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UI는 업, 3D 디자인은 취미… ‘만능캐’ 홍단아 디자이너
홍단아 UX 디자이너 인터뷰
누구나 잘하는 것 하나씩은 있다는데, 사회인이 되면 ‘하나라도’ 특별히 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는다. 무엇이든 잘하는 ‘멀티플레이어’가 곳곳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홍단아 UX 디자이너 역시 이들 중 한 명으로, 회사 안팎에서 ‘마스터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UX·제품·3D 등 디자인 분야를 가리지 않고 모두 잘하고 싶던 그는 욕심을 ‘멀티 능력’으로 키웠다. 지금까지 그는 인생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디자인했을까?
안녕하세요, 디자이너님. 뵙게 돼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생각을 시각적 언어로 표현하는 디자이너 홍단아입니다. 현재 인공지능(AI) 서비스로봇 스타트업 ‘XYZ’에서 UX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본업인 UX 디자인 외에 3D 디자인을 취미로 작업하고 있어요.
UX 디자이너로서 어떤 업무를 수행하고 있나요?
사용자 중심의 로봇 활용 기획과 이와 관련한 UX·UI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XYZ가 성수와 판교에서 운영 중인 ‘엑스 익스프레스’는 로봇 바리스타 ‘바리스’가 매장을 관리하는 오픈형 무인 카페인데요. 저는 카페 사용자의 매장 이용 플로우 기획부터 여기에 활용되는 키오스크와 태블릿의 UX·UI 디자인을 작업했습니다. 기존에 없던 카페 형태이다 보니 시나리오 기반으로 사용자 경험을 설계했어요. 오픈 이후엔 고객의 피드백을 통해 사용성을 개선하고, 신선함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이 외에도 모바일 앱, 자율주행로봇 등의 UX·UI 디자인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UX 디자인 과정은 문제 인식을 시작으로 분석, 기획까지 세밀히 진행되더라고요.
UX 디자인 과정을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아요.
기획 과정에 힘을 쏟는 편이라, 주어진 주제 또는 상황에서 맥락을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문제를 인식하면 관련 데스크 리서치를 하는데, 이때 리서치한 내용을 정리하고 유사한 것끼리 그룹화하면서 키워드를 잡아요. 이 과정은 문제를 구체화하는 데 큰 도움이 돼요. 다음은 사전 설문조사 후 인터뷰를 진행하고, 내용이 부족하면 다이어리 리서치를 진행합니다. 인터뷰를 바탕으로 싱글·크로스 케이스 분석 후 어피니티 다이어그램을 제작하고, 여기서 인사이트를 도출합니다. 이 모든 것은 퍼소나 모델링과 아이데이션의 기반이 돼요. 두 가지 과정에서 베스트 아이디어를 뽑고 이를 발전시켜 기획을 마무리합니다.
UX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건 무엇인가요?
‘가치 있는 사용자 경험’을 중요히 여깁니다. 사용자가 인지하지 못한 불편함을 제가 먼저 발견하고 해결했을 때, 비로소 사용자에게 가치 있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치 있는 경험에는 개인적 경험도 포함될 것 같아요.
맞아요, 제 경험과 관심사는 아이디어로 연결됩니다. 영감에 대한 고민은 ‘나로부터’ 시작하지만, 보편성과 구조적 시각을 의식해야 해요. 제 경험으로부터 시작한 아이디어는 단순히 ‘나만의 기억’이 아닌,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리서치는 필수 과정이에요.
단아님의 포트폴리오를 보니 꾸준히 수행한 프로젝트가 눈에 띄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졸업 프로젝트였던 ‘시리얼(Serial)’과 ‘블랙 크루(Black crew)’가 떠오르네요. 전자는 4명의 팀원과 함께 한 팀 프로젝트, 후자는 개인 프로젝트였어요. 시리얼은 기록공유형 목표 달성 앱으로, 매주 새로운 사람들로 형성된 소모임에서 공동의 목표를 이룹니다. 목표 달성 과정에서 공유한 개인의 기록은 공동체 경험으로 이어집니다. 여기서 작성한 기록을 온라인이 아닌 실물로 제작하면 오래 간직할 수 있는 경험이 될 것이라 판단해, 실물 영역까지 고려해 디자인했어요. 서비스명이 시리얼인 이유는 각양각색인 시리얼에 서비스 사용자의 다양성을 반영했기 때문이에요. 한 그릇에 담긴 시리얼은 사용자들의 경험이 하나로 이어지는 것을 의미해요.
저는 약 10개월 동안 프로젝트 전반을 주도하면서 시각 영역을 담당했습니다. 프로젝트를 이끌면서 의견 조율과 소통 방식을 배우고, 디자이너로서 한 뼘 더 성장했어요.
블랙 크루는 3D 디자인 작품인가요?
네, 저녁의 상징 ‘어둠’을 캐릭터화한 3D 아트 토이입니다. 애니메이션 ‘톰과 제리’에서 영감을 받아, 쥐 ‘캄캄이’를 쫓는 고양이 ‘로캣’의 이야기를 구성했어요. 캄캄이가 밖을 돌아다녀 밤이 되면 어두워진다는 설정 아래, 로캣이 아침을 맞이하기 위해 캄캄이를 잡으러 다닙니다. 캄캄이를 잡느라 피곤한 로캣이 조는 사이 캄캄이는 매일 탈출하곤 해요.
이 스토리텔링은 어둠을 무서워하는 아이가 어둠에 대한 공포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줍니다. 또한 부모님이 집안 어두운 곳에 캄캄이 피규어를 숨기고, 아이에게 로캣의 임무를 부여해 캄캄이를 찾도록 하는 숨바꼭질 놀이도 있어요. 이를 통해 아이는 어둠이 무섭지 않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죠.
3D 디자인에도 뛰어난 재능이 있는 것 같은데, UX 디자인을 직업으로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두 디자인은 서로 다른 매력이 있어요. UX 디자인은 작은 디테일 하나로 경험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고, 3D 디자인은 풍성한 시각적 만족을 느낄 수 있어요. UX 디자인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 사용성은 향상되는데, 이 자체가 뿌듯하고 재미있더라고요. 사용자 경험의 긍정적 변화는 UX 디자인을 업으로 삼은 이유이자, 이 분야를 계속 좋아하게 된 동기입니다.
반면 3D 디자인은 제게 취미이자 스트레스 해소 방법입니다. 지금까지의 3D 디자인 작업물은 오로지 저를 위한 작품이에요.
국내 대표 디지털 포트폴리오 북 『LINK 2023』 표지를 담당했다고 들었어요.
3D 디자인 작품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해 왔는데, 우연히 링크측과 연락이 닿아 협업하게 됐어요. 『LINK 2023』 표지의 요소들은 분리돼 보이지만 일관된 재질을 통해 불합이 아닌 융합, 단절이 아닌 연결을 나타냅니다. 비정형적 형태를 활용해 다양성과 변화를 표현했어요.
본인 작품에서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포인트는 시각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주는 풍부한 ‘색 경험’입니다. 제 작품은 대부분 시각적으로 화려한데, 적절한 통일성과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어요. 다양한 색을 활용했다는 점이 자연스럽게 느껴졌으면 좋겠어요.
요즘 흥미를 끄는 디자인이 있나요?
최근 3D 아이콘을 활용한 웹·앱 서비스가 많아졌어요. 3D 아이콘을 잘 이용하면 서비스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저만의 시각적 언어로 아이콘을 만들어 보려 해요.
단아님이 꿈꾸는 디자이너로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스펙트럼이 깊고 넓은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단순히 ‘UX·UI, 3D 디자인을 할 수 있다’ ‘블렌더·피그마·포토샵 등 다양한 툴을 사용할 수 있다’에서 그치지 않고, 시각적 언어로 표현하고 문제 해결에 있어 지금보다 능력을 높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사용자를 더 진심으로 대해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아직 답을 찾고 있지만 언젠가 진심이 통할 날이 오겠죠?
홍단아 디자이너에게 대학생 때 ‘야작(밤새 작품을 완성하는 야간 작업)’ 많이 했냐는 다소 뻔한 질문을 했다. 동기들한테 ‘열심히 산다’ ‘독하다’라는 말을 들으며 거의 매일 야작했다는 당연한 답이 돌아왔다. 자신의 시간을 아낌없이 쏟은 열정으로 가득한 그의 포트폴리오는 ‘만능’ ‘다재다능’이라는 수식어로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