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디자이너가 코딩을 배워야 할까?
당신이 코딩을 배우면 좋은 점 3가지
1.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UX 디자이너가 코딩을 배워야 하는가’를 두고 현장에선 치열한 갑론을박이 오갔다고 합니다. “UX 디자인 배우기도 시간이 모자라다”는 ‘UX파’와 “코딩을 배우면 작업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코딩파’가 나름 첨예하게 논쟁을 벌였죠.
2. UX파의 논리는 이랬습니다. 일단 그 어려운 걸 배우는 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고, 대부분의 작업은 코딩 지식 없이도 충분히 할 만하다는 겁니다.
3. 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UX 디자이너가 코딩을 배워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더 커졌다는 데 공감이 몰리고 있죠. 다양한 플랫폼의 등장으로 코딩을 쉽게 배울 수 있게 된 것이 한 가지 요인이고, 업계 전반의 급격한 디지털 전환과 프로젝트 요구 수준의 향상이 또 다른 요인입니다.
4. 하지만 우리는 잘 압니다. ‘코딩’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공포감을요. 요새 초등학생들은 코딩을 기본 과목으로 배운다는데, 우리에게 코딩은 여전히 실리콘밸리 어딘가에 존재하는 0과 1의 집합을 의미합니다. 네, 먼 나라 이야기죠.
5. 그렇지만 코딩을 마냥 남의 이야기로 치부할 수 없는 것이, UX 디자이너에게 코딩은 생각보다 가까운 존재입니다. 코딩은 기본적으로 UX 디자인을 구현하는 도구이자 인프라거든요.
6. 때문에 이렇게 말 할 수 있습니다. UX 디자이너가 코딩을 반드시 배울 필요는 없지만, 배우면 분명히 도움이 된다고요. 특히나 연봉 앞 자리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하니, 마다할 이유가 없어 보이네요. 여러분이 코딩을 배우면 얻을 수 있는 장점 3가지를 소개합니다.
첫째, 개발자와 소통이 쉬워져
7. 여러분이 구상한 디자인은 개발자의 손 끝에서 완성됩니다. 때문에 구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개발자에게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디자이너와 개발자는 서로 말이 안 통합니다.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거든요.
8. UX 디자이너가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면 개발자와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개발자가 “아, 그건 어렵겠는데요” 라고 말했을 때, 이게 정말 구현이 불가능하다는 건지 아니면 품이 많이 들어 하지 않겠다는 건지 속내를 파악할 수 있고요. 대화를 통해 더 나은 대안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9. 개발자에게 디자인 의도를 설명하기도 쉬워집니다. 특히나 복잡하거나 독창적인 인터랙션 디자인의 경우 레퍼런스와 함께 특정 코드를 언급할 수 있다면 추상적인 표현을 사용했을 때보다 결과물이 더욱 정확해지겠죠.
둘째, 생산성 향상
10. 코딩을 배웠을 때 얻을 수 있는 또 한 가지 장점은 생산성의 향상입니다. 언제나 마감에 쫓기기 마련인 대부분의 UX 디자이너에게 이는 굉장히 큰 메리트죠.
11. 만약 고심 끝에 구상한 디자인이 만약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불가능하다고 판명된다면? 여러분은 또 다시 아이디어를 짜내야 하고, 마감 기한은 더욱 빠듯해질 겁니다.
12. UX 디자이너에게 코딩은 현실 감각을 제공합니다. 코딩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다면 무엇이 불가능한지, 더 나아가 불가능한 것을 어떻게 가능하게 만들지 대안을 쉽게 떠올릴 수 있습니다. 나아가 개발자와 주고 받는 피드백 기간도 단축될 것이고, 그만큼 프로젝트 작업 속도도 빨라지겠죠.
셋째, 연봉 앞 자리가 바뀌다
13. 이 모든 건 여러분을 특별한 존재로 만듭니다. 기초 코딩 배운 것 가지고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냐고요? 앞서 말씀 드렸지만 잘 아시잖아요. ‘코딩 공포증’을 가진 디자이너가 얼마나 많은지요. 개발자와 소통할 수 있는 UX 디자이너는 의외로 드뭅니다.
14. 이미 많은 기업이 코딩 지식을 갖춘 UX 디자이너를 우대합니다. 당장 구글은 UX 실무자의 최소 자격으로 프론트엔드 개발에 대한 경험을 요구하고요. UX 디자이너와 관련된 국내 채용 사이트를 살펴 봐도 ‘우대사항’에 기재된 ‘웹 개발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분’이라는 문구를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15. 특히 소규모 스타트업은 ‘일당백’이 패시브라 다방면에 능통할수록 몸값을 올리기 쉽습니다. (몸과 정신이 갈려 나가는 건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 밖의 장점…
16. 만약 코딩에 더 숙달 된다면 웹 페이지를 스스로 구현해 테스트 정도는 해볼 수 있을 겁니다. 작업 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겠죠. 하지만 위에서 굳이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디자이너는 사실상 반쯤 개발자나 마찬가지니까요. ‘제로(0)’부터 시작하는 우리에게 그런 경지는 꿈과 마찬가지입니다.
17. 코딩 공부를 통한 부차적인 효과도 있습니다. 많은 개발자가 말하기를, 코딩을 배우면 분석적 사고 및 문제 해결 능력이 향상돼 디자인 프로세스 또한 개선된다고 합니다. 과연 그런지는 직접 배워봐야 알 수 있겠네요.
그래서 언제 배워야 해?
18. 주니어 시절부터 무리해 코딩을 배울 필요는 없습니다. 현직 UX 디자이너들의 조언을 종합하면, 4~6년 정도의 연차가 쌓인 뒤 코딩을 배워도 늦지 않습니다. 그 전까지는 “UX 디자이너로서 역량을 기르는 데 투자할 것”을 권합니다. 결국 코딩 지식도 UX 지식 위에서 비로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뜻이겠죠.
뭘 배우면 좋지?
19. 연봉 이야기할 때 스치듯 언급했는데요. UX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프로그래밍 언어는 웹·앱 개발 관련 언어입니다. HTML, CSS, 자바스크립트가 대표적이죠. 디자인이 사용자에게 어떻게 보이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프론트엔드 관련 기초 지식을 쌓는 걸 권장합니다. 주의할 점! 우리는 생계를 위해 코딩을 하는 게 아니니 너무 깊이 배우려 하진 마세요.
20. HTML은 웹의 기본 구성 요소입니다. 이를 배우면 사용자의 화면에 디자인 요소가 배치되는 방식과 같은 최종 결과물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이는 곧 현실적인 디자인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됩니다. HTML는 비전공자도 꽤 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
21. CSS는 웹 페이지의 외관과 관련됩니다. 단조로운 웹 페이지에 스타일을 지정하고 생명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죠. 색상 및 모양과 같은 시각적 요소와 그 외 실용적인 부분은 대부분 HTML과 CSS를 통해 처리됩니다. 따라서 두 언어를 잘 이해한다면 결과물을 미리 상상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22. 자바스크립트(JavaScript)는 웹 페이지에 기능을 추가하고 스타일, 위치 등을 변경하는 데 활용됩니다. 스크립팅, 애니메이션 및 인터랙션 UX 제작 등 인상적이고 복잡한 디자인을 구현할 때 필요한 언어입니다. 하지만 배우기가 어렵기 때문에 UX 디자이너는 기초적인 지식만 학습할 것을 권합니다.
작은 지식이 큰 차이 만들어
23. ‘UX 디자이너가 코딩을 배워야 하는가’ 라는 질문은 디자이너와 제작자에 대한 오랜 논의로 귀결됩니다. 결국 디자이너가 제작자 수준으로 기술에 대해 해박할 필요는 없지만,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분명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죠.
24. 관련해 인상적인 글을 하나 읽었습니다. 스웨덴 자동차 회사 볼보의 제 1호 한국인 디자이너 이정현 씨의 인터뷰인데요. 이 분의 코멘트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볼보에 입사한 후 기계공학 전공이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엔지니어와 협업 때 많은 도움이 됐다. 대학교 시절 공부했던 기계 관련 지식이 엔지니어 입장에서 디자인을 바라보는 넓은 시야를 만들어줬다. 덕분에 이상적인 디자인을 도출하기 위해 하나의 팀으로 함께 일해야 하는 엔지니어들과의 협업이 더 수월했다
