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 ‘옥외광고 자유표시구역’, 과연 제2의 타임스 스퀘어가 됐을까?
직접 방문해 살펴 본 옥외광고 자유표시구역의 현주소
지난 2016년, 정부는 ‘제2의 타임스 스퀘어(Times Square)’를 꿈꾸며 코엑스 인근을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으로 지정해 크기나 종류에 관한 규제 없이 옥외광고물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코엑스 일대를 ‘DOOH(디지털 옥외광고)’를 통해 세계적인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당찬 포부였다.
해당 사업에는 2021년까지 약 6315억원가량의 민간 투자가 소요됐으며, 올해 1월에는 기존 20기의 미디어에 더해 16기의 신규 미디어 추가를 발표하기도 했다. 아울러 다양한 대형 미디어를 활용한 실감나는 미디어아트 콘텐츠를 통해 미디어 갤러리 명소 조성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그렇다면 현재 코엑스 일대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서울시의 계획처럼 뉴욕 타임스 스퀘어가 떠오르는 옥외광고 랜드마크로 거듭나고 있을까?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달 말 직접 코엑스 일대를 조사해봤다.
옥외광고 자유표시구역, 직접 가보니…
코엑스 일대를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코엑스 아티움 외벽에 설치된 거대한 미디어다. 가로 80.9m, 세로 20.1m라는 거대한 크기에 곡선으로 이어진 패널이 인상적인 해당 미디어는 2018년 한국무역협회와 CJ파워캐스트, 그리고 삼성전자가 공동으로 제작했다.
특히 커브로 이어지는 미디어 패널은 미디어 전체가 보이는 방향에서 관람 시 콘텐츠가 입체적으로 보이는 효과가 있어, 설치 초반 이를 활용해 파도나 고래 등의 콘텐츠를 송출해 오가는 많은 시민의 발길을 사로잡기도 했다.
다만 방문 당시에는 이처럼 3D 효과를 부각시킨 콘텐츠보다는 미디어 패널을 분산시켜 한 면은 광고 영상을 송출하고 다른 한 면은 브랜드 로고 등을 노출시키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코엑스 일대에는 이외에도 옥외광고 자유구역의 계획에 맞게 다양한 크기의 옥외광고 미디어를 찾아볼 수 있었다. “그래서 타임스 스퀘어 같았는가?”라고 묻는다면, 글쎄. 그렇지는 않았다.
자유표시구역의 차별점, 눈에 띄지 않아
옥외광고 자유표시구역이 가진 의의는 옥외광고 미디어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보다 크고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를 설치하고, 더욱 크리에이티브한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데 있다. 이를 통해 타임스 스퀘어를 보기 위해 뉴욕 여행 코스에 타임스 스퀘어 방문 일정을 추가하는 것처럼, 옥외광고 자유표시구역을 보기 위해 코엑스를 한국 여행 일정에 추가하도록 만들겠다는 포부가 담긴 셈이다.
그러나 옥외광고 자유표시구역의 현 상황은 당장 국내 다른 옥외광고 밀집 지역과 견줘봤을 때 차이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 상황이다. 당장 삼성역에서 가까운 옥외광고 밀집 지역인 강남역 인근만 하더라도 코엑스 일대처럼 옥외광고 미디어가 두드러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오히려 옥외광고 미디어의 밀집도 면에서는 강남역에서 타임스 스퀘어가 떠오르기도 했다.
더해서 강남역 또한 코엑스 일대의 옥외광고 자유표시구역을 대표하는 코엑스 아티움의 외벽 미디어처럼 곡선으로 이뤄진 미디어가 여럿 눈에 띄었다. 미디어의 크기 자체도 아티움 미디어를 제외하면 크게 뒤지지 않아 자유표시구역의 차별점을 체감하기는 더욱 어려웠다.
이는 자유표시구역 외에도 서울 곳곳에 완성도 높은 옥외광고 미디어가 여럿 존재한다는 점과 더불어, 타임스 스퀘어 내 건물 ‘원 타임스 스퀘어(One Times Square)’ 빌딩의 한 면 전체를 뒤덮은 세로형 옥외광고 미디어처럼 독특한 랜드마크적 특성을 가진 옥외광고 미디어의 부족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티움 외벽 미디어가 이러한 역할을 일부 수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코엑스 일대 규모와 원 타임스 스퀘어의 규모에 비해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다.
옥외광고 콘텐츠, 특별하지 않았다
옥외광고 미디어를 통해 송출되는 콘텐츠에서도 차별점을 찾기는 어려웠다. 옥외광고 자유표시구역과 강남역에서 송출되는 광고가 비슷한 경우도 많았다. 이는 지역 타기팅이 옥외광고에 접목됐기 때문이기도 한데, 유동 인구에 기반한 거리에 송출되는 옥외광고의 특성상 뚜렷한 타깃을 잡아내기 어렵고, 특정 시간대, 특정 거리를 주로 방문하는 인구에 대한 데이터를 토대로 타깃 설정을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코엑스에 메가박스가 있고, 강남역 일대에 메가박스 2곳, CGV 한 곳이 있다는 점 만으로도 영화 관련 광고가 겹쳐 송출되는 것이며, 나아가 같은 이유로 넷플릭스 광고 또한 비슷한 양상으로 양쪽 모두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더해서 옥외광고 자유표시구역 내 광고 콘텐츠가 겹치는 현상도 잦았다. 같은 화장품 광고가 인접한 미디어에서 연달아 송출되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이처럼 같은 광고가 인접한 미디어를 통해 반복적으로 송출되는 것은 지역을 오가는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데는 분명 효과적이지만, 옥외광고 자유표시구역만의 차별화된 크리에이티브를 기대하는 관점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또한 이는 자칫 옥외광고 미디어에 대한 대중의 흥미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한 요소로 볼 수 있다.
옥외광고 미디어 활용한 크리에이티브 있어야
콘텐츠의 형태가 동일하다는 점 또한 아쉬운 요소로 작용했다. 3D 효과를 줄 수 있는 곡선 미디어, 거대한 크기 등 자유표시구역 내 옥외광고 미디어의 강점을 살린 콘텐츠가 송출되기보다는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적인 광고 콘텐츠가 송출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코엑스 인근을 지나는 시민에게 의견을 묻자 “옥외광고 미디어가 3D 효과를 낼 수 있는지 몰랐다. 넷플릭스 광고가 많이 보이는데, 드라마 기생충 속 괴물 촉수 등 3D 효과를 드러낼 수 있는 요소를 가미한 콘텐츠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3D 등 옥외광고 미디어가 가진 특징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콘텐츠가 시청자의 아쉬움으로 연결되는 것처럼, 옥외광고 미디어의 특성을 크게 고려하지 않은 콘텐츠는 자칫 저조한 홍보 효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엘리베이터 TV 운영사인 포커스미디어코리아의 안세영 사업기획그룹 그룹장 또한 이에 대해 “옥외광고 미디어의 특성에 맞는 가시성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비용은 비용대로 지출하고, 캠페인 목적 달성은 요원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미디어의 특성을 콘텐츠 제작에 적극 반영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처럼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시장의 니즈와 중요도는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이미 디바이스나 플랫폼의 성격에 따라 이미지 배치, 문구 등에 대한 수정을 거치기는 하지만, 이제 그 정도에 그쳐서는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종합광고대행사 펜타클의 김나현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장은 “DOOH 등 새롭게 등장하는 미디어를 소비자에게 더욱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한 역량이나 기획력이 광고 회사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옥외광고 자유표시구역처럼 콘텐츠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고 활용 가능한 새로운 미디어가 계속해서 늘어가는 상황에서 크리에이티브가 광고 제작사의 주요한 경쟁력으로 발돋움할 것으로 내다봤다.
타임스 스퀘어는 왜 랜드마크가 됐나?
포부와 달리 옥외광고 자유표시구역은 기대만큼의 차별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정부가 목표로 한 타임스 스퀘어는 연간 1억명 이상이 찾는 뉴욕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곳이다. 타임스 스퀘어에는 어떤 특별함이 있기에 랜드마크로 거듭날 수 있었던 걸까? 그리고 그 중 자유표시구역이 놓친 건 무엇일까?
타임스 스퀘어가 가진 매력
#1 즐비한 옥외광고
수많은 옥외광고 미디어가 설치된 타임스 스퀘어의 전경에서 눈에 띄는 점은 단연 미디어의 거대한 크기와 빼곡한 밀집도다.
이처럼 타임스 스퀘어가 거대한 옥외광고 미디어로 가득한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도시 미관을 위해 뉴욕 시에서 소형 광고물에 대한 법적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대형 옥외광고를 대체할 보다 효과적인 광고 수단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인식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높은 광고 효과를 노리고 계속해서 큰 규모의 옥외광고 미디어가 밀집되기 시작하자 타임스 스퀘어가 ‘거대한 옥외광고 미디어의 정글’이 된 것이다. 수많은 옥외광고 미디어는 저마다 공격적으로 광고 콘텐츠를 노출하고, 이러한 미디어 불빛이 밝히는 비비드한 거리는 매년 많은 인파가 타임스 스퀘어를 찾는 이유 중 하나가 됐다.
더해서 이처럼 즐비한 옥외광고 미디어와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특징은 타임스 스퀘어를 크리에이티브한 광고 실험장으로 만들기도 하는데, 한 예로 2012년 현대 자동차는 신형 벨로스터 홍보를 위해 타임스 스퀘어의 옥외광고 미디어에 핸드폰을 통해 원격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형 콘텐츠를 게시한 바 있다.
#2 오랜 역사를 가진 브로드웨이
타임스 스퀘어는 42가와 ‘브로드웨이(Broadway)’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다. 19세기 이후 세계 연극의 중심지로 자리 잡은 브로드웨이는 지금도 활발하게 극장에서 여러 공연이 이뤄지고 있고, 이러한 극장은 타임스 스퀘어가 가진 현대적인 옥외광고 미디어 사이에 클래식한 감성을 더해준다. 역사적인 장소가 타임스 스퀘어가 가진 현대적인 관광 명소에 또 다른 재미와 색깔을 부여하는 셈이다.
아울러 브로드웨이 공연의 할인 티켓을 판매하는 TKTS 매표소 위로는 타임스 스퀘어 관련 뉴스에서 자주 노출되는 붉은 계단인 ‘더피 스퀘어(Duffy Square)’가 위치해 관람객에게 볼거리를 더하고 있기도 하다.
#3 매년 개최되는 이벤트
1907년 이후로 매년 12월 31일이면 타임스 스퀘어에서는 연말 카운트 다운 행사인 ‘볼 드랍(Ball Drop)’이 열린다. 새해 카운트 다운과 함께 타임스 스퀘어 꼭대기에 위치한 LED 볼이 떨어지는 해당 행사는 미국을 대표하는 새해 행사 중 하나로, 거대한 LED 볼이 떨어지는 장면과 유명 가수의 공연을 보기 위해 매년 약 100만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타임스 스퀘어를 찾는다.
이처럼 매년 새해에 세계에서 손꼽히는 거대한 규모의 행사가 개최된다는 점은 타임스 스퀘어라는 장소가 끊임없이 사람들의 인식 속에 각인되는 효과를 주는 데 더해, 이러한 행사를 직접 두 눈으로 보기 위해 타임스 스퀘어를 찾고자 하는 니즈를 키운다.
배울 것은 배우고, 잘하는 것은 더욱 잘할 수 있도록
종합해보면 타임스 스퀘어가 가진 매력은 단순히 밀집한 옥외광고 미디어 때문만이 아니다. 오히려 100년 이상 산업과 문화의 집약지로 활약한 뉴욕이라는 도시에 기반한 문화적 요소가 사람들의 발길을 이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국내 옥외광고 자유표시구역과 타임스 스퀘어는 성격 자체가 다른 부분이 많다. 제2의 타임스 스퀘어 보다는 제1의 코엑스가 돼야 마땅한 셈이다. 물론 랜드마크 성격의 옥외광고 미디어 보충, 볼 드랍과 같은 옥외광고 자유표시구역만의 콘텐츠 구상은 벤치마킹이 필요한 요소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무작정 타임스 스퀘어 등 우수 사례의 표면적인 모습을 따라가기보다는 높은 옥외광고 미디어 품질, 크리에티브한 콘텐츠 제작이 가능한 역량 등 국내 옥외광고 시장이 가진 강점을 더욱 적극적으로 투영할 수 있는 방향 고려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된다.
한국지방재정공제회에 따르면, 디지털 전환의 영향 등으로 옥외광고 시장은 2022년에만 전년 대비 12.7% 성장폭을 기록한 데 더해, 올해 4조원의 시장 규모를 돌파했다. 이러한 옥외광고 시장의 성장은 해외도 마찬가지다. 해외의 경우 옥외광고 시장의 규모는 2027년 750억 1,000만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옥외광고 시장의 성장이 예견된 가운데, 강남구청 관계자는 “옥외광고 자유표시구역 외에도 현재 진행 중인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으로 인한 강남권 광역복합환승센터·지상광장 조성, GBC 건설 등 여러 주변 변화에 발맞춰 보행자가 다양한 미디어를
입체적으로 경험하면서 걸을 수 있는 거리를 만들겠다“며 옥외광고 미디어 확산을 적극적으로 주도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옥외광고 미디어 확산을 권장하는 정부의 움직임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경우 이는 국내 옥외광고 시장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정부와 기업이 손발을 맞춰 해외 사례에 대한 벤치마킹에 더해 국내 옥외광고 시장의 강점을 살려 한국만의 디지털화된 도시 경관을 구축하고 옥외광고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