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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알고 싶은 프라이빗 서재, 소전서림

문학을 큐레이션, 세상을 이노베이션하는 공간

책 읽기 싫어하던 10살짜리 꼬마는 훗날 글쓰기를 업으로 삼는 기자가 됐다. 지금도 그 기자는 책 읽기를 싫어한다. 여전히. 세상에 나온 모든 책을 읽는 게 아니라면, 차라리 책 세계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한다. 그야말로 어리석은 생각이 아닌가. 책을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머문 채, 책으로 세상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영영 모를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 기자가 책의 숲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는 한참을 숲에서 나오지 않았다.

글. 신주희 기자 hikari@ditoday.com
사진. 황철민 디자이너 hcm93@ditoday.com


그 숲은 바로 ‘소전서림(素磚書林)’. 흰 벽돌에 둘러쌓인 책의 숲으로, 청담동에 위치한 유료 도서관이다. 2020년 문을 연 소전서림은 문학 중심 공간으로, 편안한 공간에서 엄선된 책을 읽으며 문학적 대화도 나눌 수 있다. 이들은 ‘집 밖의 내 서재’를 모토로 최상의 독서 경험을 제공한다.

1층은 카페와 전시 공간, 지하는 메인홀, 예담, 청담, 1인 서가, 야외 테라스 등이 눈에 띈다. 카페 ‘투바이투 2X2’는 도서관과 카페를 동시에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안성맞춤인 공간이며, 오후 6시 반 이후는 와인바로 탈바꿈된다. 카페 옆을 지나면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키오스크가 본격 입장이라는 것을 말하는 듯하다. 연간 회원이라면 간편하게 입력만으로 입장 가능하고, 일일 방문객은 반일권(3만원) 혹은 종일권(5만원)을 끊을 수 있다.

프라이빗 도서관의 정석, 메인홀

소전서림으로 향하는 입구에서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딘다. 아트홀에서 볼 법한 좁은 계단을 내려가 왼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메인 중의 메인, 메인홀을 맞닥뜨리게 된다. 마치, 유럽의 대학 도서관에 온 듯, 예술적 조형물과 거대한 서가가 방문객을 압도한다. 가장자리를 둘러싼 서가에는 국내외 인문, 철학 등 다양한 문학 도서를 나열했는데, 그 방식이 조금은 독특하다. 한 작가의 책을 한 곳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큐레이션했기 때문에 작가별로 집중 탐독할 수 있다.

메인홀에서 특히 시선이 머는 곳 중 하나는 도서 큐레이션 전시다. 올해는 계절의 흐름을 주제로 큐레이션 전시를 진행한다. 이번 봄은 ‘색을 감각하다’를 테마로 130여 개의 책을 전시한다. 평소 책을 즐겨 읽는 소전서림 직원들이 심도 있는 회의를 거쳐, 문학·인간·자연 등과 색을 연결해 생각할 수 있는 도서를 선정했다. ‘노랑: yellow’에서는 시각예술가 소피 칼의 책 『Blind』를, ‘파랑:blue’에서는 알츠하이머 아버지와 함께한 날을 담은 신정식 작가의 사진집 『함께한 계절』도 만날 수 있다.

메인홀 가장자리에 위치한 1인 서가도 인상적이다.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온전히 책에 집중할 수 있고, 문학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도 DVD로 빌려볼 수 있다. 무엇보다 1인 서가의 매력은 편안한 리딩 체어다. 다리를 뻗고 몸이 가장 편안한 상태로 책을 읽을 수 있는 르코크뷔지에의 LC4 체어에 직접 앉아보니 좀처럼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1인 서가 외에도 소전서림의 리딩 체어는 책 읽기 가장 좋은 환경이다.

“책 읽는 자세에 따라 책 읽는 효과가 달라지니까요”

문학에 예술을 더하는 곳, 예담

메인홀을 지나면 또 하나의 거대한 공간, 예담을 마주하게 된다. 예담은 강연, 전시, 낭독회가 열리거나 예술·문학적 대화를 나누는 문학 살롱 공간이다. 문학 외에도 패션, 건축, 영화, 사진, 디자인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만날 수 있는데, 이는 어디에서나 볼 수 없는 시각 예술 작가의 책들이다. 시선을 돌리면, 오른쪽 벽에 자리한 ART NOW 코너가 눈에 띈다. 전 세계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나 갤러리 도록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 서가로, 문학적 소양을 한층 더 키울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예담에서 이어지는 야외 테라스에는 스윙체어가 놓여져 있다. 잠시 동심으로 돌아가는 공간이자 밖 공기를 마시며 리프레시할 수 있는 공간이다.

내가 꿈꾸는 서재는 바로 이런 곳

소전서림의 모든 공간에는 소소한 배려가 녹아있다. 알코올 솜, 책갈피, 연필 등 일반 도서관이라면 직접 챙겨야하는 물건들이 구비돼 있다. 작은 부분까지 이용객과 소통하고 이들의 더 나은 공간 경험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묻어났다.

한편, 공간 벽면 곳곳에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을 비롯한 다양한 예술작품의 향연이 이어진다. 이로써 소전서림은 온전히 자신에 집중해 책을 읽을 수 있는 힐링공간이자, 창작 활동을 위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인 셈이다.

이용객 H는 “한 번쯤 들어 봤을 만한 유명 작가의 가구와 예술작품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는데,여느 도서관에선 좀처럼 경험할 수 없어 새로웠다”며 “일반 서점에서는 동봉돼 볼 수 없었던 책도 마음껏 볼 수 있다”고 평했다.

책의 숲을 지나니, 또 다른 세상이

인문학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시대에, 우리는 문학을 등한 시 여기지 않았던가. 좋은 책을 읽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의견과 생각을 공유하고 문학적 소양을 기르는 것이 바로 이 시대에 진정 필요하고 또 해야 하는 일이 아닌가 싶다.

“책을 읽는 것은 조각보를 꿰매는 일과 같다.”

소전222 글짓기 장원에 당선된 글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내게 주어진 조각보는 매우 작기에, 다른 조각보와 연결함으로써 몸을 키울 수밖에 없다는 것. 즉 책을 읽어 조각보인 나와 다른 조각보인 세상을 연결한다는 의미다. 글쓴이의 말처럼 조각보를 꿰매는 듯, 책을 통해, 문학을 통해 세상과 세상을 연결하고 싶다. 도서관 그 이상의 경험을 제공하는 이곳, 소전서림에서 말이다.


[공간 정보]

위치.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138길 23 지하1층
웹사이트. http://sojeonseolim.com/
인스타그램. @sojeonseol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