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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I/UX

“난 왜 자꾸 게임을 할게 될까?” 행동경제학으로 분석한 게이머의 심리

넥슨 UX 분석실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게임에서 이탈하지 못하는 이유

여러분들은 게임을 좋아하시나요? 🤔 별 생각 없이 재미있게 즐긴 게임들 속엔 사실 사용자 경험 향상을 위한 수많은 고민이 녹아 있습니다. 재미있으면서도 치밀하게 기획된, 게임 속 UX넥슨 인텔리전스랩스 UX 분석실이 소개합니다.


(자료=DALL·E)

여러분은 혹시 평소 좋아하던 게임을 하다가 분노에 사로잡혀 게임을 욕하다가도 금방 되돌아간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에게는 일상인데요. 가끔 저는 게임을 하다가 아래와 같은 생각을 합니다.

“나는 왜 자꾸 화내면서 게임에 다시 들어가지?” “뭐가 재미있다고 자꾸 게임을 하는 거지?” “나는 왜 이 게임을 접지 못하는 걸까?” “어떻게 이 게임은 지속해서 내 행동을 유도하는 거지?”

게임을 즐기는 모든 게이머라면 한 번쯤은 해보셨을 생각일 겁니다. 오늘은 이런 질문의 대답을 넥슨 UX 분석실과 함께 심리학과 행동경제학 요소를 통해서 찾아볼까 하는데요. 함께 가보실까요?

1. 찝찝함이 쏘아올린 매우 큰 공, 자이가르닉 효과

(자료=넥슨 UX 분석실)

가질 수 없어 더 갈망하는 “해방 무기”

저는 평소 MMORPG 장르의 A 게임에 푹 빠져있는 사람입니다. 제가 오랜 기간 즐겨왔던 이 게임에선 최고 레벨 즉, ‘만렙’을 달성하면 ‘무기 해방’이라는 최종 보스 콘텐츠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최종 보스 콘텐츠는 최종 보스와 그의 부하인 군단장을 8개월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격파하는 ‘무기 해방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종결 급 무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최종 보스들이 더 생겼지만요. 이 퀘스트를 하기 위해서는 재료가 필요한데요, 바로 끝판왕 군단장 보스를 격파해 재료를 얻어야 합니다.

당시의 저는 고스펙을 갖춘 서포터임에도 불구하고 보스를 한 달 내내 아무리 연습해도 잡지 못한 나머지, 화가 나서 “아 A 게임 망겜! 나 게임 접을 거야! 나 진짜 템 판다!”라고 호언장담을 했는데요. 과연 저는 A 게임을 그만두었을까요?

정답은 ‘아니요’입니다. 어림도 없었죠. 저는 지금까지도 A게임을 즐기며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어떻게 아직까지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는 걸까요? 당시 저에겐 ‘군단장 보스 격파’라는 크나큰 벽이 있었습니다. 입으로는 게임을 그만둘 것이라고 해놓고 저의 유튜브 시청 기록은 죄다 ‘군단장 보스 격파법’이었습니다. 이렇듯 달성하지 못한 목표일수록 계속 아른거리고 생각나는 심리 현상을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라고 합니다.  

러시아의 심리학자 블루마 자이가르닉 (자료=typelish)

러시아의 심리학자인 자이가르닉은 식당 종업원이 많은 주문을 동시에 받아도 그 내용을 모두 기억했지만 주문된 음식에 대한 계산된 후에는 무엇을 주문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것에 착안해 이 연구를 시작했는데요.

한 그룹은 일을 끝내도록 설정하고 다른 그룹은 일을 끝마치지 못하게 방해하면서 어느 쪽이 더 업무에 대한 기억력이 높은지 실험을 한 결과, 업무 도중에 방해받은 그룹이 자신의 업무에 대해 더 잘 기억했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들 큰 프로젝트를 끝마친 뒤에 ‘기억이 휘발됐다’라고 장난처럼 말하곤 하는데, 어느 정도는 일리 있는 말입니다.

즉, 어떤 일에 집중할 때 끝마치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두게 되면,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긴장 상태가 이어지고 그러다 보면 머릿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게 된다는 이론입니다. 실제 저는 ‘군단장 보스 격파’라는 달성하지 못한 미션을 격파하기 위해 꾸준히 트라이 파티에 들어가 보스의 패턴을 공부했습니다.

눈에서 아른거리는 신기루 같은 실버 티어

넥슨의 MOBA 장르 게임 ‘슈퍼바이브'(자료=넥슨)

요즘 모든 고민의 시작이자, 매일 쉬지 않고 하는 MOBA 장르의 B 게임이 있습니다. 해당 게임에는 티어 시스템이 있는데요. 커뮤니티엔 저티어 유저들을 깊은 바닷속에 있다며 ‘브실골 심해’라 칭하며 무시하는 밈이 있습니다. 6개월 전에 시작한 저는 당연히 심해 속에 있는데요.

저는 뱀의 몸통이라도 되어보고자 이번 시즌이 마감되기 전 실버 티어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하고 있는 중인데요. 하지만 브론즈 탈출은 그리 쉬운 게 아니었습니다. 오랜 시간 운영된 게임이라 부계정도 많고, 실력이 월등히 뛰어나지 않으면 좋은 팀원이 선정될 운도 필요한 게임인데 생각보다 트롤링 유저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목표가 명확하고 계속 아른거리기 때문에 저는 더 열심히 플레이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슈퍼바이브 게임의 랭크 게임 시스템(자료=넥슨)

게임에서 억울하게 지면 지는 대로 “트롤러만 없고 반반만 갔어도 이기는 건데!” 하고 생각이 나고, 승리해서 티어 스코어를 올리면 올리는 대로 “이런 식으로 조금만 더 하면 실버다!”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는데요. 결국 이것 또한 자이가르닉 효과를 활용한 게임 디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성취와 몰입의 나비효과

(자료=넥슨 UX 분석실)

최근 주변 지인들에게 “근데 너 왜 그렇게 B 게임을 좋아하는 거야? 도대체 그 게임이 뭐길래 매일 연구하면서까지 게임을 하는 거야?”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런 생각의 원인에는 몰입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흔히들 우리가 게임에 빠져 즐거움을 느끼고 있을 때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는데요, 도파민이 분비되면 즐거움과 쾌락이 느껴지고 그와 동시에 한 가지에 대한 몰입도가 올라가게 됩니다. 그리고 몰입도가 올라가면 특정 대상에 애정이 생기고 그 대상에 대해 더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되는 거죠. 마치 제가 B 게임의 랭크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처럼요.

또한, 단 한 번의 깔끔한 승리로 쾌감과 1인분 이상을 했다는 자기효능감 혹은 성취감을 느낀다면, 우리의 뇌에는 도파민이 분비되고 이것은 다음 판의 승리 혹은 랭크 업에 대한 동기부여로 이어지게 됩니다. 방금 도파민이 분비되면 특정 대상에 몰입도가 높아진다고 그랬죠? 그렇게 저의 성공 경험 – 동기 부여 – 게임 몰입이 유기적으로 얽혀 무한 루프에 빠지게 됩니다. 저는 지금도 여전히 B 게임에 몰입하고 어떻게 하면 티어를 올릴 수 있는지에 대한 끝없는 고민의 고리에 갇혀 있답니다.

3. 우리의 행동을 이끌어 내는 포그 행동 모델의 세 가지 요소

(자료=넥슨 UX 분석실)

다시 MMORPG 장르 A 게임으로 돌아와서, 군단장 보스 격파 이후 게임을 접겠다느니 템을 팔겠다느니 했던 저는 이후 큰 심적 변화가 생겼습니다. 해방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는 재료를 얻었기 때문에 최종 보스를 격파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던 거죠.

A 게임의 유저에게 해방 퀘스트란 긴 시간 노력해 종결 무기를 얻어내는 엄청난 이벤트이자, 제 2막의 시작이기 때문에 최종 보스는 꼭 격파해야 하는 보스입니다. 저에게 동기가 부여되고, 행동의 계기가 주어졌기 때문에 저는 “해방 퀘스트를 수행한다”는 행동을 취했습니다.

이처럼 인간의 ‘행동(Behavior)’을 유발하는 3가지 변수는 동기(Motivation), 수행 능력(Ability), 트리거/계기(Trigger)라고 정의한 모델이 있는데요. 바로 ‘포그의 행동 모델’ 입니다. 포그의 행동 모델은 유저의 구매 등의 행동으로 연결되는 필수 요소를 정리한 모델이며, 동기가 높으면 높을수록, 트리거가 강하면 강할수록, 진입장벽이 낮으면 낮을수록 유저의 행동을 이끌어내기 쉽다고 주장합니다.

실제 행동에 힘이 실리고, 점점 해방에 가까워진 저는 평소보다 더 열심히 A 게임에 몰입하고 플레이했는데요. 이처럼 어떠한 목표 달성에 가까워졌을 때, 목표를 완성하기 위해 더 열심히 임하는 것을 ‘목표 가속화 효과(Goal gradient effect)’라고 합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자이가르닉 효과와 다른 점이 무엇일까요? 바로 ‘진행 정도’인데요.

아래의 사진을 보시면 자이가르닉 효과와 목표 가속화 효과 외에도 다양하게 재미있는 효과들이 있죠? 자이가르닉 효과는 특정 과업을 미완성한 상태에서 계속 아른거려 이를 달성하겠다는 효과이며, 목표 가속화 효과는 어느 정도 진행이 돼, 목표 달성이 눈앞에 보일 때 행동에 부스트가 달리는 효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료=넥슨 UX 분석실)

4. 인간이 미련의 동물인 이유 : 매몰 비용

무엇보다 유저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특정 게임을 즐겼을 때, 게임을 쉽게 이탈할 수 없는 이유가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매몰 비용‘입니다. 매몰 비용이란 이미 지출해서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의미하며, 매몰 비용으로 인해 이미 실패한 혹은 실패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에 시간, 노력, 돈을 투자하는 것을 매몰 비용의 오류라고 하죠.

저도 한 명의 유저로서 MMORPG 장르의 A 게임을 굉장히 오랜 시간 즐겨왔고, A 게임에 시간과 쌓여있는 다양한 추억, 그리고 어떤 보상을 얻기 위해 부단히 들여온 노력이 있기 때문에 쉽게 이탈하기 힘든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새로운 이벤트, 보스가 나오고 더 게임에 몰입하고 즐기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죠. 

또한, 저는 과금을 통한 재미도 중요하게 여기는 유저인데요. MOBA 장르의 B 게임의 경우 인게임 스탯 상승과 같은 효과가 하나도 없는데 단순히 제 최애 캐릭터에게 예쁜 코스튬을 입히기 위해 단 1의 망설임 없이 지갑을 열곤 합니다.

이렇게 아무리 끊임없이 연패에 화가 나도, 저의 애정과 과금의 결과물이 있기 때문에 MOBA 장르의 B 게임을 이탈할 생각이 없어지고 제 실력과 컨트롤을 늘릴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매몰 비용의 오류에 빠진 것이죠.

에필로그

앞서 다룬 얘기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달성하지 못한 과제로 인한 찝찝함은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2. 특정 대상에 즐거움을 느낀 경험이 생기면 몰입도가 높아지며 집중력이 올라간다.

3. 달성 가능한 목표가 눈앞에 있으면 목표를 이루기 위해 행동에 가속도가 붙는다.

4. 어떤 대상에 시간 혹은 비용 등을 소비하면, 쉽게 끊을 수 없어진다.

오늘은 이처럼 게임에 이탈하지 못하는 이유를 심리학, 행동경제학 요소로 설명해 보았는데요. 사실 게임을 사랑하는 ‘게이머의 애정 어린 마음’과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도 게임을 이탈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게임UX분석팀에서는 게이머의 심리를 알고 싶어 다양한 분석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콘텐츠가 앞으로도 계속 연재될 예정입니다.

👉 원문 링크: 난 왜 자꾸 게임을 하지?>_<(feat. 행동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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