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라이트룸 유료 알람앱 성공기② 가격 설정하기, A to Z
4가지 가격 세트 설정해 26만명 유저 대상 실험
※ 해당 콘텐츠는 알라미 운영사 딜라이트룸의 기고를 바탕으로 제작됐습니다.
👉 딜라이트룸 유료 알람앱 성공기 시리즈
① 알라미를 진통제 같은 서비스로
② 가격 설정하기, A to Z(현재 글)
③ 좋은 첫인상 vs 구독 수익
④ ‘알라미가 전면 유료?’ 오해 없이 구독 늘리기
유틸리티 앱은 진통제 같은 효과를 내야 한다. 앱을 설치하는 이유가 문제 해결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사용자가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지갑까지 열게 만들려면 더욱 ‘뾰족한’ 기능이 필요하다. 이전 글에서 소개했듯이, 2019년 당시에도 알람앱 분야에서 독보적이었던 ‘알라미’에 유료 구독 모델을 도입하기 위해 고객을 대상으로 갖가지 실험과 설문조사를 하며 결론을 내렸다. 잘 만든 유틸리티 앱은 기능적으로 비타민보다는 진통제에 가깝다.
우리(딜라이트룸)는 아침을 소중히 여기는 이들을 목표로 서비스를 개발한다. 일반 알람으로는 일어나기 어려운 사람부터, 빠르게 비몽사몽한 상태를 벗어나 일상을 활기차게 시작하고 싶은 이들까지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 프리미엄 기능은 이들이 더 빠르고 완전하게 잠을 떨쳐낼 수 있도록 설계하는 과정을 거쳤다.
2020년 정식으로 프리미엄 서비스를 선보이고 나서도 꾸준히 고도화 작업을 거쳤다. 사용자 반응에 따라 기능을 보완하고, 앱 안에서 서비스 가치를 효과적으로 소구하는 방법… 좋은 서비스를 위해 많은 디테일을 고민했다. 그 중에서도 ‘가격을 얼마로 정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사안 중 하나였다.
한동안 초기에 정한 가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가격을 조정하는 일은 막연히 부담스러웠다. 그러던 중 온라인 문서 템플릿 서비스 ‘우푸(Wufoo)’ 창업자 케빈 헤일(Kevin Hale)이 유튜브 콘텐츠로 공유한 내용이 큰 도움을 줬다. 그는 스타트업 투자 업계에서 ‘대부’로 통하는 초기 투자 기업 ‘와이 콤비네이터(Y Combinator)’와 2006년 손을 잡으며 회사를 시작해, 2011년 매각에 성공했다. 지금은 성공을 지원한 그 투자사에서 투자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다.
‘가격 온도계(Price Thermometer)’라는 개념이다. 서비스 적정 가격(Price)을 파악하기 위해 만들어 냈다. 사용자가 느끼는 가치(Value)와 서비스 제공에 드는 비용(Cost)을 파악하고, 가격을 가치보다 작게, 비용보다 크게 책정하는 방식이다. 가치와 비용 사이 이상적인 지점에서 가격을 설정하면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케빈 헤일은 서비스 가격이 구매 인센티브를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용자들이 서비스에 지불한 돈보다 사용 중 느끼는 가치가 더 커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그는 고객이 느끼는 가치가 가격의 10배가 되는 지점을 찾으라 말한다. 그리고 판매 인센티브는 비용 절감을 통해 늘려 나간다. 그 다음에는 서비스 가격을 5%씩 인상해보고, 고객 20%를 잃는 지점에서 멈춘다. 그 과정에서 쌓인 데이터는 수익을 가장 많이 가져다주는 가격이 어느 선인지 알려준다. 헤일은 이를 ‘10·5·20 법칙’이라고 말한다.
2021년, 알라미 구독 모델이 출시 후 1년을 맞이했을 무렵에 우리는 헤일이 만든 원칙에 따라 적정 가격을 찾기 시작했다. 그 동안은 다른 서비스 사례를 연구해 어림짐작으로 가격을 정한 감이 있었다. 더군다나 구독 서비스는 매 주기마다 돈이 나가고, 월 단위 구독인지 연간 구독인지에 따라 할인율도 달리 적용하기 때문에 고려할 부분이 많았다. 또, 가격을 5%씩 점진적으로 올리는 방식은 시간적으로 효율적이지 못하리라 판단했다. 여러 가격군을 설정하고 이를 한 번에 실험해보기로 결정했다.
일반적인 제품보다 조금 더 복잡한 매출 개념, 월간순환매출(Monthly Recurring Revenue, 이하 MRR)이 목표 지표였다. 더 많은 고객이 더 비싼 가격에 서비스를 구독하고, 중도 하차하는 고객을 최소화하면 오르는 수치다. 가격 설정을 위한 이번 실험으로 ‘신규 유저 1000명 당 예상되는 총 결제 금액이 가장 큰 가격 세트’를 찾기로 했다.
📌 당시 설정한 가격 세트
1) 가장 낮은 가격 + 낮은 할인율
2) 낮은 가격 + 높은 할인율
3) 높은 가격 + 낮은 할인율
4) 가장 높은 가격 + 높은 할인율
4개 월 구독료를 설정하고, 연 구독료는 할인율만 달리해 적용했다. 따라서 1, 2번 세트와 3, 4번 세트가 동일한 연 구독 가격으로 묶이도록 했다. 할인율은 30~50% 정도. 비슷한 성격의 앱을 확인했을 때 대부분 연간 상품이 이 정도 폭을 보였다. 실험 기간은 iOS 경우 6주, 안드로이드는 7주가 소요됐다. 실험 대상은 기존 구독 서비스에 가장 좋은 반응을 보였던 주요 3개국 내 무작위 iOS 유저 약 20만명, 안드로이드 약 6만명이었다. 이들을 4개 그룹으로 나누어 실험을 진행했다.
당시 실험 대상으로 선정된 각 사용자는 다음과 같은 상황을 맞이했다. 알라미를 열면 프리미엄 기능을 권유하는 페이지가 나타난다. 모두 동일한 기능을 소구하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각각 다른 가격을 제시한다. 앞서 언급한 4개 세트 중 하나다. 고객은 월 구독을 할 수도, 연 구독을 할 수도, 아니면 페이지를 넘겨버리고 무료 버전을 계속 쓸 수 있다. 과연 어떤 가격 세트가 가장 큰 MRR을 기록했을까?
iOS는 3번 세트, 안드로이드는 1번 세트가 가장 좋은 결과를 보였다. 당시 실험 팀 예상과 너무 달라서 모두가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다. 직관적으로 생각해도 이상하다. 같은 지역에서 같은 서비스를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이다. 아이폰을 쓰는 사람들은 기타 스마트폰 사용자보다 구독 서비스에 더 비싼 비용을 기꺼이 지출하려는 성향을 보였다.
결국 양 OS에 각각 다른 가격을 책정하겠다고 결정했다. 고객 불만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있었지만, 논의 끝에 실험 결과를 따르기로 했다. 가격 재조정 이후 전체 MRR이 유의미하게 상승한 모습에서 실험 전 세운 가설이 상당 부분 옳았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실험 결과는 우리가 간과하고 있었던 숙제를 부각시키기도 했다. 그동안 우리가 OS에 따라 사용자에게 차별적인 가치를 제공하고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 편으로는 서비스 개선을 위한 계기가 될 수 있는 소식이었다. 불균형한 상태를 정상화하기 위한 논의를 새로 시작했다. 먼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오게 된 배경을 분석했다.
iOS나 안드로이드나 사용자가 서비스에 느끼는 가치는 동일하다. ‘성공적인 아침’이다. 하지만 UX 측면에서 세부적으로 분석하면 비대칭적인 부분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알람이 울리는 중 전원을 끄지 못하게 막는 기능, 앱 삭제를 방지하는 기능 등이다. 기능을 구현하는 방식에서 OS에 따라 차이가 난다. 프리미엄 기능에서도 일부 다른 점이 있었다. 큰 틀에서 보면 사소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그마한 차이가 쌓여 사용자들이 서비스를 서로 달리 인식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2달여 진행한 실험과 생뚱맞게 느껴지던 결과는 단순한 가격 최적화 이상으로 우리에게 교훈을 남겼다.
다음 숙제는 OS 특성에 맞게 최대한 고객 가치를 통일시키는 일이었다. 개발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완벽하게 동일한 기능을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 안드로이드 진영을 이끄는 구글 조차도 iOS 환경에서는 UIKit과 Appkit, 즉, 애플이 제공하는 프레임워크(소프트웨어 개발 구조)를 따르기로 결정한 바 있다. 안드로이드에서 사용하는 Material Design 프레임워크로 개발한 앱은 iOS에서 어색하고 완성도가 떨어져 보이기 때문이다. 2021년 내린 결정으로 꽤 최근 일이다. 구글뿐 아니라, 모든 소프트웨어 개발사가 OS 차이를 극복하고 고객에게 동일한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할 테다. 우리에게는 이번 실험이 새삼 UX 통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달성하기 어려운지 새삼 깨닫게 한 계기였다.
이후로 구독팀은 프리미엄 서비스가 최대한 고객에게 동일한 가치를 전달할 수 있도록 통일화 작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서비스는 더 높은 완성도를 갖추게 되고 고객은 더 큰 호응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