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진짜 좋은 브랜드는 브랜딩하지 않는다” 김봉진 대표

배민 창업자가 말하는 브랜딩보다 중요한 것

28일 브랜드콘 26에서 발언하는 김봉진 그란데클립 대표의 모습. ‘브랜드는 어떻게 남는가 – 내 생애 첫 변화: 미디어’을 주제로 브랜딩의 지향점에 대해 조언했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진짜 좋은 브랜드는 브랜딩하지 않는 브랜드다. 좋은 제품을 만들고 안정적인 운영을 하기 위해 고민하고 결정하고 실행하는 것들이 쌓였을 때 브랜드가 만들어진다.

지난 28일 열린 ‘브랜드콘 26’에서 배달의민족(배민)을 창업한 김봉진 그란데클립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는 15년 넘게 브랜드 사업을 하며 내린 결론으로 “브랜드는 목적이 아닌 수단”이라고 밝혔는데요. 국내에서 브랜딩 대가로 이름을 알린 그가 이런 이야기를 꺼낸 까닭은 무엇일까요? 브랜딩이 목적이 아니라면 회사는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요? 김봉진 대표가 브랜드콘 26에서 전한 브랜드의 지향점과 실전 전략을 정리했습니다.

브랜딩은 경영 수단 중 하나… 사업 본질 집중해야

이날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브랜드콘 26’은 브랜드 성장 및 운영 솔루션 전문 기업 아임웹이 처음 주최한 브랜드 컨퍼런스입니다. ‘DEEP: 깊은 브랜드만 남는다’를 주제로 브랜드 성장 전략과 시장 변화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행사에는 여러 브랜드 대표와 마케터 등 실무자 약 1000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습니다.

김봉진 대표는 이날 ‘브랜드는 어떻게 남는가 – 내 생애 첫 변화: 미디어’ 세션 발표자로 나섰는데요. 그는 2000년대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해 2010년 배민을 창업하고, 2023년 크리에이티브 스타트업 그란데클립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기까지 오랜 시간 브랜드와 밀접하게 일해왔습니다.

김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브랜드 자체를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며, 오히려 별도의 브랜딩을 하지 않고 좋은 제품과 안정적 운영에 몰두했을 때 역설적으로 좋은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브랜드가 아무리 멋있어도 사업이 잘 안 되면 그 브랜드는 없어진다”며 “반대로 멋있지 않아도 사업이 잘되고 오래 유지될 수 있으면 브랜드도 살아남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 너무 노력하는 것 아닌가. 사업의 본질에 대해 더 생각해야 한다”며 “브랜딩은 제품 개발과 생산, 인사, 재무, 전략, 영업, 홍보 등 사업을 잘하기 위한 수많은 경영 수단 중에 하나일 뿐”이라고 짚었습니다.

아울러 김 대표는 사업의 3요소로 제품·운영·마케팅을 꼽으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순서’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마케팅이나 브랜딩을 하다 잘 안 되면 자꾸 마케팅 방식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제품이 잘못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제품을 제대로 안 만들고 운영을 하면 운영이 너무 복잡해지고, 운영을 제대로 안 하고 마케팅을 하면 돈이 새어 나간다. 마케팅과 브랜딩이 잘 안 되면 다시 돌아가서 제품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진짜 좋은 브랜드는 브랜딩하지 않는 브랜드”라며 성심당과 엔비디아를 예로 들었는데요. 두 회사 모두 화려한 브랜딩에 투자하기보다 본업인 제품과 서비스에 몰두해 독보적 성과를 내면서, 자연스럽게 강력한 브랜드의 지위를 갖게 된 사례라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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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브랜드콘 26 현장. 아임웹이 처음 개최한 브랜드 컨퍼런스로, 브랜드 대표, 마케터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김봉진 대표는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맞춘 브랜드 전략도 제시했습니다. 그는 미디어는 강, 브랜드는 그 위에 띄우는 배로 비유하며, 지금의 미디어는 수많은 지류와 급류가 얽혀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는데요.

이러한 환경에선 큰 배 한 척을 띄우기보다 작은 배 여러 척을 띄워 동시에 나아가는 전략이 효과적이라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적은 리소스로 제작한 여러 개의 브랜드 혹은 콘텐츠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전개하는 방식입니다.

김 대표는 “과거의 미디어는 크고 일정한 강이라, 배를 띄우면 끝까지 갔다”며 “하지만 배 한 척을 띄우려면 30억~50억 원에 달하는 비용이 들었고, 제품 생산의 최소 주문 수량도 굉장히 커 거대 자본의 무대였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지금의 미디어 환경에서는 더 이상 일정한 물줄기를 찾아보기 어려워졌다고 했는데요.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각종 커뮤니티 등 지류와 소용돌이, 급류, 갈림길이 너무 많아 물살(알고리즘)이 시시각각 바뀐다는 것이죠.

그는 “물살이 계속 바뀌어서 무엇이 잘될지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큰 배 한 척을 띄우는 것보다 작은 배 여러 척을 띄워 동시에 가는 게 더 중요하다. 100개를 띄우면 그중 한두 개는 강을 통과한다. 그러면 그 배를 따라서 다음 배를 준비하고 띄우면 된다”고 조언했습니다.

국내 1등보다 글로벌 인디… 확장 가능성 커

한국에서 대형 브랜드를 만드는 것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디 브랜드로 도전장을 내는 게 더 경쟁력 있다는 조언도 함께 전했는데요. 국내에서 압도적인 브랜드라도 시장 규모의 한계는 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대체 불가능한 국민 서비스가 되는 것보다, 대체 가능하더라도 확장 여지가 큰 쪽이 낫다는 거죠.

김 대표는 “미국의 멕시칸 푸드 브랜드 ‘치폴레’의 규모가 네이버보다 2배 더 크지만, 네이버는 한국에서 없어서는 안 될 국민 서비스고 치폴레는 다른 브랜드로 대체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인디 브랜드이기 때문에 확장 가능성이 크고 훨씬 더 좋은 것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란데클립을 예로 들기도 했는데요. 그란데클립은 배민에서 함께 일한 30~40명이 모여 시작한 회사입니다. ‘세계인의 일상에 한국을’이라는 비전 아래 소셜미디어를 무대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K-F&B, K-수베니어(기념품) 등 다양한 한국적 테마의 상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운동하는 여성을 타깃으로 한 인디 뷰티 브랜드 ‘글로우비스트’, 미국 시장을 조준한 한국식 치폴레 브랜드인 ’82BOWL’, 외국인 대상 프리미엄 믹스커피 ‘뉴믹스 커피’가 대표적입니다. 미디어 급류 시대, 글로벌 시장에 작고 빠른 배를 연이어 띄우는 김 대표식 실전 전략인 셈입니다.

김봉진 대표가 발언하는 모습. 그는 브랜딩보다 제품과 조직 등 사업의 본질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디지털 인사이트)

브랜드보다 중요한 건 ‘조직’… 회사를 유지하는 힘

김봉진 대표는 발표를 마무리하며 다시 사업의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갔습니다. 브랜딩의 문턱이 낮아지고, 성패도 빠르게 갈리는 환경일수록, 실패에 무너지지 않는 조직을 갖춰야 한다는 제언입니다. 실제로 김 대표는 조직 문화, 구성원 간 갈등 해법, 사업부 리더의 방향성 등을 브랜딩보다 더 고민한다고 밝혔죠.

그는 “브랜드를 만드는 게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쉬워졌지만, 예상치 못한 이슈로 인해 브랜드가 손상될 수도 있고 트렌드가 지나 브랜드를 접어야 할 수도 있다”며 “진짜 중요한 것은 회사다. 브랜드가 아닌 회사에서 직원과 동료들은 일하고 월급을 받으며 삶의 터전을 꾸려간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것이 브랜드가 망하더라도 회사는 유지되어야 하는 이유이며, 브랜드보다 조직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까닭”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브랜드 컨퍼런스에서 푸드테크 산업의 선구자이자 유망 스타트업의 수장이 꺼낸 화두는 뜻밖에도 ‘브랜딩보다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좋은 브랜드를 만드는 바탕은 화려한 브랜딩 기법이 아닌 양질의 제품과 안정적 운영, 그리고 흔들리지 않는 조직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발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것 역시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회사의 경영자이자 브랜드의 리더라면, 본격적인 브랜딩에 앞서 다시 한 번 사업의 본질을 짚어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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