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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좋은 질문을 도출하는 양승화 데이터 분석가

답은 어떻게든 나와… 하지만 좋은 질문을 만드는 방법은?

데이터는 21세기 원유다. 현대 사회에서 산업을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플랫폼, 서비스, 더 나아가 한 기업의 근간이 될 정도로 강력한 자원인 데이터. 그렇다면 데이터 분석가는 이 데이터를 어떻게 바라보고 활용할까? 데이터 읽는 법을 주제로 사내 스터디를 진행하며 데이터의 접근성을 강조한 양승화 데이터 분석가는 데이터를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글. 김수진 기자 soo@ditoday.com
사진. 마이리얼트립 제공

  • 데이터 분석, 데이터를 갖고 인사이트를 만들어내는 일
  • 서비스 개발부터 업무 피드백까지, 데이터의 무궁무진함
  • 기술적인 부분을 넘어 질문을 만들고 어떻게 접근하느냐가 관건

안녕하세요, 승화 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마이리얼트립의 양승화입니다. 현재 그로스실이라는 조직을 담당하고 있어요. 그로스실은 데이터 분석팀과 마케팅팀으로 이뤄진 조직이에요. 원래는 분리돼 있었는데, 일을 하다 보니 데이터 조직과 마케팅 조직이 협업하는 과정에서 시너지가 난다고 판단해 조직을 합치게 됐어요. 마케팅을 비롯해 제품, 사업 조직 전반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가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한데요.

저는 원래 기획자나 프로덕트 오너(PO), 프로덕트 매니저(PM)로 일했어요. 풀 타임(Full Time)으로 데이터 분석 업무를 진행하게 된 건 마이리얼트립이 처음이에요. 서비스 기획자로 일하다 보면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문제점이나 개선해야 할 부분을 판단해야 할 때가 있는데, 그때 꼭 필요한 것이 데이터였어요. 당시엔 개발자에게 매번 요청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과정이 번거롭기도 했지만 그와 별개로 데이터 공부가 재밌더라고요. 이직을 하며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던 찰나, 마침 마이리얼트립에서 제가 기대했던 포지션을 찾고 있었어요. 데이터로 문제를 해결하는 팀(그로스팀)을 만들고 있었고, 첫 번째 멤버로 합류하게 됐습니다.

기획자로서 혹은 데이터 분석가로서 데이터를 대할 때 어떤 차이가 있나요?

본질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기획자와 데이터 분석가 모두 데이터에 근거해 서비스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개선하는 역할을 하거든요. 다만 기획자는 개발자, 디자이너와 커뮤니케이션하고 전체 진행 상황을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면, 데이터 분석가는 다른 직군이 몰입해서 보기 어려운 데이터를 좀 더 깊게 보는 역할을 한다는 차이가 있겠네요. 결과적으로 이 두 직군이 협업할 때 데이터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획자에서 데이터 분석가로 직무를 변경하는 일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사실 R이나 파이썬 같은 언어로 데이터를 다루는 부분은 전에 기획자로 일할 때도 많이 경험했어요. 그런데 SQL로 쿼리를 짜서 데이터를 추출하는 부분은 실무에서 쓸 수 있을 정도로 능숙하진 않았죠. 그래서 입사 초기에 낮에는 회사에서 SQL로 일하고, 밤에는 SQL 수업을 듣는 생활을 한 달 동안 반복했어요. 그 외에도 클라우드 분석 환경, 데이터 파이프라인 관리, 데이터 툴 활용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 강의도 찾아 듣고, 실무에서 사용해보면서 조금씩 익혔던 것 같아요. 지금도 계속 공부 중입니다.

그로스(Growth), SQL, 쿼리(Query)… 많은 분께 생소하게 다가올 것 같은 용어예요. 그만큼 그로스팀은 전문적인 조직인 것 같은데요. 정확히 어떤 일을 하나요?

저는 그로스 해킹이 결국 데이터를 이용해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한다고 생각해요. 과거에도 데이터는 중요한 자원으로 인식됐지만 데이터를 쌓고, 모으는 쪽에 신경 썼지 어떻게 활용해 인사이트를 얻고, 임팩트를 낼 것인가에는 충분히 고민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최근에는 이 부분에 대해 기업들이 많은 고민을 하는 것으로 보여요. 지금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찾고,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데이터를 봐야 하는지, 그리고 그 문제가 해결됐다는 것을 어떤 데이터로 검증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조직이 그로스팀인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로스팀과 마케팅팀이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데이터로 행동 패턴을 분석한 다음,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고객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 마케팅팀의 중요한 전략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로스팀은 설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떻게 데이터를 사용하나요?

마이리얼트립의 경우 굉장히 다양한 여행 상품을 갖고 있어요. 상품이 다양하다 보니 반대로 여행 상품을 알리고 싶을 때 타깃팅 집단이 모호했죠.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너무 많고, 마케팅을 위해 특정 성별이나 연령대를 한정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상품과 메시지에 집중했는데 이렇게 접근하는 마케팅은 한계가 있더라고요. 이후 데이터를 살피다 보니 고객의 행동이나 관심사, 예약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타깃팅이 가능해 보였어요. 그렇게 데이터로 고객을 나누거나 정교하게 타깃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예전에는 마케터가 ‘사람들이 반응할 만한 메시지가 뭘까?’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어떤 고객을 어디서 만날 수 있는지, 고객 유형별로 어떤 포인트를 강조해야 하는지 등 타깃, 채널, 메시지를 종합적으로 고민하며 정교한 마케팅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일반적인 디스플레이 광고 클릭률이 1~2% 정도 나온다면, 타깃을 구체적으로 잡고 진행하는 광고의 경우 5~7%까지 나오거든요. 이 데이터를 보면 사용자를 덜 귀찮게 하고, 저희에게 맞는 메시지를 찾아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했다고 느낍니다.

문제를 구체화하고, 사용자를 ‘덜 귀찮게’하는 것이 중요하군요. 그런데 승화 님의 이력 중에 독특한 경험 하나가 눈에 띄어요. 데이터를 기반으로 일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사내 스터디도 진행하셨는데요. 그때와 지금, 마이리얼트립의 생생한 후기가 궁금합니다.

처음 마이리얼트립에 합류했을 때 모두가 데이터를 활용하는 문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대표님과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데이터가 중요하다는 걸 모두 알지만, 실제로 추출하고 가공하는 능력이 없으면 데이터 활용이 단순히 구호에만 그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사내 스터디를 시작했어요. 입사 초반에는 데이터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내부 환경을 조성하는 데 신경 썼어요. 분석 환경이 만들어진 이후에는 SQL 스터디를 통해 간단한 데이터 추출과 분석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교육했습니다. 데이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자발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구성원이 늘었고, 데이터 분석팀에 요청하는 질문 수준도 높아진 것 같아요. 특히 단순 데이터 추출이 줄면서 데이터 분석팀은 이전보다 복잡한 문제나 전문성이 필요한 주제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오랫동안 스터디를 진행했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3년 동안 여덟 번 진행했어요. 한두 시간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강의와 실습, 과제 제출 등 체계적인 커리큘럼으로 대략 한 달 가까운 시간 동안 진행됩니다.

대단하시네요. 다른 업무도 많았을 텐데 추가적인 업무로 느끼지는 않았나요?

사실 바쁠 때는 부담되긴 하는데요.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추후 제 업무를 덜어내는 일이더라고요. 그리고 전사적으로 데이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이터 리터러시(Data Literacy)향상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오랫동안 빅데이터가 중요해질 거라고 들어왔는데, 최근에는 진짜 현실이 된 것 같습니다. 특히 빅데이터가 경쟁력인 토스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출범하며 기존 은행을 위협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시선 때문에 더 실감하게 됐는데요. 빅데이터가 플랫폼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요?

우선 데이터의 많고 적음이 중요한 것 같진 않아요. 다만 모은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고, 거기서 어떤 가치를 만드느냐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토스뱅크나 카카오뱅크의 경우 기존 은행 서비스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데이터 기반으로 하나씩 풀고 있는 것 같아요. 고객들의 행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은행 앱의 구조나 기능을 새롭게 설계하거나, 고객들의 신용 정보를 훨씬 더 입체적으로 파악해서 대출 상품의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를 새롭게 만드는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많은 데이터를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데이터를 적절히 조합해서 인사이트를 만들고 그것으로 가치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마이리얼트립 웹사이트 화면

마이리얼트립은 데이터에 어떻게 접근하나요?

저희는 많은 개인 정보를 보유한 회사는 아니에요. 가입할 때 성별도 받지 않죠. 이메일 주소 하나 받고, 사용자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요. 하지만 사용자가 이런저런 상품을 탐색하고, 검색하고, 예약하는 활동을 보면서 “저 상품을 구입한 사람들은 다른 상품도 좋아하는데” 혹은 “저 상품을 구입한 사람들은 좀 있으면 이런 상품을 찾아볼 텐데”하는 식으로 사용자와 여행 상품을 이어주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그래서 추천 상품에 대해 많이 고민하는 편이에요.

또, 여행이라는 주제가 한 사람에 대해 정의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요. 동일한 사용자라 하더라도 가족들과 여행 갈 때랑 친구들과 갈 때 원하는 상품이 다르거든요. 그럼 저희는 사용자가 어떤 목적으로 여행을 가는지까지 생각해야 하는 거예요. 저희가 가진 여행 상품이 4만 개 정도 되는데 ‘그중에 이분이 좋아할 만한 상품이 무엇이고, 이 사용자와 비슷한 사람들은 어떤 경험을 했지?’하는 것들을 추천하는 과정에서 전반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거시적인 관점으로 데이터가 업무 영역에 어느 정도까지 활용될 수 있다고 보시나요?

데이터를 통해 인사이트를 얻는 거창한 업무가 아니더라도 데이터를 잘 다루면 반복되는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초기 데이터 분석팀은 거창한 분석보다 사내의 많은 반복 작업을 효율화하는 데 도움을 줬어요. 분석가는 스크립트 언어로 수동적인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으니까요. 다른 부서에서 복사, 붙여넣기를 몇 시간씩 반복하는 걸 보고 패턴과 규칙성을 확인한 다음 몇 초만에 끝낼 수 있도록 자동화 스크립트를 작성해 드린 적이 많아요. 뿐만 아니라, 업무에 데이터를 활용하면 스스로 잘 하고 있는지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것 같아요.

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업무 피드백을 받는다고요?

예를 들어 사업개발팀에서 제주도 여행을 위한 파트너와 제휴를 한다고 가정해 볼게요. 이번 주에는 제휴를 10건 했고 다음 주에는 20건 한다고 하면 제휴 성과가 좋아졌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요? 단순히 숫자로 카운트할 수 있겠지만, 데이터에 더 관심이 있으면 ‘10건의 제휴 건 중 사용자들이 예약한 상품이 얼마나 되고, 예약한 사용자들이 얼마나 만족해했는지, 사용자 그룹별로 선호하는 상품이 다른지’ 등 훨씬 폭넓은 데이터를 갖고 판단할 수 있는 거죠. 다음에 제휴할 땐 이런 이런 특성을 가진 파트너에게 먼저 연락하거나 현재 평가가 좋은 파트너와는 새로운 상품을 더 만들어볼 수도 있죠. 이렇듯 업무를 확장할 때도 데이터를 활용하면 얼마든지 도움받을 수 있어요.

데이터 활용 능력은 제 생각보다 구체적으로 쓰일 수 있군요. 그렇다면 마이리얼트립 서비스의 앞으로의 방향은 어떻게 보시나요?

저희는 초기에 가이드 투어 상품 중개 플랫폼으로 시작했다가 티켓이나 교통 패스, 숙박 상품 그리고 최근에는 교통이나 항공까지 여행의 모든 영역을 다루는 서비스로 확장하고 있어요. 항공권, 숙박권, 입장권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취향에 맞게 종합적으로 구입, 관리하고, 추천받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어요. 장기적으로는 동일한 곳으로 여행 간다 하더라도 나에게 맞는 여행, 나다운 여행을 찾아주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요. 그러려면 결국 한 사람, 한 사람이 원하는 바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저희가 가진 상품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하죠. 그것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데이터가 훨씬 중요해질 거라 봅니다.

마이리얼트립 채용 페이지 화면

이번에는 데이터 분석가 직무에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한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새로 합류할 분이 갖췄으면 하는 역량, 능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기본적으로 데이터 추출 후 이를 가공하고 다루는 부분에서의 기술적인 역량이 필요한데, 이 부분은 이미 많은 분이 공부하고 계세요. 구체적으로 SQL이나 파이썬, R 같은 언어를 쓰는 것들이 여기 해당하고요. 그 다음으로 ‘그래서 데이터로 어떤 문제를 풀어봤지?’, ‘어떤 부분에 호기심을 갖고 있고 문제를 풀 때 어떤 식으로 접근하지?’를 봅니다. 저희가 데이터 분석가에게 기대하는 것은 데이터에서 인사이트를 찾아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부분이에요.

최근에는 머신러닝이나 AI 등 예측 분석 모델링에 관심 갖는 분들이 많은데요. 저는 문제를 풀기 위한 수단으로 머신러닝이 활용돼야 하지, 머신러닝 자체가 데이터 조직의 목표가 돼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모델링이나 알고리즘을 이야기하는 분보다는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생활 데이터로 재미있는 주제를 선정해 문제를 풀어보신 분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데이터 분석가로서의 최종 목표가 궁금합니다.

끊임없이 좋은 질문을 찾는 분석가가 되고 싶어요. 보통 데이터 분석이라고 하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답은 어떻게든 찾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반대로 질문 자체를 잘하는 역량은 쉽게 기르기 어려워요. 항상 앞 단에서 데이터를 보고, 여러 가지를 상상하고, 우리가 지금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해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분석가들이 앞으로 더 많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그중 한 명이 되고 싶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