜딩’… 95% 잠재 고객 잡아야

광고 시장의 지형이 미디어 등의 변화와 맞물려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콘텐츠가 폭증하고 사용자별 알고리즘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물량 공세’가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 광고의 기존 문법으로 구매 유도는 물론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것조차 어려워지면서, 잠재 고객 상태서부터 브랜드를 인지하게 만드는 ‘브랜딩’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날 첫 번째 세션의 발표자로 나선 양승만 드래프타입 사업전략이사는 ‘마케팅 사이언스’를 주제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먼저, 양승만 이사는 광고·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주목했다. 콘텐츠가 폭증하고 알고리즘이 파편화되면서 소비자의 광고 수용도 및 주의력이 급락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양 이사에 따르면, 페이스북 오가닉 도달률은 2012년 약 16%에서 2024년 1.37%까지 떨어졌다. 광고 차단기 사용자는 2012년 약 4400만명에서 현재 17억 명 수준으로 약 40배 증가했다. 또 소비자의 구매 여정 자체가 단일 매체 중심이었더 과거와 달리 옥외광고, 유튜브 상세 리뷰 등 온·오프라인으로 분산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10여 년 사이에 소비자가 광고를 대하는 태도가 급변한 것이다.

양승만 이사는 “분산된 소비자를 따라가기 위해 광고주들은 더 많은 매체에 예산을 뿌리며 콘텐츠를 양산하지만, 이는 콘텐츠 폭증으로 돌아와 소비자가 주의력을 닫는 악순환을 만든다”며 “이러한 환경에서 ‘뾰족한 타기팅으로 퍼포먼스 매체에 밀어넣으면 매출이 오른다’는 과거의 공식은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95대 5의 법칙’ 설명 이미지(자료=드래프타입)

이 같은 변화 속에서 어떻게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양승만 이사는 이에 대한 실마리로 2010~20년대를 대표하는 글로벌 마케팅 사이언스 연구 2개를 공유했다. ’95대 5의 법칙(95-5 Rule)’과 ‘정신적 가용성(Mental Availability)’이다.

’95대 5의 법칙’은 말 그대로 어느 시점에 특정 제품군에서 실제 구매 의지가 있는 사람은 전체의 5%에 불과하고, 나머지 95%는 당장 관심이 없는 미래의 잠재 고객이라는 개념이다. 그러나 핵심은 5% 고객의 구매 결정 역시 그들이 95%에 속할 때 어떤 브랜드가 각인됐느냐에 따라 판가름 난다는 점이다. 소수의 구매 의도자를 정밀하게 찾아내고 단기 매출을 끌어올리는 퍼포먼스 마케팅과 함께, 다수의 잠재 고객에게 브랜드를 심어두는 브랜드 마케팅이 병행돼야 하는 이유다.

‘정신적 가용성’ 또한 브랜딩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구매 상황에서 브랜드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떠오르는가를 의미하는 개념이다. 졸음, 야식 등 카테고리 진입점(Category Entry Point, CEP)이 브랜드와 일관되게 연결되는 것이 핵심인데, 이는 잠재 고객의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각인시켜야 구축될 수 있다. 평소에 쌓이는 기억이 결과를 만든다는 것. 이를 위해 마케팅 효과 연구의 대부인 레스 비넷(Les Binet)과 피터 필드(Peter Field)는 마케팅 예산의 60%는 95%를 위한 브랜드 빌딩에, 40%는 5%를 찾는 퍼포먼스에 배분하라는 ’60:40 법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양승만 이사는 “데이터와 기술이 강력해진 시대일수록 그 도구에 빠져 본질적인 작업을 미루기 쉽다”며 “본질은 사람의 머릿속에서 우리 브랜드와 제품이 어떻게 인지되고, 기억되고, 떠오르는지를 설계하고 구축하는 일이다”라며 브랜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앨리엇 힐 나이키 CEO은 2024년 말 브랜드 투자를 선언했다(자료=드래프타입)

이를 뒷받침할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도 소개했다. 브랜딩에 집중해 대내외 위기를 극복한 기업들로, 나이키가 대표적이다. 2020년 나이키는 소비자와의 직접 연결을 가속화하기 위해 도매 채널을 축소하고, 퍼포먼스 마케팅과 D2C(Direct to Consumer)에 자원을 집중했으나, 결과는 매출 역성장과 브랜드 지표 하락으로 돌아왔다. 이후 2024년 말 새로 부임한 CEO 앨리엇 힐은 자사의 전략적 패착을 인정하고 브랜딩 투자를 천명하며, 도매 파트너십 복원과 스포츠 중심 조직 재편을 추진했다. 지난해 출시한 글로벌 캠페인 ‘Why Do It?’ 역시 ‘Just Do It’에 이어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 밖에, P&G는 10조원 규모의 디지털 정밀 타기팅 투자가 실패한 이후 브랜드 빌딩 전략으로 돌아서면서 반등했다. 에어비앤비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퍼포먼스 마케팅 예산을 7000억원 가량 삭감하는 대신 브랜드 중심 캠페인을 지속하면서 2023년 약 13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데이터 기반 ‘타기팅’, 고객-제품 접점 보인다

오프라인 광고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실제 제품 구매는 오프라인에서 활발하게 이뤄지지만, 정작 광고는 여전히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집행되는 실정이다. 활용 가능한 데이터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집행 후 성과 측정이 어렵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검색 이력 등을 결합해 정교한 타기팅이 가능해진 온라인 광고와 대비되는 지점이다.

드래프타입의 옥외광고 부문 브랜드인 애드타입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시공간 빅데이터 기반 솔루션을 구축해왔다. 100m 격자 단위로 1시간 단위 성·연령별 체류인구 분석 시스템, 건물 단위의 거주·직장 인구 분석 시스템, 이동데이터 기반 도달빈도 시뮬레이터, 노출·도달 기반 옥외광고 성과 추정 시스템 등을 갖춘 종합 솔루션이다.

김지윤 애드타입 공간 데이터 분석가는 이날 두 번째 세션에서 ‘2030 여성 타깃 뷰티 브랜드’를 대상으로 애드타입 솔루션을 활용한 분석 예시를 선보였다. 입체적인 타깃을 도출하고, 이들의 동선에서 브랜드를 각인시킬 수 있는 방법론이다.

2030 여성 페르소나별 오프라인 데이터 기반 타깃 전략(자료=드래프타입)

해당 방법론에선 ‘2030 여성’을 하나의 시장으로 묶지 않았다. 체류, 이동, 소득·소비 등 오프라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타깃을 네 개의 페르소나로 분해했다. 단순 인구통계로 정의해왔던 타기팅을 ‘신촌 원룸 자취 20대 초 대학생’과 ‘신도시 신축 아파트 거주 30대 후반 여성’ 등 일상의 시공간이 거의 겹치지 않는 별개의 그룹으로 세분화한 것이다. 이를 통해 각 페르소나가 제품을 떠올리는 상황을 예측하고, 특정 시공간에 최적화된 매장 배치를 설계하는 등 구체적인 전략을 도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제품 CEP와 매장 유형을 매칭해 제품과 고객 간 시공간 접점을 결정할 수도 있다. 매일 사용하는 클렌징은 즉시 구매 패턴이 강해 주거지 인근 매장의 접근성이 중요하고, 체험소비와 충동구매 경향이 짙은 립 메이크업은 여가 상권 및 대학가 매장에 배치하는 게 적절하다는 식이다. 이처럼 똑같은 뷰티 매장이더라도 제품 구매 맥락과 시공간 특성을 고려해, 오프라인 광고 효과 상승을 유도할 수 있다.

김지윤 분석가는 “광고는 결국 소비자의 일상과 제품을 이어주는 행위이다”며 “소비자의 일상 시공간을 지도 위에 올려보고, 고객과 만날 수 있는 접점에 정확히 제품 광고를 배치하며, 그 접점 안에서 브랜드의 메시지가 효과적으로 전달되도록 설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프라인 마케팅 전략, ‘감(感)’ 아닌 ‘데이터’로

이어 주승리 애드타입 사업본부장은 오프라인 마케팅의 전 과정을 데이터 중심으로 전환하는 4단계 프레임워크를 공유했다. 목표-전략-매체-성과 순으로 각 단계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며 마케팅 전략을 구체화해나가는 방식이다.

주승리 본부장은 “오프라인 마케팅을 기획할 때 실무자 대부분이 ‘브랜드 인지도 증대’를 최우선 목표로 떠올리지만, 구체적 도달점이 없어 전략이 단순해지는 측면이 있다”며 “한정된 예산으로 마케팅 효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데이터를 중심으로 명확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4단계 프레임워크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옥외광고 브랜드 애드타입의 오프라인 마케팅 4단계 프레임워크(자료=드래프타입)

4단계 프레임워크의 시작은 정밀한 목표 설정이다. 이를 위해 애드타입 솔루션인 ‘서베이타입(Surveytype)’ 등을 활용해 타깃의 브랜드 인지·구매 지표, CEP 지표 등 실제 데이터를 수집·분석한다. 또 타깃을 5세 단위로 나눠 고객으로 확보한 연령층과 그렇지 않은 연령층을 파악하고, 목표를 세분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어 도달과 빈도, 두 축에서 광고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전략을 수립한다. 주어진 예산에서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에게 얼마나 자주 보여줄 것인가’를 결정하는 단계다. 전략이 수립되면 그에 어울리는 매체를 선정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선 핵심 타깃의 시공간 데이터와 특정 제품군의 CEP 데이터 등을 분석해 적합한 매체를 찾는다.

마지막 성과 단계에선 목표 지표의 달성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장기적 관점에서 브랜딩 마케팅 전략을 누적해갈 수 있도록 분석하는 작업도 병행한다. 이번 캠페인의 성과가 다음 캠페인의 전략이 돼야 한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노출 성과와 사전·사후 서베이 성과 등을 종합 분석해 향후 전략을 도출한다.

주승리 본부장은 “오프라인 마케팅은 오랫동안 ‘감’의 영역으로 불려 왔고, 개인의 경험과 직관 위에서 결정이 이뤄지는 세계였다”며 “목표, 전략, 매체, 성과 등 네 단계를 데이터 위에서 차례로 쌓아 올리면 오프라인 마케팅은 ‘브랜드의 성장을 만드는 광고’로 자리를 옮겨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AI 광고 경쟁력은 ‘기획’에서부터

AI 영상으로 광고 제작 난이도가 낮아지면서 ‘기획’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자료=드래프타입)

끝으로 김웅범 드래프타입스튜디오 사업팀장은 ‘AI 광고 제작’ 세션에서 “AI 영상은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AI 광고는 누구나 만들 수 없다”며 “AI로 절감한 시간과 비용을 제작이 아닌 기획에 투입해야 한다”는 관점을 제시했다. AI 광고 시대가 열리면서 누구나 낮은 비용으로 높은 퀄리티의 영상을 만들 수 있게 됐지만, 시각적 요소에 집중한 나머지 광고의 기본기인 주목·기억·브랜드 연상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가상의 면도기 브랜드를 설정해 AI 광고 제작 프레임워크를 소개했다. 문제 정의, 전략 수립, 콘셉트 도출, 영상 기획 등 총 네 단계로, 소비자 데이터와 드래프타입스튜디오의 자체 AI 기술 등을 활용해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특히, 드래프타입스튜디오에선 광고 영상을 제작하기 전에 AI 기반 사전 검증을 진행한다. CVPR, WACV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컴퓨터비전 학회 모델을 한국 광고 데이터로 파인튜닝한 시스템으로 시선 추적, 감정 유발, 영역별 주목 점수 등 광고 효과가 충분히 발생하는지 데이터로 가늠해보는 단계다. 또 최종 제작된 AI 광고는 드래프타입 자체 기술을 통해 매체, 오디언스, 시간대에 따라 광고 구성 요소가 자동 교체되는 맥락 맞춤형 버전으로 변주할 수 있다.

김웅범 팀장은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영상을 만드는 일 자체는 더이상 희소한 능력이 아니다”며 “진짜 경쟁력은 ‘왜 만드느냐’를 정의할 수 있는 능력이다. 데이터에 근거한 시장 분석, 메시지 설계, 영상 제작 등 모든 단계에서 AI 기술을 활용해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광고를 만들어내는 게 핵심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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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최석영 (csyeong720@d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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