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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고객에 집중하는 마케팅 – 03.고객은 결국 아날로그를 원한다

동네마다 서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국내에는 20년 만에 LP(Long Playing)공장이 문을 열었고, 7년째 열리고 있는 서울레코드페어는 LP를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선 20대들로 가득 차 있다. 모든 것이 0과 1로 대체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아이러니하게도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마케팅에서도 마찬가지다. ‘좋아요’나 ‘공유’ 버튼을 눌러 받은 ‘모바일 쿠폰’에서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느끼길 기대하는 마케터는 더 이상 없다. 고객은 본능적으로 ‘손으로 잡을 수 있는 무언가’에 끌리기 때문이다.

고객에 집중하는 마케팅
Customer Focused Marketing

제품만을 가지고 승부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마케터는 트렌드의 흐름 속에서 고객의 니즈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제품에 어울리는 마케팅을 해야만 한다. 월간 Di 211~213호에 연재된 ‘고객에 집중하는 마케팅’을 통해 인정받는 마케터로 거듭나보자.

  1. 인정받는 마케터가 되는 법
  2. 이제는 고객의 SNS에 집중하라
  3. 고객은 결국 아날로그를 원한다

아날로그로의 회귀

마케팅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잠시 우리 주변을 둘러보자. 친구나 지인, 또는 지하철에서 누군가가 독서를 하고 있다. 이때 책의 형태가 전자책인 경우가 몇이나 되는가? 내 경험에 비추었을 때 10명 중 1명이 채 되지 않는다. 나 또한 전자책을 위해 문고본 사이즈의 태블릿을 구매하고 몇 권인가 결제해 읽어보았지만 책장에는 아직도 종이책 신간이 쌓이고 있다. 국내에는 정확한 데이터가 없지만 미국과 같은 전자책 선진국에서도 작년 3분기까지의 도서 판매 비중을 살펴보면 전자책 비중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0% 가까이 감소하고 종이책은 7.5% 증가(미국출판협회)했다고 한다. 지난 2011년, 미국의 유력 일간지가 종이 신문 폐간을 예고했을 때만 해도 내 상상 속의 2017년은 대부분 사람들이 태블릿을 통해 뉴스를 구독하고 책을 읽는 시대였다.

아이유가 발매한 LP

비슷한 현상이 음반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드래곤, 2AM, 장기하와얼굴들, 아이유, 조권 등 이들은 모두 지난 몇 년간 LP로 앨범을 발매한 아티스트들이다. 10년 전만 해도 LP의 부활은 상상할 수 없었다. CD라는 디지털 매체에 밀려 있던 LP는 2000년대 이후 MP3, 스트리밍 등의 편하고 경제적 부담이 적은 음원 형태에 의해 사망 선고를 받은 터였다. 하지만 사정이 달라졌다.

‘예스24’ 2010년, 2016년(1월~11월) LP 판매량 비교

인터넷 음반, 도서 판매 업체 예스24에 따르면 2010년 3,838장 판매에 그쳤던 LP는 지난해 11월까지만 무려 4만 6,324여장이 팔렸다고 한다. 6년 사이 약 12배 가까이 판매량이 급등한 것인데, 전문가들에 의하면 전체 LP시장은 6년 전에 비해 20배 이상 성장했다고 한다. 이를 증명하듯 이태원에는 국내카드사가 낸 LP 전문 레코드 샵이 생겼고 2011년 작은 규모로 시작했던 서울레코드페어는 이제 브라운아이드소울, 원더걸스, 박진영 등의 쟁쟁한 아티스트들이 음반을 발매하는 대규모 페어로 발전했다. 사라져가던 LP가 과거의 향수를 넘어서 힙하고 트렌디함의 상징이 되고 있는 것이다.

회귀의 본질적 이유

사람들에게 큰 무게와 부피를 감수하면서도 종이책 구매를 멈추지 않는 이유를 물으면 대다수가 ‘손으로 만질 수 있어서’라 답한다. 개인적으로는 오래되어 색이 변한 책을 좋아하는데, 간혹 과거에 읽었던 곳을 표시하느라 책장을 접은 흔적을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뿐만 아니라 종이책은 어떤 종이를 썼느냐에 따라 종이 질감도 다르고 냄새도 조금씩 다른데, 어떤 사람은 선호하는 종이 종류가 아닐 경우 그 책을 사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LP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음악이라는 무형의 파동을 특정한 형태로 소유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를 재생했을 때의 따뜻한 음색과 자연스러운 잡음이 좋다고 말한다. 내 경우에는 500여장의 LP를 가지고 있는데, 갑자기 듣고 싶은 음악이 떠올랐을 때 서재 선반으로 가 해당 곡이 수록된 앨범을 찾는 것에서 큰 재미를 느낀다. MP3나 스트리밍을 통해 음악을 듣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감정이다.

중고 레코드점에서 LP를 고르고 있는 여성

이제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마케터가 고민해야 할 대상은 두말할 것 없이 ‘인간’이다. 마케팅의 본질은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며, 상품기획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기업이 풀어야 할 모든 고민과 해답은 가족, 친구, 창 밖을 지나가는 누군가로부터 나온다. 그런 측면에서 지금까지 언급한 종이책과 LP 사례는 2017년을 살아가는 마케터들에게 큰 의미가 있다. 많은 사람들, 심지어는 아날로그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던 세대조차도 상품, 서비스를 선택함에 있어 조금 더 ‘아날로그적인 것’에 끌리는 현상. 어쩌면 아날로그로의 회귀는 만지고, 냄새 맡고, 보고, 느낄 수 있는 ‘인간의 본능’으로의 회귀가 아닐까?

만질 수 있는 사진 한 장

제트애로우의 해시스냅(Hashsnap)은 이러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서비스이다.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되기 시작한 15년 전만 해도 사진을 찍고 인화하는 행동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35mm 필름에 정성스럽게 담은 사진은 손으로 만질 수 있었고, 상자나 방 구석에 아무렇게나 쌓아 둘 수 있었으며, 세월에 따라 색이 변하며 과거를 더 과거처럼, 추억을 더 추억처럼 느끼게 해 주었다. 이런 일련의 경험과 감정을 2017년에도 느끼게 할 수 없을까? 나아가 이를 마케팅적으로 활용해 고객이 브랜드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더욱 오래 간직하도록 할 수는 없을까? 아날로그에 대한 잡념은 여러 고민들을 낳았고 해시스냅 개발로 이어졌다.

해시스냅의 최신 모델, 검정과 화이트 두 가지 컬러가 있다

해시스냅은 키오스크 형태의 마케팅 솔루션으로, 고객이 특정 해시태그를 포함해 소셜 미디어에 올린 포스트를 수집하고 이를 바로 인화할 수 있게 해준다. 제트애로우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공식 파트너 솔루션인 해시트리(Hashtree)를 바탕으로 두 소셜 미디어는 물론 트위터의 포스트까지 수집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뿐만 아니라 사진 포스팅 후 단 세 번의 터치 만으로 사진 인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참여가 간편하며, 사진 1장을 인화하는 데 약 17초밖에 걸리지 않아 인파가 많을수록 그 빛을 발한다. 해시스냅의 기술적인 강점은 이 외에도 무수히 많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해시스냅이 어떻게 고객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자극하는지, 그리고 이것이 마케팅적으로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하여 더 이야기 해보려 한다.

해시스냅을 통한 아날로그 마케팅

지금까지 만났던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들의 고민은 한결같다. 어떤 형식의 이벤트에서든 고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은 힘든 일이고 가능한 방법이 있다 하더라도 많은 비용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많은 비용을 써 그만큼의 고객이 참여하더라도 그 결과가 비용 대비 유의미할지 생각하면 고민은 원점으로 돌아간다. 실제로 주변의 많은 이벤트들이 고객 참여 유도를 위해 많은 예산을 들여 경품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간혹 그 경품은 이벤트에서 내세우고자 하는 제품이나 브랜드와는 전혀 무관해 그 효과에 대하여 나를 갸우뚱하게 만들 때가 많다.

해시스냅 활용 프로세스

이런 측면에서 해시스냅의 활용성은 무궁무진하다. 먼저, 인화된 사진이라는 아날로그적 매개체가 고객들을 그 어떤 경품보다도 자연스럽게 이벤트에 참여하게 만든다. 이때에는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도 북적(Buzz)이게 되는데 해시스냅은 지정한 해시태그를 포함해 소셜미디어상에 사진을 포스팅해야 인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한 프로 야구 구단의 팬 미팅 행사에서는 해시스냅을 활용해 팬들의 적극적인 프로그램 참여는 물론 기존 대비 10배 가까운 구단 관련 포스트 수를 확보할 수 있었다. 행사를 찾은 팬들은 그날의 소중한 기억을 만질 수 있는 사진으로 간직할 수 있었고, 사진 위에 선수들의 사인을 받은 팬들은 이를 다시 인스타그램에 포스팅하기도 했다.

C쿠션 브랜드의 홍대입구 행사 모습

한 국내 뷰티 브랜드의 제품 론칭 행사에서는 자사 제품을 시연해야 해시스냅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동선을 설정해 고객 참여 확대에 큰 효과를 본 사례도 있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남녀가 함께 참여한 커플 고객이 많아 이벤트 담당자가 놀라워했던 기억이 난다. 대부분의 뷰티 이벤트에는 친구끼리 참여한 여성들이 비중이 월등하게 높은데, 당시의 경우 해시스냅으로 커플 사진을 인화하려는 고객들이 시연 이벤트에 많이 참여하게 된 것이다.

한편, 해시스냅은 이벤트의 메시지를 고객에게 충실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하며, 그 메시지는 사진을 버리지 않는 이상 반영구적으로 고객과 커뮤니케이션 한다. 이것이 가능한 가장 큰 이유는 해시스냅이 인화지에 대한 Full-Customizing을 지원하기 때문인데, 정해진 인화지 사이즈 내에서는 그 어떤 디자인적 제약을 두지 않는다. 덕분에 고객이 선택한 사진 주변을 브랜드 아이덴티티나 프로모션, 이벤트와 관련된 디자인으로 채울 수 있고, 이는 마케팅적으로 큰 효용을 나타내고 있다. 기술적으로도 해시스냅은 일반 사진관에서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고광택, 방수 재질의 인화지를 사용하고 있어 오랜 기간 사진을 간직하며 이벤트에 대한 기억을 유지할 수 있다.

다양하게 디자인된 해시스냅 인화지

여러 부스가 있는 전시장이나 행사에 가면 어느덧 한 손에는 다양한 형식으로 제작된 전단지나 브로슈어가 한가득이다. 언젠가 꼼꼼하게 읽어보겠다는 생각으로 잔뜩 가져오게 되지만 결국에는 책상 서랍 어느 곳을 한동안 차지하고 있다가 버려지게 된다. 그러나 해시스냅은 조금 다르다. 빼곡하게 적힌 제품 소개 글 대신에 내 얼굴이 담긴 사진이 있다. 브랜드의 로고와 경우에 따라 이벤트에 활용된 해시태그, 이벤트 날짜 정도만이 함께 디자인되어 있다. 고객들은 ‘내가 나온 사진’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무실 파티션이나 집 냉장고 문에 사진을 붙여 두게 되고, 설령 큰 관심 없이 책상 서랍 속이나 읽고 있던 책 사이에 넣어 두었더라도 언젠가 뜻하지 않게 사진을 다시 발견하게 되는 재미를 경험하게 된다.

웨딩홀에서 활용된 해시스냅

마케팅과는 조금 동떨어졌을 수도 있지만 웨딩 업계에서도 해시스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최근 진행된 어느 커플의 결혼식에서는 인화지 아래 공간을 비워 하객들이 신랑 신부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적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그리고 해시스냅 옆 벽에 끈과 작은 나무집게를 설치해 두었는데, 예상보다 많은 하객들이 꼼꼼하게 메시지를 적어 나무집게로 사진을 걸었다. 예식 진행에 정신 없던 신랑 신부는 신혼여행지 또는 신혼집에서 사진과 메시지를 읽어보게 될 것이다. 해시스냅을 활용한 이 아날로그적인 방법은 모바일 메신저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달한 축하 메시지보다 물리적으로, 또 감정적으로 더 오래 신랑 신부의 마음속에 남게 된다.

아날로그적 디지털의 시대

최근 자주 사용하고 있는 앱이 하나 있다. ‘구닥(Gudak)’이라는 사진 앱이다. 구닥은 연속해서 24장만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사진을 더 찍으려면 1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 이는 필름 카메라 시절, 한정된 필름을 아끼느라 한 컷 한 컷 정성스레 사진을 찍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구닥으로 촬영한 사진은 3일 후에나 확인할 수 있다. 사진관에 필름을 맡기고 현상과 인화 과정을 거쳐 다시 사진을 수령하는 데 평균 3일 정도가 걸렸기 때문이다. 결과물도 마치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듯 필터가 적용돼 보여진다. ‘구닥다리 카메라’의 줄임말인 구닥은 내가 글을 쓰는 지금 앱스토어 유료 앱 전체 카테고리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연상하게 하는 구닥의 실제 구동 모습

‘아날로그적 디지털의 시대’. 누군가 2017년을 정의해보라 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제 실생활에서 완벽한 아날로그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그런 아날로그를 접하게 된다면 향수와 재미를 느끼기 보다는 되려 불편함을 느낄 가능성이 더 크다. 어찌되었든 21세기는 디지털의 시대이고 우리가 접하는 모든 형태의 결과물은 과정 속에서 많든 적든 디지털의 도움을 받은 것들이다. 앞서 언급한 구닥은 물론 해시스냅 또한 진짜 아날로그가 아니다. 애초에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해시태그와 함께 올려야 하니 그 속은 완벽한 디지털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계속 흉내 내려 노력하자. 고객이 손의 감촉을 통해, 마음 속의 기다림을 통해 우리 제품을 느끼고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고민하고 또 고민하자. 보이지 않는 신호들이 온 세상을 덮고 있는 이 시대에도 고객은, 아니, 우리는 결국 아날로그를 원하기 때문이다.

제트애로우 서비스기획팀 팀장

윤영훈

liam@jetarrow.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