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게티이미지코리아 대표, 그는 왜 생활폐기물 DX에 뛰어 들었을까?
박상곤 클린턴 대표 인터뷰

늦은 밤이면 창밖이 분주하다. 환경미화원이 일하는 소리다. 아침에 집을 나서면 어김없이 쓰레기 봉투가 쌓여있던 자리가 텅 비어있다. 도시는 이들의 보이지 않는 노동 위에서 유지되지만, 정작 이들은 도시가 깨어나면 홀연히 사라지는 그늘의 존재였다.
그리고 그들이 일하는 시장도 마찬가지다. AI가 활개치는 세상이건만, 환경 미화 시장은 여전히 펜과 종이로 굴러간다. 예컨대 수거 차량이 현재 어디를 달리고 있는지, 누가 어떤 작업을 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방법은 없다. 모든 업무가 담당자의 경험과 기억에 의존한다. 직원의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것도, 사고 위험을 예방하기 어려운 것도 데이터가 축적될 수 없는 낙후된 시장 구조 탓이다.
그런 환경 미화 시장이 올해부터 달라질 전망이다. 이달 관악구청은 구내 소속 7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업체에 디지털 플랫폼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종이 운행 일지가 사라지고, 야간 현장이 실시간 데이터로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 중이다. 약 30년 만에 환경 미화 시장의 디지털 전환(DX)이 실현되는 셈이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해당 환경 미화 플랫폼을 개발한 박상곤 클린턴 대표가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창업자로 더 잘 알려진 박 대표는 국내 디지털 산업 시장에서 ‘큰 어른’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오랜 기간 디지털 콘텐츠 데이터의 표준화와 유통 플랫폼을 다뤄온 그의 눈에, 수기 작성과 구두 보고로 작동하는 3조 원 규모의 환경 미화 시장은 디지털 전환이 시급한 문제의 땅이자 기회의 영역이었다.
현재 서울시와 플랫폼 도입을 추진 중인 박 대표는 “어둠 속에서 일하는 미화원이 있기에 세상은 더 깨끗해진다”며 “그들의 삶도 더 밝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 국내 환경 미화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 중인 그를 지난달 직접 만났다.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던 애환부터 봤다
“남부순환로 1964. 사무실 주소입니다. 대표 취임 후 처음 사무실을 찾아갔을 때, 작고 열악한 사무실에 직원 둘이 앉아있었죠. 시장 규모는 3조 원 가까이 되는데, 여전히 모든 일이 수기로 이뤄지고 있었어요. 주소처럼 1964년에 멈춰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관악구 사무실 앞 카페에서 만난 박 대표는 처음 사무실에 들어서던 순간을 회상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멀티비츠이미지) 창업 후 2015년 은퇴한 그는 2024년 지인의 소개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산업을 접했다. 한 쓰레기 수집 운반 업체의 대표로 부임하게 된 건데, 디지털 전문가였던 그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한 번 입찰에 2~3년 지역구의 환경 미화를 할당받는 입찰 중심 구조는 체계적인 경영 개선을 어렵게 만들고 있었고, 모든 업체가 수기로 기록을 남기는 탓에 운영 데이터 축적과 같은 일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박 대표는 사무실을 나와 그 길로 스타벅스에 들러 50만 원어치 카드를 샀다. 이상하리만치 멈춰 있는 시장에서 일하는 직원들과 이야기부터 나눠보고 싶었다. “사무실이 협소해 도저히 안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카페에서 이야기하자 싶었습니다.”
한 명씩 데리고 나와 스타벅스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대표의 면담이 직원들은 참 낯설었다고 한다. 무엇이 그들의 어깨를 움츠리게 하는지 그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무엇이 그들의 어깨를 당당하게 만드는지도 말이다.

“사명에 붙은 ‘미화’라는 단어는 애달픈 구석이 있습니다. 사명부터 바꾼 이유죠. 젊은 사람도 있고, 주름이 진 사람도 있습니다. 공통점이 있다면 많은 이들이 명함 한 번 가져본 적이 없었다는 겁니다. 미화라는 단어 아래에 숨은 그들의 애환이었던 것이죠. 그래서 그날로 명함을 만들었습니다.”
박 대표가 취임했던 삼일미화는 사명이 바뀌어 ‘클린턴’이 됐다. 괜스레 그들을 움츠리게 했던 미화라는 글자는 온데간데없고, 직원들에게 하나 하나 만들어 나눠준 명함에는 클린턴 세 글자가 들어갔다.
DX 하고픈 이유? 그들에게 더 나은 일상을 주기 위해
취임 첫날, 박 대표는 현장이 얼마나 데이터 공백 속에 있는지 체감했다. 야간 작업이 주를 이루는 서울의 수거 현장은 사무실의 통제 밖에 있었다. 수거 노선 변경, 인력 배치, 민원 처리 모두가 담당자의 경험과 기억에 의존했다. 실시간으로 어느 차량이 어디를 달리고 있는지, 누가 어떤 작업을 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박 대표는 환경 미화 시장을 게티이미지코리아를 운영했을 때처럼 플랫폼화하고 싶었다. 그 길로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 개발에 몰두했다. 환경 미화 플랫폼 운영사인 ‘그린패스’를 만들어 생활폐기물 수집 운반 DX 플랫폼인 ‘클린온’과 생활폐기물 민원 관리 플랫폼인 ‘클린톡’을 개발했다.
클린온과 클린톡은 현재 관악구를 넘어 서울 전역 도입까지 추진 중이지만, 여기에 이르는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핸드폰 기반 출근 시스템부터 도입했다는 박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쉽지 않았어요. 직원들이 갖고 있는 디지털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죠. 핸드폰으로 출근 시스템을 바꿨는데, 핸드폰을 두고 오더군요. 그들이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다는 걸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박 대표는 핸드폰을 두고 온 직원은 기존대로 수기로 서명하도록 했다. 그랬더니 오히려 직원들은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들이 스마트폰에 낯설었던 것은 아니기에, 막상 스마트폰 베이스의 DX를 접해보니 익숙했던 아날로그가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언젠가 박 대표는 직원에게 장난스레 물어본 적이 있다. “예전 방식으로 다시 돌아가면 어떻겠습니까?” 돌아온 답은 이랬다. “지금이 너무 좋은데 왜요?” 스마트폰을 쓰다가 2G 폴더폰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는 거다. 현재 클린턴의 수기 작성 비율은 5% 미만이다. 운행일지, 출근 관리, TBM(작업 전 안전회의), 민원 처리 등 기존에 종이로 관리되던 업무가 대부분 디지털로 전환됐다.

박 대표가 꾸리는 변화는 디지털에 국한되지 않았다. 작은 연립주택 반지하에 있던 휴게실을 찾았더니 작은 방에 땀 냄새가 코를 찔렀다. 에어컨 하나도, TV 한 대도 없었다. 그래서 더 쾌적한 휴게실을 마련하기 위해 직접 공간을 구매했고, 인테리어도 손 보고 있다.
주 6일 근무에 서로 교대자를 배려해 쉽게 쉴 엄두를 내지 못하는 분위기도 개선하고 있다. 실제 환경미화원 중에는 1년에 단 하루도 연차를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1년에 정말 못해도 3일은 꼭 쉬라고 합니다. 그마저도 안 쉬면 사유서를 내라고 해요. 3일을 쉬어도 연차 수당도 그대로 줍니다. 이 업계의 분위기를 바꾸고 싶습니다. 캠페인도 하고 싶어요. 같은 마음이 한 명, 두 명 늘어나면 분위기가 바뀔 것이고, 디지털 전환이 돼서 효율이 늘어나면 분명 여유가 생길 거예요. 그런 여유를 모두에게 나눠주고 싶습니다.”
관공서와 함께 고민한 문제, 플랫폼으로 풀어가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 시장을 바꾸겠다는 꿈을 박 대표는 혼자 꾸지 않았다. 미화 산업에 뛰어든 뒤 박 대표의 발길이 자주 향한 곳은 관악구청이었다. 평소 박 대표와 자주 미화 환경 개선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나눈다는 이정원 관악구 청소행정과 주무관은 “박 대표와 함께 논의한 게 정말 많다”고 했다.
“박 대표님이 현장 운영 방식을 점검하면서 먼저 찾아와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업무 관리 방식이 아날로그 수기 중심이었고, 표준화가 되어 있지 않아 데이터 기반의 평가와 관리가 어렵다고 이야기했죠.” 이 주무관의 설명이다.
박 대표의 분석은 관악구가 현장에서 느끼던 한계와 정확히 맞닿아 있었다. 이를 계기로 둘은 개선 방향을 함께 설계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결과물이 클린온(CleanOn)이다. 운행일지와 작업 내용, TBM 등 기존에 수기로 관리되던 업무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안전과 운영 성과를 데이터 기반으로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됐으며, 행정기관의 종합 관리와 비교·분석이 가능해져 관리 체계의 고도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특히 비용 절감과 수집·운반 효율성 향상, 데이터 기반 경영을 통한 용역 입찰 경쟁력 확보는 물론, 중대재해처벌법 등 강화된 산업안전 규제에 대한 대응 기반도 마련했다.
박 대표는 영등포의 동진환경에서 진행된 파일럿 테스트 일화를 떠올리며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이 현장을 방문해 클린온의 TBM 관리 체계를 확인한 후 정부 모범 사례로 보고해도 되겠냐고 문의해왔다”고 했다.
민원 처리는 더 심각했다. 기존 민원 업무는 다산콜센터를 통해 접수된 민원이 행정망을 거쳐 대행업체로 전달되는 과정을 거쳤다. 처리 결과도 문자나 별도 보고 방식으로 회신 받아야 했다. 이렇듯 과정이 분절돼 있다 보니, 민원 처리 과정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아울러 민원 위치와 폐기물 유형에 따라 적절한 대행업체를 배정하는 일은 담당 주무관의 경험에 의존해야 하는 한계도 있었다.

관악구는 이 과정을 개선하기 위해 박 대표에게 민원 처리 흐름과 현장 데이터에 기반해 개선 방향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를 바탕으로 박 대표는 클린톡(CleanTOK) 플랫폼을 개발, 민원 접수-처리-결과 보고로 이어지는 엔드 투 엔드(End-to-End) 체계를 구현했다. 행정과 대행업체, 현장이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연결된 것이다.
“좋은 세상을 만드는 그들의 삶도 좋아지길“
이 주무관은 박 대표와의 협업을 “행정과 현장이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구조를 재설계한 과정”이라고 설명하며 실제 현장 운영과 행정 관리가 데이터로 연결되면서 업무 효율성과 관리 수준이 동시에 개선됐다는 후기를 전했다.
현재 관악구의 7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업체는 그린패스의 플랫폼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관악구는 이번 협업이 향후 다른 자치구나 지자체에서도 참고할 수 있는 하나의 모델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실제 그린패스는 현재 서울시와도 플랫폼 도입을 논의 중인 상태다. 서울시는 생활폐기물 서비스의 디지털 전환을 광역 단위에서 선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사)서울특별시 생활폐기물협회와 공동 MOU 체결도 추진 중이다.

플랫폼 확산을 통해 박 대표가 이루고자 하는 건 분명하다. 환경미화원들의 인식과 처우 개선이다. 실제 클린온을 도입한 현장 직원들은 디지털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으며, 여러 산업의 평균적인 디지털 전환 수준을 빠르게 따라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사회 전반의 긍정적인 인식 전환으로 이어지는 한편, 대한민국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업계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직원들 모두 변화에 기뻐하고 있어요. 이 업계가 존재도 몰랐던 자신들의 노동의 가치를 알아주고 있다고 말합니다. 다른 미화 회사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랑하기도 하고요.”
박 대표는 여러 캠페인도 준비 중이다. 현재 같은 일을 하지만 관공서 직영은 환경공무관, 이외에는 환경미화원으로 불린다. 플랫폼 확산 이후 이런 사소한 부분들도 개선하겠다는 포부다. 실제 클린턴 직원들은 서로를 ‘공무관님’으로 존중해 호칭한다.
2024년 5월 1일에 대표로 취임했으니, 2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박 대표는 여전히 현장을 챙기며 일을 즐겁게 일한다. 주 6일, 야간 근무 등의 조건은 당장 바꿀 수 없는 것들이지만, 바꿀 수 있는 틀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업계의 구조와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 삶과는 너무 달랐어요. 나는 휴가도 즐기고, 가족들과 여행도 많이 다녔습니다. 내가 누리는 게 그들에게는 당연하지 않았어요. 쓰레기는 부끄러운 것, 내 집 앞에 두기 싫고 숨기고 싶은 것으로 치부됩니다. 그렇다고 미화 산업의 사람들까지 그런 건 아니잖아요. 데이터화된 경로 등 플랫폼은 더 나은 효율을 제공해 그들이 쉴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 줄 것이고, 서로의 공백도 더 잘 메워 어려웠던 일말의 쉼도 훨씬 수월해질 겁니다. 그렇게 내게 당연했던 삶이 그들에게도 당연해지길 바랍니다.”
박 대표는 지속적인 앱 고도화와 클린톡을 통한 민원 플랫폼 전환 확대 등을 통해 시장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어 더 많은 기존 업체 대표들의 인식 전환을 이끌어내고자 한다. 시민과 행정, 기업이 함께 겪어온 불편을 해소해 보다 효율적이고 시민으로부터 존중받는 시장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포부다.
“어둠 속에서 일하는 그들이 있기에 밝아지는 순간 세상은 더 좋아지고 깨끗해집니다. 이제 감사한 그들의 삶도 더 따뜻하고 밝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줄곧 꿈꾸는 제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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