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선수들은 왜 나이키를 신을까?
불가능을 향한 도전, 러너를 사로잡다
지난 27일, 부다페스트에서 열렸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마무리됐다. 세계 레벨의 선수가 모여 최고를 가리는 경쟁은 볼거리로 가득한 대회를 만들었다. 특히, 여자 1만 미터 결승에서는 에티오피아의 세 선수가 금·은·동을 모두 차지해 화제가 됐고, 남자 마라톤에서는 섭씨 28도의 무더운 날씨에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타미랏 톨라(Tamirat Tola)’를 포함해 24명이 레이스를 기권하는 와중에도 우간다의 ‘빅터 키플란갓(Victor Kiplangat)’이 32킬로미터 지점부터 선두를 지켜 끝내 금메달을 목에 걸어 관중을 놀라게 했다.
그런데 1만 미터를 휩쓴 에티오피아의 세 선수에게도, 무더운 날씨에도 독보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 빅터 키플란갓에게도 공통적으로 보이는 신발이 있다. 바로 ‘나이키’다.
미세한 차이가 메달의 색을 결정짓는 육상 스포츠의 세계에서 선수는 브랜드 선택에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온도, 습도, 풍속 등 통제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 중 선수가 대비할 수 있는 단 두 가지는 본인의 몸과 장비뿐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인 선수가 신은 나이키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들이 나이키를 선택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맨발로 달리는 선수는 없다
위대한 선수가 남긴 위대한 기록은 계속해서 갱신되고 있다. 과거보다 뛰어난 선수가 나타나 위대한 족적을 넘어설 수 있는 배경에는 과거에 비해 더욱 체계화되고 과학화된 훈련과 선수 관리도 있지만, 기술의 발전에 따른 장비의 혁신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당시 인간의 한계라 여겨졌던 마라톤 2시간 30분의 벽을 넘어선 손기정이 아무런 기능도 없는 일본식 신발 다비를 신고 달렸다면, 2시간 1분 9초의 세계 기록으로 마라톤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엘리우드 킵초게(Eliud Kipchoge)’는 혁신적인 기술이 집약된 나이키 신발을 신고 달리고 있다.
30분 가까이 기록이 단축된 데에 장비의 변화가 영향을 끼쳤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제 맨발이나 얇은 천 신발을 신고 달리는 선수는 없다. 선수 본인의 100%, 나아가 그 이상을 가능하게 해주는 신발이 있다면, 모든 선수는 그 신발을 탐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꿈의 신발에 가장 근접한 혁신의 선두주자가 바로 나이키다. 나이키는 선수의 퍼포먼스 향상을 위해 계속해서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고, 그 과정과 결과가 주는 혁신과 신뢰의 이미지에 선수부터 일반인까지 나이키를 주목하고 있다.
프로젝트1: 100%의 기량을 향해
런던 올림픽이 열리던 2012년, 나이키는 4년간 연구하던 신기술을 대중에 공개했다. 기술의 이름은 ‘플라이니트(Flyknit)’. 양말을 신었을 때처럼 발과 하나가 된 듯한 착용감을 원하는 러너의 의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뜨개질을 하듯 봉제 후 수축되지 않는 성질을 가진 폴리에스테르 얀 소재를 엮어 ‘어퍼를 하나의 조각’으로 만든 기술이다.
플라이니트 기술은 단순히 신발 모양을 직조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닌, 단일 어퍼로 이뤄졌음에도 필요한 부분, 이를테면 견고한 지지가 필요한 뒤꿈치는 단단하고 촘촘하게 직조하고, 땀과 움직임이 많은 발등과 발가락 부분은 유연하고 통기성이 좋도록 직조하는 등 각 부분이 최상의 착용감을 줄 수 있도록 설계된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이었다.
불가능해 보였던 니트의 형태를 적용해 출시된 첫 러닝화인 ’플라이니트 레이서(Flyknit racer)’는 2011년 대구 육상선수권대회를 겨냥해 출시된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운동화로 불린 경쟁사 아디다스의 ‘아디제로 페더(adizero Feather)’의 187g보다 27g 가량 가벼운 160g이었으며, 이중 어퍼가 차지하는 무게는 34g에 그쳤다. 엘리트 선수와 일반인 등 러너라면 모두 발에 딱 맞는 착용감과 가벼운 무게를 앞세운 플라이니트에 열광했고, 나이키는 단숨에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진 스포츠 기업의 이미지를 굳혔다.
니트 신발에 열광한 대중을 의식한 듯, 아디다스의 ‘프라임니트’ 등 여러 경쟁사가 뒤늦게 니트 신발 개발에 뛰어들었고, 이는 2021년 자사의 플라이니트 기술을 보호 하고자 하는 나이키가 오리건주 연방법원에 아디다스에 대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는 사건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프로젝트2: 100%를 넘어, 불가능을 향해
플라이니트 개발 이후 혁신의 이미지를 굳힌 나이키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인 킵초게, 하프마라톤 세계기록 보유자 제르세나이 타데세(Zersenay Tadese), 보스턴 마라톤에서 두 번 우승한 렐리사 데시사(Lelisa Desisa)까지 장거리 달리기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선보이는 선수와 함께 2017년까지 3년간 ‘브레이킹2(Breaking2)’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금까지는 선수가 100%의 기량을 발휘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했다면,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는 이름 그대로 마라톤에서 2시간의 벽이라는 불가능의 영역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나이키는 선별된 엘리트 선수의 수면부터 식습관, 심지어 심리 상태까지 면밀하게 관리했으며, 선수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생리학자가 꼼꼼히 분석했다. 기록 측정은 30명의 페이스 메이커와 함께 레이스에 가장 적합한 평지라 불리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포뮬러 원 경기장에서 이뤄졌다. 그리고 동시에, 모든 선수가 꿈꾸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신발을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당시 장거리 운동화는 쿠션이 두껍지 않은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두꺼운 쿠션을 가진 ‘맥시멀리스트 러닝화’는 ‘호카(Hoka)’의 맥시멀리스트 러닝화를 신은 칼 멜쳐(Karl Meltzer) 등 유명 선수의 활약으로 트레일 러닝에서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으나, 마라톤에서는 아직 일반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프로젝트 중 두꺼운 쿠션의 필요성에 대한 킵초게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나이키는 기존과는 다른 맥시멀리스트 러닝화 개발에 착수했고, 40개가 넘는 프로토타입을 만들며 어떻게 선수의 발에 딱 맞는 동시에 달리기의 충격을 완화하고 에너지 효율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꿈의 신발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에 집중했다. 그 결과, 선수의 발에 맞춘 플라이니트 어퍼와 두꺼운 쿠션 사이에 스프링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얇은 탄소 섬유판이 들어간 ‘나이키 줌 베이퍼 플라이 엘리트(Nike Zoom Vaporfly Elite)’가 탄생했다.
베이퍼 플라이의 탄소 섬유판은 착지 후 내딛는 힘을 기존 운동화 대비 13% 높였고, 자체 개발한 ‘줌X’ 쿠션은 85% 높은 추진력을 제공했다. 스포츠 과학자 로스 터커(Ross Tucker)는 베이퍼 플라이에 대해 “이 신발을 신으면 평지보다 1~1.5% 경사진 내리막을 뛰는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이 신발을 신은 킵초게는 2시간 25초의 기록으로 브레이킹2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 2시간의 벽을 넘지는 못했지만, 이는 킵초게 개인 최고 기록이었으며, 2시간에서 불과 25초 차이인 기록을 통해 마라톤 2시간이 불가능의 영역에서 가능의 영역으로 들어섰음을 시사했다.
비록 프로젝트의 소기 목표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3년간 이어진 브레이킹2 프로젝트를 지켜본 선수와 대중은 브랜드의 기술력이 선수의 퍼포먼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실감하게 됐다.
프로젝트3: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다
2019년, 킵초게는 영국의 글로벌 화학 업체 이네오스의 후원으로 ‘이네오스 1:59 챌린지(Ineos 1:59 Challenge)’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브래이킹2 프로젝트에서 근소한 차이로 넘어서지 못한 2시간의 벽을 넘어서기 위해 준비된 해당 프로젝트에서 나이키는 오직 킵초게만을 위한 새로운 신발을 만들었다.
이네오스 챌린지를 위해 나이키에서 제작한 신발의 정식 명칭은 ‘나이키 에어 줌 알파플라이 넥스트%(Nike Air Zoom Alphafly Next%)’. 2019년 출시한 베이퍼 플라이 넥스트%의 변형 모델로, 기존의 X폼 앞꿈치 부분에 2개의 ‘에어팟(Airpods)’을 넣었다. 추가된 에어팟은 발을 내딛을 때 가해지는 충격을 완화해 기존 X폼만 있던 구조에 비해 더 많은 에너지를 회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토니 비그넬(Tony Bignell) 나이키 신발혁신 담당 부사장은 “에어팟이 들어가면 90%의 운동력을 돌려받을 수 있다”며 향상된 효과에 대해 밝혔다.
나이키는 더해서 1개만 들어가던 탄소 섬유판을 3개로 늘려 더 큰 반발력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등 킵초게가 불가능의 영역을 돌파할 수 있도록 자사의 기술력을 한 데 모았다.
과연 킵초게는 2시간의 벽을 넘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고 나이키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꿈의 신발을 만들 수 있었을까?
41명의 페이스메이커와 함께 긴 레이스를 끝낸 킵초게는 웃으며 결승선을 넘어섰고, 전광판에 적힌 기록은 1시간 59분 40초였다. 2시간의 벽이 무너진 것이다. 레이스를 지켜보던 전세계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나이키는 ‘기술 도핑’ 논란에 휩싸였다.
너무 독보적이었기에 금지 당하다
세계육상연맹이 인정하는 공식 마라톤 대회가 아니었던 점, 규정 이상의 페이스메이커가 동원된 점 등 때문에 킵초게의 기록은 공식 세계 기록으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킵초게의 성과는 기념비적인 것이었고, 이에 나이키의 기술력이 미친 영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네오스 1:59 챌린지 이후 “브랜드의 기술력이 스포츠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어디까지로 봐야 하는가?”하는 기술 도핑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세계육상연맹은 이를 잠재우기 위해 신설 규정을 발표했다. 새로운 규정은 특정 선수만을 위한 신발은 공식 대회에서 사용할 수 없으며, 공식 대회 착용을 위해서는 출시 후 최소 4개월이 지난 제품이어야 할 것, 탄소 섬유판은 1개 이상 사용하지 말 것 등 다분히 나이키를 겨냥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로 인해 출시 예정이었던 나이키의 ‘단거리용 베이퍼플라이’는 3개의 섬유판이 들어가는 구조로 인해 출시되지 못했다.
자사를 겨냥한 신설 규정으로 나이키는 난감했을까? 나이키는 오히려 웃었을 것이다. 세계육상연맹의 규제는 나이키의 기술력이 독보적이라는 공증과도 같았고, 이를 증명하듯 타 스포츠 브랜드도 경쟁적으로 탄소 섬유판이 들어간 맥시멀리스트 러닝화 개발에 뛰어들었다.
킵초게는 영국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스포츠계는 기술의 발전을 수용해야한다”며 나이키를 공개적으로 지지했고, 카롤 스피에커만(Carol Spieckerman) 스피에커만리테일 회장은 “뛰어난 성능을 제공하는 신발을 금지하는 것에 대한 논쟁은 오히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베이퍼플라이의 판매를 늘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선수도 일반인도, 모두 최고를 원한다
카롤 스피에커만 회장의 예측은 곧 현실이 됐다. 세계육상연맹의 규제 이후 나이키는 새로운 기준에 맞춘 신발을 출시했고, 2020년 도쿄올림픽 마라톤 1위에서 9위까지의 선수 중 7명의 선수가 나이키의 신발을 착용했다. 폴란드 그드니아에서 열린 2020년 세계 하프마라톤 대회에서는 완주한 117명의 선수 중 108명의 선수가 카본 플레이트가 들어간 신발을 착용했고, 이중 75명의 선수가 나이키를 선택했다.
같은 해 열린 대학 선수 대회이자 일본 최대 마라톤 대회인 하코네 역전 마라톤에서는 전체 210명 중 177명이 나이키를 착용했고, 2021년에는 전체 210명중 203명이 나이키를 착용했다. 이는 무려 96.6%에 달하는 수치다.
이네오스 챌린지 이후 대부분의 선수가 나이키를 착용하기 시작하자, 일반인도 나이키를 원하기 시작했다. 베이퍼플라이 시리즈는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순식간에 품절되기 일쑤였고, 인기 있는 특정 색은 리셀 사이트에서 웃돈을 주고 거래되기도 한다.
나이키가 제품명에 붙이기 시작한 3%, 4%와 같은 로고는 실제 표기된 수치만큼의 기록 향상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전문적인 선수도, 달리기를 즐기는 일반인도 어제의 기록보다 조금이라도 단축된 오늘의 기록을 원하는 것은 같다. 그렇기에 신는 것만으로 어제보다 향상된 오늘을 만들어줄 것만 같은 나이키는 달리는 사람 모두에게 꿈의 신발이 됐다.
불가능에 대한 도전으로
결과만을 보여주는 브랜드는 아무리 뛰어나도 소비자의 공감까지 얻기는 힘들다. 나이키가 소비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데는 그들이 실제로 천문학적인 투자를 통해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했다는 점도 있지만, 불가능이라 느껴지는 한계를 목표로 세우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과정을 보여줬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브래이킹2 프로젝트에서는 3년의 시간 동안 노력했음에도 목표로 했던 2시간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나이키를 비웃은 이는 없었다. 오히려 불가능이라는 목표를 두고 계속해서 나아가는 나이키를 진중하게 지켜보게 됐다.
이는 스포츠의 근본과도 닮아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400미터 결승에서 데릭 레드몬드(Derek Redmond)는 갑작스러운 햄스트링 부상으로 절뚝이며 마지막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런 그에게 6만 5,000명의 관중이 기립 박수를 보낸 까닭은, 그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나아갔기 때문이다. 이처럼 스포츠에서 우리를 가장 크게 감동 시키는 것은 한계를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 인간의 위대한 의지다.
나이키는 계속해서 불가능에 부딪히며 도전의 아이콘이 됐다. 도전을 위해 나이키 신발을 손에 쥔 사람은 모두 킵초게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듯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상상을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