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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콘텐츠 골든타임, ‘90초 룰’

내 취향을 분석해서 그때그때 알려줍니다. 무엇이 궁금하다, 보고 싶다, 알고 싶다고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검색할 필요도 없습니다. 넷플릭스의 90초 룰은 디지털 시대, 사용자 개개인에 맞춘 추천 알고리즘이 우리가 알고 있던 마케팅, UX/UI 지형을 바꿔놓고 있습니다. 철저히 개인화된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나에게 최적화된 선택지 중에서 나는 보고 싶은 콘텐츠 하나를 고를 뿐입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간단하죠? 그런데 말이죠. 그 넷플릭스의 90초 룰은 기술과 혁신, 마케팅 등 많은 공식을 하나로 녹여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이 90초 룰이 시사하는 바는 제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컸거든요. 당신이 넷플릭스의 열혈팬이 됐다면 여기 소개하는 ’90초 룰’에 공감할 거예요.

넷플릭스를 구독한 지는 좀 됐습니다. 지인이 계정을 하나 파줬기 때문에 오래도록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지난 연말까지는 이래저래 바쁜 일정이 많아 보지는 못 했지만, 한 번씩 접속해 이러이러한 영화가 올라왔구나, 하고 확인만 하는 정도였습니다. 어쩌다 한두 편 보더라도 보고나서는 늘 다음에 뭘 볼까?하고 아트워크를 넘기다 수주 동안 접속하지 않는 일도 다반사였죠.

그러다 조선시대 배경의 좀비 미스터리 스릴러물 ‘킹덤’을 보게 됐습니다. 이후 좀비 시리즈는 모두 섭렵했고요, 맷 데이먼 주연의 ‘그레이트 월’부터 박신혜 주연의 ‘콜’, 웹툰 원작의 ‘스위트 홈’까지 줄줄이 끝냈습니다. 아, ‘손 the guest’도 빼놓을 수 없지요. 가만히 보니, 이 콘텐츠들은 제가 검색한 것이 아니고, 순전히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에 따른 선택이었습니다.(특히 스위트 홈은 저희 디자이너가 꼭꼭 보라고 강추한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검색 결과 얻은 고객 90% 이탈

얼마 전에 의미심장한 리포트를 하나 봤습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개인화 마케팅 솔루션 업체 그루비가 발행한 ‘검색에서 검색 추천으로, 검색 패러다임의 확장’이라는 보고서였죠. 이커머스 시장에서 검색의 중요성을 강조한 내용이었는데요, 그루비 데이터 사이언스팀이 50억 건이 넘는 고객 행동 데이터를 분석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원하는 검색 결과를 얻은 사용자의 구매율은 67.5%에 달한 반면, 원하지 않은 검색 결과를 얻은 사용자의 90%는 해당 웹사이트를 이탈했다는 것이죠. 제대로 된 추천이야 말로 고객의 이탈을 방지하고, 구매로 이어진다는 얘기였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제대로 추천해야 고객 니즈를 그만큼 반영할 수 있다는 단순하고도 명료한 진리이기도 하죠.

이제는 단순히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만을 찾는 시대에서 고객의 니즈를 매칭할 수 있는 검색 추천 시대로 넘어가는 듯합니다. 아니, 이미 그런 시대로 진입했죠. 마침 그 근거를 담은 데이터를 접했고, 고객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플래폼 운영자는 무엇을 해야 할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음 스텝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고객 개인화에 맞춘 추천 검색 알고리즘

그루비는 보고서에서 “최근 검색 추천은 통계형과 연관형으로 나눈다. 통계형은 판매량, 검색량 등에 따른 추천 기반”이라고 합니다. 즉, 통계형은 전통적으로 그동안 이커머스 기업이 가장 흔하게 사용하던 방식이었죠. 반면, 연관형은 좀 다릅니다.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서비스(OTT) 넥플릭스처럼 검색어와 관련한 상품을 인공지능이 추천하는 방식이 연관형과 유사한 구조입니다. 이제 단순히 고객이 많이 찾는 제품을 확률적으로 분석 후 그 무게대로 제품을 나열하는 것이 아닌, 고객 개인화에 맞춘 고도화된 추천 검색 패러다임으로 마케팅 방식을 전환해야 하고, 전환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 마디로 ‘우루루’ 많이 몰리면 장땡인 마케팅이 아니라 ‘개미 주주’가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죠. 개미도 뭉치면 커다란 덩어리가 되잖아요.

넷플릭스 이야기가 나와서 조금 깊게 얘기해보겠습니다. 넷플릭스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먼저 영상 하나를 독자 여러분께 소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2020 차세대 미디어 대전에서 발표한 이호수 SK텔레콤 고문의 기조연설 영상인데요, 주제는 넷플릭스 인공지능의 활용입니다. 요즘 추세가 어떤 기업이든 비즈니스 플로에 인공지능을 접목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저 많은 ‘플로’를 사람이 직접 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어떤 구조로 가져가는 것인지는 내심 궁금했지요.

저는 이 영상에서 ‘넷플릭스의 90초 룰’에 대한 부분에 주목했습니다. 왜 ’90초 룰’일까요? 넷플릭스의 90초 룰만 이해하면 제가 이 기사를 쓰고자 하는 의도와 앞으로의 개인화된 고객 타깃 마케팅에 대한 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넷플릭스는 2020년 10월말 현재 9,000명에 가까운 임직원과 1억 9,300만명 유료가입자, 시가총액만 258조원에 달하는 거대한 글로벌 OTT 대표 기업입니다. 넥플릭스의 유료가입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집콕족이 늘면서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더 이어질 것으로 보는데, 무엇보다 넷플릭스의 경쟁력은 이 ‘인공지능’에 있습니다.

넷플릭스, 하면 기술과 혁신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을 떠올리겠지만 무엇보다 빅데이터 분석, 딥러닝, 머신러닝 등의 인공지능으로 모든 비즈니스 영역을 물론 거의 모든 사내 의사결정에 이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죠. 즉, 넷플릭스에 있어 사용자 데이터는 ‘넷플릭스의 중요한 자산’입니다. 특히 추천 등에 의한 콘텐츠를 선택할 때 데이터에 내재한 사용자 취향 및 행동 정보를 추출해 사용자 선호도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도 이를 적절히 이용합니다.

마케팅 자금도 어마어마해서 1년에만 약 30억 달러를 지출한다고 하니 거의 못할 것이 없는, 거침 없어 보입니다.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시리즈를 보면 대부분 볼 만 하죠? 이미, 제작 단계부터 그 콘텐츠가 흥행에 성공할지, 무엇을 제작해야 할지 철저히 분석해 놓은 후 제작에 임하기 때문에 ‘이겨 놓고 싸움을 하는 격’이기 때문입니다.

콘텐츠 ‘골든타임’, 90초를 잡아라

그 안에서도 넷플릭스는 ‘90초 룰’에 많은 고심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자체 진행한 조사를 보면 사용자가 넷플릭스 홈페이지에서 콘텐츠 썸네일 하나 보는 데 1.8초 가량 소요된다고 합니다. 그러고 나서 다음 썸네일에서도 1.8초를 소비하죠. 전체 화면에는 약 20의 타이틀 썸네일 박스(아트워크 이미지)가 있는데, 90초 내에 내가 볼 콘텐츠를 사용자가 선택하지 못하면 “넷플릭스, 뭐 볼 것 없네”하며 이탈한다고 합니다. 그들이 다음에 또 접속했을 때 90초 내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몇 번 반복되면 아예 구독을 해지한다고 하니, 넷플릭스와 사용자 간에 치열한 눈치싸움이 이곳에서 이뤄지는 지 알 수 있습니다.

넥플릭스는 개인 구독서비스와 추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고객 한 명 한 명이 이탈하는 순간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개인 추천, 개인화 프로그램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죠. 그렇다 해도 넷플릭스는 100개가 넘는 다양한 알고리즘을 혼합해 활용 중이며, 그렇게 넷플릭스 시청자 콘텐츠의 약 80%는 추천에 의한 것이니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가요? 결국 사용자는 처음부터 자신이 보고 싶은 콘텐츠를 보기 위해 접속하거나 스스로 검색해서 원하는 콘텐츠를 찾는 비중이 낮은 반면, 넷플릭스 추천으로 결정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추천 시스템만 보더라도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추천 알고리즘’, 다른 하나는 ‘홈페이지 및 아트워크 구성’입니다. 이호수 고문은 영상에서 “추천 결과를 웹사이트에 표현하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라고 했습니다. 수많은 영화 중 개인 사용자의 눈길을 잡아 끄는 20여개의 아트워크 이미지를 추천한다? 역시 쉽지 않겠죠. 어쨌든 넷플릭스는 이 시스템을 이용해 아트워크를 구성합니다.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이라는 콘텐츠를 예로 들면, 로맨팅 영화를 많이 보는 사용자에게는 남녀 간의 로맨틱한 장면을, 코미디 영화를 좋아하는 사용자에게는 로빈 윌리엄스 이미지를 노출하며 개인의 취향을 차별화합니다.

추천 알고리즘에 사활 걸다

이미 넷플릭스는 이런 추천 알고리즘을 구축하기 위해 2006년부터 약 3년에 걸쳐 100만 불 우승상금을 걸었을 정도로 이것이 곧 넷플릭스의 미래라고 봤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사용자의 행태를 수집하고 그에 맞춘 고품질 시스템을 개발하고 필터링을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이호수 고문은 영상에서 “넷플릭스의 인공지능 활용 방식은 모두 6가지”라며 이용자향의 맞춤형 서비스를 위한 4가지 적용 사례와 비즈니스 목적의 2가지 활용 사례를 꼽았습니다. 넷플릭스가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을 서비스에 접목하는 4가지 사례는 ▲개인화 콘텐츠 추천 시스템 ▲개인 홈페이지 화면구성과 아트워크 이미지▲고객이 어떤 콘텐츠를 언제 볼 것인지 예측한 새벽배송 ▲비디오 재생 시 스트리밍 품질 최적화 방안입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강조한 2가지 활용사례는 ▲오리지널 콘텐츠 기획/제작 시 인기 및 흥행 예측 ▲넷플릭스 인공지능/머신러닝 및 데이터 분석활용입니다.

이렇게 넷플릭스는 90초 내에서 승부를 걸기 위해 많은 데이터 분석과 알고리즘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넷플릭스에 빠져드는 이유도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던 것이죠. 그런가 하면 크리스 제피 넷플릭스 프로덕트혁신부문 부사장은 90초 룰에 대해 인상 깊은 얘기를 국내 한 매체를 통해 했습니다.

제피 부사장은 “우선 이용자 자신이 어떤 콘텐츠를 봤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가장 중요시 한다”면서 “무엇을 보고,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청했는지에 대한 사용자 행태도 분석한다”고 밝혔습니다. 그것도 스마트폰인지 스마트TV인지 등 어떤 기기로 주로 봤는지를 분석해 이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한다고 했습니다.

“어떤 것을 읽을까?”… 미디어도 90초 룰 적용?

저를 예로 든다면, 넷플릭스뿐 아니라 우리 모든 일상이 디지털화되어 가면서 뉴스 콘텐츠도 상징적인 ’90초’보다 더 빨리 독자를 사로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넷플릭스가 ‘아트워크’라면, 미디어는 ‘타이틀’이겠지요. 오전 출근시간, 오후 퇴근시간은 콘텐츠 경쟁이 가장 뜨거울 때인데, 그 찰나에 독자의 눈길을 사로 잡지 못하면 안 되거든요.

게다가 요즘 얼마나 볼 게 많습니까? 일드, 미드, 웹툰, 유튜브, 블로그, 뉴스 콘텐츠 등 말이죠. 특히 전문지는 더 치열합니다. 어쩌다 콘텐츠 하나가 우연찮게 선택되더라도 다음 뎁스로 독자를 잡아 끌어야 하는데 늘 고심합니다. 일일이 독자 취향에 맞춰 뉴스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는 없겠지요. 뉴스는 공공재 역할도 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그때 승부하지 못하면 독자는 “뭐 읽을 게 없네”하고 여길테고, 그것이 몇 번 반복되면 아예 구독을 해지하지 않을까요? 독자 추천 알고리즘에 기반한 뉴스 콘텐츠는 아니어도 독자에게 유용한, 꼭 필요한 타이틀과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넷플릭스는 자유와 책임 및 데이터 기반을 강조하는 조직문화와 원칙을 중시하는 경영이 토대가 됐다고 합니다.

90초 룰을 향한 넷플릭스의 갖은 시스템과 투자와 노력이 시사하는 방향은 이 시대를 함께 만들어가는 대부분의 디지털 기업에 적용되는 건 아닐까요?

이호수 SK텔레콤 고문 유튜브 영상 보기

글. 김관식 에디터 seoulpol@wirelink.co.kr
(댓글 좋고, 취재 요청도 좋습니다. 독자 여러분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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