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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I/UX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이 따뜻하긴 해도 전부는 아니잖아요

영국 응급실 폭력 사건과 플레이 펌프에서 배우는 디자인 씽킹

Inside out(전략, 목표 중심)에서 Outside in(사람, 경험 중심)으로

이제는 과거의 일이지만 영국의 응급실은 지난 2년 동안 59,000건의 물리적인 폭력 사건이 발생할 정도로 환자들의 불만 수준이 높았다. 폭력 사건을 조사해보니 의외의 결과를 얻었다. 겉보기에 폭력적인 성향이 강하게 드러나는 사람들보다 평범한 환자군에서 폭력이 더 빈번히 발생했다. 응급실 도착 후 불안, 고통, 불만이 쌓이다 폭력으로 전환된 것이다.

영국은 국가적 무료 의료 체계를 시행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비용과 인력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영국 정부는 디자인 진흥 기관에 서비스 개선 작업을 의뢰했고, 공모 받아 선정된 것이 피어슨 로이드의 ‘더 나은 응급실’ 프로젝트였다.

이미지. 안내 책자(출처=A Better A&E)

<‘더 나은 응급실’ 프로젝트의 활동>
① 환자가 내원한 즉시 안내 책자를 배부, 현 환자가 어느 단계인지 알려주고 응급실의 긴박한 상황을 이해시켰다.
② 응급실 공간별로 응급상황과 치료과정을 설명하자 환자는 본인 상태를 빠르게 파악하고 불안감을 해소했다.
③ 공간별로 벽면 컬러를 구분해 시각적으로 심각도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④ 대기실 모니터를 통한 치료지연 정보를 제공해 응급실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⑤ NHS모바일 앱으로 응급실별 혼잡도를 안내해 특정 병원에 환자가 몰리는 것을 방지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불만의 75%가 줄었다. 만일 응급실 폭력을 줄이는 방법으로 처벌을 강화하거나 환자의 행동을 규제하는 방법을 선택했다면 이러한 효과를 거두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병원의 수익을 위해 소란스러운 환자를 내보내거나 과금으로 수익성을 확보에 나섰다면, 즉 비즈니스 측면의 사고로 접근했다면 단기적으로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원천적인 문제는 해결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다른 관행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절차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디자인 관점에서 접근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때로 나는 디자인 씽킹이 바람과 햇님의 이솝우화처럼 거센 바람 전략이 아니라 따뜻한 햇빛 전략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바람과 햇님의 이솝우화처럼, 거센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햇빛’이 코트를 벗기는 것”

기업뿐 아니라 정부 기관, 학교, 병원, NGO 등에서도 신규 서비스를 창출하거나 서비스 고도화를 할 때 ‘디자인 씽킹’을 시도한다. 하지만 대부분 미니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케이스스터디 위주로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인 모습이 아닐까 한다. 유명 회사의 CEO들도 디자인 씽킹을 강조한다. 디자인 씽킹과 가장 관련 높은 키워드가 ‘혁신’일 정도로. 디자인 씽킹을 통해 혁신하겠다는 다부진 포부가 많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 오해한다. 디자인 씽킹만이 정답인 것처럼 모든 걸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해선 안 된다.

‘이성적 판단’을 결여한 창의적 솔루션

이미지. 플레이펌프(출처=Foundation Play Pump)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는 물 부족으로 인해 지하수를 끌어 사용한다. 이를 위해 마을 주민들은 하루 종일 힘든 펌프질을 해야 했다. 그런데 한 사업가는 뺑뺑이(Merry Go Round)를 돌리며 놀고 있는 아이들의 에너지가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데 사용된다면 이 어려움이 해결될 거라고 판단했고, 수많은 자선단체에 어필하기 시작했다. 美 비영리 기관인 Case Foundation이 플레이 펌프(Play Pump)에 투자를 결정하고 전 세계의 투자자를 모집했다. 당시 세계은행은 ‘가장 혁신적인 아이디어’라며 개발 마켓 어워드 부문에서 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철저히 사람(고객)에 대한 이해와 공감으로부터 문제를 인식했고, 논리적 접근보다 창의적인 솔루션을 지향하며 일하는 방식을 적용해 탄생했다. 시제품(Prototype)을 만들어 투자자를 모집했고 아주 짧은 테스트를 했을 것이다. 수많은 책에서 말하는 디자인 씽킹의 방법과 가깝게 진행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창의적인 솔루션은 완전히 실패했다.

“우리 마을 사람들이 저 펌프 물을 마시려면 아이들이 학교도 못 가고 하루 종일 뺑뺑이만 돌려야 해요”
-2009년 영국 가디언지 리포트 中-

2,000여 개의 플레이 펌프는 무용지물이 됐다. 플레이 펌프는 아이들이 신나게 노는 모습과 물탱크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는 창의적인 이미지상으로 출발했다. 이 프로젝트에 관여한 사업체, 투자를 결정한 기관, 지지 목소리를 냈던 미디어와 유명 인사 중 누구 하나 냉철하게 이 상황을 예상하지 않았다. 그럴듯한 아이디어와 이미지에 빠져 이들을 돕고자 하는 본질을 잃었다. 실패 원인, 너무나 간단한 ‘이성적 판단’이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때 다음을 고려했다면 어땠을까?

① 성인의 하루 권장량 15리터의 물을 확보하는 데 효과적인가?
② 플레이 펌프도 뺑뺑이처럼 재미있을까?
③ 얼마나 많은 아이가, 얼마만큼의 시간 동안 돌려야 하는지?
④ 기존 수동 펌프 또는 다른 대체재보다 경제적인가?

적어도 위 4가지를 고려했다면 저 2,000개의 기형적인 디자인의 탄생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모든 디자인 씽킹은 사람을 가리킨다. 사람을 위한 상품, 그들을 공감하는 서비스를 만들라고 한다. 사람(수용자, 고객, 사용자)과 경험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 창의적, 융합적, 직관적 사고 형태를 지향하고 수행(Doing) 중심으로 Out Side In 형태를 띤다. 하지만 그것만이 답인 것처럼 모든 걸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해선 안 된다.

전통적으로 수행하던 비즈니스·로지컬 씽킹의 대체재가 디자인 씽킹은 아니다. 우리는 디자인 씽킹을 노래하지만, 기업은 자본주의에 종속돼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충돌하기 나름이다. 우리는 디자인 씽킹의 원칙을 지키는 것과 창의적인 작업물을 만든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다. 디자인 씽킹은 비즈니스와 기술 문제를 포함한 인간 문제 해결에 관한 것에 가깝다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런 태도에 맞춰 우리가 가진 다양한 방법을 일궈내는 것이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