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를 대표하는 브랜드 ‘뉴진스’, 어디까지 알고 있니?
뉴진스로 배우는 브랜딩ㆍ마케팅 전략
5명의 소녀가 서로를 마주 보며 춤을 춥니다. 모두가 즐거워 보입니다. 보는 이까지 함박웃음을 짓게 하네요. 이들의 노래가 머릿속을 떠나질 않습니다. 온종일 흥얼거립니다. 그렇게 우리 삶에 뉴진스가 들어왔어요. 이들이 탄생하고 계절은 딱 두 번 바뀌었을 뿐입니다. 뉴진스는 하이브 계열사 ADOR의 소속 걸그룹으로 데뷔 전부터 많은 기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데뷔 앨범 초동 판매량 31만 장, 2022년 기준 음악 방송 1위 6회, 타이틀곡 ‘Hype Boy’의 뮤직비디오 5천만 뷰 돌파라는 전후무후한 기록을 세우고 있죠. 뿐만 아니라 광고 섭외 1순위로 수많은 기업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습니다. SK텔레콤ㆍ무신사ㆍ신한은행ㆍ메가스터디ㆍ구찌ㆍ루이비통 등 패션업계를 시작으로 금융권까지 이들을 모델로 앞세웠죠. 2022년은 단연코 뉴진스의 해였습니다. 이들은 어떻게 아이돌을 넘어 이 시대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될 수 있었을까요?
글. 신주희 기자 hikari@ditoday.com
민희진이 손대면 무조건 성공한다
뉴진스 탄생의 중심에는 ‘민희진’이 있습니다. 민희진은 ADOR의 설립자 겸 CEO로, SM엔터테인먼트의 전설적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고, 하이브 CBO까지 역임했어요. 그는 ‘소녀시대’ ‘f(x)’ ‘레드벨벳’ ‘샤이니’ ‘EXO’ ‘NCT’를 디렉팅하며 대중을 압도했습니다. Z세대는 이를 ‘민희진식 K-POP’이라 불렀고, ‘민희진이 손대면 무조건 성공한다’는 공식까지 생겼죠. 그런데 그는 아이돌엔 전혀 관심 없는, 영화와 음악, 고전미술 덕후였습니다. 그럼에도 그가 자신 있게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민 대표는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대중음악에 대한 싫증은 정반합 형태로 흘러간다”고 밝혔습니다. ‘정반합’은 철학자 헤겔에 의해 정식화된 변증법 논리의 삼 단계인데요. 즉, 하나의 주장인 ‘정(正)’에 모순되는 다른 주장인 ‘반(反)’이, 더 높은 종합적인 주장인 ‘합(合)’에 통합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그는 이 논리가 K-POP에도 통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화려하고 개성 강한 아이돌이 K-POP 시장을 주름잡던 시절, 그는 소녀시대가 보여줄 ‘소녀의 모습’을 재정의하기 시작합니다.
“소녀시대 이전의 걸그룹에는 정형화된 이미지가 있었다.
닿을 수 없고 너무나 비현실적인 소녀의 모습이었다”
이렇게 청순하면서 친근한 콘셉트의 소녀시대가 탄생, 2009년 ‘Gee’ 열풍을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청순과 친근함이 정(正)으로 자리 잡자, 그는 또 한 번의 반전을 꽤 합니다. 미지의 소녀 ‘f(x)’를 탄생시키며, 실험적 음악과 난해한 가사로 탄탄한 팬층을 형성합니다. 이렇게 두 걸그룹의 성공으로, 민희진에 대한 기대감은 나날이 커져갔어요. 이런 기대에 부응하듯, 소녀시대와 f(x)의 장점만 융합한 완성형 그룹 ‘레드벨벳’을 세상에 등장시킵니다. 그 외에도 SM 소속 아이돌이 많은 사랑을 받으며, 그가 세운 가설이 참이라는 걸 증명했죠. 그리고 몇 년 후, 민희진은 뉴진스와 함께 대중 앞에 섰습니다.
민지 (2004년 5월 7일)
하니와 함께 가장 먼저 데뷔조에 합류한 맏언니
매력적인 중저음을 갖고 있음
하니 (2004년 10월 6일)
청량한 음색에 탄탄한 고음을 갖고 있음
멤버 중에 흥이 가장 많음
다니엘 (2005년 4월 11일)
하이틴 영화 속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비주얼
중저음과 하이톤 모두 잘 소화함
해린 (2006년 5월 15일)
민지와 함께 비주얼 담당. 예쁜 춤선으로 인기몰이 중
킬링 파트 대부분을 맡고 있음
혜인 (2008년 4월 21일)
우월한 기럭지로 춤선이 시원시원한 막내
도입부 보컬을 맡고 있음
Jeans와 Genes로 완성하는 뉴진스 철학
뉴진스라는 이름은 민 대표의 아이디어에서 탄생했습니다. 그는 대중음악이 청바지와 상당히 닮아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청바지가 시대를 불문하고 전 세대에 사랑받듯, 대중음악도 마찬가지라고 본 것이죠. 그래서 언제 입어도 질리지 않는 청바지처럼 대중의 일상에 스며드는 음악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를 담아, 뉴진스(New+Jeans)라 짓습니다. 여기서 진스는 ‘Genes’로도 해석되는데요. 즉, ‘시대의 아이콘이 되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지. 뉴진스의 콘셉트와 톤앤매너
그런데 시대의 아이콘치고, 이들의 첫인상은 매우 평범했습니다. 기존의 전형적인 아이돌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염색하지 않은 긴 생머리로 등장했죠. 그저 ‘자연스러움’과 ‘청량함’만을 콘셉트로 내세웠습니다. 그런데 내심 뉴진스라는 새로운 장르가 나오기까지 오매불망 기다렸던 걸까요? 꾸며지지 않은 이들의 모습에 모두가 열광합니다.
노래와 춤도 대중을 사로잡았는데요. 먼저 고음과 기교가 많지 않은 잔잔한 템포의 노래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대신 대중이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도록 완성도를 높였죠. 5명이 돌아가며 노래를 소화하지만, 마치 한 사람이 부르는 것처럼 들리는데요. 음색에도 톤앤매너가 느껴진다며 많은 이가 극찬했습니다. 또한, 포인트 안무에 집중하기보다 몸 전체를 활용한 안무로 통일감과 시원함을 살렸습니다. 기존 K-POP에 피로감을 느꼈던 대중에게 뉴진스는 사이다 같은 존재가 됐죠.
엔터업계의 숙명 ‘세계관’, 뉴진스는?
세계관은 브랜딩에서 상당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엔터업계도 마찬가지로 소속 아이돌 세계관 구축에 힘쓰고 있죠. 그래서 요즘 아이돌은 복잡한 세계관을 형성하며 팬과 소통합니다. 하지만 뉴진스는 세계관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멤버 개개인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전하고 있어요. 이런 자연스러움이 대중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 듯합니다. 그런데 ‘Ditto’와 ‘OMG’ 뮤직비디오에 세계관을 암시하는 장면들이 대거 등장했기 때문에, 뉴진스도 향후 자신들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뉴진스 마케팅
뉴진스는 독자적인 마케팅으로도 화제였습니다. 차별화된 프로모션과 온·오프라인 마케팅으로 브랜드 영향력을 점차 키워나갔습니다.
1) 뮤직비디오
기존 엔터업계에서는 데뷔를 앞둔 멤버들을 티저 형식으로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ADOR는 과감하게 티저를 생략, 각 멤버의 서사를 담은 뮤직비디오를 제작했습니다. ‘Hype Boy’의 경우, 뮤직비디오만 6개에 달하는데 마치 하나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5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영상에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다양한 인종의 배우를 출연시켜 국내 뿐아니라 해외 팬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디테일을 더했고, 촬영지도 CG로 대체하지 않고 직접 해외에서 촬영했습니다.
2) Phoning 앱
뉴진스는 팬 커뮤니티 소통앱 위버스(Weverse) 대신 전용앱 ‘Phoning’ 사용해 버니즈(뉴진스 팬덤명)와 소통하고 있어요. Phoning은 라이브 방송·채팅·앨범·캘린더 등을 한곳에 모아 놓은 원스톱 플랫폼입니다. 편리한 기능도 돋보이지만, 디자인이 더 매력적인데요. 2000년대 감성의 폰트와 이미지로 앱 화면을 꾸며 Z세대뿐 아니라 2030세대의 흥미를 유발합니다. 원래는 무료였지만, 2022년 12월부터 일부 서비스로 제외하고 유료로 즐길 수 있어요.
3) 팝업스토어와 굿즈
뉴진스는 또 한 번의 이례적인 행보로 대중에게 놀라움을 안겼습니다. 신인 아이돌 최초로 팝업스토어를 연 것인데요. 지난해 8월 더현대에서 팝업스토어를 열고 팬들을 맞이했습니다. 소속사 관계자는 ‘이번 팝업 스토어는 멤버들이 정성스레 준비해온 시간 그 연장선상에서 준비했다’며 ‘“우리 집에만 있지 놀러 와”라는 ‘Cookie’ 속 가사처럼 팝업 공간에 놀러 오길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실제로 4시간 웨이팅은 기본, 대중의 많은 관심 속에서 성황리에 마무리됐습니다. 이 팝업에서는 티셔츠, 배지, 그립톡, 포토 세트 등 다양한 굿즈를 만날 수 있었는데요. 특히 CD 플레이어 모양으로 제작된 ‘뉴진스 백’은 이들의 아이덴티티와 레트로 감성을 접목한 아이템으로, 1020대 사이에서 품절 대란을 일으켰습니다.
그로부터 반년이 채 되지 않아, 뉴진스는 두 번째 팝업 스토어를 오픈했습니다. ‘OMG’ 발매를 기념해 디저트 브랜드 ‘누데이크’와 컬래버를 진행했는데요. 하우스도산점과 성수점 모두 오픈런해야 될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어요. 다양한 굿즈와 함께 뉴진스를 상징하는 초대형 토끼 케이크도 만날 수 있습니다.
4) 바이럴 마케팅
지금의 뉴진스가 있기까지 바이럴 마케팅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 양산된 수많은 챌린지와 콘텐츠, 밈을 지켜보면서 이들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홍대 가려면 어떻게… 뉴진스의 하입보이요’라는 밈이 정말 재밌습니다. 원래는 이어폰을 낀 채 길 가던 사람에게 다짜고짜 무슨 노래를 듣는지 물어보는 영상이 유행이었습니다. 그런데 점차 이를 응용(?)한 영상들이 나오게 됐죠. 상대방이 무슨 노래 듣는지 물어보는 줄 알고, 말을 꺼내기도 전에 ‘뉴진스의 하입보이요’라고 대답하는 짤이 하나의 밈으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인기와 비례한 논란, 뉴진스가 헤쳐 나가야 할 숙제
인지도와 팬덤을 점차 쌓아가고 있는 뉴진스도 논란은 피해 가지 못했습니다. 신곡 ‘OMG’ 뮤직비디오에 대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 뮤직비디오는 의사가 병원 테이블에 모여 있는 멤버들의 이야기를 듣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내용이 전개되면서 각 멤버가 망상에 빠져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죠. 그런데 문제는 영상 말미에 등장합니다. 민지가 악플러에게 ‘가자’라고 말하며 병원에 데려가는 부분입니다. 시청자 사이에선 ‘참교육했다’는 호평과 동시에 ‘그 장면을 꼭 넣어야 했냐’는 비판도 있어요. 한편으론 ‘우리는 동심이 있어. 너희 악플러도 동심이 있었을 테니 그때로 돌아가자’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동심’은 왜 등장한 걸까요? 뮤직비디오 마지막에 침착맨이 등장합니다. 그는 뉴진스가 그린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걸 눈치챈, 유일하게 동심을 간직한 인물입니다. 그래서 뉴진스의 행보를 평가하기보단, 침착맨처럼 이들을 동심으로 봐 달라는 메시지가 아니었을까요?
침착맨과 무한도전… 뉴진스의 유니버스는 어디까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침착맨의 등장으로 모두가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형이 왜 거기서 나와?) 뿐만 아니라 뉴진스의 컴백 첫 활동은 침착맨 방송 출연이었습니다. 대체 둘 사이에 어떤 관련이 있었던 걸까요? OMG 뮤직비디오는 광고계의 봉준호라 불리는 돌고래유괴단의 신우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제작됐는데요. 과거 침착맨과 함께 작업한 인연이 있었기에, 이번 뮤직비디오에 카메오로 출연해달라고 요청했어요. 그리고 민 대표는 침착맨 방송에 뉴진스의 출연을 제안했고요. 오히려 좋아! 이로써 대중은 역대급 만남을 관전할 수 있었죠. 기존 엔터업계는 브이로그나 쇼케이스를 통해 소속 그룹 컴백을 알리는 것을 관례처럼 여겼었는데요. 여기서 한정된 팬을 만나기보다 요즘 MZ세대가 많이 보는 침착맨 방송에 출연한 게 신의 한 수가 되지 않았나 싶네요.
뉴진스하면 무한도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뉴진스가 무한도전을 표절했다는 밈이 소셜미디어에 종종 올라오는데요. ‘Attention’ 후렴 부분이나 ‘Hype Boy’의 안무까지 예견했다는 짤까지 나왔죠. 또한 ‘Ditto’ 뮤직비디오는 제 3자가 뉴진스를 캠코더로 촬영하는 이야기로 전개되는데요. 이 장면들이 ‘무한상사 야유회’ 편의 한 장면과 유사하다는 주장이 나오며 화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신우석 감독이 ‘장르의 유사성일 뿐’이라고 일축하며, 이러한 주장은 단순한 우연으로 남게 됐습니다.
Ditto! 나도 버니즈입니다
뉴진스는 성공했습니다. 민희진스러운 디렉팅과 차별화된 마케팅, 그리고 이 모든 걸 소화하는 5명의 주역들, 마지막으로 이를 알아주는 대중의 조합까지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뉴진스에 ‘Ditto’합니다. Ditto는 라틴어로 동감, 즉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는 의미입니다. 버니즈 뿐 아니라 대중도 뉴진스에 동감하고 있을 겁니다. 2023년에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뉴진스란 브랜드에 출구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