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찐팬이 게임 광고를 만들면 벌어지는 일
컴투스프로야구 2024 캠페인, 야구 팬 울리다
“야구, 좋아하세요?” 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영상이 하나 있다. 이걸 본 국내 야구 팬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마음 깊은 곳부터 벅차 오른다”
“심드렁하게 보고 있었는데 어느새 심장이 빠르게 뛴다”
“눈물이 흐른다”
야구 팬을 울린 문제의 영상은 다름 아닌 국내 대표 야구 게임 컴투스프로야구(이하 컴프야)의 2024년 광고. 프로야구 개막만을 손꼽아 기다려온 야구 팬의 심정을 진솔하게 녹여낸 해당 영상은 지난 3월 KBO 개막 시점에 맞춰 처음 공개됐고, 즉시 팬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야구 커뮤니티와 SNS에는 ‘야구, 좋아하세요?’라는 메인 카피가 밈으로 자리 잡았고, “광고 보고 경기 예매했다”는 증언이 쏟아졌다. 현재 컴프야 2024 캠페인은 개막편과 선수편, 구단편 등 총 13편이 공개된 상태. 24일 기준 누적 조회수(유튜브 기준)는 1400만을 돌파했다.
국내 야구 팬을 경기장으로 소환한 컴프야 광고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분명 게임 광고인데 게임 이야기가 없다. 1분짜리 개막편 영상에서 ‘컴투스프로야구’라는 단어는 마지막 2초를 남기고 잠깐 등장한다. 대신 광고 전체를 야구 팬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장면으로 채웠다. 경기가 없는 월요일의 고통, 스마트폰으로 스코어를 확인하는 조마조마함, 처음 보는 사람들과 부둥켜 안고 방방 뛰는 모습 등.
야구 팬의 감성을 자극한 전략은 제대로 먹혔다. 광고를 본 시청자는 야구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고, 이는 자연스레 국내 대표 야구 게임인 컴프야를 향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컴프야는 국내 1위 야구 게임이라는 입지를 더욱 공고히 다질 수 있었다.
컴프야 2024 캠페인은 어떻게 야구 팬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을까? 이번 캠페인을 진행한 종합 광고 대행사 TBWA코리아를 만나 비결을 들었다.
1. 프로젝트명: 컴투스프로야구 2024 캠페인
2. 클라이언트사: 컴투스프로야구
3. 대행사(제작사): TBWA KOREA(제작사: 엘리먼트)
4. 오픈일: 2024.03.09
5. URL: https://www.youtube.com/watch?v=6Unyx9RDgcc
팬은 압니다, 우리가 진심인지 아닌지
이번 캠페인을 담당한 TBWA Juice Planning 2팀의 김희연 기획자는 “컴프야의 ‘감성 자극’ 전략은 지난해 처음 시작됐다”고 했다.
국내 프로야구 시장이 극심한 침체기를 겪던 때입니다. 야구 팬의 감소는 장기적으로 야구 게임 유저의 이탈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어요. 컴프야가 ‘프로야구 카테고리 재활성화’를 캠페인 목표로 삼은 건 바로 이 때문이죠.
마침 팬데믹 종료로 경기 직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던 차. 컴프야는 야구장을 떠난 팬들이 다시 야구를 보러 가고 싶게 만들기로 결심했다. 고객사인 컴투스도 강하게 공감했다. 그렇게 나온 메인 카피가 ‘다시, 야구의 시간입니다’
리얼함을 더하기 위해 중계 방송에 등장했던 실제 관중을 찾아 그들의 ‘야구 사랑 썰’을 녹여냈다. 기존 게임 광고의 공식을 벗어 던진 광고에 야구 팬들은 열광했다. 프로야구 시장은 활기를 되찾았고, 컴프야의 야구 게임 시장 점유율도 덩달아 증가했다.
올해 캠페인 방향도 큰 줄기에선 동일하다. 프로야구 시장을 키우는 것이 곧 게임의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것. 이를 위해선 진정성 있는 내용으로 야구 팬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믿음.

2024년 캠페인 전략은 지난해와 어떻게 다른가요?
기본적인 목표는 동일해요. 프로야구에 대한 관심도를 끌어 올리는 것이죠. 다만 접근 방식을 조금 달리 했어요. 작년 캠페인이 팬데믹 이후 ‘다시 야구장으로 돌아가자’며 찐팬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데 집중했다면, 올해는 야구 팬덤의 파이를 키우는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야구의 진짜 재미’를 심층적으로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췄죠. 야구 팬은 물론, 야구 팬이 아닌 사람에게도 야구의 매력을 전달할 수 있도록요.
‘야구, 좋아하세요?’라는 메인 카피가 화제죠.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여러 의미를 포함하고 있어요. 컴프야가 팬들에게 건네는 메시지이자,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끼리 서로를 확인하는 인사이며, 상대에게 야구를 권유하는 조심스러운 질문이기도 합니다. 야구 팬들에겐 심쿵하게, ‘야알못(야구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멋지게 건네는 첫 인사로 역할을 하길 바랐어요.
왜 게임 자체를 강조하는 전략을 택하지 않았나요?
야구 게임은 야구 팬만 플레이하는 구조예요. 국내 프로야구의 침체는 당연히 게임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치죠. 그래서 프로야구 시장의 활성화를 목표로 삼았어요. ‘야구 팬을 위한, 야구를 위한 광고를 만들자’고 결심했고, 팬들이 정말 깊이 공감할 주제가 무엇인지 고심을 했어요.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게임 이야기만 해서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웠겠죠.

오히려 그 때문에 게임 요소를 녹이는 방법에서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게임의 퀄리티나 모델, 기능 등 표면적인 후킹 요소를 나열하기 보다는 우리가 왜 야구를 사랑하는지, 나아가 왜 야구 게임을 하는지와 같은 본질을 녹여내려 했어요. 예를 들어 경기가 없는 월요일, 야구에 대한 갈증을 달래기 위해 출퇴근 전철에서 스마트폰으로 야구 게임을 하는 야구 팬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식으로요.
고객사의 반응은 어땠나요?
처음부터 기획 방향에 대해 크게 공감하고 지지해줬어요. 첫 미팅 때 나눈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데요. 컴투스 측에서 먼저 ‘야구 팬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진정성 담긴 캠페인이면 좋겠다’는 의견을 줬어요. 덕분에 저희도 과감하게 기획 방향을 설정할 수 있었죠.
야구 팬의 공감을 이끌어낸 다양한 카피가 인상적이었어요. 카피는 어떻게 만드셨나요?
카피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긴 기준은 ‘실제 야구 팬들이 진짜로 그렇게 생각하는지, 아니면 책상 앞에서 만들어진 생각인지’였어요. 그래서 야구 팬이 운영하는 트위터, 블로그, 커뮤니티를 참고해 실제 보이스를 녹여내기 위해 애썼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대행사 제작팀의 팀장님이 한화 이글스의 오랜 찐팬이에요(웃음). 팀장님을 비롯한 ‘찐팬 of 찐팬’의 확인을 거친 덕에 공감할 수 있는 문장이 나온 것 같습니다.
찐팬이 만들면 게임 광고도 다르다
컴프야 2024 캠페인은 총 13편이다. 개막편 1편, 선수편 3편, 구단편 9편. ‘야구, 좋아하세요?’라는 메인 카피를 중심으로 조금씩 다르게 설계된 멀티 소재 전략을 채택했다.

개막편은 게임의 메인 타깃인 2039 남성뿐 아니라, 최근 신규 유입이 늘고 있는 여성과 학생 팬까지 겨냥했다. 특히 희로애락을 강조한 카피에 맞춰 직접 촬영하고 업로드한 ‘팬캠’을 영상 전반에 활용했다. “일상에서 야구를 즐기는 ‘나의 모습’을 통해 심리적 장벽을 낮출 수 있었다”는 것이 TBWA코리아의 설명이다. 사용한 영상에는 SNS 출처를 표기해 진정성을 높이고 브랜드 캠페인 참여까지 연계할 수 있었다.

선수편은 컴프야의 공식 모델인 김광현, 구자욱, 문동주 선수의 이야기를 담았다.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성공한 야구 선수로서 모습뿐 아니라 야구 인생을 모두 담은 스토리를 통해 야구 향한 사랑과 열정을 전달하고자 했다. 선수들의 학창 시절과 프로선수 데뷔 초 등 실제 과거 영상으로 구성해 진정성을 살렸다.

구단편은 각 구단의 특징을 핵심으로 내세웠다. 메인 카피인 ‘야구, 좋아하세요?’를 ‘타이거즈, 좋아하세요?’ ‘랜더스, 좋아하세요?’ 등으로 변주해 주목도를 높였고, 리그 최다 우승으로 유명한 KIA타이거즈, 왕조 건설을 염원하는 LG트윈스, 또 다른 영웅을 기대하는 키움히어로즈 등 개막 시즌에 맞춘 구단 특색을 발굴해 경기 중계 화면으로 영상을 구성했다. 야구는 국내 프로 스포츠 가운데 팬들의 소속감이 가장 큰 종목으로, 국내 야구 팬덤의 마음을 완벽히 사로잡았다는 평을 받았다.
선수편과 구단편은 KBO가 직접 제작한 홍보 영상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아요. 함께 협력한 부분도 있나요?
아무래도 컴프야 캠페인의 목적이 프로 야구의 부흥이다 보니 KBO와의 협력은 작년부터 긴밀하게 이어졌어요. 광고에 대한 반응도 아주 좋았고요. 또 프로야구선수협회와도 협력하고 있어요. 프로야구 선수들의 개인 SNS에 개막 캠페인 영상을 업로드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활동도 있었고요. 단순한 광고였다면 이런 협업이 어려웠겠지만, 야구 선수들도 한 명의 야구 팬으로서 광고에 공감한 덕에 원활한 협업이 이뤄졌다고 생각합니다.

캠페인 특성상 ‘직캠’ ‘중계 영상’ 등 연출되지 않은 소재가 많이 사용됐어요. 제작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리얼함과 진정성을 위해 꾸며내지 않은 날 것의 소재가 통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어요. 다만 카피와 상황에 딱 맞는 출연자를 찾기 위해 몇 주 동안 직접 수천 개의 댓글을 살펴봐야 했던 게 기억나네요. 중계 자료 화면도 팬들이 더욱 공감하는 장면을 찾기 위해 수백 개의 경기를 봤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은 무엇인가요?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리뷰를 모두 챙겨봤어요. 정말 한 분, 한 분의 댓글이 모두 와 닿았습니다. ‘마음 깊은 곳부터 벅차 오른다’ ‘심드렁하게 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심장이 빨리 뛴다’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너무 고마운 광고다’ ‘게임 브랜드가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캠페인이다’ 등 저희의 진심을 알아봐 주신 분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야구에 빠지듯, 게임에도 스며들 수 있도록
컴프야 2024 캠페인의 유튜브 누적 조회수는 1400만을 넘겼다. 특히 문동주 편의 단일 조회수는 230만을 기록했고 각 구단별 영상도 100만을 넘기며 야구 팬덤의 뜨거운 호응을 재확인했다.
캠페인은 컴프야의 성장으로도 이어졌다. 컴프야에 따르면, 이번 캠페인 이후 컴프야를 플레이하지 않았던 야구 팬 혹은 오랫동안 접속하지 않은 휴면 유저의 유입이 늘어나면서 전반적으로 리텐션이 높아졌고, 이와 함께 시장 점유율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뭉쳐 만든 ‘야구 활성화를 위한, 야구팬을 위한 광고를 만들자’는 과감한 전략이, ‘No.1 야구 게임= 컴투스프로야구’라는 인식까지 잘 연결돼 목표한 바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Mini Interview
김희연 TBWA코리아 Juice Planning 2팀 AE
컴투스프로야구 캠페인은 저희가 의도한 바를 소비자들이 오롯이 이해하고 공감해준 캠페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야구팬의 마음에서 진정성 있게 접근한 덕에 컴투스프로야구가 왜 이런 화두를 던지는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는지 잘 알아주신 것 같아요. 실제로 팬들 사이에서 저희의 크리에이티브 표현 방식(관중 영상, 팬캠)에 더해 메인 카피를 일종의 밈으로 활용하는 것을 보고 기획자로서 굉장히 보람차고 신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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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장준영 (zzangit@ditoday.com)
- 섬네일손 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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