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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만난 화려한 바로크 미술과 몽환적인 인상파 미술 내셔널 갤러리

남미로 향하던 중 비행기 연결로 인해 런던에서 열 시간 가량 머물게 됐다. 아침에 도착해 저녁 비행기를 타는 일정이라 거의 하루를 런던에 머물게 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 시간 동안 공항에 있기는 아까워 런던 시내로 나갔다. 어디를 가볼까 고민할 것도 없이 필자는 내셔널 갤러리로 향했다. 런던에 올 때마다 이곳을 들르게 만드는 것은 단연 갤러리를 가득 채운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이지만, 트라팔가 광장, 코벤트 가든 등 걸어 다니기만 해도 좋은 내셔널 갤러리 주변 환경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특히 짧은 시간을 런던에 머문다면 꼭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게다가 내셔널 갤러리를 비롯한 런던 대부분의 박물관 및 갤러리는 무료가 아니던가.

작품으로 둘러싸인 전시관에 앉아있을 사치

유럽 미술을 진품으로 볼 수 있는 기회는 바다 건너 짧은 시간 전시되었다 돌아가는 특별전에서가 대부분이다. 그 기회는 많은 사람들에게 놓치기 아까운 기회라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기 마련이다. 때문에 전시관 중간에 앉아서 나를 둘러싼 작품을 둘러본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고, 작품 하나하나를 여유롭게 감상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유럽에 와서 직접 작품을 본다는 것의 가장 놀라운 점은, 시간과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작품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사치가 허락된다는 것이다. 워낙에 큰 갤러리 덕분에 장시간 서서 구경한다는 것이 체력적으로도 무리인지라 거의 모든 전시관의 중앙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소파가 마련돼 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앉아서 ‘쉴 때’ 조차도 내 눈이 가는 모든 곳에 거장들의 작품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방문에는 욕심부리지 말고 두 가지 양식의 작품만 열심히, 다소 여유롭게 보고 오기로 결심했다. 바로 17세기 바로크 미술과, 19세기 인상파 미술이다. 물론 이 두 양식은 평소에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양식이니, 굳이 이번 방문에만 한정 짓는 것도 무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화려하고 개성 강한 17세기 바로크 미술

17세기 바로크 미술의 대표적인 화가로는 램브란트, 루벤스, 반야크, 클로드 등이 있다. ‘일그러진 진주’라는 뜻의 포르투갈어에서 유래한 ‘바로크’는 질서와 균형을 강조했던 ‘르네상스’ 미술 양식에 반기를 들며 등장했다고 할 수 있다. 바로크는 자유분방함과 개성을 강조한 양식으로 역사적 사실이나 양식의 특징을 차치하고 있다. 어쨌든 필자의 눈에는 그저 바로크 양식의 그림이 예뻐 보였다. 강한 색감과 살아있는 듯한 표정과 움직임 등을 또렷하게 표현해낸 작품들은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삼손과 데릴라의 이야기를 작품화한 루벤스의 ‘삼손과 데릴라’에서 그 특징이 잘 나타난다. 괴력의 소유자 삼손이 잠든 틈을 타, 힘의 원천인 머리카락을 자르려는 순간을 묘사한 그림으로 엎드려 자고 있는 루벤스의 근육, 데릴라의 붉은 옷의 주름 등에서 르네상스 양식을 바탕으로 한 생동감 있고, 힘 있는 바로크 양식을 사실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당시 귀족들에게 미술작품 수집은 인기 있는 취미활동이자 자신의 교양과 능력을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의 하나였다. 작자 미상의 ‘그림들이 걸려 있는 방 안의 미술 전문가들’이라는 작품이 이것을 잘 드러내 주고 있다. 그림 속에 나타난 컬렉션들은 실제 그림을 묘사한 것으로 요아킴 베케라, 핸드리크 반 스테인비크의 작품들이 그려져 있다.

몽환적인 아름다움, 19세기 인상파 미술

19세기 대표적인 인상파 화가는 르누아르, 피사로, 모네, 마네 등이 있다. 인상파 미술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이 빛에 따라 달라지는 피사체를 순간적으로 보이고 느껴지는 모습대로 그려낸다. 그래서 같은 피사체를 달라지는 시간에 따라 다르게 그려낸 작품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필자가 이 양식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크와 마찬가지로 그저 필자 눈에 예쁘게 보이기 때문이다. 바로크 양식처럼 또렷한 그림은 아니지만 작품의 은은한 색감이 눈이 아닌 가슴으로 들어와 작품 속의 장면을 내가 직접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들게 만든다.

피사로의 ‘에르미타주의 코트 데 뵈프’라는 작품은 피사로의 집에서 가까운 언덕을 그린 것으로 그림을 그리던 순간의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다. 사진처럼 선명하거나 진짜 같은 그림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 순간 그곳에 있었던 사람의 감성까지 담아낸 듯한 인상파 화풍이 보는 이로 하여금 묘한 공감과 감동을 끌어낸다.

마찬가지로 ‘극장에서’라는 르누아르의 작품 역시 감상자를 극장으로 데려가 극장의 발코니석에 앉아있는 소녀를 바라보게 만드는데, 이 작품은 감상자를 보는 이로만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소녀의 기분까지 느끼게 해 준다. 무대를 바라보고 있을 소녀가 앞쪽으로 약간 몸을 기울인 모습과 전혀 선명하지 않지만 어쩐지 집중하고 있는 마음을 담고 있는 듯한 표정을 통해 그림의 감상자는 소녀 옆에서 소녀를 바라보는 이가 되기도 하고, 무대를 감상하는 소녀가 되기도 한다. 이것이 인상파 화풍의 힘일 것이다.

운영 안내: 런던 내셔널 갤러리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6시까지 운영하는데, 금요일은 더 많은 이들의 관람을 위해 9시까지 연장해서 운영하고 있다. 1월 1일과 12월 24일부터 26일까지는 휴일이니 연말연시에 방문 예정일 경우는 참고해서 일정을 잡는 것이 좋겠다.

Place. The National Gallery, Trafalgar Square, London WC2N 5DN Tel. +44 20 7747 2885
URL nationalgallery.org.uk/ e-mail. information@ng-london.org.uk

  • 에디터디지털 인사이트 (ditoday.webs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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