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왜 맨체스터 시티를 초대했을까?
스포츠 매니아를 사로잡는 쿠팡플레이의 전략
지난 7월 30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메가 축구 클럽인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친선경기가 열렸다. 유명 리그의 스타 선수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에 국내 축구팬의 이목이 집중됐다. 특히 맨체스터 시티는 지난 시즌 리그·컵·챔피언스 리그를 모두 석권한 ‘트레블’을 달성한 클럽이기에 이번 내한 경기는 더욱 화제가 됐다.
대중의 기대를 반영하듯 6월 28일 열렸던 예매는 순식간에 종료됐다. 가장 비싼 프리미엄A 좌석의 티켓 값이 50만 원에 달했던 것을 생각하면 고무적인 결과다. 경기 당일에는 갑작스럽게 내린 비에도 불구하고 만석에 가까운 6만 4,185명이 경기장을 찾았고, 챔피언스 리그를 방불케 하는 두 팀의 치열한 접전에 만족한 관중은 경기를 주최한 쿠팡플레이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제 국내 유명 스포츠 이벤트 업체를 꼽으라면 가장 먼저 쿠팡을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쿠팡, 분명 로켓 배송으로 유명한 이커머스 기업이다. 이커머스 기업인 쿠팡은 대체 왜 스포츠경기를 중계하고, 맨체스터 시티를 초대한 걸까?
아마존의 ‘락인’을 눈여겨보다.
현재 쿠팡의 스포츠 엔터테인먼트의 기반이 되는 쿠팡 플레이는 2020년 12월 출범했다. 당시 네이버, 마켓컬리 등 위협적인 경쟁자가 계속해서 등장하며 이커머스 시장을 공격적으로 공략하고 있었고, 이런 위협적인 상황에 ‘아마존’의 ‘락인 효과(특정 서비스에 소비자를 묶어두는 것)’가 쿠팡의 관심을 끌었다.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런칭, 2016년부터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이 있다면 별도의 가입 절차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업계는 아마존의 프라임 비디오 런칭을 락인 효과를 목표에 둔 행동으로 분석했다. 폭 넓은 서비스 제공을 통해 고객의 멤버십 이탈을 막는다는 취지다.
실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도입 이후 지속적인 멤버십 요금 인상이 있었지만, 아마존 프라임 회원 수는 2020년에 2억명을 돌파, 2021년 4분기 멤버십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81억 달러(약 9조 7,000억원)를 기록했다. 폭 넓은 서비스 제공을 통한 성공적인 락인 효과를 몸소 보여준 것이다.
아마존의 성공을 목도한 쿠팡은 이를 벤치마킹해 기존 멤버십을 통한 혜택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했다. 와우 멤버십 회원은 별도의 절차 없이 쿠팡플레이를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문제는 콘텐츠 부족
쿠팡 플레이는 2,900원이라는 저렴한 요금을 내세웠지만,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당시 1만 4,900원이었던 ‘넷플릭스’의 5분의 1 정도의 가격이었음에도 출시 첫날 18만 2,000여 명이었던 일일 사용자수는 4만 7,000여 명으로 한 달 만에 4분의 1 수준으로 곤두박질 쳤다.
이유는 명확했다. 쿠팡플레이는 콘텐츠가 부족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경우 ‘더 보이즈’·’잭 리처’·’보슈’ 등 대중의 좋은 반응을 이끌었던 오리지널 콘텐츠가 다수 존재했다. 쿠팡 플레이도 교육형 뉴스 콘텐츠 ‘CNN10’, 미국TV 시리즈 ‘존경하는 재판장님’ 등 나름 독점 콘텐츠 확보와 카테고리 다양화 등 고군분투했지만, 대중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콘텐츠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쿠팡플레이는 고객을 사로잡는 열쇠가 아닌, 오히려 쿠팡을 가라앉힐 무거운 추가 될 수순이었다.
블루오션을 찾아 위기를 극복하다
대부분 OTT서비스는 영화·드라마 분야에서 경쟁한다. 앞서 언급한 아마존처럼 넷플릭스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디즈니 플러스는 디즈니·픽사 독점 콘텐츠로 영화·드라마 분야에서 독보적 영역을 구축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OTT서비스 시장에 새로이 진입하는 기업이 위 예시처럼 독보적인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다.
쿠팡은 서비스 초기의 실패를 통해 이미 레드오션이 된 시장에서의 경쟁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쿠팡은 국내 OTT시장에서 아직 블루오션인 필드를 찾았고, ‘스포티비’가 독점하고 있는 스포츠 시장에 주목했다.
2021년 3월, 스포티비는 손흥민이 뛰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의 프리미어 리그 중계를 전면 유료화했다. 같은 달, 쿠팡은 스포츠 중계에 뛰어들어 토트넘 홋스퍼의 경기를 송출하기 시작했다. 무료로 손흥민 경기를 보던 축구팬은 갑작스러운 스포티비의 유료화를 부담스럽게 느꼈고, 가장 저렴한 요금제가 9,900원인 스포티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쿠팡플레이에 몰리기 시작했다. 실제로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쿠팡플레이의 2021년 4월 MAU(월간 사용자 수)는 같은 해 1월 대비 2배 이상 상승한 132만명을 기록했다.
발견한 가능성에서 성장을 채굴하다
쿠팡은 2021년 9월부터는 ‘NFL(내셔널 풋볼 리그)’ 중계를 시작으로, ‘2022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을 생중계하는 등 지속적으로 스포츠 콘텐츠에 집중했다. 그 결과 고물가와 맞물려 가장 큰 OTT 서비스였던 넷플릭스도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2022년 7월,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상승한 481만명의 MAU를 기록했다. 토트넘 중계를 시작한지 1년 3개월 만에 거둔 성과다.
스포츠 온라인 콘텐츠로 재미를 본 쿠팡은 오프라인으로 범위를 확장했다. 쿠팡은 2022년 7월 토트넘 홋스퍼의 내한 경기를 주최했다. 예매가 열린 6월 17일 쿠팡플레이 앱 신규 설치 수는 전날 대비 4배 상승한 4만명 대를 기록했다. 표는 빠르게 매진됐고, 쿠팡 플레이로 송출된 해당 경기의 전체 시청자 수는 300만명에 달했다.
매니아의 시각으로
스포츠 엔터테인먼트를 통한 쿠팡플레이의 지속적인 성장은 스포츠 매니아가 무엇을 원하는가에 집중했던 결과다. 2021년 토트넘 중계에 따른 성공은 스포티비의 전면 유료화에 부담 없이 토트넘의 경기를 보고 싶은 매니아의 니즈를 읽었기 때문이었고, NFL 등의 중계 또한 국내에서 중계해주지 않는 스포츠를 보고 싶은 매니아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였다.
쿠팡플레이는 나아가 올해 3월부터 F1 리그 중계를 시작했다. 반년 전 송출이 중단된 아이피티비의 중계가 해외 해설자의 해설까지 그대로 송출하는 것에 그쳤다면, 쿠팡플레이는 F1 입문자를 위한 ‘F1 길라잡이’ 영상 제작, 모터스포츠 전문 해설 위원인 윤재수 해설가 영입 등 더욱 많은 사람이 스포츠에 몰입하고 즐길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힘썼다.
올해부터 쿠팡플레이에서 해설을 시작한 한준희 축구 해설위원은 한 인터뷰에서 “쿠팡플레이는 막대한 중계권료 등을 충당하기 위해 광고에 치중할 수 밖에 없던 기존의 구조에서 벗어났다. 때문에 쿠팡플레이의 스포츠 중계는 와우 멤버십 회원을 위한 양질의 서비스 기능 및 홍보를 통한 회원 확대를 목표로 이뤄진다.”며 기존 방송사의 한계에서 벗어나 스포츠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까닭을 전했다.
중요한 것을 중요하게 바라보는 것
쿠팡플레이는 스포츠 매니아가 무엇을 원하는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서비스에 반영하는 기민한 행동으로, 2022년 6월 기존 2,900원에서 4,990원으로 한 차례 요금 인상이 있었음에도 2022년 앱 다운로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를 합친 다운로드 수는 550만 건에 달했다.
2022년 쿠팡의 와우 멤버십 회원 수는 1,100만명을 돌파했고, 올해 1분기 매출액은 7조 3,990억원으로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달성했다. 아마존의 사례처럼, 고객이 와우 멤버십에 머무르며 소비하는 락인 효과를 성공적으로 이뤄낸 것이다. 그리고 이런 성공에 지속적으로 성장한 쿠팡플레이의 영향이 있었음은 자명해 보인다.
쿠팡플레이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에는 블루오션인 시장을 찾아 시의적절하게 파고들었던 점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된 시청자의 한 축이 누구이며, 그들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이해하고 그들의 관점에서 같은 것을 중요하게 바라봤다는 것이다. F1 리그에서부터 메가 축구 클럽의 내한에 이르기까지, 쿠팡 플레이가 시청자가 원하는 바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주는 지금의 자세를 계속해서 지켜나간다면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